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음악, 음악가 이야기

이재하 거문고 산조 LP

by onekey 2024. 3. 8.
음반이야기 

이재하 거문고 산조 LP

롱암
2019.03.01. 23:19조회 394
 

이재하 거문고 산조 LP

오랜만에 국악 음반이 나왔습니다. 그것도 이미 많은 애호가들에게 음질이 좋다고 인정받고 있는 오디오가이 레이블로 나왔습니다. 더욱더 반가운 것은 거문고 음반이라는 점입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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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랜만에 국악 음반이 나왔습니다. 그것도 이미 많은 애호가들에게 음질이 좋다고 인정받고 있는 오디오가이 레이블로 나왔습니다. 더욱더 반가운 것은 거문고 음반이라는 점입니다. 가야금 산조 음반도 흔치 않은데 거문고 산조 음반은 더 흔치 않기 때문입니다.


오디오가이는 조정아 가야금 음반을 이미 오래전에 LP로 출시했습니다. 국악 음반이 드물고 가끔 출시를 해도 음질이 아쉬운 경우가 대부분 입니다. 국악을 좋아하고 즐겨 듣는 입장에서 여간 아쉬운 일이 아닐 수 없었습니다.

그런 면에서 조정아 가야금 산조 음반의 출시는 여러모로 반가운 일이었습니다. 그래서 책(굿모닝 오디오)의 보너스 CD에도 국악을 대표해서 조정아의 가야금 산조 음원을 싣기도 했습니다.

조정아 가야금 산조 음반은 기존의 국악 음반의 음질이 아쉬웠던 점을 해소시켜주었다는 점에서 의미가 있습니다. 음질은 좋았지만 아쉬운 점도 없지 않았습니다. 첫 술에 배부를 수 없듯이 녹음이나 음질은 좋았지만, 연주는 아쉬움이 있었습니다. 젊은 연주자에게 대가인 신쾌동 명인이나 황병기 선생님의 수준을 기대하는 것은 무리입니다. 그런 점을 감안하더라도 조정아의 연주는 안타까움을 느끼게 하는 연주가 아닌가 싶습니다.

뒷면의 '중중모리'나 '휘모리'는 속도가 빨라서 그래도 참고 들어줄만 합니다. 반면에 앞면의 '다스름'이나 '진양조'처럼 속도가 느린 부분에서는 느린 탬포를 조절하지 못하는 것이 눈에 띄입니다. 주저주저하면서 어느 타이밍에 줄을 튕겨야 할지 안절부절하는 것처럼 느껴질 정도입니다.

이번에 이재하의 거문고 산조 음반을 한 달여 전에 오디오가이 최정훈 대표와 함께 들을 기회가 있었습니다. 테스트 프레싱 LP를 들었는데, 녹음 퀄리티가 인상적으로 좋다는 것을 확인할 수 있었습니다. 녹음과 편집 과정에 릴 테이프를 사용해서 거문고 특유의 농현과 자연스러운 여운의 울림을 잘 살려냈음을 알 수 있었습니다. 커팅도 Masterdisk의 Scott Hull이 했는데, 악기의 특징과 음향을 고려해서 작업했음을 느낄 수 있었습니다. 옥에 티라면 배경 잡음이 약간 있었는데, 이는 프레싱이나 그 이후에 이루어진 과정에서 생긴 것으로 추측되었습니다.


이번에 테스트 음반이 아닌 정식 발매음반을 들어보게 되었습니다. 연주나 음질은 이미 테스트 프레싱 LP에서 확인을 했기 때문에 처음 들으면서 무엇보다 배경잡음에 신경을 써서 들었습니다. 테스트 프레싱 LP보다 배경잡음이 확연히 줄어들었음을 확인할 수 있었습니다.

재미난 점은 처음 플레이하고 나서 두번째 들을 때는 배경잡음이 더 줄어든다는 점입니다. 이로써 커팅과 금속 스탬퍼를 만드는 플레이팅, 그리고 판을 찍어내는 프레싱까지 문제없이 이루어졌다는 것을 확인할 수 있었습니다. 테스트 프레싱 LP는 프레싱 후에 천천히 식히는 과정(로스팅)을 생략하고 급하게 바로 음반 제작자에게 발송을 하면서 생긴 문제가 아니었나 추정이 됩니다.


찬찬히 시간을 두고 들어보니 이재하의 연주 실력은 조정아와는 비교할 수 없을 정도로 숙련되어 있음을 알 수 있었습니다. 느린 '다스름' 과 '진양'에서도 연주자가 템포를 정확히 인지하고 자신의 흐름으로 연주를 이끌어 갑니다. 숙련됨에서 우러나오는 자연스러운 자신감과 힘을 연주에서 느낄 수 있었습니다. 빠른 '중중모리'와 '자진모리'에서도 힘과 기교가 적절히 어우러진 연주를 보여주었습니다. 굳이 아쉬운 점을 일부러 찾는다면 장고 반주자의 추임새가 너무 조심스럽다보니 약하게 느껴지는 점입니다.


처음에는 연주와 음질을 확인하기 위해서 듣기 시작했는데, 듣다보니 자연스럽게 연주와 음악에 자연스럽게 몰입이 되게 되었습니다. 그래서 늦은 시간이 되어 조금만 더 음악을 듣다 자야겠다는 생각이 들면 자연스럽게 이재하의 거문고 산조 음반을 턴테이블에 올리게 되는 날이 많아졌습니다.

비평적인 자세로 봐도 연주와 녹음 그리고 LP로 제작되는 과정이 매우 균형있게 잘 이루어진 음반입니다. 무엇보다 연주와 녹음이 좋아서 거문고 산조에 자연스럽게 몰입이 된다는 점입니다.

한국에서 국악음반으로 이런 수준 높은 음반이 그것도 LP로 나왔다는 것이 뿌듯하고 기분 좋습니다. 외국에 한국을 상징하는 음반으로 내놓아도 될만한 음반이라고 생각합니다. 지금껏 무수히 많은 국악 LP를 들었지만, 음질로는 가히 최고 수준이라고 생각합니다. 국악 음반사로서도 가치가 있고, 국악을 음악으로 즐기기에도 안성맞춤인 음반입니다.

벌써 다음에 오디오가이에서 나올 국악 음반이 기대가 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