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Audio

베르테르 어쿠스틱스 XtraX

by onekey 2024. 3. 14.

아날로그 마스터 진실의 봉우리

베르테르 어쿠스틱스 XtraX

 

음악적 진실

본래 녹음의 진실은 어디에 있을까? 물론 마스터 테잎 혹은 마스터 음원에 있다. 녹음 현장의 소리를 녹음 엔지니어가 최초 담아낸 이후 믹싱 엔지니어, 마스터링 엔지니어들의 손에 의해 스튜디오가 아닌 가정에서 일반인이 듣기 좋은 상태로 가공된 상태에 있다. 여기엔 시대마다 서로 다른 규약이 있어서 서로 약속에 따라 작업하며 하드웨어 특성에 따른 영향도 배제할 수 없다. 엘피 시대엔 여러 재생 속도가 있었고 SP, LP, 7인치, 12인치 등 다양한 물리적 규격이 있었다. 디지털 시대엔 DAT, CD, MD, SACD, HDCD 등 수많은 물리 매체들이 존재했다. 디지털 레코딩이 보편화된 현재는 몰라도 저 물리 매체 시절에 나온 녹음들을 과연 디지털 포맷이 모두 다 충분히 되살릴 수 있을까?

 

 

필자는 그것은 어림없는 이야기라고 생각한다. 이건 마치 코끼리는 냉장고에 넣겠다고 우기는 아이 같은 일이다. 최근 블루스 기타리스트 로이 부캐넌의 엘피를 들었다. 기존에 가지고 있었던 엘피도 있었지만 다른 판본과 비교해보고 싶었기 때문이다. 일단 라이센스 엘피를 구했는데 예전에 듣던 딱 그 소리가 들렸다. 시간이 흘러도 어렸을 때 들어 익숙해진, 마치 알타미라 동국 벽화처럼 굳어져 뇌에 각인된 소리 정보라는 게 있긴 있는 모양이다. 궁금증에 이베이서 로이 부캐넌 전집을 다 구입해 모았다. 그런데 ‘Messiah will come again’에서 텔레캐스터 소리가 달랐다.

 

 

1953년산 펜더 텔레캐스터는 로이 부캐넌이 부적처럼 가지고 다니던 기타로서 그 그의 독보적인 음색을 만들어내는 핵심이다. 버터스카치 색상으로 은은하면서 따스한 느낌을 주지만 일단 로이가 연주하면 은은하게 울려 퍼지가다 때론 앙칼지게 작렬하는 위력을 선보였다. 그 울음소리는 너무나 강렬해서 한번 들으면 절대 잊기 힘들다. 물론 1980년대 소규모 공방에서 제작한 텔레캐스터형 블루마스터 기타를 치기도 했지만 로이 하면 텔레캐스터다. 미국에서 날아온 오리지널 엘피는 바로 그 소리를 정확히 재현하고 있었고 나의 화석화된 기억을 더욱 더 선명하고 구체적이며 풍성하게 만들어주었다. 이것이 바로 오리지널 마스터에 버금가는 음악적 진실이 아닐까 생각해본다.

 

 

베르테르가 추구한 진실

 

완벽주의자 투라즈 모가담이 이끄는 영국의 베르테르 어쿠스틱스는 바로 마스터 레코딩의 음악적 진실을 추구한다. 베르테르 어쿠스틱스의 궁극적 목적은 오리지널 마스터의 진정한 음향적 아이덴티티와 오디오파일 사이의 간극을 최소화하는 데 있다. 뮤지션의 연주와 후반 작업을 도맡은 엔지니어가 의도한 대로 그 소리를 왜곡 없이 그대로 감상자에게 전달해 주는 것. 그것이 투라즈 모가담이 평생을 바쳐 턴테이블 및 케이블을 만들어온 목적이다.

 

이런 그의 이상이 최근 몇 년간 카트리지까지 침범해오고 있다. 그 시작은 MM 카트리지부터였다. 록산 아날로그 부문의 설계를 도맡았던 투라즈 모가담은 Xerxes 등 영국을 빛낸 여러 턴테이블 명기를 만들었지만 록산 카트리지도 대단했다. Chorus 및 Shiraz 같은 카트리지들 말이다. 그리고 베르테르에서도 그의 오랜 구력은 녹슬지 않았다는 것을 Sabre MM 카트리지로 증명했다. 이후 Mystic MC 카트리지가 선보였고 이는 또 다른 이상의 향해 진보하고 있는 베르테르의 미래를 기대하게 만들기 충분했다. 그리고 최근 베르테는 다시 한 번 MM 카트리지 하나, MC 카트리지 하나를 출시했다. 그 하나는 Sabre의 상위 MM 카트리지인 Da가 Sabre, 또 하나는 Mystic을 훌쩍 뛰어넘는 베르테르 카트리지 기술의 정점 XtraX가 주인공이다.

