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P 구입에 대하여
‘아이네 클라이네 나흐트무지크(Eine Kleine Nachtmusik)’ 솔직히 이런 곡을 들을 일은 거의 없다. 내가 모차르트를 자주 듣지 않아서 그렇기도 하지만 너무 대중적으로 알려진 곡이다 보니 오디오 마니아들은 잘 듣지 않는 곡이다. 3년째 바이올린 레슨 받는 딸내미가 연습곡이 ‘아이네 클라이네 나흐트무지크’라면서 틀어달라는 것이다. 명색이 오디오 한다고 하는데 그 흔한 레퍼토리도 없다면 아빠를 놀릴 게 뻔하다. LP장을 한참 뒤져 라이선스 음반을 찾았다. 이 한 장의 라이선스 음반 덕분에 바이올린 배우기의 기본은 많이 듣는 것이라고 강조해온 아빠의 체면을 지킬 수 있었다.
레코드를 얹고 딸과 같이 소리가 나오길 기다렸다. 누구나 들어보았을 낯익은 선율이 흘러나온다. LP 생산을 그만둘 무렵에 구한 민트급 음반이라서 잡음이 전혀 없는 깨끗한 소리가 난다. 잡음 없는 LP 소리를 들으면서 문득 드는 생각은 굳이 수입반이나 원반을 고집할 필요가 있을까 하는 것이다. 평소 자주 듣는 음반 대부분은 중고 수입반이다. 자연스럽고 깊은 맛을 주지만 음질은 지글거리는 잡음과 틱틱거리는 정전기로 좋지 못한 것이 많다. 몇 만원씩 주고 잡음 나는 레코드를 들어야 하는가에 대한 회의가 든다.
그나마 다행은 아날로그 열풍으로 국내에 수입반이 넘쳐나면서 가격이 많이 내렸다. 희귀반이나 명반이 아니면 수입반도 비싸지 않은 값에 쉽게 구할 수 있다. 이렇게 수입반이 홍수를 이루면서 클래식 라이선스 음반 거래는 거의 자취를 감췄다. 이런 이유로 라이선스 음반은 민트급이 아니면 중고로 팔 생각을 하기 힘들어졌다. 이에 비해 유명한 레퍼토리의 수입 반은 아직도 비싸다. 거기다 전 소유자가 많이 들었을 것이기에 음반 상태가 좋지 않을 가능성이 크다.
이에 비해 라이선스 반은 상대적으로 깨끗하고 가격도 훨씬 저렴하다. 조금만 노력을 기울이면 아주 좋은 값에 아주 깨끗한 라이선스 반을 구입할 수 있다. 명반으로 소문난 음반이라도 비싼 돈을 주고 사서 잡음을 들을 필요는 없다. 민트급 라이선스 반을 저렴하게 구입해서 즐기는 것이 현명한 선택이다. 라이선스 음반으로 충분히 들어보고 정말 마음에 드는 음반이라는 생각이 들면 그때 가서 고가 반을 구입해도 늦지 않다.
LP는 매장을 방문해 직접 고르면서 사거나 인터넷 쇼핑몰을 통해 구입할 수 있다. 다소 번거롭더라도 시간을 내 매장을 방문해서 구입하는 것이 좋다. 음반의 상태를 직접 확인할 수 있고 경우에 따라서는 시청해볼 수도 있기 때문이다. 인터넷을 통한 구매는 믿을 만한 사이트를 수소문해서 우선 시험적으로 소량을 구매해 상태를 확인하는 절차를 거치는 것이 좋다. 온라인 쇼핑몰을 통한 LP 구입은 구하기 어려운 음반을 찾을 때 검색을 통해 쉽게 찾을 수 있는 장점이 있다. 간혹 클래식 전문 숍에서 팝 음반을 싸게 팔거나 팝 전문 매장에서 클래식 음반을 싸게 파는 경우가 있다. 이런 횡재는 LP를 구입하면서 겪는 작은 즐거움 정도로 치부하고 기본적으로 제값 주고 산다는 자세로 쇼핑하는 것이 좋다.
