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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udio

톤암

by onekey 2024. 3. 14.

 

아날로그의 매력은 턴테이블에 어떤 톤암을 장착하고, 어떤 카트리지를 붙이냐에 따라 소리가 무궁무진하게 변한다는 점이다. 입문용 턴테이블은 톤암 일체형이라 톤암을 따로 구입해 장착할 필요가 없다. 좀 더 나은 소리를 듣고자 고급 턴테이블을 구입하거나 톤암을 추가로 장착하는 도전을 하는 것이다. 사실 톤암 장착은 약간의 손재주만 있으면 그리 어렵지 않게 할 수 있는 작업이다. 이 장에서는 비싸지 않으면서 성능이 좋은 톤암을 추천하고 간단하게 장착하는 방법을 알아볼 것이다. 그리고 선택한 톤암에 딱 맞는 전용 오버행 게이지 만드는 방법도 소개할 작정이다.

사실 구입이 어렵지 않으면서 쓸 만한 톤암은 그리 많지 않다. 대표적으로 추천할 만한 톤암은 레가의 RB300을 꼽을 수 있다. 현재 생산되고 있는 모델이라 구입이 쉽고 가격도 합리적인 편이다. 스프링의 힘으로 침압을 주는 다이내믹 밸런스 방식의 톤암으로 무게로 침압을 주는 방식보다 소릿골 추적 능력이 더 좋다. 안티스케이팅 기능도 갖추고 있어서 레코드에서 정밀하게 소리를 뽑아낸다. 가격을 떠나 성능이 훌륭한 톤암으로 침압이 1.5~2g 정도의 보통 카트리지에 잘 어울린다. 단점으로는 톤암 축 부분의 높이 조절이 어려워서 VTA 조정이 불편하다는 점이다. 와셔 같은 추가 장치를 사용하면 가능하긴 한데 번거로운 작업을 거쳐야 한다. 가격은 입문용이지만 성능은 하이엔드 뺨치는 수준의 톤암이다.

 

레가 RB300

 

톤암이 쓸 만하면 가격이 비싸고, 가격이 싸면 싼 게 비지떡이라 성능이 형편없다. 이런 고민을 해결해줄 톤암이 젤코(Jerco) SA-250이다. SA-250은 S자형 톤암 파이프의 숏암으로 직선형은 모델명 끝에 ST라는 꼬리가 붙어 있다. 보통 35만 원 정도에 거래되는데 롱암인 SA-750은 가격이 좀 더 비싸다. 수미코 톤암도 사실상 젤코에서 생산한 제품으로 이름만 그렇게 붙인 것이다. 침압을 무게로 주는 스태틱 밸런스방식이고 안티스케이팅 기능도 갖추고 있다. 소리는 적당한 굵기의 톤에 해상력이 쓸만하다. 젤코 톤암은 카트리지를 특별히 가리지 않아서 적정 침압이 2.5g인 카트리지까지 별 무리 없이 사용이 가능하다.

 

젤코 SA-250ST

 

린의 베이직 플러스와 아키토도 저렴한 값에 구할 수 있는 톤암이다. 두 모델 모두 무게로 침압을 주는 스태틱 밸런스에 안티스케이팅 기능을 갖추고 있는데 모양도 아주 비슷하다. 두 톤암 모두 침압이 2g 이하의 하이 컴플라이언스 카트리지에 잘 어울린다. 보통 같은 급으로 보는 경우가 많은데, 아키토가 더 고급이다. 아키토 톤암의 유효질량이 조금 가벼워서 경 침압의 MC 카트리지에 더 잘 어울린다. 가격은 보통 20만원 전후로 거래되고 아키토가 조금 더 비싸다.

톤암 추천에서 SME를 언급하지 않을 수 없다. 특히 슈어나 오디오테크니카 같은 경 침압 카트리지에서 진가를 발휘하는 3009 SeriesⅢ를 추천하고 싶다. 좌우에 래터럴 밸런스 웨이트가 있어서 안정감 있는 주행을 한다. 침압은 무게로 주는 방식이고 안티스케이팅기능은 스프링이 아닌 무게 추를 사용해 오차가 적은 편이다. 일명 뱀대가리로 부르는 이 톤암은 유효질량이 극히 작은 로 매스 톤암이다. 하이 컴플라이언스에 1.75g 이하의 경 침압 카트리지가 어울린다. 이 톤암에 하이 컴플라이언스 카트리지가 결합되면 물 만난 고기처럼 자신이 가진 최고의 성능을 발휘한다.

