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노 레코드를 즐기기 위한 Graham Slee Jazz Club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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누구나 처음은 스테레오 레코드를 듣는 것으로 아날로그를 시작한다. 음악에 깊이 빠지다 보면 좋아하는 연주자가 하나둘 생기기 시작한다. 연주자가 60년대 이후에 활동했다면 문제가 없는데 60년대 이전이면 스테레오가 탄생하기 전 시대다. 어쩔 수 없이 모노 레코드를 구해 감상하는 수밖에 없게 된다. 대부분 이런 식으로 모노 사운드에 빠지게 된다. 모노 사운드가 고리타분하고 답답할 것 이라는 선입견과 달리 실제로 들어보면 모노 사운드도 나름의 매력이 있다. 일부러 모노 레코드를 구해 모노 사운드를 즐기려고 애쓸 필요는 없지만, 1958년 이전에 활동한 연주자의 앨범을 구해서 즐기고 싶다면 과감하게 아날로그 모노 시스템을 갖추라고 권하고 싶다.
모노 레코드는 스테레오와 달리 소릿골이 좌우로만 새겨져 있다.1) 따라서 좌우의 진동만 감지하도록 설계한 모노 카트리지를 사용해야 제대로 소리를 뽑아낼 수 있다. 또한 모노 레코드는 소릿골 크기가 스테레오보다 두 배 정도 넓다. 스테레오용 카트리지 바늘이 17µm의 크기인데 모노 카트리지의 바늘은 대부분 25µm 큰 다이아몬드 바늘을 사용한다. 좀 더 자세히 살펴보면 1958년 이전에 발매된 모노 레코드는 확실히 25µm의 큰 바늘에 맞게 큰 소릿골로 제작되었다.2)
그러나 이 모노 음원을 재발매하는 경우에는 소릿골의 크기를 최근 스테레오 카트리지 바늘 크기에 맞춰 제작하는 것이 일반적이다. 예를 들어 1980년대에 1958년 이전 모노로 녹음한 음원을 레코드를 재발매한다고 생각해보자. 대다수의 소비자들이 바늘이 작은 스테레오 카트리지를 사용하고 있을 것이다. 따라서 음반사에서는 모노 녹음이지만 원활한 재생을 위해 스테레오 바늘에 맞게 작은 소릿골로 제작할 수밖에 없다. 그래서 1960년대 이후에 발매된 모노 음원의 레코드는 보통의 스테레오 카트리지로 플레이해도 별 문제가 없다.
여기서 잠깐 생각을 정리해보자. 1958년 이전에 발매된 소릿골이 큰 모노 초판은 가격도 비싸고 구하기도 어렵다. 그에 비해 1960년대 이후에 소릿골을 작게 제작해서 스테레오 바늘에도 재생 가능하게 만든 모노 음반은 재반이라 가격도 싸고 구하기도 쉽다. 이런 점에 착안해서 데논 DL-102 같은 모노 카트리지는 바늘 크기를 스테레오 바늘과 같은 17µm로 작게 만들어 출시했다. 물론 소릿골을 추적하는 방식은 좌우 진동만 읽어들이는 모노 방식을 채택했다. 데논 DL-102는 1958년 이후에 재발매된 모노 레코드를 겨냥한 카트리지라고 할 수 있다. 이런 저런 상황을 종합하면 구입이 쉽고 상대적으로 가격이 싼 스테레오 시대에 나온 모노 음반을 통해 모노에 입문하는 것이 좋다. 이런 경우에 딱 들어맞는 카트리지가 바로 데논 DL-102다.
모노/스테레오 레코드와 모노/스테레오 바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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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노 레코드를 듣기 위해 모노 카트리지를 장만했다고 준비가 끝난 것은 아니다. 레코드에 소리를 효율적으로 심기 위해서는 저음을 줄이고 고음은 늘려야 한다는 것은 이미 앞에서 밝혔다. 그런데 그 기준이 1955년에 이르러서야 비로소 RIAA가 제시한 기준으로 통일된다. 그래서 1955년 이전에 나온 모노 레코드는 RIAA가 아닌 다른 기준으로 제작된 경우가 대부분이다. Decca 커브니 Columbia 커브니 하는 것이 바로 그것이다. 그래서 RIAA와 다른 규격으로 제작된 모노 레코드를 RIAA 규격으로 보정해서 들으면 이상하게 왜곡된 소리가 나오게 된다. 따라서 레코드 레이블에 따라서 다르게 제작한 커브를 제대로 맞춰 보정해주는 포노앰프가 필요하다.
문제는 기성제품으로 RIAA 외에 다양한 커브를 제대로 재생해줄 수 있는 포노앰프가 극히 드물다는 점이다. 아주 고가인 FM 어쿠스틱의 포노앰프와 보급기인 그람슬리의 재즈클럽이 있을 뿐이다. 그래서 재즈클럽에 관심을 가지고 시청해보았다. 스테레오 레코드를 재즈클럽에 연결해 RIAA로 세팅해 들었는데 솔직히 기대에 부응하는 소리가 아니었다. 앞서 소개한 포노앰프들에 비해 가격이 비싼 축에 드는데 소리는 결코 더 낫다고 할 수 없었다. 중음은 다소 부풀려져 있었고 고음은 산만하고 어수선했다.