인터넷 쇼핑몰 외에 장터를 통한 개인 간 직거래로 LP를 구입할 수도 있다. 직거래 장터는 매장이나 쇼핑몰보다 가격이 저렴한 장점이 있는 대신에 판매자에 대한 확인과 LP를 고르는 안목이 필요하다. 가장 활발한 장터로는 소리전자(soriaudio.co.kr)의 음반 장터인데 하루에도 수백 건의 매물이 올라온다. 좋은 음반을 값이 싸게 구할 수 있는 곳이지만 버려야할 판을 사게 되는 위험도 있는 곳이다. 좋은 매물은 판매 글이 올라온 지 얼마 지나지 않아 거래가 완료된다. 세상에 다 좋은 것은 없듯 좋은 음반을 싸게 사려면 수시로 음반 장터를 지켜보고 있어야 하는 불편을 감수해야 한다. 간혹 음반 상태가 좋지 않은 매물도 있어서 신뢰할만한 판매자에게 구입하는 것이 좋다. 국악음반에 관심이 있는 사람들이 요즘 늘고 있는데, 국악음반은 전문매장이나 온라인 숍에서 가격이 계속 오르고 있는 추세다. 소리전자 음반장터나 황학동 헌책방, 인터넷 중고서점을 이용하면 좀더 싼 값에 구할 수 있다.
LP 보는 방법과 세척
LP는 중고 구입이 대부분이라 살 때 처음 상태가 중요하다. 아래의 사진과 같이 왼손으로 재킷을 잡고 오른손으로 LP를 꺼낸다. 두 손으로 LP를 잡고 앞뒷면의 상태를 본다. 심한 상처나 스크래치는 이 때 발견할 수 있다. 이 과정을 통과했으면 불빛에 비스듬하게 비춰본다. 그러면 위에서 보았을 때 보이지 않던 작은 스크래치도 잘 보인다. 사실 이 과정이 더 중요하다. 몇 번의 시행착오를 거치다 보면 보는 안목이 생긴다. 잘 알려져 있지 않지만 판을 많이 들었는지 파악하는 방법이 있다. LP를 턴테이블에 얹기 위해서는 중앙에 난 구멍을 사용하게 된다. 레코드 중앙의 구멍 부근에 플래터의 스핀들이 접촉한 흔적이 있는지 보는 것이다. LP의 라벨은 대부분 종이 재질이라서 금속인 스핀들에 닿게 되면 흔적이 남는다.
이런 과정보다 중요한 것은 실제로 소리를 들어보는 것이다. 요즘 LP 매장에는 턴테이블과 헤드폰을 구비해서 간단히 들어볼 수 있도록 해놓은 곳이 많다. 외관이 아주 깨끗해도 실제 들어보면 잡음이 심한 경우가 많기 때문에 시청이 가능하면 들어보는 것이 좋다. 외관에 아무 문제가 없어도 너무 많이 플레이한 음반은 지글거리는 잡음이 지속적으로 끊임없이 들린다. 먼지가 낀 것은 레코드 클리너를 통해서 상태를 호전시킬 수 있지만 사용을 많이 해서 잡음이 나는 경우는 방법이 없다. 이런 음반은 수명이 다한 것이기 때문에 전문적인 LP 클리닝 장비를 사용해도 상태를 호전시킬 수 없다. 버리거나 장식용으로 사용하는 것이 최상이다. 말이 나온 김에 레코드 클리너에 대해서 알아보자. 전문 장비는 기십에서 기백 만원이 넘어 입문자가 구입하기에는 부담이 있다. LP 판매점에 레코드 클리너가 있다면 클리닝 서비스를 받는 것이 좋다. 저렴하면서 나름 효과가 있는 제품으로는 손으로 작업하는 디스크 워셔(Disc Washer) 제품을 추천할 만하다.
집에서 간단히 레코드를 청소하는 방법이 있다. 세탁기보다 손빨래가 힘들긴 해도 때가 속 시원히 빠지듯 손으로 세척하는 것이 귀찮고 힘들지만 가장 확실하다. 종이 재질의 라벨을 보호하기 위해 일명 라벨 보호기(UFO)라고 부르는 장비를 구입하는 것이 좋다. 사진처럼 라벨 양면에 대고 나사를 조이면 라벨이 물에 젖지 않는다. 대야에 미지근한 물을 붓고 중성세제 몇 방울을 떨어뜨린 후 UFO를 장착한 LP를 10분 정도 담가 둔다. 빳빳한 페인트용 붓이나 끝이 아주 가는 칫솔에 주방용 세제를 묻혀 소릿골 결을 따라서 대고 문지른다. 구석구석 거품을 내면서 문지른 후 샤워기를 이용해 헹궈주면 된다.