 

SME 3009 SeriesⅢ

 

구하기 쉽진 않지만 가격에 비해 성능이 뛰어난 톤암으로 데논 DA305를 빼놓을 수 없다. 10인치 미들 암으로 무게로 침압을 주는 방식에 안티스케이팅 기능은 원래 없다. 보기에도 아주 심플하고 단순해서 이게 제대로 소리나 내겠나 싶은 생각이 든다. 그런데 실제 사용해보면 만만치 않은 소리를 내주는 톤암이라는 것을 알 수 있다. 단순히 외모만 보고 우습게 볼 톤암은 아니다.

 

데논 DA-309(안티 스케이팅 기능 있음)

 

조금 가격대를 올리면 피델리티 리서치의 FR-54S 톤암을 추천할 수 있다. FR-64S가 다이내믹 밸런스 방식으로 트래킹 능력이 더 좋지만 가격이 아주 비싸다. FR-54S는 무게로 침압을 주는 방식이지만 입문용 톤암보다는 한 단계 높은 트래킹 능력을 자랑한다. 2g 내외의 적정 침압의 카트리지를 무난하게 장착할 수 있다. 심지가 굳고 안정된 사운드가 장점이다. FR-54S와 성향이 다른 톤암으로는 오디오 크라프트(Audio Craft) AC-300 톤암을 들 수 있다. 그람(Graham)의 전신으로 일점지지 방식의 유니 피봇 톤암이다. 트래킹 능력이 탁월하고 섬세한 선율 표현이 장점이다. 특히 톤암 베어링 소음이 거의 없어서 깨끗하고 투명한 배경을 보여주는 하이엔드 성향의 소리가 특징이다.

 

피델리티 리서치 FR-54S

 

 

오디오 크라프트 AC-300

 

 

톤암 스펙 보는 법

이제 톤암 스펙 보는 법, 스펙에 따른 설치 방법, 전용 오버행 게이지 제작법에 대해 알아보자. vinyengine.com articles이라는 메뉴에 톤암 데이터베이스라는 항목이 있다. 톤암 브랜드를 치면 해당 브랜드의 톤암 데이터가 올라온다. 좌측이 브랜드와 모델명이고 그 다음에 유효길이(Effective Length)다. 이 수치는 톤암 축(Pivot)의 중심으로부터 카트리지 바늘 끝까지 길이를 나타낸다. 여기서 주의할 것은 톤암의 맨 끝 무게 추에서 헤드셸 끝까지 거리가 아니라는 점이다. 유효길이는 그림에서 보듯 톤암 축부터 카트리지 바늘 끝까지의 거리다. 다음 항목은 오버행으로 앞에서 언급했듯 카트리지 바늘 끝이 플래터 축의 중심인 스핀들을 벗어나는 거리를 말한다. 다음 항목은 피봇과 스핀들(Pivot to Spindle) 사이의 거리를 나타내는 수치다.

 

오버행과 톤암 유효길이

 

 

스펙에 따른 톤암 설치 방법

이제 구체적으로 톤암을 설치하는 방법을 알아보자. 피봇에서 스핀들까지의 거리를 알았다면 톤암 설치를 위한 정보는 다 얻은 셈이다. 스핀들에서 거리를 재서 해당되는 지점에 못으로 살짝 흠집을 낸다. 그 다음엔 톤암 축 부분의 굵기에 맞게 홀쏘로 구멍을 뚫으면 된다. 그 구멍에 톤암을 넣고 고정하면 톤암 설치는 끝난다. 너무 싱겁다고 생각 할 것이다. 정확한 거리에 구멍만 내면 된다. 다만 이 거리가 정확히 맞게 설치되지 않으면 톤암의 오버행 맞추기는 불가능해진다.

그럼 여기서 문제를 하나 풀어보자. 레가 RB300 톤암의 유효길이는 237mm이고 오버행은 15mm다. 이 두 가지 수치만으로 레가 톤암의 피봇에서 스핀들까지의 거리를 알 수 있다. 표를 보면 되지 그걸 왜 찾아내야 하느냐고 생각할 수 있다. 표를 보면 값을 알 수 있지만 유효길이와 오버행의 개념을 정확히 이해했다면 어렵지 않게 피봇에서 스핀들까지 거리를 알 수 있다. 가만히 생각해보자. 유효길이란 톤암 축에서 카트리지 바늘 끝까지 거리라고 했다. 오버행은 플래터의 중심인 스핀들에서 카트리지 바늘 끝까지 거리다. 그렇다면 피봇에서 스핀들까지 거리는 간단하게 알아낼 수 있다. 유효길이에서 오버행을 빼면 바로 피봇에서 스핀들까지 거리가 되는 것이다. 반대로 피봇에서 스핀들까지 거리에 오버행을 더하면 유효길이가 된다. 이제 톤암 스펙에서 이해할 핵심적인 내용은 다 이해한 셈이다.