 

 

플래그십 XraX의 세계

 

베르테르 어쿠스틱스는 아마도 카트리지 라인업 개발을 시작하면서 끈질긴 등반길을 예상했을 것이다. 아주 작은 사이즈의 카트리지지만 이것은 가장 중요한 소자다. 왜냐하면 엘피에 오롯이 새겨진 소릿골을 가장 처음 접촉하는 것이 바로 카트리지이기 때문이다. 접촉하는 순간부터 좌우, 상하 움직임은 코일로 전달되고 이를 움직여 전기 신호로 바뀌어간다. 이 최초의 접촉에서 모든 일이 시작되고 이 때의 스타일러스, 캔틸레버의 움직임, 코일의 순도와 권선 등 모든 것들은 이후에 결코 수정할 수 없는 원본이 되어 화석처럼 굳어진다.

과연 베르테르 어쿠스틱스는 XtraX를 어떤 존재로 탄생시켰을까? 우선 본체는 보기만 해도 매우 견고해 보이는 알루미늄 합금을 사용했다. 이를 정밀 CNC 가공을 거쳐 양극 산화 처리했다. 본체 상단엔 헤드셀과 결합할 때 나사로 결합할 수 있도록 두 개의 홀이 정밀하게 파여 있으며 누구나 혼자서도 쉽게 조립 가능하다. 흥미로운 건 상단에 세 군데 부분을 살짝 높게 가공해놓고 있는데 이것도 이유가 있다. 헤드셀과 비균질적으로 접촉하지 않게 하고 동시에 접촉 면적을 줄여 진동 전이를 막고 접촉 저항을 최소화하려는 목적으로 보인다.

 

한 발작 더 들어가 내부 제너레이터 부분을 살펴보면 우선 카트리지 섀시에 비해 제너레이터는 저질량 설계다. 코일 같은 경우 고순도 구리 와이어를 사용했고 마그넷은 사마륨-코발트 자석을 사용한 모습이다. 사마륨 코발트는 요즘엔 오디오 분야에선 많이 사용하진 않지만 이 광석을 최초 발견한 사람의 이름인 사마스키에서 따온 것으로 온도가 높아져도 자력을 거의 그대로 유지해주는 특성을 갖는다. 이 때문엔 방사능 측정이나 X선 레이저 장비에 사용되기도 하는 마그넷이다.

카트리지를 구성하는 요소 중 핵심 중 하나라면 당연히 엘피 소릿골과 가장 먼저 접촉하는 스타일러스를 들 수 있다. 이것 또한 소재와 모양에 따라 굉장히 여러 타입이 있는데 우선 베르테르가 XraX에서 구현한 건 마이크로 일립티컬 프로파일로서 최고 수준의 프로파일 중 하나라고 할 수 있다. 더불어 스타일러스 팁 역시 현존하는 가장 뛰어난 소재인 누드 다이아몬드다. 베르테르 어쿠스틱스에 의하면 ‘싱글 크리스탈’ 형태라고 한다. 엘피 트래킹 과정에서 노이즈 없이 최고의 추적 능력과 주파수 응답 특성을 보장하는 방식이다. 한편 스타일러스는 알루미늄 튜브로 구성된 캔틸레버에 매달려 있다. 알루미늄은 두 종류를 혼용한 것으로 강도는 극대화하되 높은 Q 값으로 인한 피크는 최소화하려는 시도로 보인다.

