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꾀돌이 엔지니어가 만든 턴테이블 - Well Tempered Amadeus GTA MK II

by onekey 2024. 3. 4.

꾀돌이 엔지니어가 만든 턴테이블
Well Tempered Amadeus GTA MK II

허영호2014-08-19 16:24
추천 36 댓글 0
웰템퍼드(Well Tempered)라는 미국의 오디오 브랜드는 빌 파이어보 (William Firebough)라는 엔지니어가 설립한 회사로서 1980년데 초반에 톤암을 오디오 시장에 내놓으면서 창의적인 오디오 업체로서 인정받기 시작했는데 이후 1980년대 말에 웰템퍼드 턴테이블 세트를 소개하면서 일약 시선을 끌게 되었다. 가격대비 성능이 뛰어난 기기로서 미국시장에서 성공을 거두었을 뿐만 아니라 이웃 일본에서도 꽤 많은 마니아층을 갖고 있는 턴테이블이다. 일본의 저명한 평론가 미우라 타카히토씨가 한동안 레퍼런스 턴테이블로 사용한 바 있다. 필자로서는 미국에서 처음으로 웰템퍼드 턴테이블을 시청해 본 것이 1990년대 초반이니까 20여년 만에 다시 접해보는 셈이다. 
 
 
우주개발을 목적으로 개발된 특수금속 A, 방위산업에 필요해서 개발된 테크놀로지 B, 항공 산업에서 파생된 응용기술 C, 스포츠카 개발에 필요한 엔지니어링 플라스틱 D.... 이러한 초현대적 기술이 아날로그 재생기기에 적용되면서 무지막지한 물량이 투입되고, 이에 따라 비현실적인 수준의 스펙을 자랑하는, 소위 말하는 “슈퍼 턴테이블“이 등장하게 된다. 그만큼 가격도 비싸지만, 사실 소리의 차원도 다르다. 이러한 턴테이블과 비교해볼 때 웰템퍼드 턴테이블은, 한마디로 말해서, ”소박“하기 그지없다. 필자에게 웰템퍼드 턴테이블에 적용되는 핵심 기술의 한마디로 설명하라고 한다면 골프공, 모래, 그리고 스쿼시 볼이라고 답하는 수밖에 없을 것이다. 모두 전문 기술용어와는 거리가 먼 이야기다.
 
 
 
1. 골프공: 웰템퍼드 턴테이블의 가장 큰 특징은 톤암 (모델명 LTD)과 이를 장착하는 방법이다. 우선 톤암이 실에 매달려서 -실은 기본적으로 낚싯줄 재질이다- 점성이 높은 실리콘 액으로 채운 베어링 통에 들어가 있다. 세상에 흔한 게 골프공이지만 이를 제작하는데 있어서 허용오차는 매우 낮다. 심지어 골프공 표면의 가공방법도 아주 세밀하다. 이렇게 “준비”되고 “입증”된 상용제품을 사용함으로서 기술적 오차를 극소화함과 동시에 톤암과 턴테이블 사이에 어떠한 물리적 접촉도 없는 상태를 유지하게 되는 효과를 얻게 되는 것이다. 그래서 불필요한 진동이 전달되는 것을 원초적으로 막을 뿐만 아니라 댐핑의 정도를 높일 수 있다는 효과를 볼 수 있는 것이다.
 
2. 모래: 웰템퍼드 톤암 튜브에는 모래가 들어가 있다. 고정된 방식의 톤암이 아니기 때문에 생길 수 있는 기계적인 불안정, 특히 바이브레이션이나 공진을 적극적으로 제어하기 위한 디자이너의 번뜩이는 아이디어라고 하겠는데, 이는 사실 과거부터 몇몇 오디오파일에 의해 사용되던 방법이기도 하다. 예컨대 과거 SME3012 톤암에 100프로 만족 못하던 가라드 301사용자들은 SME 톤암 안에 구운 모래를 넣어 전체적인 질량을 높이는 기교를 부리기도 했다. 예전 웰템퍼드 톤암은 매우 가벼웠다는 기억인데 그래서인지 이번에 접하는 신 모델의 톤암에서는 묵직한 느낌이 난다.
 
 

 
3. 스쿼시볼: 턴테이블은 펠트 재질의 매트를 올려놓은 아크릴, 플린스(plinth)는 기본적으로 MDF를 포개놓은 형상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외부진동을 효과적으로 흡수하는 역할을 하는 부품은 바로 턴테이블 하단부 철제다리 속에 들어가 있는 네 개의 스쿼시 볼이다. 리지드 형식의 턴테이블이면서도 플로팅 방식의 장점을 가져다 사용하는 결과를 낳게 되는, 실로 “신의 한수”가 아닐까 한다. 좀 더 쿠션이 좋은 테니스볼이나, 아니면 좀 더 딱딱한 라크로스 볼이 아닌, 스쿼시 볼을 사용했다는 대목이 엔지니어의 천재성을 엿보게 하는 대목이라고 판단해본다.
 
이외에도 DC 모터를 장착하는 방법, 턴테이블을 구동하는 폴리에스터 재봉실, 그리고 두 지점에만 접촉해서 돌아가는 스핀들 베어링의 구동방식에 이르기까지, 실로 디자이너 빌 파이어보의 번뜩이는 실용지식은 매우 인상적이다. 엔지니어의 상상력과 응용력에 큰 박수를 보내지 않을 수 없는 것이다. 미국적인 실용주의, 그리고 기계가 음악을 지배하여서는 안 된다는 디자이너 빌 파이어보의 철학이 바로 이러한 웰템퍼드 턴테이블과 같은 유니크한 제품을 만들어냈다고 할 수 있는 것이다.
 

