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음반을 연출해주는 턴테이블 - Spiral Groove SG 1.1

by onekey 2024. 3. 4.

음반을 연출해주는 턴테이블
Spiral Groove SG 1.1

허영호2014-07-24 18:05
추천 19 댓글 0
 
미국의 스파이럴 그루브 (Spiral Groove) 브랜드 턴테이블 제품은 이미 몇 년 전부터 한국에 소개된 바 있는데 이번에 대표작 SG1이 SG1.1 버전으로 업그레이드되어 다시금 등장하게 되었다. 물량 투입을 아끼지 않은 커다란 사이즈의 대형 기기들이 속속 등장하는 상황에서 본 제품은 심지어 외소(?)해 보이기까지 한데 그럼에도 불구하고 국내외의 평가는 매우 좋다.
 
본 제품을 개발한 앨런 퍼킨스(Alan Perkins)라는 인물은 과거에 소타 턴테이블을 디자인한 경력이 있는 오래된 아날로그 엔지니어로서 그 이후 이 미디어(Immedia)의 RPM 시리즈 턴테이블도 개발한 바 있다. 재즈 드러머로서 뮤지션 활동도 한 바 있는 인물이기에 음악적인 주관도 뚜렷한 사람이라고 평가받는 인물이다.
 
SG1.1 턴테이블의 스펙 그 자체를 놓고 보자면 평범하기조차 하다고 할 수 있겠다. 리지드 형식으로 디자인 되어 있고 인버트(Inverted) 형식의 축수 부를 세라믹 볼이 받아주는 형식의 베어링 구조, 그리고 싱크로 모터가 원형 고무링으로 플래터 외주를 돌려주는 구조이다. 그렇지만 SG1.1은 평범한 기기가 절대 아니다. 비교적 아담한(?) 턴테이블의 실물을 보면 가공기술의 정밀함과 디테일의 치밀함이 느껴진다. 곡면으로 마감된 턴테이블 베이스, 모터 구동부등을 잘 들여다보면 그 가공의 완성도가 매우 높다. 한마디로 말해서, 고급스럽다.
 

디자이너 앨런 퍼킨스가 가장 심혈을 기운 부품은 플래터라고 판단된다. 10킬로가 넘는 플래터는 우선 하단에 스테인리스를 깔고 그 위에 페놀수지와 비닐수지 계통의 재질을 사용한 플래터를 접착한 후에 마지막으로 LP와 접촉하는 상단에 특수 그라파이트 플레이트를 깔아 압축 접착해서 가공하였다고 소개되고 있다. 서로 다른 재질의 플레이트를 압착하는 과정이 매우 힘든 작업임을 감안해 볼 때 아마도 가장 많은 비용이 들어간 부품이 아니었을까 추측해본다. 그리고 바로 이 플래터의 유니크함이 스파이럴 그루브 사운드를 만들어내는 가장 중요한 요소라고 판단되는 것이다.
 

또 하나 관심을 들여 보아야하는 부품은 톤암이다. 과거 SG 시리즈에서는 미국업체 그래함(Graham)의 팬텀 톤암으로 추천하면서 SME V 암도 사용할 수 있다는 식으로 권장했던 걸로 기억하고 있는데 이번에는 센트로이드(Centroid)라는 직접 제작한 10인치 톤암을 기본 장착 톤암으로 소개하고 있다. 밸런스, 유니피봇 형식의 톤암으로서 카운터웨이트의 디자인 및 장착형태가 유니크하게 보였다. 피봇컵 속에 사파이어가 장착되어 원포인트 형식으로 만들어졌다는 맥락에서 필자가 사용하는 네임 아로(Aro) 톤암과 유사점이 많다고 판단되었다.
 

스파이럴 그루브 SG1.1 턴테이블의 시청은 수입원 씨웍스의 시청실에서 이루어졌는데 카트리지는 다이나벡터의 DV XV-1S, 포노앰프는 VTL 6.5 (MC 트랜스 버전)를 매칭하고 VTL 7.5III 프리앰프, Ayre MXR 모노블럭 파워앰프에 윌슨 오디오 SaSha 스피커를 연결하였다. 케이블은 모두 킴버 제품을 사용하였는데 파워-프리는 모델 1121, 파워-스피커는 모델 6068로 연결하였다. 포노앰프-프리앰프는 노도스트 제품을, 포노 케이블을 트랜스페런트 제품을 사용하였다.
 
 

음반시청

헤르베르트 본 카라얀/베를린 필하모닉: 오네게르 교향곡 2번, 제3악장
DG 2543 805 (reissue)

현악 앙상블의 적확한 데피니션이 인상적이며 다소 밝은 톤으로 연출되고 있음을 알 수 있는데 저역의 볼륨감은 풍만하다고 할 수는 없지만 안정감이 있다. 해상도가 높은 재생이라고 할 수도 있는데 이러한 소리성향을 들려주는 데는 다이나벡터 카트지리가 일정부문 역할을 하는 것을 판단된다. 플래터의 재질에 기인하는 스파이럴 그루브 특유의 시그네쳐 사운드가 명백하게 느껴졌는데 고급스럽게 마무리된, 연출된 소리를 들려주고 있다고 판단되었다. 카라얀과 베를린 필하모닉이 이 작품을 레코딩한 1960년대 스위스 상트 모리츠의 “일하며 즐기는” 베를린 단원의 “연출된” 분위기와 일맥상통 한다고나 할까.
 

