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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날로그의 다섯 번째 맛 - 하나 Umami Blue

by onekey 2024. 3. 14.

아날로그의 다섯 번째 맛

하나 Umami Blue

 

 

다섯 번째 맛

모든 감각은 서로 연결되어 있다. 음악을 듣는 것은 귀지만 단순히 청력으로만 규정할 수 없는 것이 음악을 들으면서 미각이 결합될 때나 온도, 습도의 영향에서 자유로울 수 없다. 어렸을 적 어느 날 하교하는 길, 비는 내리고 버스 안에서 우연히 들었던 노래 한 곡이 평생 잊을 수 없는 소리로 남는 것은 단순한 청각적 체험이 아니다. 그날의 날씨와 하교길의 풍경과 버스의 움직임과 그날의 기분 등 다양한 것들의 결합이 만들어낸 찰나의 순간적 감각의 총체다.

 

그 중 미각은 의식주 중 하나로 그리고 인간의 가장 원초적인 욕구인 식욕과 관련된다. 그리고 그 맛이란 단맛, 짠맛, 쓴맛, 신맛 등으로 나뉜다. 여기에 더해 또 하나의 맛을 더한다면 바로 감칠맛이라는 맛도 있다. 이를 제 5의 맛이라고도 하는데 이 맛은 뭐라 설명하기 힘든 맛이다. 맛을 느끼는 신경을 추적해서 뇌에서 인지하는 과정을 관찰한다고 해도 명확한 측정치로 나타내기 힘들지도 모른다. 그러나 이 감칠맛은 국물 요리 등에서 뭐라 형용하기 힘든 힘을 갖는다.

 

 

감칠맛을 소리에 대입해본다면 감칠맛이란 과연 어떤 느낌일까? 소리를 다른 감각에 비유할 때 우리는 거칠다, 부드럽다 혹은 따뜻하나 차갑다, 달콤하다 등 다양한 언어로 묘사하지만 감칠맛이라고 하면 머릿속에 떠오르긴 하지만 구체적인 음향 언어로 표현하기 굉장히 힘들다. 여기 한 카트리지 브랜드가 바로 이 다섯 번째 맛 ‘감칠맛’을 카트리지 모델명으로 들고 나왔다. 바로 ‘Umami’라는 이름이다. 그리고 이를 만들어낸 브랜드는 ‘Hana’라고 한다. 꽃(花, hana)이라는 이름의 브랜드에 출시한 감칠맛(旨味, umami)이라는 흥미롭지 않은가?

 

 

하나 카트리지

 

하나 카트리지는 아날로그의 왕국 일본에서 출발했다. 일본은 바야흐로 아나로그의 춘추전국 시대를 연 대표적인 나라로서 그 곳의 카트리지 브랜드만 해도 셀 수 없을 만큼 많다. 예를 들어 오디오테크니카, 나가오카 같은 대중적인 브랜드부터 다이나벡터, 라이라, 코에츠, 키세키, 에어타이트, 페이즈메이션 등이 생각난다. 과거나 지금이나 유럽의 이름 있는 브랜드 일부도 사실 그들이 만든 것 같지만 알고보면 일본 브랜드에 OEM 방식으로 주문해 만든 경우도 많을 정도로 일본의 정밀한 카트리지 제작 능력은 최고다.

 

 

그 줄기를 따라 올라가면 1970년 엑셀 사운드라는 곳을 빼놓을 수 없다. 이들 또한 당시 OEM 제작을 주로 맡아 다양한 카트리지를 제작했다. 대표는 마사오 오카다 상으로 이 외에 두 명의 장인들이 주요 멤버. 경력이 3~40년으로 명인의 경지에 오른 분들이라고 할 수 있다. 하지만 이후 명맥이 끊겼다가 2천 년대 아날로그 붐이 일어나면서 재기해 2015년부터 새로운 라인업을 개발, 정비 다양한 카트리지를 만들어내고 있다. 오래 전부터 자체 제작이 가능했던 브랜드이니만큼 현재도 자사 공장에서 모두 직접 카트리지를 만들어내고 있다.

 

 

라인업은 E, S, M 라인업부터 시작해 최상위 모델로 우마미 Red가 있다. 하위 모델부터 살펴보면 E 라인업은 타원형 스타일러스, S 라인업은 시바타 다이아몬드 스타일러스, M 라인업은 시바타 다이아몬드에 POM 덜린, 황동 하우징을 자랑한다. 정확히 체급별 차등 설계가 눈에 띄며 최상위 우마미 Red로 가면 보론 캔틸레버에 천연 누드 다이아몬드 스타일러스, 사마륨 코발트 마그넷과 고순도 구리 등 최상급 소재를 사용한다. 마지막으로 인간의 외이도 모양을 본딴 하우징은 흑단과 두랄루민을 두루 사용해 최적의 공진 제어를 이뤄내고 있다.