XtraX가 표면적으로 보여주는 스펙은 광대역의 고임피던스, 저출력 MC 카트리지 형태다. 주파수 응답 구간은 최저 10Hz에서 최고 45kHz까지 뻗는데 같은 트랜스듀서의 일종이라고 볼 때 스피커로 치면 플래그십 하이엔드 스피커로 볼 수 있다. 무게는 11.2g으로 꽤 무거운 편이며 칩압은 2.05g을 추천하고 있으며 출력 접압은 0.45mV로 저출력 중에선 다소 높은 편이다. 이 외에 코일 저항은 40옴, 로딩 임피던스는 850옴에서 최대 1K5옴을 추천하고 있다. MC 카트리지에 대응하는 포노앰프를 사용해야하고 대략 1K옴에 맞추길 권장한다. 다이내믹 컴플라이언스는 12×10-6cm/dyne 정도로 일반적으로 사용하는 데논, 다이나벡터 등 보편적인 MC 카트리지와 유사한 수준이다.

셋업

세팅엔 나의 레퍼런스 시스템을 활용했다. 일단 턴테이블은 트랜스로터 ZET-3MKII를 사용했고 포노앰프는 서덜랜드 PhD를 사용했다. 포노앰프의 게인 카드를 하이 게인 카드로 세팅했으며 그 중 게인을 68dB로 맞추었다. PhD 게인의 최대치다. 한편 로딩 임피던스 또한 카드를 꺼내 다시 셋업 했는데 몇 가지 임피던스를 테스트했지만 결국 베르테르에서 추천하는 1K옴에서 가장 좋은 사운드를 얻을 수 있었다. 보편적인 MC 카트리지의 추천 임피던스인 100옴으로 설정하면 소리가 소극적이고 다이내믹스, 무대 입체감 모두 축소되는 현상. 추천하는대로 850에서 1K옴 세팅을 준수할 것을 권장한다.

 

한편 앰프는 클라세 델타, 파워앰프는 패스랩스 XA60.5 모노블럭을 사용했다. 스피커는 윌슨오디오 사샤와 락포트 아트리아 중 아트리아 쪽에 손을 들어주었다. 확실히 엘피 부문에선 락포트 아트리아의 도톰한 중역대 질감이 잘 어울렸다. 이 외에 케이블은 킴버, 오디오퀘스트, 아날리시스 플러스, 반덴헐 등 여러 모델을 섞어서 셋업했다.

 

청음

 

노라 존스 – ‘Don’t Know Why’

 

노라 존스의 이 앨범은 옛날보다 되레 요즘 더 테스트용으로 자주 꺼내든다. 일반 버전에선 영 기기별 차이점을 드러내지 못했는데 아날로그 프로덕션 재발매 엘피는 변별력이 꽤 있다. 이 곡에서 보컬은 정 중앙 저 멀리에 맺힌다. 보컬이나 피아노 등의 악기 재생음으로 미루어볼 때 전체 중고역 밸런스는 흠 잡을 구석이 없이 평탄하다. 평이해 보이는 녹음이지만 가끔 고가에서도 보컬 치찰음이 생기기도 하지만 이번은 극도의 해상력과 함께 거친 구석 없이 깨끗한 소리를 들려준다. 더불어 이젠 확실히 플래그십으로서 힘, 권위감까지 확보한 소리다.

 

아트 페퍼 – ‘You’d Be So Nice To Come Home To’

 

얼마 전까지만 해도 음원으로 종종 들었던 곡을 엘피로 다시 들어보았다. 고역이 탁 트여 있고 색소폰 음색이 가공되지 않은 날 것의 느낌으로 되살아난 느낌이다. 싱싱하며 풍성한 블로윙이 현장감, 실체감을 배가시킨다. 복잡한 배음 구조를 갖는 색소폰의 고역이 높은 볼륨에서도 전혀 깨지거나 갈라지지 않고 오롯이 생생함을 유지해낸다. 특히 이러한 색소폰의 배음 표현에 있어서 음원은 절대 따라올 수 없는 면이 있다. 더불어 음정은 명료해 당시 열악한 환경 속에서 녹음했던 현장 분위기를 싱싱하게 끌어올리고 있다.

 

하이페츠 & 시카고 심포니 – ‘차이코프스키 바이올린 협주곡’

 

재빠른 움직임, 강약 조절이 매우 빠르고 섬세하다. 그렇다면 상당히 예리하고 냉정할 듯 하지만 그렇지 않다. 해상도를 최대치로 표현하면서도 깃털 같은 소리 입자들까지도 모두 끌어내 섬세하게 온건하게 표현해준다. 풍부한 사운드를 형성하면서 온기를 유지해주는 모습에선 리빙 스테레오 SACD 대비해서도 확실히 한 수 위다. 뛰어난 녹음이지만 사실 중저가에선 답답하고 평면적인 전형적 구시대 녹음의 약점이 부각되기도 하는데 이 카트리지는 되레 현재 녹음처럼 세련되게 표현해낸다. 다만, 다른 베르테트 제품들이 모두 그렇든 토널 밸런스 왜곡이 없고 동시에 어떤 착색도 발견되지 않는다. 확실히 고에츠 같은 카트리지와 정 반대편에 선 소리다.

