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음원의 민낯"을 드러낸다
KRONOS AUDIO KRONOS
허영호2014-07-16 12:15
추천 9 댓글 0
디지털 음원이 갖고 있는 미디어로서의 한계, 그리고 '앨범'이라는 개념의 음악상품이 갈수록 그 중요성을 잃게 되면서 많은 이들이 아날로그 LP 재생에 다시금 관심을 기울이고 있는 추세가 지속되고 있다. 일시적인 유행일 것만 같았는데 그렇지 않다. 세계적으로 LP 판매량이 두 자리 숫자의 연평균 성장률을 지속적으로 보여주고 있을 뿐 아니라 관련 오디오 기기산업도 매우 활발하게 새로운 상품을 개발하고 있다.
새로운, 젊은 음악팬들을 위해서 보급형 턴테이블이 다시금 등장하는 상황이니, 이제 어찌 보면 아날로그로 음악을 듣는 행위를 '회고적'이라고 개념 짓기보다는 '트렌드'라는 말로 설명해야 하는 일이 된 것이다. 이런 환경에서 오디오파일들에게 고무적인 현상은, 소위 '슈퍼 턴테이블'이라는 수준의 제품이 속속 등장하고 있다는 것이다.
그렇다면 '슈퍼 턴테이블'이라고 인정받을 수 있는 조건은 무엇인가. 첫째, 그 어떠한 기술적 타협이 없다는 점일 것이다. 사용되는 부품의 재질, 구동 메커니즘에 있어서 당대 최고의 기술을 아낌없이 채택하여 사용하고 있다는 것이다. 이를테면 최첨단 우주산업이나 포뮬러 원 (Formula One) 수준의 자동차산업에서 연구 개발된 기술이 아날로그 재생에 십분 활용되고 있는 것이다. 또 하나의 조건은 턴테이블 엔지니어의 음악적인 취향, 혹은 재능이다. 이러한 대규모 기기를 만들어내는 이들이 마지막 순간에 자신이 개발한 턴테이블을 튜닝 하는데 있어서 매우 발달된 음악적 감각을 활용하고 있다는 공통점이 있다. 실로 음악적인 취향이 범상치 않은 엔지니어들인 것이다.
세 번째로는 디자인의 우수성이다. 현대 산업 디자인의 첨단을 보여주고 있는데 단지 LP의 소리를 꺼내어주는 트랜듀서(tranducer) 기계의 역할을 뛰어넘는, 산업예술 작품의 경지에 이른 디자인을 보여주는 턴테이블이라는 것이다.
이러한 '슈퍼 턴테이블' 리그에서 당당히 어깨를 겨룰 수 있는 제품이 등장했는데 이름하여 크로노스 턴테이블이다. 루이스 드자르뎅 (Louis Desjardins)이라는 개발자가 캐나다 몬트리올에서 창업한 오디오 업체라고 하는데 물리학, 재료공학, 기계공학등 턴테이블 제작에 필요한 지식을 갖추었을 뿐만 아니라 직접 악기를 연주하는 뮤지션, 그리고 열렬한 음악 애호가라고 한다. 루이스 드자르뎅의 자세한 스토리는 본 하이파이 클럽 e매거진 브랜드 탐구섹션인터뷰 기사를 참고하시길 바란다.
자사의 회사이름과 같은 크로노스라는 모델명을 가진 이 턴테이블의 스펙을 간단히 정리해보면 일단 두 개의 독립된 서브 섀시를 기반으로 두 개의 플래터를 반대방향으로 회전시키면서 이를 통해 회전상의 비틀림(torsional) 왜곡을 서로 상치(cancel-out)시키는 효과를 얻어냄과 동시에 플래터 진동까지 차단한다는 것이 기본원리하고 하겠다. 쉽게 말하자면 하부 플래터가 다이내믹 스태빌라이저 역할을 한다는 것이다. 매우 무거운 플래터이지만 특수 고무, 실리콘으로 만들어진 24개의 링을 사용해서 전체 시스템을 플로팅하고 있다. 플래터는 특수 알루미늄으로 제작되고 상단에 카본매트가 부착되어 있다. 극소의 전력을 사용하는 스위스제 DC 모터 두 개를 사용해서 턴테이블을 구동하는데 플래터 상하부 모두 원형 고무벨트를 사용하고 있다.