재즈클럽은 전면에 있는 세 개의 토글스위치로 커브를 맞추게 되어 있다. 맨 우측에 있는 스위치는 저음을 녹음된 원 상태로 만들기 위해 부풀리기 시작하는 주파수대를 선택하게 되어 있다. 250Hz, 375Hz, 500Hz(RIAA) 세 가지로 선택이 가능하다. 중앙과 좌측에 있는 토글스위치로는 고음을 녹음된 원상태로 되게 하기 위해 10KHz부터 줄이기 시작할 때 줄이는 정도를 선택할 수 있다. 중앙과 좌측의 스위치를 조작해서 -5dB, -11dB, -13.7dB, -16dB 중 하나를 선택하면 된다. RIAA 규격은 이중 -13.7dB를 선택하면 된다. 매뉴얼을 살펴보면 알겠지만 모노 레코드 외에 다양한 SP 레코드의3) 커브도 지원하기 때문에 SP 레코드도 제대로 즐길 수 있다.
재즈클럽의 다소 거칠고 산만한 고음 때문에 RIAA 외에 다양한 규격의 커브에 대응이 가능하다는 장점에도 불구하고 선뜻 추천할 수 없었다. 그러다 우연히 데논의 모노 카트리지 D-102를 장착해 모노 레코드를 재즈클럽에 연결해 들을 기회가 생겼다. 첫 소리부터 내가 아는 재즈클럽이 맞나 싶을 정도로 완전히 다른 소리가 나왔다. 어수선하고 산만하던 고역은 적당히 절제되어 듣기 좋았다. 음색을 과도하게 부풀리던 단점도 모노에서는 적당히 듣기 좋게 들렸다. 무엇보다 스테레오 레코드 재생에서 약간 오버하던 모습이 모노 레코드 재생에서는 전혀 느껴지지 않았다. 같은 포노앰프인데 스테레오와 모노에서 다른 소리를 내는 이유는 무엇일까? 곰곰이 생각해보니 대략 두 가지로 요약이 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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첫째는 개발 단계부터 모노 레코드 재생을 전제로 제작했을 가능성이다. 모노 레코드만의 독특한 음색에 맞도록 음질 튜닝을 했기 때문에 모노로 들었을 때 적당한 밸런스와 듣기 좋은 음색을 들려주는 것일 것이다. 둘째는 데논의 모노 카트리지인 DL-102와 궁합이 좋아서일 것이다. RIAA 이외의 다양한 커브를 제공하는 포노앰프가 드물듯 모노 카트리지도 드문 편이다. 가격이나 구입 편이성을 따져보면 DL-102가 가장 무난하게 추천할 수 있는 모노 카트리지다. DL-102의 음질은 고음이 순하고 음색이 다소 심심하고 밋밋한 편이다.4) 여기에 다소 음색을 부풀리고 과장하는 재즈클럽과 조합이 좋은 결과를 가져온 것이다.
스테레오 레코드 재생에서는 음질이 그다지 자연스럽지 못했지만 데논 DL-102와 어우러져 들려주는 재즈클럽의 모노 사운드는 일품이다. 특히 RIAA 규격이 아닌 다른 커브로 녹음된 모노 레코드를 RIAA 규격만 지원하는 일반 포노앰프로 들으면 이상하게 왜곡된 소리를 들을 수밖에 없다. 모노 레코드에 사용된 커브를 찾아서 제대로 듣고자 한다면 사실 재즈클럽 말고는 대안이 없다. 재즈클럽은 모노 레코드를 상당량 소유하고 있고 이것을 제대로 즐기고 싶다면 꼭 사야 하는 포노앰프다.
Tip
턴테이블에 달린 톤암 케이블은 왜 다른 케이블보다 굵기가 가늘까?
케이블은 굵기가 굵어질수록 중심에 있는 심선과 심선을 둘러싸고 있는 실드까지의 거리가 멀어지면서 전기를 저장하는 성질이 커진다. 콘덴서의 용량을 나타내는 Q값이 커지는 것이다. 콘덴서 용량이 클수록 전기를 품고 있으려고 하는 성질이 강해진다. 카트리지에서 생성된 전기신호는 CD플레이어에서 나오는 전기신호보다 훨씬 미약한 전기다. 이런 미약한 전기는 전기를 품고 있으려는 성질이 큰 굵은 케이블을 통과하면 손실이 커진다.
그런 이유로 톤암 케이블은 대체로 일반 인터커넥트 케이블에 비해서 굵기가 가늘다.
[네이버 지식백과] 모노 레코드를 즐기기 위한 Graham Slee Jazz Club (최윤욱의 아날로그 오디오 가이드, 2010. 5. 4., 최윤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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