톤암 데이터 항목 중 관심을 가지고 볼 것으로는 카트리지 웨이트(Cartridge Weight)와 유효질량이 있다. 카트리지 웨이트는 장착할 카트리지의 무게 범위를 나타낸다. 마지막으로 보아야 할 항목은 유효질량(Arm Mess)으로 톤암이 움직일 때 얼마나 무거운가를 나타내는 수치다. 유효질량이 바로 하이 매스 톤암, 로 매스 톤암이라고 분류하는 기준이 되는 수치다. 보통 10~13 정도의 수치가 중간이고, 10 이하는 로 매스 톤암, 15 이상은 하이 매스 톤암으로 분류한다. 앞에서 말했듯 로 매스 톤암에는 컴플라이언스가 큰 카트리지가 어울리고 하이 매스 톤암에는 컴플라이언스가 작은 카트리지가 어울린다. 이 수치와 톤암에 장착될 카트리지의 컴플라이언스 수치로 공진 주파수를 찾아낼 수 있는 것이다.

 

 

톤암 스펙에 맞는 전용 오버행 게이지 만들기

 이제 톤암 스펙을 가지고 간단히 전용 오버행 게이지를 만들어 보자. 우선 하얀색 종이에 컴퍼스를 찍어서 ①번과 같이 반지름 3.6mm의 작은 원과 반지름 145mm의 큰 원을 그린다. 레코드 크기와 똑같게 하려면 반지름을 150mm로 해야 하는데 이렇게 하면 너무 커서 코팅할 때 문제가 된다. 그래서 조금 작게 그리는 것이다. 이제 ②번과 같이 이 원의 중심에서 바깥쪽으로 하나의 직선을 긋는다. 그 다음은 ③번 그림처럼 이 직선에 평행하게 3mm 간격으로 서너 개의 직선을 더 그린다. 이제 전용 오버행 게이지를 만들 준비가 다 되었다.

사용하고자 하는 톤암의 스펙을 위 사이트에서 검색한다. 그러면 맨 우측에 널 포인트(Null Point)라는 항목이 보인다. 여기에 수치가 두 개 보일 것이다. RB300의 경우를 예로 들면 60.0/114.7이라는 수치가 표시되어 있다. 맨 처음 원의 중심에서 바깥쪽으로 그린 직선을 떠올리자. 그 직선에 자를 대고 원의 중심에서 60.0mm 되는 지점과 114.7mm 지점에 작은 표시를 한다. 그런 후에 ④번과 같이 표시된 두 지점에 처음에 그려진 직선과 직각이 되게 10mm 길이로 직선을 그려 넣는다. 그러면 두 지점에 + 표시가 생기게 된다. 이제 전용 오버행 게이지가 완성된 것이다. 원을 따라 가위로 오린 후 문구점에 가져가서 코팅을 하고 원의 중심에 반지름 3.6mm 부분의 작은 원을 칼로 오려내면 완벽한 RB300 전용 오버행 게이지가 된다.

전용 오버행 게이지 제작 순서

반지름 3.6mm와 145mm의 원을 그린다.

 

원의 중심에서 직선을 그린다.

 

직선 앞으로 3 mm   간격으로 평행하게 직선을 그린다.

 

톤암 스펙에 나온 널 포인트 수치를 원의 중심부터 재서 표시한다. 직선과 직각이 되게 표시해서 십자가가 생기게 한다. → 문방구에 가서 코팅한다. → ( RB 300의 널 포인트 60.0/114.7)

 

오버행 게이지의 사용은 아주 간단하다. 세팅 편에서 밝혔듯이 플래터에 꼽은 후 직각으로 교차된 두 지점 A와 B에 카트리지 바늘 끝이 놓여지게 한다. 카트리지의 앞면과 평행하게 그려진 직선이 아무런 각을 이루지 않게 카트리지를 앞뒤로 이동시켜서 맞추기만 하면 된다. 코팅 재질이 비닐 계열이라 이 판을 그대로 안티스케이팅 맞추는 판으로 사용할 수 있다. 코팅 용지가 투명 아크릴 재질보다 레코드의 재질에 더 가까운 재질이라 좀 더 정확하게 안티스케이팅을 맞출 수 있다.

