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제 우연히 황학동을 돌아다니다 눈에 띠어서 구한 앨범입니다. 오리지날도 아닌 국내 서울음반에서 낸 라이센스 음반입니다.
어디선가 이름을 들어본 적이 있는 연주자라는 느낌이 들어서 집어서 보니 레파토리가 화려합니다. '왕벌의 비행'으로 시작해서 '호라 스타카토' 그리고 '찌고이네르바이젠'으로 연결 됩니다. 전 왕벌의 비행으로 알고 있는데 재킷의 번역은 말벌의 비행으로 표기되어 있습니다. 이런 것 보는 것도 라이센스 음반의 재미인거 같습니다.
연주자도 재킷에는 독쉬체르로 되어 있는데 김정민님 책<오디오 파일을 위한 클래식 명반 가이드 북>에는 독시테르로 나와 있습니다.
정말 주옥 같은 곡들로 되어 있습니다.
2면도 마찬가지로 어떻게 이런 곡들을 모았나 싶을 정도로 귀에 익은 곡들로 되어 있습니다. 멜로디아 음원이라 걱정이 되기도 했지만, 레파토리가 너무 좋아서 집어 들었습니다.
저녁에 들어보니 음질이 훌륭하진 못하지만 연주가 아주 좋더군요. 음질은 세척을 해도 없어지지 않는 백그라운드 잡음이 크진 않지만 바닥에 깔립니다. 연주는 최고의 기교파 트럼페터 답게 완벽한 기량을 보여줍니다. 특히 '왕벌의 비행'은 트럼펫으로 연주가 가능할까 싶을 만큼 스피드가 빠르게 전개가 되는 곡입니다. 듣고 있으면 이게 트럼펫으로 표현이 가능하구나! 하는 생각이 듭니다.
듣고 있으면 엘피 한면이 20여분 인데 이게 순식간에 지나버립니다. 연주가 마음에 들다보니 오리지날 멜로디아로 음반을 구해볼까 하는 생각이 듭니다. 물론 걱정도 됩니다. 멜로디아 음반이 워낙 복불복이 심해서요.
클래식에 정을 붙이기 시작한 애호가에게는 아주 좋고 클래식을 좀 들었던 애호가도 들어볼만한 연주라고 생각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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러시안 포크송에 대한 미련은 마음 한구석에 있었습니다.그래서 산 음반이 멜로디아 음원의 아래 음반 입니다.
엘레나 오브라초바라는 러시아 메조 소프라노입니다. 재킷 사진에서 보듯이 넉넉하게 생긴 러시아 아줌마입니다.
소프라노가 아닌 메조에다가 워낙 두툼하게 생기셔서 여자지만, 러시아 특유의 묵직함과 두툼함을 잘 표현해줄 것 같은 근거 없는 추측이 이 음반을 사게 만들었습니다. 사실 멜로디아 음반이라 고민이 전혀 없었던 것은 아니지만, 재킷 사진의 강열한 인상 덕분에 멜로디아의 불안을 이겨내고 구입을 했습니다.
저녁에 들어보니 첫 음이 나오면서 예상이 그대로 들어 맞았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특유의 가라앉는 두툼한 저음을 바탕으로 러시아 특유의 음울한 느낌을 노래하더군요. 음질도 아주 훌륭하지는 않지만, 잡음이 거의 없어서 좋았습니다. 오래동안 러시아 포크송에 대한 갈망이 있어 왔습니다. 후련해질 정도는 아니어도 그래 이정도는 되어야 들을만 하지 라는 생각이 들 정도 였습니다. 남자가 아닌 여자가 내는 저음이라 약간 목을 눌러서 부르는 듯한 느낌이 있긴 했지만, 기분좋게 앞 뒷면을 다 들을 수 있었습니다.
이 음반을 보면서 러시아 녹음과 음반 제작 기술이 서구의 그것도 비슷했다면 세계 음반 시장에서 차지하는 러시아의 위상이 지금과는 많이 달라지지 않았을까 하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동구권도 그렇지만 러시아 연주자들의 기량은 정말 대단하다는 생각이 듭니다. 음질이 열악한 음반으로도 그걸 느낄 수 있을 정도이니 말입니다.
기분좋게 음악 감상한 어제 밤이었습니다. 이 맛에 음반 사냥을 멈추지 못하는 거 같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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