세탁기에서 세탁이 끝난 옷을 꺼내지 않고 그대로 두면 상하듯 세척한 LP도 반드시 물기를 말려줘야 한다. 물기가 남아 있는 채로 비닐 속지에 넣게 되면 곰팡이가 생기게 된다. 물기가 남아있는 LP는 극세사나 융으로 된 천으로 물기를 훔치고 바람이 잘 통하는 그늘에 30분 정도 두면 물기가 다 마른다. 판이 여러 장일 때는 판과 판 사이가 밀착되지 않고 약간의 간격이 있어야 그 사이를 통해 물기가 증발된다. 이렇게 건조까지 끝났다고 원래 속지에 그대로 넣으면 안 된다.
LP를 판매하는 인터넷 쇼핑몰에서 새 속지를 쉽게 구할 수 있다. 샤워하고 나서 입던 속옷이 아니라 새 속옷으로 갈아입듯 새 속지에 세척한 판을 넣어야 한다. 헌 속지에 넣으면 속지에 남아있던 먼지가 세척이 끝난 깨끗한 판에 다시 달라붙기 때문이다. LP를 직접 세척해보면 열 장만 넘어가도 무척 힘이 든다. 좋아하는 판이나 어렵게 구한 판인데 상태가 좋지 않은 것들을 따로 모아두었다가 한꺼번에 하는 것이 좋다.
LP 관련 액세서리
이제 LP를 턴테이블에 얹어 음악을 듣는데 필요한 액세서리에 대해 살펴보자. 우선 LP가 얹어지는 플래터를 살펴보자. 대부분의 플래터는 금속재질이라 매트가 깔려져 있는 경우가 많다. LP가 직접 접촉하는 것은 플래터가 아니라 매트인 셈이다. 기본으로 깔려져 있는 오리지널을 사용하는 것이 무난하지만 음질 개선을 원한다면 교체를 시도해보는 것도 좋다. 제일 흔한 고무 매트는 소리를 차분하게 하는 면이 강한 반면에 다소 흐릿하고 멍청한 느낌을 준다. 우레탄 매트는 고무보다 음을 흐릿하게 하는 단점이 적지만 전체 경향은 비슷하다.
천연 재질의 펠트 매트는 음을 흐릿하게 만들지 않으면서도 자연스러운 음색을 내서 가장 사랑받는다. 탄소섬유인 카본을 사용한 매트는 여운을 고급스럽게 만들면서 전체적으로 밸런스가 좋아서 높은 평가를 받는다. 카본 매트는 장점이 많지만 가격이 비싼 것이 흠이다. 드물게 코르크 같은 재질을 사용한 매트도 보이는데 나무 느낌의 음색이 특징이다. 매트 선택에서 유의해야 할 점은 매트의 면이 평평한지 요철을 두었는지 살피는 것이다. LP와 접촉하는 면적을 줄이기 위해서 요철을 두게 되면 고음의 해상력이나 섬세함은 좋아지지만 저음의 양이 줄어들 가능성이 있다는 것을 잊어서는 안 된다.
이제 LP를 플래터에 얹는 과정을 살펴보자. LP 보는 방법과 세척에서 보는 것처럼 왼손으로 재킷을 잡고 오른손으로 LP를 꺼낸다. 듣고자 하는 면을 위로 가게 플래터에 얹는다. 스태빌라이저가 있다면 플래터의 스핀들에 끼우면 된다. 스태빌라이저는 LP 재생에 꼭 필요한 장비는 아니지만 음질을 개선시킬 수 있는 유용한 액세서리다. 스태빌라이저는 LP를 플래터에 밀착시키고 플래터의 관성 질량을 늘려서 회전 안정성을 좋게 해준다. 이런 이유로 스태빌라이저를 사용하면 음이 차분해지면서 안정감이 생긴다. 또한 스태빌라이저의 재질에 따라 음색도 재미있게 변한다.
