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설의 음반이라고 하니 무슨 음반인지 궁금할 것입니다. 저도 얘기만 들었고 사진으로만 봤습니다. 한번도 실물을 본적이 없었습니다.
음악 좀 들었다고 해도 사이키델릭이란 장르가 무엇인지 조차 모르는 사람도 있을 것입니다. 우리가 아는 신중현이 바로 대표적인 사이키델릭 뮤지션입니다. 사이키델릭이라는 장르를 모르는 사람이라도 사이키델릭 음악은 충분히 많이 들어본 셈입니다.
신중현 스토리야 다 아실것 입니다. 얼마전에 리이슈로도 나오고 그랬었죠. 신중현과 동시대에 살면서 사이키델릭 음악을 한 또 다른 뮤지션이 있습니다. 김홍탁이라는 사람으로 우리가 아는 6~70년대 포크 앨범의 반주를 많이 맡아서 했습니다.
김홍탁이 주축이 되어서 '히피이브(He5)' 라는 그룹사운드가 본격적인 사이키델릭 연주를 합니다. 마치 신중현이 '신중현과 엽전들'로 그룹사운드 활동을 한 것과 비슷합니다.
'히파이브'가 낸 음반 중에 크라스마스와 년말을 맞이해서 1969년에 낸 크리스마스 앨범이 있습니다.
위 사진의 앨범이 초반이고 다음해에 딱 한번 빨간 바탕으로 재반이 나온게 전부입니다. 한정반으로 제한된 수량만 찍은 탓에 잘 안보이는 음반입니다. 이 음반을 들어보면 기타 리듬이 아주 묘하게 이상합니다. 틀린 것 같기도 하고 아닌 것 같기도한 독특한 연주를 합니다. 특히 그 중에 '징글벨'이 있는데, 처음에 이 곡을 듣다가 같이 듣던 음반가게 사장님에게 ' 약에 취해서 연주하는 것 같다'고 하니 고개를 끄덕이며 그럴수 있다고 하시더군요.
연주 중간에 이상한 괴성도 지르고 제정신으로 연주한 건 아니라는 생각이 듭니다. 음악에 취했던지 아니면 대마초에 취해서 연주하는 듯한 괴이한 사운드를 낸다고 생각했습니다.
나중에 찾아보니 아니나 다를까 유명한 사이키델릭 명곡 ' 인아가다비다'를 징글벨 멜로디 속에 녹여 넣은 연주라고 하더군요.
신중현 음반이 고가인 것은 잘 알려져 있습니다. 그래도 살려고 마음을 먹으면 살 수 있습니다. 물론 상당한 돈을 지불해야 하지만 말입니다. 그런데 이 음반은 신중현 음반보다 더 보이질 않습니다. 그러다 보니 사고 싶어도 사기가 쉽지 않습니다. 저도 얘기만 들었지 실제로는 처음 들어 봤습니다.
LP로 디제이를 하는 뮤지션들이 자신만의 디제잉 음반을 내곤 합니다. 그 때 이 앨범의 독특한 멜로디와 리듬을 찾아 싣고자 하는 디제이들이 있습니다. 그런 연유로 디제이들이 많이 찾아 헤매는 앨범이기도 합니다.
가격도 가격이지만, 들어볼 기회도 많지 않은 앨범을 우연히 듣게 되었습니다. 판 상태는 좋은데, 판의 가장자리가 살짝 휘어서 도입부에서 바늘이 튀는 상태라 음반가게 사장님이 고민을 하고 계시더군요. 그래서 판을 자세히 살펴 보니 어렵지 않게 펼수 있을 것 같아서 한번 해보자고 했습니다.
지인이 가지고 있는 이런 장비가 생각나서 입니다. 판을 받아다가 일단 한번 세팅을 해서 폈습니다. 휘어진 정도가 좋아지긴 했는데, 턴에 얹으면 휘어진 부분이 확연히 보입니다. 이리저리 궁리를 해서 좀더 평탄하게 잡기 위해서 시도를 해봅니다. 3~4번에 걸친 작업 끝에 80% 정도까지 잡았습니다.
자세히 보지 않으면 턴테이블에 얹어서 돌아가는 걸 봐도 못 알아챌 수준까지 펴졌습니다. 작업이 끝난 음반을 어제 음반 사러 나가는 길에 가져다 주었습니다. 확인차 가게에서 한번 더 징글벨을 들었습니다. 도입부의 튀는 현상은 당연히 없어졌습니다. 음악이 시작되자 사장님 입꼬리가 귀에 걸리더군요. 음악듣고 있는 내내 잔잔한 웃음이 멈추질 않시더군요.
참고로 이 음반은 살려고 마음쓸 필요도 없을 만큼 고가입니다. 내가 소유한 음반은 아니지만 음반을 살려서 정상이 되게 한 재미있는 경험이었습니다.
혹여 본가에 갔다가 창고나 다락방 한켠에서 이 음반을 발견하신다면 씨익 미소 지어주시면 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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