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일무이한 아날로그 시스템
Sound Smith Strain Gauge SG-200 Phono System
허영호2014-10-08 11: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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레코드를 턴테이블에 올려놓고 카트리지(스타일러스)로 물리적으로 긁어낸 정보를 증폭해서 재생한다는 기본 원리에 아날로그 재생은 더 이상 새로울 것이 없다. 그러한 아날로그 테크놀로지는 이미 1970년대에 이르러 기술적으로 거의 완벽하게 완성되었다. 이후 기계적 편차를 줄이고 새로운 재질의 부품 투입을 통해서 소리의 완성도를 높이는 노력은 계속되고 있지만 근본 테크놀로지라는 측면에서 획기적으로 새로운 그 무엇이 등장할 여지는 없는 것 같다.
한편 소리를 듣는 인간의 감성은 날로 발전한다. 특히 디지털 기술이 등장한 이후에 더욱 속도를 내고 있다. LP의 부족한 점을 보완하면서 CD라는 새로운 디지털 미디어가 등장했는데, 이젠 디지털 기술의 부족함을 채우려는 노력이 아날로그 부활이라는 결과로 표출되고 있다. 좀 더 좋은 소리를 듣고 싶은 인간의 욕심이 존재하고, 기술은 “이 정도면 충분하다”고 만족하면서 그 자리에 서있는 법이 없다. 근본적인 기술적 프레임은 바뀌지 않았지만 아날로그 재생의 스탠더드, 그리고 기계의 완성도가 계속 발전하고 있는 것은 바로 이러한 연유라고 하겠다.
필자는 지난 몇 년간 “축소 지향적”인 시스템을 운용했음에도 불구하고 현재의 아날로그 시스템은 아직도 턴테이블 3대, 톤암 5개, 포노앰프 3대, 승압트랜스 두 개, 그리고 카트리지 11개로 구성되어 있다. 그런데도 욕심은 한이 없다. 최근에는 지인의 부친이 사용하시던 오라클 턴테이블 초기 모델을 얻었는데 이를 완전 분해한 후 새롭게 만들어내는 프로젝트를 시작했다. 모터부는 영국 오리진 라이브(Origin Live)의 DC모터로 교체하고, 서스펜션(suspension)부는 캐나다 오라클 본사로부터 최신 부품을 직수입했다. 턴테이블 베이스는 기존의 것을 버리고 붉은 페라리 컬러 아크릴을 특주할 생각이고 플래터를 흑연 재질로 교체할 생각이다. 여기에 SME V암을 장착해서 SPU 누드 카트리지를 장착하면 필자가 원하는 “음상이 굵으면서도 울림이 사뿐한 소리”를 만들 수 있을 것 같다.
이렇게 필자는 기계를 완전히 부셔서 재구성할 만큼 아날로그에 대한 탐구심(?)이 많지만 카트리지만큼은 그 구성이 실로 단순하다. SPU, EMT, 데논, 그리고 이케다 이렇게 크게 네 가지 계열(?) 뿐이다. SPU는 G타입, A타입, 트랜스 장착타입, EMT는 MCH 와 XSD(TSD)등을 각 한 두 개씩 구하다보니 개수가 많아졌을 뿐이다. 그 이외의 다른 카트리지를 구해서 들어볼 욕구를 느끼지 않는데, 이들 카트리지만 갖고 있으면 필자가 원하는 모든 소리를 만들 수 있다고 자신하기 때문이다. 이러한 필자의 지조(?)는 1980년대부터 계속되었는데 실로 30년 만에 이를 깨어버릴 수 있는 카트리지 (더 정확히 말하면 포노 시스템)가 등장하였으니 바로 사운드스미스의 스트레인 게이지 시스템이다.
스트레인 게이지 포노 시스템 시청은 필자의 집에서 이루어졌는데 독일제 dps 턴테이블에 피델리티 리서치 FR64 톤암, 그리고 카트리지 장착을 위해 이케다의 헤드셀을 사용하였다. 비교시청에 사용된 아날로그 기기들은 마이크로 세이키 1500 턴테이블에는 SME V 톤암, 오르토폰 RS212 톤암, 오르토폰 시너지 누드, SPU GT (반덴헐 제작), 토렌스 124MKII 에는 SME 3010R Gold에 EMT XSD-15를 장착해 놓은 시스템이다. 포노앰프는 SME SPA-1HL, 럭스만 E06, MC 트랜스는 시네마그 (Cinemag), 그리고 앰프는 쿼드 501 프로페셔널 모노블럭, KTS 오디오의 특주 프리앰프, 스피커는 ATC SCM10 구형 모델이다.