알루미늄 같은 금속 재질은 화사한 광채를 느끼게 하고 목재는 은은한 나무 느낌이 난다. 스태빌라이저 사용에 있어서 주의할 것이 있다. 아무 턴테이블이나 스태빌라이저를 사용할 수 있는 것은 아니다. 플로팅 턴테이블로 분류된 제품에는 스태빌라이저 사용에 신중을 기하는 것이 좋다. 이유는 스태빌라이저의 무게가 추가되면 톤암과 플래터를 받치는 스프링에 부담을 줄 수 있기 때문이다. 플로팅 턴테이블에서 스태빌라이저를 사용하고 싶다면 200g이하의 가벼운 제품을 사용하는 것이 좋다.
스태빌라이저를 얹었다면 이제 턴테이블의 스위치를 켠다. 그러면 플래터가 돌기 시작할 것이다. 카본 브러시를 아래의 사진과 같이 레코드의 소릿골 있는 부분에 접촉시킨다. LP가 돌면서 표면에 있는 먼지가 카본 브러시에 모이게 된다. 두세 바퀴 정도 돌고 나면 카본 브러시를 앞으로 천천히 직선으로 이동시킨다. 이 과정을 통해 LP 표면에 있던 큰 먼지와 머리카락 같은 이물질이 어느 정도 제거된다. LP 표면의 정전기를 줄여주는 효과도 있어서 아주 깨끗한 판이 아니라면 이 과정을 거치고 음악을 듣는 것이 좋다.
정전기는 레코드 재생 중에 불규칙하게 ‘탁~’하는 파열음을 내면서 방전된다. 이 소리를 줄여준다는 정전기 방지제가 있다. 스프레이 타입으로 뿌려주는 제품은 정전기는 줄지만 스프레이 잔유물이 레코드 표면에 남아 문제를 일으킬 수 있다. 이런 이유로 스프레이식 정전기 방지제는 사용하지 않는 것이 좋다. 조금 불편하지만 전용 박스에 넣고 솔 같은 것으로 레코드 표면을 문질러서 정전기를 방전시키는 장치도 있다. 이런 처리를 하고 들어보면 정전기가 방전되는 ‘탁~’하는 소음도 없어지고 음질도 한결 차분해지고 정숙해진다. 가격이 싸진 않지만 효과는 분명히 있다. 다만 매번 처리를 해줘야 하는 번거로움을 감수할 각오를 하고 구입해야 한다.
정전기 방지 장치 중에는 지속적으로 돌고 있는 레코드 표면에 이온을 방사시켜 방전시키는 장치도 있다. 흔적도 남지 않고 소리도 정전기가 줄고 좀 더 차분해진 음질을 즐길 수 있지만 상대적으로 가격이 비싸다. 장시간 과도하게 이온을 방사하면 시청실 안에 있는 사람의 폐에 자극이 될 수도 있으니 장시간 사용은 피하는 것이 좋다. 권총식으로 LP를 향해 발사하는 방식의 제로스타트(ZeroStat)라는 제품도 있는데 앞서 언급한 제품보다 효과가 약한 편이다.
레코드를 카본 브러시로 청소를 해주듯 바늘도 수시로 청소를 해 줘야 오래 사용할 수 있다. 카트리지 편에서 이야기한 것처럼 다이아몬드로 된 바늘도 수백시간 이상 사용하면 닳아서 수명이 다하게 된다. 바늘의 수명은 어떤 환경에서 사용했느냐에 따라 달라진다. 먼지가 많고 더러운 상태에서 플레이 하면 잡음이 많아지면서 다이아몬드의 마모도 더 빠르다. 바늘은 수시로 청소해줄 수록 잡음이 적은 소리를 내고 수명도 연장된다. 바늘 청소용 도구는 무수 알콜을 이용한 제품이 주를 이룬다. 무엇보다 수시로 자주 바늘을 닦아주는 것이 중요하다.
바늘을 청소하는 방법은 앞 페이지 그림처럼 카트리지 아래쪽 뒤에서 앞으로 쓸어 당기듯 해야 한다. 앞에서 뒤로 밀거나 좌우로 터는 것은 캔틸레버를 부러트릴 위험이 있어서 절대로 해서는 안 된다. 쉽고 편리하게 바늘을 청소하기 위한 도구도 있다. 제로 더스트(Zero Dust)라는 제품이다. 이 제품을 바늘 아래에 놓고 헤드셸 손잡이를 잡아 바늘이 창포 묵처럼 말랑거리는 표면에 꼭 찍히도록 내렸다 올리면 된다. 제로 더스트의 표면이 많이 더러워졌을 때는 간단히 물로 씻으면 새것처럼 다시 사용할 수 있다. 스타일러스 크리너는 큰 먼지 제거에 효과적이고 제로 더스트는 미세먼지 제거에 효과적이다. 미세 먼지가 쌓이다 보면 바늘 주위에 단단하게 치석처럼 달라붙게 된다. 이를 방지하기 위해서는 제로 더스트를 사용해서 수시로 바늘을 청소해주는 것이 좋다.