 

 

우마미 Blue

 

전 세계 하이엔드 카트리지 메이커들은 한 명의 장인의 손에 의지하고 있는 군소 메이커들이 많다. 예를 들어 벤츠 마이크로는 이미 설립자가 세상을 떠나면서 생산에 어려움을 겪고 있고 국내 수입도 힘들어진 상태다. 반덴헐은 설립자가 현존하지만 이젠 거의 은퇴한 상황이다. 다행히 후임들이 생산에 참여하고 있다. 과거 명성을 날렸던 고에츠의 경우 선대 스가노의 사망 이후 아들이 제작하고 있으나 이미 고령이다. 앞으로 어떻게 제작해나갈지 조금 걱정되는 마음도 있다.

 

이런 상황에서 하나 카트리지는 어떻게 보면 하이엔드 카트리지 마니아들에게 단비 같은 존재다. 특히 우마미 Red처럼 제대로 만든 카트리지의 출현은 두 손 들어 반길만한 일이었다. 그리고 우마미 Red는 보란 듯 성곡을 거두며 2막 1장을 준비했다. 그 결과물이 바로 우마미 Blue다. 전례를 찾기 힘들 정도로 고운 질감과 해상력 등 대량 생산되는 대중적 카트리지와 달리 고유의 음색은 물론 절정의 다이내믹스와 해상도, 대역폭을 양립했기에 가능한 일이다.

 

우선 바디는 오라클 바디 디자인으로 우마미 Red처럼 두랄루민을 소재로 사용해 CNC 정밀 가공 후 사용하고 있다. 모양은 우마미 Red와 동일한데 다름 아니라 인간의 외이 모양에서 영감을 얻은 디자인으로 아이디어가 참신하며 내부 구조와 절묘하게 결합한 모습이다. 한편 전면을 보면 하얀색 POM 소재 인레이가 박혀 있는데 이는 단순한 멋이 아니라 진동 감쇠를 위해 적용한 것으로 하나 카트리지의 로고가 멋지게 씌여 있다.

 

내부 설계는 이른바 ‘Open Air’ 무빙 코일 제너레이터를 기반으로 제작되었다고 한다. 좀 더 세부적으로 살펴보면 우선 누드 다이아몬드 스타일러스가 눈에 띈다. 마스터 래커 커팅에 사용되는 커팅 헤드의 스타일러스 수준 정밀도를 위해 마이크로라인 형태의 프로파일을 자랑하는데 카트리지 스타일러스 가공 형태 중엔 최상급이라고 할만하다. 한편 스타일러스가 메달린 캔틸레버의 경우 보론, 즉 붕소를 사용해 마이크로 다이내믹스 등 음질적인 부분을 위해 물성이 뛰어난 소재를 적재 적소에 사용한 모습이다.

 

한편 내부 코일 같은 경우는 고순도 구리선을 사용하다. 이를 퍼멀로이 아마추어에 수공으로 한 땀 한 땀 정교하게 감은 모습이다. 여기에 알니코 마그넷 제너레이터를 결합해 만들어진다. 이 외에도 아주 작은 공간 안에 세밀한 부분들까지 세심하게 신경 쓴 흔적이 역력하다. 예를 들어 후면 요크 및 출력 핀 모두 금도금 처리하고 마지막으로 극저온 처리를 통핸 신호 순도를 최대한 유지하고 있다.

 

 

셋업

 

카트리지는 디지털처럼 대충 전원케이블 등 케이블 연결하고 핸드폰이나 패드로 만지작거리는 걸로 세팅이 쉽지 않다. 스펙을 보고 그에 맞게 헤드셸에 장착한 후 포노앰프의 세팅도 모두 바꾸어 주어야한다. 우선 우마미 Blue는 15Hz에서 50kHz라는 광대역 재생이 가능하며 무게는 10.8g으로 가벼운 편이다. 코일 임피던스는 8Ω/1kHz으로 낮으며 로딩 임피던스는 80Ω을 추천하고 있다. 출력 전압은 0.4mV. 웬만한 톤암엔 모두 장착이 가능한 제원을 가지고 있다. 다만 포노앰프의 경우 80Ω 안팎의 임피던스를 지원하는 MC 대응 포노앰프가 필요하다.

 

 

필자는 이 카트리지를 메인 턴테이블인 트랜스로터 ZET-3MKII에 셋업했다. 한편 포노앰프의 경우 서덜랜드 PhD 포노앰프를 사용했다. 기존 다이나벡터 DV20X2 카트리지 대신 우마미 Blue를 장착하는 일이었다. 무척 오랫동안 듣고 있는 다이나벡터였기에 카트리지 교체로 인한 변화가 내심 꽤 기대되었다. 참고로 포노앰프의 게인 세팅은 68dB, 로딩 임피던스는 100옴으로 세팅했을 때 가장 적합한 볼륨과 대역 밸런스, 무대를 얻을 수 있었다. 한편 프리앰프는 클라세 CP-800MKII, 파워앰프는 패스랩스 XA60.5 모노블럭 그리고 스피커는 윌슨오디오 Sasha를 사용했음을 밝힌다.

