카트리지의 임피던스와 캐퍼시턴스 맞추기
고급 포노앰프를 보면 카트리지에 따라서 임피던스와 캐퍼시턴스를 선택할 수 있게 되어 있는 경우가 있다. 카트리지에 따라서 적절한 임피던스와 캐퍼시턴스를 맞춰주었을 때 최상의 소리를 들을 수 있다. 간단하게 설명할 수 있는 문제는 아니지만 비유를 들어 설명하면 쉽게 이해할 수 있다.
우선 임피던스에 대해서 알아보자. MM포노의 경우 47kΩ으로 입력 임피던스가 규격화되어 있다. 최근 생산된 MM용 포노앰프의 입력단은 예외 없이 47kΩ으로 설계되어 있다. 따라서 MM 카트리지 제작사도 47kΩ의 임피던스가 연결될 것을 전제로 카트리지를 제작한다. 따라서 MM 카트리지에서는 임피던스에 대해 특별히 신경 쓸 일은 없다. MM 카트리지도 임피던스에 의해서 소리가 변하긴 하지만 그 폭이 크지 않다. MC 카트리지의 경우는 헤드앰프나 승압트랜스를 거치게 되는데 이때 입력단의 임피던스가 중요하다.
보통 MC 카트리지는 내부 임피던스(Internal Impedance)보다 카트리지가 연결되는 입력단의 임피던스가 같거나 5~10배 정도 높은 것이 좋다. 승압트랜스나 헤드앰프의 품질이 뛰어나게 좋으면 카트리지 내부 임피던스에 근접해도 좋은 소리를 낸다. 하지만 일반적인 승압트랜스나 헤드앰프는 카트리지 내부 임피던스보다 5~10배 정도 높은 임피던스 값을 갖는 것이 좋다. 카트리지 내부 임피던스는 카트리지 스펙을 보면 알 수 있다. 어떤 값으로 연결할 것인지는 위에서 언급한 원칙을 참고해서 실제로 소리를 들어보면서 취향에 맞는 값을 선택하면 된다.
이제 캐퍼시턴스에 대해서 알아보자. MM 카트리지는 임피던스 값에는 별로 신경 쓸 필요가 없지만 캐퍼시턴스 값은 신경써서 맞춰줘야 한다. MM카트리지는 캐퍼시턴스 값에 따라 소리가 상당히 변하기 때문이다. MM카트리지에 연결되는 입력단의 캐퍼시턴스 값이 커지면 저음이 많아지면서 전체적으로 풍성하고 부드러운 소리로 변한다. 캐퍼시턴스 값이 작아지면 저음의 양이 줄어들면서 전체적으로 가늘고 야윈 소리로 변한다. 이것 역시 카트리지 스펙에서 권하는 권장치를 참고해서 들어가면서 마음에 드는 지점에서 선택하면 된다. MC 카트리지도 캐퍼시턴스 값에 의해 소리가 변하긴 하지만 MM카트리지에 비해 변화 폭이 상대적으로 적다.
이렇게 설명해도 쉽게 이해되지 않을 것이다. 그래서 일상생활에서 접할 수 있는 자전거에 비유해서 설명해보고자 한다. 임피던스 매칭은 자전거의 기어를 맞추는 것이라고 생각하면 쉽다. 자전거가 일정한 속도로 달린다고 할 때 기어가 1단이라면 자전거 페달을 아주 빨리 굴려야 할 것이다. 물론 기어가 낮으니 페달을 돌리는데 힘이 거의 들지 않지만 페달을 아주 빠르게 구르지 않는 한 속도를 유지하기 힘들다. 반대로 16단이라면 페달을 아주 천천히 굴러도 되지만 페달에 걸리는 힘이 너무 세서 굴릴 때 힘이 너무 많이 들 것이다.
자전거를 탄 사람은 힘이 너무 들지도 않고 너무 빨리 구르지도 않는 적당한 기어 단수를 찾을 것이다. 현재의 자전거 속도에 맞는 적당한 기어단수를 찾는 과정이 바로 적절한 임피던스 매칭이라고 생각하면 된다. 적절한 기어 단수에서 자전거를 탄 사람의 힘이 가장 효과적으로 뒷바퀴에 전달되듯 임피던스 매칭이 잘 되어야 MC 카트리지에서 생성된 전기에너지가 승압트랜스나 포노앰프로 효율적으로 전달된다.