카트리지 세팅 액세서리
카트리지를 톤암에 장착하기 위해 필요한 액세서리도 살펴보자. 오버행 게이지는 카트리지를 장착할 때 오버행을 정확히 맞추기 위한 기구로, 톤암에 따라 전용기구를 사용하는 것이 원칙이다. 사용하는 톤암 전용의 오버행 게이지가 없을 경우에는 간이로 이 책에서 제시하는 대로 만들면 된다. 스코프는 구식 형광등이나 백열등 아래서 보면 플래터의 속도를 간단히 확인할 수 있는 액세서리로, 이 책에서 부록으로 제공한다. 수평계도 턴테이블 세팅에 꼭 필요한 액세서리다. 비싸지 않으니 하나쯤 구비해 두는 것이 좋다.
침압을 재는 침압계도 구비하는 것이 좋다. 전자 침압계는 편리하긴 하지만 가격이 비싸고 가끔 오작동 하는 경우가 있다. 슈어의 시소식 침압계가 오작동 염려도 없고 가격이 싸서 추천할 만 하다. 슈어 침압계 사용법을 간단히 살펴보자. 좌측에 이동이 가능한 추를 원하는 침압 숫자에 위치시킨다. 그 다음 우측 끝부분에 파진 홈에 바늘을 내려 시소가 수평을 이루면 원하는 만큼 침압이 주어진 것이다. 좌측의 눈금이 1.5g까지 밖에 없어서 그 이상의 침압은 어떻게 재라는 것인지 궁금할 것이다. 예를 들어 2g의 침압을 주고 싶으면 좌측의 추를 1g에 위치시키고 바늘 끝을 우측의 안쪽에 있는 눈금에 내려서 수평이 되면 정확히 2g의 침압이 가해진 것이다. 이유는 간단하다. 시소의 원리로 안쪽 눈금에 바늘을 내리면 좌측의 침압 수치가 두 배가 되기 때문이다.
카트리지 장착에 꼭 필요한 것은 아니지만 음질을 변화시키는 액세서리도 있다. 대표적인 것이 카트리지와 헤드셸 사이에 끼워 넣는 카트리지 댐퍼다. 댐퍼는 보통 사진에서 보는 것처럼 작은 판자에 나사 구멍이 나 있는 형태가 대부분이다. 이 작은 댐퍼가 과연 음질을 변화 시킬 수 있을까 하는 의구심이 들 것이다. 실제로 사용해보면 소리에 나무 느낌의 음색이 베어 나온다. 카트리지와 헤드셸 사이에 끼워지는 댐퍼에서 발전해서 좀더 적극적으로 소리를 변화시키고자 개발된 것이 목재 헤드셸과 카트리지 바디다.
아래 사진의 오른쪽은 데논 DL-103 카트리지용 목재 바디로 DL-103 카트리지의 외피를 제거하고 카트리지 본체만 끼워 넣어 사용할 수 있게 만든 제품이다. 재미있는 사실은 같은 모양의 목재 바디지만 목재의 종류에 따라 음색이 약간씩 달라진다는 점이다. 본인의 취향에 따라 다양한 음색을 즐길 수 있다. 외국의 제품도 있지만 최근 국내 제품이 좀더 저렴한 가격으로 출시되었다. 알뜰하게 아날로그를 즐기고자 하는 사람들에겐 반가운 소식이다.
레코드는 수직으로 세워 보관하는 것이 원칙이다. 전용 LP랙이면 좋지만 일반 책장도 사이즈만 맞으면 사용하는 데 아무런 문제가 없다. 깊이가 30cm 정도이고 높이가 32cm 이상이면 LP장으로 사용할 수 있다. 가로로 LP를 보관하는 것은 권하지 않는다. 부득이하게 그렇게 할 수밖에 없다면 난방이 들어오지 않는 평평한 바닥에 열장을 넘지 않는 수준으로 쌓아 보관하는 것이 좋다. 가로로 보관하거나 심하게 비스듬하게 보관하면 판이 휘어질 가능성이 높아진다.
