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말에는 운동 겸 황학동 나가는게 일상이 되어 버렸습니다. 돌아다니다 보면 3~4시간은 금세 지나갑니다. 조금 건지는 날도 있고 그렇지 못한 날도 있습니다. 이제는 엘피 파시는 분들 몇 분하고는 농담도 주고 받는 사이가 되었습니다. 노점에서 고르다 보면 같이 고르는 입장의 가게 주인장들도 보고 인사를 하기도 합니다.
전에 올린 적이 있듯이 머리 한구석에 러시아 민요나 포크송에 대한 갈망이 있습니다. 그런데 매번 보이는데로 사보지만, 한번도 만족이 된적이 없습니다. 그래서 보이면 고민하지 않고 사는 편입니다.
이번에 돌다 보니 이 음반이 보이더군요.
러시아의 적군합창단입니다. 적국 할때 적군이 아니고 러시아 내전 때 적군과 백군 할 때의 적군입니다. 일본반이지만 판이 육안으로 볼때 깨끗해서 망설임없이 집어 들었습니다. 하긴 깨끗하지 않아도 집었겠지만 왠지 그래도 집어들 때 마음에 위안이 좀더 되더군요.
집에 오자마 초음파 세척기로 돌리고 턴테이블에 걸어 봅니다. 1면 첫 곡을 걸었는데 연주가 일단 범상치 않습니다. 그런데 잡음이 참을수가 없을 정도로 납니다.
초음파 세척기로 한번 더 돌립니다. 그래도 마찬가지 입니다. 그래 그럼 이지크린으로 세척을 시도해 봅니다. 역시 그대로 입니다. 안되겠다 싶어서 칫솔 신공을 펼쳐 봅니다. 해본지 1년은 족히 된것 같습니다. 퐁퐁 원액을 뿌리고 극세모 칫솔로 꼼꼼하게 세척을 시도합니다. 10분 이상 하다보니 어깨가 뻐근해 옵니다.
오직 들어줄 만한 수준으로 잡음이 줄어들길 바라면서 칫솔질을 해댑니다. 그래도 미심쩍어서 물이 뜨뜻해진 초음파 세척기로 한번 더 돌립니다.
기대와 걱정속에 턴에 판을 올리고 1면 첫 곡을 들어봅니다. 기대가 산산히 부서지는데는 불과 1초도 걸리지 않습니다. 이건 뭐 한숨만 나옵니다. 이번에도 실패 입니다. 이번 실패가 아쉬운건 연주 자체는 아주 마음에 드는데 녹음과 마스터링이나 프레싱 과정에서 잡음이 생긴것으로 보여지기 때문입니다.
낙담하고 판을 내릴까하다가 실망감이 들은 탓에 귀잖아서 그대로 두었습니다. 첫 곡이 끝나고 두번째 곡이 시작하면서 잡음이 감쪽같이 사리지는 것입니다. 어라! 이것봐라? 하는 생각에 계속 들어보는데 역시 잡음이 없습니다. 연주 역시 마음에 듭니다. 조용하게 읖조리듯 시작했다가 두텁고 무거운 톤으로 팍팍 치고 나옵니다. 아! 그래 바로 이거야! 라는 생각이 듭니다. 한면이 쏜살같이 지나갑니다.
기대 속에 엘피를 돌려 2면을 걸었습니다. 그런데 이게 왠일 입니까. 1면 첫 곡의 잡음은 애교 수준입니다. 스피커 유닛이 터지진 않을까 걱정되는 수준으로 한쪽에서 잡음이라 하기엔 너무 큰 굉음에 가까운 소리가 지속적으로 납니다. 얼른 볼륨을 줄여 봅니다. 그래 두번째 곡은 나아지겠지 기대를 하고 기다려 봅니다. 그런데 굉음은 아니지만 이건 들어주기 힘든 잡음이 꾸준히 계속해서 납니다.
3번째 곡은 어떨까 해도 역시 마찬가지 입니다. 혹시 그 다음 곡은 괜잖지 않을까 하는 마음으로 계속 듣지만 기대는 그 때마다 여지없이 무너집니다. 2면은 전멸입니다. 이 판을 꺼내서 쇠못으로 박박 긁어버리고 싶은 충동이 생깁니다.
아!~~~~
이번에도 처절하게 실패했습니다. 열받는 휴일날 밤입니다
아! 언제나 만나게 될까요? 그 님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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