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컬 빼고는 다양하게 듣는 편입니다. 기악곡을 좋아하는데 특히 바이올린과 첼로를 편애하는 편입니다. 바이올린과 기타 못지않게 좋아하는 악기가 기타입니다. 기타라는 악기가 참 재미있습니다. 연주자에 따라 천의 얼굴을 보여줍니다. 물론 곡에 따라서도 그렇지만 말입니다.
바이올린과 첼로는 주로 클래식 장르에 연주되는 악기로 사실상 클래식 악기입니다. 간혹 팝에서 사용되기도 하지만, 흔한 경우는 아닙니다. 기타는 팝과 클래식 가리지 않고 전 장르에 걸쳐서 연주되는 악기 입니다. 어쿠스틱 기타에 한정해도 포크음악부터 샹송, 파두, 칸쪼네, 플라멩고에서 클래식 영역까지 광범위하게 메인악기로 사용됩니다.
기타를 좋아하다 보면 자연스럽게 넓은 장르의 음악을 접하게 되고, 기타가 보여주는 다양한 소리에 새삼 놀라고는 합니다. 이렇다 보니 기타곡 음반이 보이면 사는 편입니다. 얼마 전에 일본판을 한장 샀습니다. 기타 옴니버스 음반으로 다양한 연주자의 연주를 들을 수 있어서 구미가 당겼습니다.
어제 들어보니 차분하고 정갈한 분위기로 기타의 섬세하고 디테일한 음향을 잘 느끼게 해주더군요. 일본 녹음이라 음향 자체도 잔향이 적고 깔끔한 편입니다. 그래서 정확하고 차갑게 느껴지기도 합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귀에 쏙쏙 박혀서 한달음에 앞 뒷면을 다 들었습니다. 연주자가 많지만 버릴 곡이 없을 정도로 연주와 레파토라도 아주 좋습니다. 기타의 차갑고 냉정하며 단정한 면모를 느끼기에 손색이 없는 판입니다.
주말에 LP 고르다가 판 한장의 재킷에 눈이 꽂히더군요.
카를로스 몬토야의 기타 곡입니다. 나름 유명한 기타리스트이다 보니 연주야 의심할 바가 없습니다. 거기다 제가 좋아하는 플라멩고 기타곡입니다. 걸리는 것이 듣보잡의 생소한 레이블 입니다. 음질이 좋지 않을 가능성이 보이는 Hudson이라는 레이블입니다. 잠시의 고민이 있었지만 집었습니다. 사기로 마음먹은 이유는 짐작하시는대로 재킷의 사진 때문입니다. 정열적인 플라멩고를 추는 장면입니다. 섹쉬한 여자사진 때문이라고 생각하시는 분이 많으실 겁니다. 그러나 결코 그건 아닙니다!
'에이! 아닌 것 같은데?' 라는 소리가 귓가에 들리는 듯 합니다. 그래도 아닌 것은 아닙니다. 사실 입니다. 사진에 잘 안보이지만 여자 댄서 손에 캐스터넷츠가 있는 것으로 추측됩니다. 좌측 아래 여자의 오른손 엄지에 걸고 있는 빨간색 끈이 보일 것입니다. 이것이 캐스터넷츠를 손에 쥐고 있다는 것을 암시합니다.
얼마전 오디오 카페에서 어떤 분이 캐스터넷츠 판을 소개하고 음원을 올려주신 걸 보았습니다. 그 글을 보면서 캐스터넷츠 판도 하나쯤 사서 듣고 싶다는 생각을 했습니다. 그 기억 덕분에 이 판을 사기로 했습니다. 물론 판을 여기저기 살펴서 캐스터넷츠가 사용되었는지 찾아보았습니다. 어디에도 그런 내용은 안보이더군요. 일단 재킷 사진을 본 느낌을 믿고 사보기로 했습니다. 캐스터넷츠가 전혀 안 나올수도 있지만 느낌을 믿어 보기로 했습니다.
가져와서 턴테이블에 올렸습니다. 1면 첫곡이 시작하자 마자 강렬한 타격음을 발산하면서 캐스터넷츠의 향연이 펼쳐집니다. '아! 그래 이거였어!'라는 느낌이 머리를 강타합니다. '이 맛에 음반질을 하는거야!' 라는 생각에 기분좋게 음악에 빠져듭니다. 첫 곡이 끝나고 다음 곡은 캐스터넷츠가 어떤 리듬을 보여줄까 기대를 하고 듣는데, 기타 소리가 먼저 나옵니다. 그래 기타 전주로 시작해서 캐스터넷츠가 나오겠지 하고 기다리는데 기타 연주 소리만 나오더군요. 다음곡에는 나오겠지 하고 기대를 접지 않고 계속 음악을 들었습니다.
기다리던 캐스터넷츠 소리는 1면이 다 끝나도 들리지 않습니다. 그런데 몬토야의 열정적인 기타 연주에 슬슬 귀가 반응을 시작합니다. 기타가 이렇게 과격하고 열정적이다 못해 폭력적일 수도 있다는 느낌을 갖게 합니다. 한마디로 기타로 들을수 있는 열정을 맛보게 합니다.
2면이 다 끝날 때까지 캐스터넷츠는 안나왔지만, 몬토야의 열정적인 연주는 만끽할 수 있었습니다. 같은 기타로 정적이면서 조용한 음악과 불꽃이 활활 타오르는 듯하게 화끈한 음악이 연주될수 있다는 사실이 재미있습니다.
캐스터넷츠 음반은 다음을 기약해야 할것 같습니다. 충분히 좋았지만 한 곡으로는 맛보기 정도라 약간 아쉽습니다. 끝으로 캐스터넷츠 음반을 소개해 주신 분에게 감사드라고 싶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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