셋업은 어렵지 않고 제작자가 지정해준 침압을 준수하면 일단 기본적인 소리는 어렵지 않게 나온다. 별도의 전용 프리앰프 박스에는 +, - 전원을 따로 공급하게 되어있고, 전원을 켜면 카트리지에서 푸른 LED 불빛이 나온다. 각 스타일러스와 프리앰프와의 튜닝은 개별적으로 이루어져 공장에서 나온다고 한다. 필자의 샘플에는 2.3 그램의 침압을 주라고 명시되어 있다. 한편 트래킹 앵글 (VTA)을 세심하게 튜닝 하라고 매뉴얼에 명기되어 있는데, 이 또한 별로 어렵지 않다. 이번 시청을 위해 피델리티 리서치 톤암에 장착했지만 좀 더 세심한 튜닝을 위해서는 SME V 톤암에 장착하면 더 좋은 결과가 나올 수 있을 것이라고 판단되었다. 장착을 하고 전기를 넣어 카트리지에 파란불도 들어와 있는데도 전혀 아무런 소리가 들리지 않는다. 스타일러스를 레코드에 올려놓으니 소리가 정상적으로 나온다. 연결이 잘못 되었나 의심이 될 정도로 노이즈는 전무한 상태인 것이다.
그렇다면 그 사운드는 어떨까. 스트레인 게이지 시스템 소리의 성향을 한마디로 표현한다면 “자연스러움”이다. 시그널 체인에 트랜스포머가 들어가 있지 않을뿐더러 RIAA 보정도 거치지 않은 소리이다. 사운드 스테이지를 매우 넓게 그려내고 있고 음반 표면 노이즈를 거의 느낄 수 없다는 것도 하나의 특성이었다. 연주회장의 앰비언스 또한 적나라하게 묘사되고 있다는 점도 인상적이다. 대역이 넓으면서 그 어느 부분도 인위적으로 과장, 혹은 컴프레스된 느낌이 들지 않는다. 필자와 같이 SPU, EMT 계열의 카트리지를 MC 트랜스를 이용해서 증폭한 후 이를 RIAA 회로를 통과시키는 아날로그 재생에 익숙한 사람들에게는 실로 충격적인 소리로 들려진다고 있겠다. 해외 평론가들은 이를 정전형 (electrostatic) 스피커 사운드와 유사한 소리라고 했는데, 그런 식으로 일반화하기에는 훨씬 “독특한” 소리라고 필자는 판단되었다.
스트레인 게이지 SG 200 시스템으로 매우 다양한 음반을 들어보았다. 소리의 성향이 독특해서 익숙한 음반을 이것저것 들어보며 어떤 소리가 나올까 궁금했기도 했지만 듣는 이를 몰입하게 만드는 매력이 명백하게 존재하는 사운드이기도 했기 때문이다. 몇몇 앨범을 골라 그 시청 평을 정리해본다.
하이든 교향곡 95번
게오르그 솔티, 시카고 교향악단
게오르그 솔티가 런던 필하모닉을 지휘한 연주한 하이든의 “런던“ 교향곡 중 95번 교향곡을 들어본다 (DECCA 417 330). 런던 필하모닉 특유의 가벼운 톤의 스트링, 각 악기의 개성이 뚜렷이 표출되는 목관 앙상블, 그리고 저음이 과다하게 울리지 않는 녹음장소의 특성 등이 매우 알기 쉽게 묘사된다. 런던 필하모닉이 아마도 현재의 메이저 오케스트라 중에서 하이든의 교향곡을 가장 완벽하게 연주해 줄 수 있는 악단일지도 모르겠다는 생각이 든다. 스트레인 게이지 SG 200은 하이든의 핵심을 표현하는데 있어서 무엇이 필요한가를 잘 알고 있는 듯, 정교한 아티큘레이션과 함께 가벼운 터치, 흥겨운 비트, 그리고 수려한 흐름을 적극적으로 묘사해준다.