 

슈트트가르트 실내 관현악단 – ‘Die Röhre – The Tube’

 

피아노 타건에 육중한 힘이 살려 있어 웅장하고 중후한 맛이 잘 살아난다. 게다가 함께 연주하는 현악기들의 중고역은 물론 낮은 옥타브의 현들도 무척 명확하게 들린다. 주목할 만한 점은 같은 대역을 오가는 악기들도 낱낱이 분리되어 재생되어 음악을 입체적이고 더욱 풍부하게 만들어준다. 무대 또한 넓지만 절대 과욕을 부리면서 과장하진 않는 모습. 이 곡 또한 SACD와 엘피 모두 출시되어 있는데 사용하는 기기에 따라 서로 장단점이 명확히 갈린다. SACD 판본도 무척 뛰어나지만 XtraX는 왜 굳이 엘피로도 들어봐야 하는지 깨닫게 해준다. 엘피라는 포맷의 약점인 다이내믹스 표현에서도 웬만한 곡에선 그리 흠 잡을 구석이 없는 소리다.

 

 

총평

 

아날로그 분야, 특히 카트리지의 각 개인의 기호를 상당히 많이 타는 부문이다. 이는 같은 트랜스듀서의 일종인 스피커와 마찬가지다. 필자 같은 경우도 자택과 청음실에 모두 다섯 조의 스피커를 운영하고 있는데 어느 것 한 가지도 모든 것을 만족시켜주진 않는다. 어떤 날은 윌슨이 좋다가도 어떤 날은 락포트 혹은 리바이벌오디오 아탈란테 3를 듣다가 역시 영상과 함께 볼 땐 틸이나 케프가 좋기도 하다. 베르테르 XtraX는 어떤 상황에서도 흠잡을 데 없는 레퍼런스 사운드를 들려준다. 평탄하며 조화롭고 균형감각이 훌륭하다. 마치 바워스&윌킨스 801D4를 듣고 있을 때 이것이 본래 스튜디오 마스터라는 믿음에서 오는 그 평온함이랄까? 베르테르는 XtraX를 통해 결국 아날로그 진실의 봉우리에 올랐다.

 

글 : 오디오 평론가 코난

 

제품 사양

Generator Type: Moving Coil
Output: 0.45 mV (@ 5 cm/sec.)
Frequency Response: 10 Hz – 45 kHz
Coil Impedance: 40 Ω per-channel
Recommended Tracking Weight: 2.05 g (1.90 g – 2.10 g)
Recommended Load: 850 Ω – 1k 5Ω. 0 pF – Max. 470 pF
Cantilever: Aluminium, Telescopic
Magnet Type: Samarium-Cobalt
Mounting to Stylus: 7.8 mm
Headshell to Stylus: 18.5 mm
Diamond Profile: Nude Micro Elliptical (7.5 x 15.5 µm)
Dynamic Compliance: 12 x 10-6 cm/dyne (@ 100 Hz)
Channel Balance: Better than 1 dB
Channel Separation: >28 dB
Generator Fixing: Special Quad-Point Contact Four Stainless’ Spike’ Screws
Head-shell Mounting: Vertere Tri-point M2.5 Threaded Fixing Holes
Weight: 11.2 g

제조사 : 베르테르 어쿠스틱스(UK)
공식 수입원 : 반오디오 (http://bannaudio.com)

공식 소비자 가격
XtraX MC 카트리지 ₩10,500,000 (신제품)
Mystic MC 카트리지 ₩4,800,000
Dark Sabre MM 카트리지 ₩2,650,000 (신제품)
Sabre MM 카트리지 ₩1,710,000
Magneto MM 카트리지 ₩495,000

 

 

Written by 코난

코난 이장호는 하이파이 오디오를 평가하는 평론가다. <고음질 명반 가이드북 1,2> 등의 책을 썼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