 

청음

 

 

우선 게인을 최고조로 높이고 볼륨을 높여도 거의 잡음이 들리지 않을 정도로 깨끗한 재생음을 선보인다. 예를 들어 사라 K.의 ‘In the fall’을 재생해보면 사라 K의 목소리는 토널 밸런스가 모범적이어서 마스터 음원으로 들을 때와 진배없을 정도. 음정이야 기본적으로 트랜스로터 턴테이블의 와우&플러터 정확도에 기반을 두지만 대역 밸런스. 토널 밸런스의 왜곡 없이 깨끗하고 해상도 높은 사운드를 들려준다. 잡티 없이 맑고 순수한 소리로 스트레스 없이 몸으로 전해온다.

 

 

아마도 하나 카트리지의 가장 큰 덕목 중 하나는 표면 질감 표현이 아닐까? 빠르고 강력한 특성보다 음악에 빠져들게 만드는 하모닉스 표현이 매우 뛰어나다. 예를 들어 나그라 컴필레이션 엘피를 들어보면 이런 하모닉스 충실도가 어떤 것인지 몸소 체험할 수 있다. 색소폰 소리가 뒤로 안락하게 자리 잡고 풍부한 블로윙을 표현하는데 마치 그 곳에 악기기 보이는 듯 음색이 싱싱하다. 바로 버디 테이트의 ‘Stardust’라는 곡으로 이 앨범에서 가장 좋아하는 녹음이다.

 

 

시간축 특성, 즉 리듬, 페이스 & 타이밍 부문은 치고 빠지며 폭발하는 느낌보단 여유 있고 리드미컬하게 전진하는 타입이다. 예를 들어 맥코이 타이너 쿼텟의 ‘Recorda me’를 들어보면 앞으로 돌진하며 호소하기보단 적절한 리듬감 위에 상큼하게 미끄러지는 듯한 피아노 타건 등 어떤 악기도 세련미 넘치며 고급스럽다. 억지로 짜낸 경박한 몸짓이 아니라 자연스레 무대 안으로 청취자를 끌어들이는 매혹적 사운드다. 악기의 위치, 널직한 전후 무대가 이런 품격을 만들어낸다.

 

 

카트리지는 분명 아날로그 포맷인 엘피에 담긴 소릿골의 정보를 읽어들지는 일종의 트랜스듀서지만 때론 디지털 음원처럼 약간 냉정하게 들리는 카트리지도 있다. 너무나 첨예한 소릿결이 그런 느낌을 만드는 아날로그의 역설이다. 하지만 우마미 Blue는 맑고 깨끗한 중고역을 가지고 있지만 절대 차갑고 냉정하다는 느낌은 들지 않는다. 카르미뇰라 ‘사계’를 고에츠 같은 계열인데 불필요한 색감을 빼고 본래 악기의 토널 밸런스를 싱싱하게 살려낸다. 특히 약음의 다이내믹스가 뛰어나며 뛰어난 세부 묘사 덕분에 피로할 일이 없다. 고역은 충분히 높게 올라가면서도 직선적으로 찌르지 않고 부드럽게 치고 올라간다.

 

 

총평

 

잠시 몇 년 전 해외 오디오 평론가 한 명이 하나 카트리지를 오토폰 카트리지와 비교했던 내용이 떠올랐다. 오토폰 퀸텟 블랙과 하나 SL 카트리지와 비교였는데 무척 흥미로운 내용이었다. 당시 나의 경우 레가 Exact 카트리지를 사용하다가 좀 더 상위 카트리지로 업그레이드해보려는 요량으로 리뷰를 찾다 읽게 되었는데 결과적으로 두 개의 MC 카트리지는 성능은 비슷해보였지만 특성은 크게 상반되었다. 오토폰이 스포츠 카라면 하나 카트리지는 패밀리 세단이라는 표현으로 요약할 수 있었다. 아마도 이런 표현은 우마미 시리즈에서 충분히 체감하면서 즐길 수 있을 것이다. 하루가 다르게 급변하는 디지털 세상에서 잠시 숨을 고르고 엘피에 젖어들고 싶을 때 우마미 Blue는 휴식 같은 퓨어 아날로그 사운드의 세계로 인도할 것이다. 우마미는 수년간 들어본 MC 카트리지 중 가격대를 막론하고 가장 소유하고픈 카트리지다.

 

글 : 오디오 평론가 코난

 

제원

Stylus : Microline
Cantilever : Boron
Magnetic Circuitry : Pure Iron/Cryo Treatment
Coil Wire : High Purity Copper
Output Level : 0.4 mv
Output Balance : 0.5/1kHz
Trackability : 70 µm/2g
Channel Separation : 30dB/1kHz
Frequency Response : 15-50,000Hz
Coil Impedance : 8Ω/1kHz
Suggested Load Impedance > 80Ω
Magnet : Alnico
Vertical Tracking Force : 2g
Cartridge Weight : 10.8g
Body Material : Duralumin (A7075)
Body Finish : Melamine Thermosetting Process (MTP)
Warranty : 2 years

제조사 : 하나 카트리지 (일본)
공식 수입원 : ㈜ 샘에너지
공식 소비자가 : 3,400,000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