쉽게 구할 수 있는 판이라면 괜찮은데 아끼는 판이나 구하기 힘든 판이라면 상심이 클 수밖에 없다. 휘어진 판을 펴는 디스크 플래터라는 전문 장비가 있지만 가격이 100만원을 넘는다. 판 한두 장 펴자고 비싼 기기를 살 수는 없다. 풍문으로는 유리판 사이에 판을 끼우고 뜨끈뜨근한 아랫목에 무거운 책으로 눌러 놓으면 된다고 하는데, 온도가 낮으면 아예 펴지질 않고 온도가 너무 높으면 판의 소릿골이 물러져 상하기 쉽다.
이 문제로 고민을 하다 처음 찾은 방법이 핫플레이트라는 온도조절 기능이 있는 전열기구를 사용하는 것이었다. 핫플레이트의 온도를 70℃에 맞추고 그 위에 유리판 사이에 휜 LP를 끼워 올려놓았다. 약간의 무게를 주기 위해 두꺼운 책을 올려 두고 하룻밤을 보낸 다음 꺼내 보니 휘어진 부분이 꽤 평평하게 펴졌다. 핫플레이트도 온도가 예민하게 조절되는 제품이라면 중고로 사도 10만 원 정도 주어야 한다. LP 몇 장 펴자고 핫플레이트를 따로 산다는 건 비효율적이다. 집에서 흔히 사용하는 가정용품 중에 마땅한 것이 있을까 찾다가 용도에 딱 맞는 제품을 발견했다.
자동으로 온도조절이 되는 가정용 전기 찜질기다. 보통 전기를 사용하는 전기 찜질기는 온도조절 스위치가 있다. 약, 중, 강 세 단계로 조절하게 되어 있는 제품은 ‘중’에 놓고 그 위에 온도계와 유리판을 얹고 가벼운 솜이불로 덮어준다. 30분 정도 지난 후 이불을 젖히고 온도계의 온도를 살핀다. 보통 70℃ 정도가 최고 온도인데 간혹 80℃까지 올라가는 제품도 있으니 꼭 온도를 확인해야 한다. 유리판 온도가 70~72℃로 맞추어졌으면 유리판 사이에 휜 판을 넣고 무거운 책으로 눌러준 다음 8시간 정도 이불을 덮어둔다.
몇 번에 걸친 실험을 통해 확인한 것은 온도가 65℃ 정도에서는 판이 거의 펴지지 않고 75℃가 넘어가면 판이 흐물흐물해지면서 손상되었다. 이상적인 온도는 70~72℃였으며, 8시간에서 10시간 정도 눌러주면서 가열했을 때 효과가 좋았다. 전기 찜질기는 정상적인 제품이면 국산이더라도 자동으로 온도가 조절되기 때문에 필요 이상으로 온도가 올라가지 않는다.
온도가 숫자로 써진 전기담요 같은 제품은 온도 다이얼을 70℃에 맞추고 유리 사이에 판을 넣고 책같이 무거운 것으로 누른 후 담요나 얇은 이불로 전체를 덮어준다. 실제로 해보면 휘어진 부분이 100% 회복되지는 않고 대략 70% 정도 회복된다. 이 정도만 회복되어도 턴테이블에 얹어 음악을 감상하는 데 아무 문제가 없다. 집에 전기 찜질기가 없다면 어깨나 허리가 결릴 때 찜질기로 사용하거나 추울 때 전기방석으로 쓰자고 이야기하고 구입하면 아내도 좋아할 것이다. 물론 아내 몰래 가끔 휘어진 판을 펴는 기구로도 사용하고 말이다.
카트리지를 정확하게 세팅하고 싶다면 ‘TEST LP’를 구입하는 것이 좋다. 테스트 LP는 채널확인부터 안티스케이팅, 애지무스 등을 정확하게 조정할 수 있게 다양한 신호가 수록되어 있다. 보통 ‘HIFI NEWS’에서 출시한 LP를 사용하는데 가격이 만만치 않다. 슈어에서 나온 테스트 LP가 가격이 저렴하고 구입도 쉬운 편이다. 국내 구입이 힘들면 이베이에서 어렵지 않게 구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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