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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인의 LP 디깅 일지

연주자를 다시 보게하는 음반

by onekey 2024. 3. 8.
음반이야기 

연주자를 다시 보게하는 음반

롱암
2019.01.28. 18:34조회 625
 

연주자를 다시 보게하는 음반

에베레스트의 뾰족한 칼끝에 찔려서 어쩔줄 몰라하고 있었습니다. 이대로 그냥 자면 악몽에 시달릴 것이 뻔합니다. 이 상처받은 마음을 달래줄 음반을 찾아야 했습니다. 여자에게 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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에베레스트의 뾰족한 칼끝에 찔려서 어쩔줄 몰라하고 있었습니다. 이대로 그냥 자면 악몽에 시달릴 것이 뻔합니다. 이 상처받은 마음을 달래줄 음반을 찾아야 했습니다. 여자에게 당한 실연의 상처는 새로운 여자를 만나서 차유하는 것처럼요.

이리저리 생각을 해봐도 마땅한게 떠오르지 않습니다. 그러다가 지난 주말에 사서 들어봐야지 하고 옆에 두고 들어보지 못했던 음반이 눈에 띄더군요. 황금딱지가 왠지 음질에 상처받은 마음을 가려줄것 같더군요.


속지를 꺼내는데 속지도 예사롭지 않습니다.


판 상태도 민트급입니다. 그래도 기대와 불안함이 혼란스럽게 흔들리는 것을 뒤로 하고 턴테이블에 얹었습니다. 베토벤 첼로 소나타 3번부터 듣기 시작합니다.

우선 피아노 반주가 기존에 LP 로 듣던 것보다 음상이 작고 또렷합니다. 저음 건반이 울려도 흔들리지 않고 탱탱함을 유지합니다. 피아노 표면도 매끈하고 핵도 꽉 들어차 있는 느낌입니다. 첼로도 악기 몸통이 기존에 듣던 다른 첼로 독주 음반들 보다 작게 느껴집니다. 이렇다 보니 처음에 조금 어색하게 느껴지기는 했습니다. 마치 1층 앞쪽에서 듣다가 2층 중간자리로 떨어져서 듣는 느낌입니다.


그런데 듣다보니 피아노의 음정 표현도 아주 빠르고 정확합니다. 첼로도 섬세하게 활이 줄과 마찰하는 것을 가까이서 보는 것처럼 리얼하게 느껴집니다. 연주도 다이나믹하고 타이트하게 서로 주고 받으면서 팽팽하게 이끌어 갑니다. 연주를 들으면서 재킷 사진을 보니 연주에 어울리게 재킷 사진을 디자인 했다는 생각이 듭니다. 연주자를 수평으로 배치하지 않고 약간 비스듬하게 했습니다. 전체적인 구도가 불안정한 느낌을 줍니다. 연주자의 사진도 정적인 사진이 아니라 연주 중간에 찍은 스틸 사진같은 느낌이 강합니다. 연주에 걸맞는 재킷 디자인입니다.

요요마는 제가 별로 좋아하지 않는 연주자 입니다. 재즈나 팝같은 장르와 콜라보를 하는 것은 긍정적이지만, 연주는 너무 얌전하고 평범하다고 느껴서 입니다. 오래전 이 분 연주회도 갔었는데, 시스루 같이 살짝 비치는 재질의 옷을 입고 조용히 연주하는 모습에 사실 좀 실망하기도 했습니다.

오랜만에 음악에 몰입되어 소리에 신경이 안쓰이게 되었습니다. 그래서 소리를 확인하기 위해서 중간 중간에 일부러 소리에 관심을 두어야 소리가 귀에 들어 왔습니다.

피아노 녹음이 쉽지 않은게 사실입니다. 특히 다이나믹스가 커서 엘피라는 매체에 담기는 더 어렵습니다. 그런데 이 정도면 할수 있는 최선을 보여준 것이 아닌가 싶더군요. 과하지 않고 담백하게 피아노 음을 표현해 냅니다. 빈티지 대형 시스템에서 이렇게 리얼한데, 잘 세팅된 하이엔드 시스템에서는 어떻게 소리가 날지 궁금해지기도 합니다.

한 달음에 앞 뒷면을 다 들었습니다. 음질은 앞서의 에베레스트의 테러를 잠시나마 잊게 해줄 정도로 좋더군요.

한국에서야 인기가 없는 요요마지만 이 연주를 보니 한참 때 열정적으로 연주한 모습을 볼수 있어서 좋았습니다. 음질도 CBS 최 전성기 음질을 보여주었습니다.

연주도 좋고 무엇보다 음질이 오디오파일로 손색이 없습니다. 이 판 덕분에 마음이 진정되어 편하게 잠들 수 있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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