오버행 게이지를 플래터의 스핀들에 끼우고 플래터가 돌도록 턴테이블을 가동한다. 침압을 맞춘 카트리지를 두 십자가 사이 중간쯤에 내려놓는다. 이때 톤암이 스핀들 쪽(안쪽)으로 흐르면 안티스케이팅을 더 주어야 한다. 만약 톤암이 원의 바깥쪽으로 흐른다면 안티스케이팅이 너무 많은 것이니 줄여야 한다. 톤암이 안으로도 밖으로도 흐르지 않으면 제대로 안티스케이팅이 맞춰진 것이다.

톤암을 장착하고 들어내는 일을 어렵지 않게 하는 아날로그 마니아도 어려워하는 것이 있다. 무엇이냐 하면 헤드셸 안에서 카트리지와 톤암을 연결해주는 셸 리드선1)을 만드는 것이다. 길이가 손가락 마디 하나에 불과한 작은 케이블이다. 크기도 작고 별것 아닌 것처럼 보이지만 음질에 미치는 영향은 상당하다. 기성 제품을 사서 쓰면 간단하지만 음질이 좋은 제품은 값이 만만치 않다. 기만 원짜리는 음질이 썩 시원치 않다. 간단하게 만들면 될 것 같다는 생각이 들기 쉽다. 선재야 비싼 은선으로 해도 네 가닥 다해봐야 10cm면 충분하니 비용도 얼마 들지 않을 것 같다. 그런데 막상 제작을 할라치면 커넥터를 구하기가 쉽지 않다. 그래서 아날로그 꽤나 하는 고수들도 이 작은 셸 리드선은 만들어 쓰지 못하는 형편이다.

 

솔리톤 카트리지 리드선 음질은 확실히 좋은데 값이 만만치 않다.

 

나도 이 커넥터를 구하려고 오랜 시간동안 백방으로 찾아보았으나 마땅한 커넥터를 찾지 못했다.2) 그러다가 최근 모 사이트에 올라온 글을 보고 커넥터를 쉽게 구할 수 있는 방법을 알았다. 의외로 답은 가까운 곳에 있었다. 집안에 굴러다니는 고장 난 컴퓨터에서 손쉽게 구할 수 있는 것이었다. 컴퓨터의 패러럴 포트 암 단자 속에 있는 클립을 빼면 되는 것이었다. 다음 페이지 사진에서처럼 고장 난 컴퓨터 메인 보드의 패러럴 단자 뒷부분을 떼어낸다. 그런 후에 핀셋 같은 것으로 당기면 손쉽게 클립이 암 단자에서 빠져 나온다. 빠져 나온 단자를 필요한 부분을 잡고 구부렸다 폈다하면 자연스럽게 잘라진다. 메인 보드 하나면 약간의 수고만으로 수십 개의 셸 리드선 커넥터 단자를 얻을 수가 있다. 이 커넥터는 거의 공짜로 구할 수 있다는 장점이 있는 반면에 길이가 긴 편이라 부드러운 선재를 사용해서 제작하는 것이 좋다.

 

컴퓨터 패러럴 포트 암 단자

 

셀 리드선용 커넥터

 

컴퓨터 보드의 커넥터가 길어서 다소 불편하다면 청계천 부품상가 핀 단자 파는 곳에서 적당한 커넥터를 구하는 방법도 있다. 우측 사진의 좌측이 컴퓨터 패러럴 단자에서 빼낸 커넥터이고 중앙에 있는 커넥터가 청계천에 구한 핀 단자에 은도금을 한 것이다. 사진의 우측에 있는 커넥터는 오디언(Audion.co.kr)이라는 사이트에서 공동 제작한 것이다. 이 커넥터는 셸 리드선 단자로만 사용되지 않고 톤암 내부의 케이블을 교체하는 업그레이드에도 사용할 수 있다. 아주 작은 커넥터지만 적은 비용으로 소리를 좋아지게 하는데 아주 요긴한 부품이다.

 

 

[네이버 지식백과] (최윤욱의 아날로그 오디오 가이드, 2010. 5. 4., 최윤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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