역대급 MM 카트리지를 만났다
베르테르 Dark Sabre
MM 카트리지와 MC 카트리지
MM 카트리지는 여러 면에서 MC 카트리지와 다르다. 우선 무빙 매스에 관여하는 것이 마그넷이기 때문에 마그넷은 무조건 가볍고 작은 것을 써야 한다. MM 카트리지 출력전압이 5mV 내외로 MC 카트리지에 비해 10배 정도 높은 것은 무빙 매스가 아닌 코일을 많이 감아 임피던스를 통상 1k옴 정도로 높였기 때문이다.
이에 비해 MC 카트리지는 무빙 매스에 관여하는 코일을 무조건 적게 감아야 하고 이로 인해 임피던스가 낮아서 출력전압은 많아야 0.5mV 정도에 그친다. 대신 큰 마그넷을 쓸 수 있어서 MC 카트리지 코일에는 더 많은 전류가 생성된다. 따라서 뒷단에 전달되는 에너지는 전압만 높은 MM 카트리지보다 전류값이 높은 MC 카트리지가 더 많게 된다.
<MC 카트리지 작동 원리>
<MM 카트리지 작동 원리>
이런 이유와 배경 때문에 MM 카트리지는 주로 입문 시스템에, MC 카트리지는 상급 시스템에 투입되곤 한다. 입력신호를 100배만 증폭하는 MM 포노단에 비해 1000배를 증폭해야 하는 MC 포노단이 훨씬 비싸고 제작도 어렵기 때문이다.
하지만 관점을 달리하면 MM 카트리지는 포노단이 100배만 증폭하면 되기 때문에 원 소스에 보다 가까운 증폭신호를 얻을 수 있다. 1000배 증폭보다 왜율이 적기 때문이다. 따라서 잘 만든 MM 카트리지, 특히 무빙 매스로서 작고 가볍지만 강력한 자석을 쓴 MM 카트리지는 에너지도 높고 왜율도 낮은 이상적인 트랜스듀서가 될 수 있다.
좌측부터 XtraX, Mystic, Dark Sabre, Sabre, Magneto 카트리지
베르테르와 MM 카트리지
필자는 현재 MM 카트리지로 영국 베르테르(Vertere Acoustics) 제품을 쓰고 있다. 지난 2021년에 나온 Sabre(사브레)라는 4mV 출력의 MM 카트리지다. 이 오렌지색 카트리지가 전해주는 해상력과 에너지감은 웬만한 MC 카트리지는 ‘저리 가라’ 수준이다. 아주 만족하면서 쓰고 있다.
베르테르는 투라즈 모가담(Touraj Moghaddam)이 2006년에 설립한 영국 아날로그 오디오 제작사다. 투라즈 모가담은 앞서 1985년에 설립한 록산에서 그 유명한 Xerxes(적시스) 턴테이블을 만든 주인공. 베르테르 설립 후 케이블부터 시작해 톤암, 턴테이블, 그리고 2019년부터 포노 카트리지까지 만들고 있다.
베르테르가 처음 만든 카트리지는 2019년에 나온 0.5mV 출력의 Mystic(미스틱) MC 카트리지. 이어 2020년에 4.5mV 출력의 Magneto(마그네토) MM 카트리지, 2021년에 필자가 쓰고 있는 Sabre(사브레) MM 카트리지를 내놓았다.
그러다 2023년에 플래그십 MC 카트리지로 XtraX(엑스트렉스), 플래그십 MM 카트리지로 이번 시청기인 Dark Sabre(다크 사브레)를 출시했다. XtraX는 출력 전압 0.45mV, 내부 임피던스 40옴, Dark Sabre는 출력 전압 4.3mV, 내부 임피던스 1k옴을 보인다.
Dark Sabre 살펴보기
Dark Sabre(다크 사브레)는 기본적으로 알니코 자석에 순동 코일을 써서 4.3mV 전압을 출력하는 MM 카트리지다. 캔틸레버는 알루미늄 튜브, 스타일러스는 누드 타입의 마이크로 엘립티컬(Nude Micro Elliptical) 다이아몬드를 쓴다. 바디는 CNC 머신작업을 거친 원 피스 알루미늄 합금이다.
내부 임피던스는 1k옴, 권장 부하 임피던스는 47k옴이며, 권장 침압은 2g이다. 주파수 응답특성은 14Hz~28kHz, 채널 분리도는 25dB 이상, 캔틸레버가 얼마나 잘 움직이는지 알 수 있는 다이내믹 컴플라이언스는 10 x 10-6cm/dyne을 보인다. 무게는 11.5g.
필자의 시청실에서 언박싱한 다크 사브레는 색깔부터 사브레와 달랐다. 사브레가 오렌지, 다크 사브레가 검은색이다. 양 옆에 제너레이터와 바디를 결합시켜주는 작은 볼트가 2개씩 대칭 형태로 박힌 것, 상판에 M2.5 사이즈의 헤드쉘 장착용 볼트구멍 2개가 마련된 것은 똑같다.