크로노스 턴테이블의 리뷰에 사용된 기기들은 우선 장착된 톤암 블랙뷰티는 또 다른 몬트리올 출신 오디오 디자이너 안드레 테리오 (Andre Theriault)가 개발한 제품으로 크로노스가 적극 추천하는 톤암이라고 한다. 카본 파이버 재질의 유니피봇 톤암인데 매우 완성도가 높아 보였다. 카트리지는 에어타이트 PC1 슈프림, 포노앰프는 VTL 6.5 (MC 트랜스 버전)를 매칭하고 VTL 7.5III 프리앰프, Ayre MXR 모노블럭 파워앰프에 윌슨 오디오 SaSha 스피커를 연결하였다. 케이블은 모두 킴버 제품을 사용하였는데 파워-프리는 모델 1121, 파워-스피커는 모델 6068로 연결하였다. 포노앰프-프리앰프는 노도스트 제품을, 포노 케이블은 트랜스페런트 제품을 사용하였다.
음반시청
헤르베르트 본 카라얀/베를린 필하모닉: 오네게르 교향곡 2번, 제3악장
DG 2543 805 (reissue)
수십 번을 들어왔던 음반, 음원임에도 불구하고 가장 먼저 들려지는 것은 비정상적일 정도의 '정숙감'이다. 두 개의 플래터가 카운터 회전하는 메커니즘이 주는 가장 극명한 효과가 아닐까 판단되는데 심지어 LP 특유의 그루브 노이즈조차 제어하고 있다는 느낌을 주었다. 저음역의 반응은 양적인 면에서도 불만이 없다고 말해야겠지만, 질적인 면에서, 무엇보다 그 화려한 질감이 탁월하다. 필자의 노트에는 '듬직하면서 상쾌하다'라고 적혀져 있는데 아마도 밸런스 감각이 출중한데서 나오는 결과라고 하겠다. 스트링 앙상블의 음수가 많아 보이지 않지만 자세히 들여다보면 그 수려함에 매혹된다. 오네게르의 어두운 소노리티를 그려내는데 설득력을 맘껏 보여주는데 아마도 카트리지 에어타이트도 한 몫하고 있지 않나 추측해본다.
Foghat: 1977 라이브 앨범, 《Honey Hush》
Bearsville Records BRK6971
Bearsville Records BRK6971
전설적 블루스 밴드 사보이 브라운이 전신인 록그룹 Foghat의 라이브 앨범. 드러머 로저 얼(Roger Earl)의 드럼 페달을 들어보면 마이크로 다이내믹스의 차이까지 구별해 낼 정도의 디테일한 재생이 인상적이다. 반대로 기타솔로 패시지의 경우 너무 세부적으로 표현하는 나머지 일레트릭 기타의 디케이(decay)를 현미경으로 들여다보는 느낌이 드는데, 두 리드 기타리스트가 주고받는 솔로는 실로 일품이다. 음의 이탈감도 좋다. 다만 블랙뷰티 롱암과 라이브 록 음악은 서로 궁합이 100프로 맞는다고 할 수는 없는 듯하다. 라이브감, 즉 현장의 열기를 그려내는 면모에서 실로 소름이 끼칠 정도로 생생한데, 한편으로 시끄럽지 않게 느껴지는 이율배반적인 면모는 실로 소형기가 흉내 낼 수 없는 카리스마라고 하겠다. 기계적으로 말한다면 특수재질 플래터가 하는 일인것 같다.
에리히 라인스돌프/LA 필하모닉: 바그너 《발퀴레》 3막 전주곡
Sheffield Laboratory LP07
실제 연주를 그대로 LP커팅머신으로 담아낸, 소위 《Direct Disc Cutting》음원. 전설적인 오디오파일 디스크이다. 크로노스 턴테이블은 음반 기획의도를 정확히 파악하고 있는 듯 한 재생음을 들려주고 있는데 실제 오케스트라가 시청실에 존재하는 느낌을 주는 폭발적인 관악 앙상블, 상쾌한 고음역, 그리고 자연스럽게 확산되면서 청중을 감싸드는 저음역등이 진정 생생하다. 음악적인 깊이가 있는 명연주라기보다는 레코딩 엔지니어가 자신의 기술을 자랑하는, 다소 실험적인 프로젝트의 산물이라는 면모도 그대로 드러낸다. 투티에서도 전혀 당황하지 않고 밸런스가 흐트러지지 않는다. 이 디스크를 이 정도의 안정감으로 재생했던 턴테이블은, 필자의 경험상 EMT927뿐이었다.
프리츠 라이너/시카고 교향악단: 라벨/무소르크스키 《전람회의 그림》
RCA ATL1-4268 (half speed remastering special edition)
RCA ATL1-4268 (half speed remastering special edition)
시카고 관악의 파워를 제대로 느낄 수 있는, 실로 무시무시한 사운드를 만들어준다. 1957년에 녹음된 레코딩에서 이토록 생생한 질감과 현장감을 재현해준다는 것은 실로 대단한 능력이라고 하지 않을 수 없겠다. 역시 드라이브 메커니즘의 우수성에 기인한다고 하겠다. 심벌의 재생에서 치음이 강조되는 느낌인데 이는 톤암의 높이조정과 카트리지 침압조정으로 튜닝이 가능할 듯하다. 아날로그 재생을 얘기할 때 통상적으로 '연출'능력을 이야기하는데 크로노스는 연주, 레코딩, LP 프레싱 등의 모든 과정을 상세하게 '기록'(documentation)해놓은 결과물을 들려준다는 느낌을 준다. 실로 슈퍼 턴테이블의 위엄을 드러내주는 대목이겠다.