이제 캐퍼시턴스에 대해 설명해보자. 캐퍼시턴스는 콘덴서의 용량을 나타내는 단위다. 콘덴서가 전기를 일시적으로 저장하는 부품이라는 것은 알 것이다. 콘덴서는 전기를 잠시 품기도 하지만 내보내기도 한다. 캐퍼시턴스는 자전거의 충격 완화 장치인 쇼크 업소버(Shock Absorber)라고 할 수 있다. 앞뒤 바퀴 모두 업소버가 달린 자전거가 있다고 가정하자. 요즘 고급 자전거는 업소버의 강도를 조절할 수 있다. 예를 들어 강도를 아주 느슨하게 최대로 풀어놓고 자전거를 탄다면 어지간한 지면의 작은 요철은 거의 다 걸러져 핸들이나 안장에서 그 충격을 느끼지 못한다.
마치 리무진을 탄 듯 물렁물렁하고 부드러운 승차감을 보여준다. 이렇게 하면 승차감은 좋은데 구르는 힘에 비해 자전거는 잘 나가지 않게 된다. 왜냐하면 페달을 구를 때 쓰는 에너지의 일부가 업소버에 의해서 흡수되어 버리기 때문이다. 이번에는 업소버의 강도를 최대로 높여서 단단하게 조정하고 자전거를 타보자. 노면의 작은 요철도 핸들과 안장을 통해서 직접 전해진다. 승차감이 나빠지면서 노면의 요철이 진동으로 바로 느껴진다. 그런데 재미있는 것은 이렇게 하면 페달을 구르는 힘이 업소버에 흡수되지 않고 바퀴에 바로 전달되어 자전거가 쉽게 잘나간다.
캐퍼시턴스 값을 크게 하는 것은 자전거의 업소버를 풀어서 느슨하게 하는 것으로, 캐피시턴스 값을 줄이는 것은 업소버를 조여서 단단하게 하는 것으로 이해하면 된다. 업소버를 풀면 출렁거리는 편안한 승차감을 주듯 소리가 풍성해지면서 부드러워진다. 업소버를 조이면 승차감이 딱딱해지고 노면의 작은 진동까지 그대로 전달되듯 소리도 풍성한 배음이 줄어들면서 가늘고 샤프한 소리로 변한다. 어느 지점을 선택할 것인지는 카트리지의 권장치를 참고한 다음 직접 들어보면서 선택하면 된다.
기어 단수를 정하는 것은 자전거를 타는 사람이 내는 힘을 얼마나 효과적으로 바퀴에 전달되도록 하는가의 문제다. 임피던스 매칭도 카트리지에서 발생된 전기에너지가 얼마나 효과적으로 승압트랜스나 포노앰프로 전달되느냐의 문제로 요약된다. 그래서 임피던스 매칭은 에너지의 대부분을 이루는 저음 주파수 대역에 주로 영향을 미친다. 결국 임피던스 매칭은 주파수 대역의 밸런스 문제에 직접적으로 영향을 미친다고 할 수 있다.
자전거의 업소버를 느슨하게 풀 것인지 딱딱하게 조일 것인지 하는 문제는 승차감에 직접적인 영향을 미친다. 느슨하게 하면 부드럽고 안락한 승차감을 주고 단단하게 조이면 딱딱한 승차감을 가질 수밖에 없다. 이처럼 캐퍼시턴스 매칭은 에너지 전달의 효율보다는 소리 전체의 음색에 큰 영향을 미친다. 권고하는 캐퍼시턴스 값을 참고해서 소리를 들어보면서 자신이 좋아하는 음색이 나오는 값을 선택하면 된다.
[네이버 지식백과] (최윤욱의 아날로그 오디오 가이드, 2010. 5. 4., 최윤욱)
'Audio' 카테고리의 다른 글
슈어 카트리지 바늘 호환표 (0) | 2024.03.14 |
---|---|
트러블 대처법 (0) | 2024.03.14 |
톤암 (0) | 2024.03.14 |
아날로그 비급 (6) | 2024.03.14 |
카트리지 장착하고 조정하기 (2) | 2024.03.14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