제너레이터(generator)는 마그넷이 달린 캔틸레버, 이 캔틸레버를 잡아주는 댐퍼, 아마추어에 열십자 모양으로 감긴 코일 등을 수납한 뭉치다. 말 그대로 전기를 생산해내는 핵심 장치인데, 캔틸레버의 운동 에너지를 플레밍의 오른손 법칙과 로렌츠의 힘을 통해 코일의 전기 에너지로 바꿔준다.
사브레와는 구체적으로 뭐가 달라졌을까? 우선 스펙상으로는 출력이 4mV에서 4.3mV로 늘었고, 주파수 응답특성 역시 15Hz~25kHz에서 14Hz~28kHz로 플랫한 구간이 보다 넓어졌다. 채널 분리도 또한 22dB에서 25dB로 좋아졌다. 무게는 10.3g에서 11.5g으로 늘었다.
하지만 기본 제너레이터는 순동 코일에 알니코 자석으로 동일하다. 튜브 타입의 알루미늄 캔틸레버와 마이크로 엘립티컬 스타일러스도 똑같다.
결정적인 차이는 스타일러스가 사브레의 본디드(Bonded) 타입에서 누드(Nude) 타입으로 바뀌었다는 것. 잘 아시는 대로 본디드 스타일러스는 캔틸레버 구멍에 작은 막대기를 꽂고 그 끝에 다이아몬드 팁을 붙인 것이고, 누드 스타일러스는 캔틸레버 구멍에 다이아몬드를 통째로 끼운 것이다.
따라서 누드 스타일러스가 원가는 비싸지만 무게가 가벼워 LP 그루브를 보다 정확히 트래킹할 수 있다. 베르테르에 따르면 플래그십 MC 카트리지 XtraX(엑스트랙스)에 쓴 것과 동일한 누드 스타일러스라고 한다.
캔틸레버가 보다 가파른 각도로 장착된 점도 달라졌다. 실제로 두 카트리지를 옆에서 보면 다크 사브레의 캔틸레버가 보다 많이 밑으로 꺾여 있다. 이는 일부 다른 카트리지 제작사에서도 시도하는 것인데, 캔틸레버에 미리 바이어스(bias)를 줘서 카트리지 중력이 작용하는 실제 사용 시에 최적의 트래킹 각도를 유지할 수 있다.
Dark Sabre 들어보기
필자의 시청실에서 진행한 다크 사브레 시청에는 어쿠스틱 솔리드의 Classic Wood 턴테이블과 올닉 H-5500 포노앰프, 패스 XP-12 프리앰프, 일렉트로콤파니에 AW-250R 파워앰프, 헤레틱 Model A 스피커를 동원했다. Model A 스피커는 12인치 동축 우퍼(+1인치 컴프레션 드라이버)를 쇼트 익스포넨셜 혼 안쪽에 수납했다. 옛 알텍 랜싱의 A7 우퍼부가 연상되는 디자인이다.
에바 케시디 – Fields of Gold (Live At Blues Alley)
확실히 사브레보다 맑고 탁 트인 소리를 들려준다. 에바 캐시디의 실체감이라든가, 무대 앞이 투명한 점도 돋보인다. 특히 무대와 필자 사이에 아무런 막이 없다는 이 느낌이야말로 LP를 굳이 듣는 이유이자, MM 카트리지로서 사브레의 가장 큰 매력이었는데 다크 사브레는 여기서 몇걸음 더 나아갔다. 청감상 다이내믹 레인지가 넓고 기타 소리 또한 또렷하다. 누드 스타일러스와 바이어스를 사전에 많이 준 캔틸레버가 그루브에서 많은 정보를 긁어오고 있다는 증거다.
조성진 – 헨델 : Suite No.2 In F Major (The Handel Project)
처음부터 맑고 당당하게 기립한 음들이 쏟아진다. 출력을 높이고 스타일러스를 누드 타입으로 바꾸면 이 정도로 큰 차이가 나는 것인가 싶다. 전체적으로 의기소침했던 음들이 비로소 맘껏 기지개를 핀다는 인상. 음의 윤곽선이 선명하고 음에 기세랄까, 에너지가 단단히 박힌 점도 눈에 띈다. 그러면서도 느긋하고 편안한 맛이 감도는 것은 전적으로 이 카트리지에 투입된 알니코 자석 덕분. 참고로 베르테르 MC 카트리지는 자력이 보다 센 사마리움-코발트 자석을 쓴다.