핑크 플로이드; 《The Wall》 앨범 《Run Like Hell》
EMI Harvest IA158-63410
음악이 시작되면서 업비트로 분의기를 띠우는 리듬섹션의 밸런스가 흥미롭다. 필자의 노트에는 'crisp'이라는 단어가 쓰여 있는데 이를 '바삭바삭'하다고 해야 하나. 암튼 잘 튀겨진 감자튀김과 같은 담백함이 있다. Foghat 앨범시청에서도 느꼈지만 크로노스 턴테이블에서는 드럼연주가 유난히 재미있다. 미묘한 강약을 잘 드러내주는 대목에서 그 고급스러움이 느껴진다. 기타 사운드는 매끄럽고 느긋하다. 신서사이저 키보드 사운드는 다소 분석적이지만 자연스러운 균형감과 그 어느 대목도 하이라이트하지 않는 중립적인 면모로 인해서 청중의 포커스를 음악의 가사에 집중시키는 결과를 보여주는 것이다. '가면을 쓰고 죽도록 뛰어 도망가라'는 핑크 플로이드 노래의 가사가 실로 무겁고 어둡게 다가온다.
결론적으로 크로노스 턴테이블은 소위 '슈퍼 턴테이블'만이 들려줄 수 있는 아날로그 재생의 극한점을 드러내주는 제품이라고 하겠다. 아날로그 재생에서 발생할 수 있는 방해물들, 다시 말하자면 노이즈, 진동, 스피드(안정성)등을 완벽하게 제어함으로써 음원의 정보를 있는 그대로 모두 끌어내는데 성공하고 있다. 한마디로 말해서 '음원의 민낯'을 드러내는 무시무시한 기계라고 할 수 있겠다.
SpecificationDimensionsWeightRotational speedPower supplyDC voltage outputDC transmissionData input/output busTransmissionMotorsMotor mountsSpeed guidance systemSensors typeCorrection cycleMonitoringMonitoringCommand input typeCommand input typePlatters typePlatter weightDriveCompensation pulleyLubricantMain bearingsShaft typeBall typeLubricantSuspensionElastomers
22w x 14d x 11h inch (56w x 36d x 28h cm) |
90 lbs. (41 kg.) |
33.3 rpm and 45 rpm |
dual channel pure class A linear DC |
0 to 5 volt, dual cpu controlled, factory calibrated |
pico 3 pin cable |
RS232 |
pico 4 pin cable |
2432 precious brushes dc motors (qty 2) |
delrin enclosure , height adjustable |
continuous open loop feedback |
optical diode I/O (each platter) |
every two rotations. 1.5% max. 0.05% min. |
twin real time speed led display |
10.6 kg |
1 capacitance sensor on/off (left) |
1 capacitance sensor 33/45 (right) |
composite layers and encapsulated, balanced |
30 lbs / platter |
3 silicone / viton 1.8 sting belts / platter |
Teflon and Chrome steel bearing |
synthetic grease |
dual hydraulic isolated inverted sleeve and ball |
grounded heat hardened tool steel pvd coated |
ceramic top platter, steel lower platter |
8 ml. variable viscosity synthetic oil |
full floating top suspended |
317 o-rings , viton / silicone mix |
KRONOS AUDIO KRONOS수입사수입사 홈페이지수입사 연락처
SI-WORKS(씨웍스) |
http://www.siworks.co.kr/ |
02) 400-9988 |
'Audio' 카테고리의 다른 글
회고적 아날로그 테크놀로지가 만들어내는 최고의 사운드 - WAVE KINECTIS NVS Tuntable, Durand TALEA Tonearm, Soundsmith SG-200 cartridge (0) | 2024.03.04 |
---|---|
새로운 모습으로 재등장한 전통의 명기 - SOTA COSMOS series IV turntable (0) | 2024.03.04 |
음반을 연출해주는 턴테이블 - Spiral Groove SG 1.1 (0) | 2024.03.04 |
꾀돌이 엔지니어가 만든 턴테이블 - Well Tempered Amadeus GTA MK II (1) | 2024.03.04 |
유일무이한 아날로그 시스템 - Sound Smith Strain Gauge SG-200 Phono System (1) | 2024.03.04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