Foghat: 1977 라이브 앨범, 《Honey Hush》
Bearsville Records BRK6971

하드록에 걸 맡는, 그리고 라이브 레코딩에 걸 맡는 사운드를 들려주고 있다. 무게감도 있고 음상이 무대에 꽉차있는 느낌을 준다. 스테이지 좌우에 포진한 기타리스트의 존재감도 묵직하게 연출되는데다가 라이브 스테이지 현장 청중들의 열기도 적극적으로 표현된다. 리드보컬 데이브 퍼버레트 (Lonesome Dave Peverett)의 흉성도 설득력 있으며, 중저역의 안정감 때문인지는 모르나 드럼 페달보다는 베이스기타의 연주라인이 전면에 나서는 느낌을 준다. 볼륨을 높이고 싶은 마음을 들게 하는, 실로 신나는 연주를 재생해준다. 필자와 함께 시청실에 있었던 분들의 요청에 따라 뒤를 잇는 곡 “I Just Wanna Make Love To You》까지 들었는데 연주가 끝나는 순간 당시 현장에 있는 청중과 함께 열광적은 박수를 보내고 싶은 심정이었다. 이게 아날로그의 참맛이리라.
 

스틸리 댄: 《Gaucho》 앨범 《Glamorous Profession》
MCA 6102

Foghat의 앨범을 듣고 보니 스파이럴 그루브 턴테이블이 록음악 재생에 각별한 재능(?)을 보이는 것 같아 내친김에 들어본 곡은 스틸리 댄의 《Glamorous Profession.》 재즈 록의 정수라고 하겠는데 도널드 페이건/월터 벡커 이외에도 스티브 개드(Steve Gadd)의 드럼, 랠프 맥도널드의 퍼커션등 실로 화려한 프로 뮤지션의 앙상블이다. 복잡한 리듬의 타이밍이 기막히게 묘사되는 대목이 인상적일 뿐만 아니라 키보드의 단순하면서도 정교한 멜로디 라인을 명료하게 드러내는 대목에서 턴테이블의 실력을 가늠할 수 있었다. 여성보컬 코러스와 밴드의 밸런스는 더 이상 바랄나위가 없다.
 

에리히 라인스돌프/LA 필하모닉: 바그너 “발퀴레” 3막 전주곡
Sheffield Laboratory LP07

실연을 그대로 LP 커팅머신으로 담아낸 음원으로서 이토록 “직설적”인 음원도 드물 것이다. 전체적인 오케스트라의 조망에서는 한발 뒤로 물러서서 바라보는 듯 한 안정감이 있다. 균형 감각이 가미된 재생이라고 할 수 있으리라. 현악 앙상블에서도 레코딩 로케이션의 공간감이 엿보이고 관악에 포효에서도 연주자의 호흡, 미세한 강약 같은 것도 느껴진다. 투티 대목에서는 다이내믹이 묘하게 컴프레스(compress) 된 느낌을 주는데 그러한 와중에 무대가 자연스럽게 형성된다. 이는 특수 재질의 플래터가 만들어내는 소리라고 판단되는데 디자이너 앨런 퍼킨스의 소리에 대한 감각을 칭찬하게 되는 대목이다.

핑크 플로이드: 《The Wall》 앨범 《Run Like Hell》
EMI Harvest IA158-63410

함께 시청한 크로노스 턴테이블이 핑크 플로이드를 “분석”한다면 스파이럴 그루브는 아마도 핑크 플로이드를 “연출”하고 있다고 해야 할 것이다. 음악이 시작되면 전체적으로 차분한 느낌이라고 일단 생각하게 되지만 가만히 들어보면 매우 적극적인 분위기로 음반의 정보를 끌어내면서 턴테이블이 자신의 개성을 발산하고 있는 것이다. 핑크 플로이드가 의도한 사운드스테이지, 음악적인 연출, 과장, 그리고 하이라이트 등이 설득력 있게 들려오는데 신서사이저 연주와 효과음도 전체 앙상블과 자연스럽게 조화를 이루고 있다.
 

스파이럴 그루브의 SG1.1은 기술적인 우수성뿐만 아니라 음악을 음악답게 만들어내는 능력을 지닌 턴테이블이라고 평가할 수 있겠다. 음반을 “연출”해주는 턴테이블이라고나 할까. 음원의 본질보다는 뮤지션, 레코딩 엔지니어의 의도를 드러내주는 기기라고 생각되었다. 그 근본에는 아무래도 플래터의 재질이 가장 큰 역할을 하고 있다고 생각되는데 다이내믹한 드라이브와 함께 중저역의 안정감이 돋보이면서도 해상력이 뛰어난 소리를 만들어내 주었다. 비교적 아담한 사이즈, 겉멋이 들지 않은 무던한 외모에도 불구하고 최고급 턴테이블로서 인정받고 있는 이유가 충분한 기기라고 평가하고 싶다.

 

 

SpecificationFeaturesDimensionsWeight

• Stainless steel platter ring for increased speed stability
• Inverted sapphire disc/ceramic ball bearing for low noise and long wear
• Electronically selectable speed control: 33 1/3 and 45 rpm
• Quick-change bayonet-mounted arm board
• Spindle de-coupled from bearing for optimal mechanical isolation of record
• Platter driven at rotational plane of bearing for wobble-free revolution
• Low voltage/high torque AC synchronous motor
• Adjustable, sound-damping, stainless steel feet
470mm(W) x 380mm(D) x 115mm(H)
32 kg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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