폴 챔버스 – You’d Be So Nice To Come Home To (Bass On Top)
음 하나하나가 똑 부러지고 야무지다. 무대 안길이도 깊어서 공간감이 잘 느껴진다. 사브레와 비교하면 음들이 조금씩 위로 올라간 상태. 그러고 보면 스테레오 이미지도 보다 명확히 잡히는 것 같다. 이 곡에서는 특히 업라이트 베이스의 연주 기교나 현의 질감, 우드 인클로저의 통 울림이 생생히 파악돼 듣는 내내 흥겨웠다. 계속해서 음악을 들을수록 디테일이라든가, 정보량, 이런 면에서 다크 사브레가 몇 수 위다. 피아노 소리가 더 잘 들린 것도 다크 사브레 쪽이다.
달라스 여성 합창단 – 존 루터 : Requiem 중 Pie Jesu (Celebrating 95 Years Of Elac)
에둘러 표현할 것도 없다. 소리가 시원시원하게 나온다. 이러한 청량감으로만 따지면 현재 쓰고 있는 올닉 Red MC 카트리지보다 낫다. 무대 앞은 더 욕심이 안날만큼 투명하고, 소프라노는 지금이 MM 카트리지가 맞나 싶을 만큼 맑은 목소리를 들려준다. 사브레 때와 비교하면 남성 합창단원들의 목소리가 더 묵직해지고, 그 질감이 더 윤기 있고 리퀴드해진 것이 특징. 배음이나 현장감, 앰비언스, 이런 정보를 많이 전해주는 점이 사브레 카트리지의 장점이었는데 다크 사브레는 이를 더욱 부각시키고 있다.
야사 하이페츠/런던 뉴 심포니 오케스트라 – 브루흐 : Scottish Fantasy Concerto No.5
놀라운 해상력과 분별력이다. 평소 FHD 화면만 보다 어느 날 갑자기 4K TV로 바꾼 듯하다. 오케스트라 음들은 깨끗하면서도 웅장하고, 바이올린은 평소보다 맑고 음영이 확실한 소리를 들려준다. 무엇보다 보다 단단하고 형체가 분명한 소리를 내는 점이 이번 다크 사브레의 사운드 시그니처다. LP 그루브의 빈 공간을 남김없이 트래킹해서 손실 없이 전기에너지로 전해주는 그런 이미지다. 현재 어쿠스틱 솔리드 턴테이블은 MM 카트리지 전용으로 쓰고 있는데 이 턴테이블에서 이런 소리를 들어본 적이 없다.
총평
역대급 MM 카트리지를 만났다. 음의 기세와 에너지, 해상력과 디테일이 모두 남달랐다. 무엇보다 즐겁게 노래하고 연주하는 점이 좋았다. 컨디션 안 좋은 MM 카트리지가 내는 그 특유의 분별없는 모습은 1도 없다. 사브레와 비교하면 보다 채도가 높아지고 윤곽선이 선명하고 진해졌다. 웰 메이드 MC 카트리지와 비교하면 승압 트랜스가 필요 없는 만큼 음의 순도가 더 높다. 거의 달의 다크 사이드까지 보여줄 태세다. 아날로그 애호가들에게 적극 추천한다.
글 : 오디오 평론가 김편
제품 사양
Generator Type : Moving Magnet Phono Cartridge
Output Level : 4.3mV (@1kHz, 5cm/sec.)
Recommended Input Load : 47Ω, Max. 470pF
Recommended Tracking Weight : 2.0g (1.9g – 2.1g)
Frequency Response : 14Hz – 28kHz
Channel Separation >25dB
Coil Resistance : 1Ω , @ 1kHz
Dynamic Compliance : 10 x 10-6 cm/dyne(@ 100Hz)
Magnet Type : Alnico
Mounting To Stylus ~ 9mm
Headshell To Stylus ~18.5mm
Stylus : Nude | Micro Eliptical Diamond (7.5 × 15.5 um)
Cantilever : Aluminium – Telescopic
Headshell Mounting : Special Vertere Tri-point, M2.5 Threaded Fixing Holes
Generator Fixing :Special Quad-Point Contact, Four Stainless ‘Spike’ Screws
Weight : 11.5g
제조사 : 베르테르 어쿠스틱스(UK)
공식 수입원 : 반오디오 (http://bannaudio.com)
공식 소비자 가격
XtraX MC 카트리지 ₩10,500,000 (신제품)
Mystic MC 카트리지 ₩4,800,000
Dark Sabre MM 카트리지 ₩2,650,000 (신제품)
Sabre MM 카트리지 ₩1,710,000
Magneto MM 카트리지 ₩495,000
'Audio' 카테고리의 다른 글
포노앰프 왜 필요한가? (3) | 2024.03.14 |
---|---|
아날로그의 다섯 번째 맛 - 하나 Umami Blue (0) | 2024.03.14 |
베르테르 어쿠스틱스 XtraX (1) | 2024.03.14 |
베르테르 어쿠스틱스 브랜드 스토리 Part.2 (3) | 2024.03.14 |
베르테르 어쿠스틱스 브랜드 스토리 Part.1 (1) | 2024.03.14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