그렇다면 소리는 어떠할 것인가. GTA MK2 턴테이블의 시청은 수입원 씨웍스의 시청실에서 이루어졌는데 기본 장착암 LTD를 사용하고 카트리지는 다이나벡터 카라트 DV17D3, 포노앰프는 옥타브사의 포노모듈을 연결하였다. VTL 7.5III 프리앰프, Ayre MXR 모노블럭 파워앰프에 윌슨 오디오 SaSha 스피커를 연결하고 케이블은 모두 킴버 제품을 사용하였는데 파워-프리는 모델 1121, 파워-스피커는 모델 6068로 연결하였다. 포노앰프-프리앰프는 노도스트 제품을, 포노 케이블은 트랜스페런트 제품을 사용하였다.
 
 
 
스틸리 댄: “Gaucho" 앨범 ”Glamorous Profession"
MCA 6102
 
스틸리 댄을 재즈 록밴드라기보다는 아메리칸 록의 메인스트림 밴드로 들려준다고나 할까. 악상을 단순하고 평범하게 풀어나가면서도 밸런스감이 출중한 곡으로 들려준다. 높은 수준의 음원을 있는 그대로 자연스럽게 듣고 있다는 느낌이 좋다. 리드보컬과 여성코러스간의 분리, 리듬악기와 멜로디악기와의 변별능력이 좋은데, 이는 톤암이 만들어내는 효과라고 판단된다. 스틸리 댄이 말하려는 웨스트코스트 뮤직의 “우아함“을 골프공이 표현하고 있는 것이다.
 
 
 
 
 
 
라두 루푸/콘서트헤보 목관 앙상블: 모차르트 목관 오중주
DECCA 414 291
 
웰템퍼드 턴테이블의 성향이 왠지 모차르트의 차분한 목관 오중주 작품과 잘 맞을 것 같아 시청해보았는데 필자의 예상이 틀리지 않았다. 약간 어두운 톤으로 재생하면서 피아노와 목관의 합주가 만들어내는 서정적인 분위기를 잘 표현해주는데, 특히 콘서트헤보 목관 사운드의 개성을 잘 묘사하고 있다. 레코딩 엔지니어 콜린 무어푸트가 만들어내는 스테이지 정위감도 잘 들여다보인다. 이렇게 완성도 높은 음악을 들려주는 데는 포노앰프 옥타브와의 매칭도 큰 역할을 했다고 보았는데, 고전음악, 더 구체적으로 말하자면 실내악이나 소규모 편성을 즐겨듣는 이들에게 매우 어필할 수 있는 조합이라고 평가할 수 있었다.
 
 
 
 
기돈 크레머: 바흐 무반주 바이올린 파르티타 2번
PHILIPS 416 235
 
모차르트 실내악 재생에서 출중한 능력을 보여준 대목이 인상 깊어서 이번에는 바흐의 바이올린 무반주 작품을 들어보았다. 기돈 크레머의 필립스 녹음은 개성이 지나치게 강한 나머지 호불호가 극명하게 엇갈리는 레코딩이다. 연주의 테크니컬한 완성도를 지나치게 강조하면서 히스테릭하고 신경질적인 바흐 연주가 되고 말았다고 생각되는데 이 디스크를 본 턴테이블로 들어보니 많은 부분 “순화”시켜준다고 판단되었다. 다소 느슨한 분위기로 재생되면서 바이올린의 통소리가 들리기 시작한다. 크레머 특유의 숨 막힐 정도로 다그치는 딕션을 들을 수 없다는 점이 아쉽지만, 그래도 크레머가 펄만으로 변신하지는 않는다.
 
 
 
 
프레드릭 펀넬/클리블랜드 심포닉윈드: 그레이너 “Lincolnshire Posy"
TELARC DG10050
 
디지털 레코딩 초기인 1979년에 녹음된 음원으로서 다소 실험적인 요소가 많은 레코딩이다. 관악 앙상블 특유의 날카로움이 많이 순화된 사운드를 들려주는데 자연스러운 하모니 감각이 좋다. 좀 더 즉물적으로 재생할 수도 있을 테지만 관악기와 퍼커션의 절묘한 앙상블을 즐기면서 듣기에는 이러한 밸런스가 훨씬 설득력 있을 것이라고 생각된다. 소프트한 패시지에서 악상을 전개하는 대목은 매우 감미롭다. 도전적으로 감상하는 오디오파일 녹음을 편하게 즐길 수 있는 앨범으로 만들어내는 것이 아마도 웰템퍼드 턴테이블의 또 다른 재능이 아닐까 생각해본다.
 
 
 
 
 
 

오랜만에 들어본 웰템퍼드 턴테이블은 20여 년 전 처음 들었을 때와 마찬가지로 완성도가 높은 견실한 사운드를 들려주었다. 음악을 우아하고 안정감 있게 들려주면서 무대의 공간감을 잘 드러내주는 면모를 그대로 유지함과 동시에, 과거 모델에 비해 훨씬 민감하게 반응하면서 디테일 묘사도 훌륭하게 마무리하고 있음이 인상적이었다. 과감한 물량투입을 통해 만들어지는 사운드가 아닌, 꾀돌이 엔지니어가 창의적인 아이디어로 만들어 내놓은 제품이라는 인상을 주는 턴테이블이다. 기계의 노예가 되지 않고 음악을 있는 그대로 즐기고 싶은 이들에게도 추천할 수 있겠지만, 적극적 튜닝을 통해 구사해보려는 -부품을 바꾸는 작업을 포함해서- 오디오“선수”들에게도 흥미로운 기기임에 틀림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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