스트라빈스키 - 봄의 제전
게오르그 솔티, 시카고 교향악단
내친김에 솔티의 1970년대 녹음 중에 관현악 스펙터클 대표작인 스트라빈스키의 “봄의 제전”을 들어본다 (LONDON CS6885). 1974년 5월에 녹음된, 데카 최고의 엔지니어 케네스 윌킨슨의 레코딩인데 데카의 레코딩 팀이 솔티의 시카고 사운드를 다듬어내는 방법, 메디나 사원의 음향적 특성을 활용하는 방법에 통달했다는 것이 느껴질 정도로 완성도가 높은 레코딩이다. 스트레인 게이지의 시스템은 솔티와 시카고가 만들어내는 낙폭이 큰 다이내믹, 즉물적 앙상블의 공격적인 연주를 매우 사실적으로 재생해내고 있다. 시카고 교향악단의 진수이다. 그 상쾌함이 이를 바 없다.
비엔나 필하모닉 1983년 신년음악회
로린 마젤, 비엔나 필하모닉
올해 초 작고한 로린 마젤이 지휘한 비엔나 필하모닉의 1983년 신년음악회를 들어본다 (DG 410 516). 기술적인 정밀도와 완벽함을 추구하며 스코어에 충실하면서 음이 맘껏 울려 퍼지도록 하는 밸런스 감각은 마젤의 장기라고 할 수 있는데 스트레인 게이지 시스템이 재생하는 마젤의 연주는 명석한 음의 움직임, 특히 구석구석까지 충분하게 울리는 현의 움직임을 잘 드러내준다. 지휘자가 음악을 ’연주‘하고 있는 것이 아니라 악보를 ‘실증’하고 있다는 느낌을 준다. 게다가 비엔나 필하모닉의 색채감이 현란하고 감각적인 소리를 “적나라하다”고 할 정도로 실감나게 들려준다. 오케스트라 특유의 시그네쳐 사운드를 표현하는 대목에서 스트레인 게이지 시스템의 능력은 발군이라고 하겠다.
드뷔시 - '바다'
장 마르티농, 프랑스 국립방송 관현악단
다음으로는 장 마르티농의 드뷔시 관현악 “바다”를 들어 보았다 (EMI SLS 893). 1980-1990년대를 거치면서 국제적 해석의 전형이 되어버린 정제된 “웰빙” 드뷔시에 익숙한 이들에게는 무척이나 생경스러운 연주이자 녹음이다. 마르티농과 프랑스 국립관현악단이 자신들의 문화적인 배경에서 우러나오는 연주의 특성을 끝까지 고수하려 노력하는 장면이 녹음에 고스란히 기록되어 있다. 스트레인 게이지 시스템으로 들어보니 금관의 고역이 직접음으로 다가오면서 스트링 저음이 무대 뒤편에서 떠돌아다니다가 간접음으로 휘감는 대목을 기가 막히게 잡아낸다. 호른, 트럼펫의 비브라토가 당연시되고 현악주자들의 연주 방식도 지금의 기준으로는 구식이다. 누군가 이러한 불란서 오케스트라의 연주를 “황금안개”라고 묘사했다.
미국 오디오 파일 레이블 텔락을 생각해본다. 텔락 사운드, 정확히 말해서 프로듀서 엔지니어 잭 레너 사운드의 특성은 대역 리스폰스의 "중립성“이다. 착색이 거의 없는 소리를 만들어내지만 무미건조하지 않다. 이는 음악연주에서 일어나는 직접음과 간접음의 밸런스를 가감 없이 녹음에 담아내고 있다는 것을 의미한다. 무대를 그려내는 정위감과 공간감이 탁월한데 이는 심플한 마이크 세팅, 그리고 리마스터링 과정에서의 보정을 극소화하는 어프로치를 취하기 때문이다. 결론적으로 텔락/잭 레너의 레코딩이 만들어낸 아메리칸 사운드의 본질은 공간과 악음의 밸런스가 출중하다는 것이었다. 필자는 이러한 텔락의 성향이 스트레인 게이지 시스템이 만들어내는 사운드와 일맥상통하는 면모가 있다고 판단했다.
생상 교향곡 3번 '오르간'
유진 올먼디, 필라델피아 오케스트라
텔락 디스크 중에 유진 올먼디가 마이클 머레이 (오르간), 필라델피아 오케스트라와 녹음한 생상 교향곡 "오르간"을 들어본다 (TELARC 80051). 1980년 필라델피아 성 프란시스 교회에서 녹음했는데 다른 오르간 교향곡 레코딩과는 달리 오케스트라 연주와 오르간 연주를 실제로 함께 연주한 것을 녹음하였다. 올먼디의 해석 자체는 논쟁의 소지가 많고 본 작품을 잘 아는 사람들에게는 의아해할 부분도 많은 연주이다. 스트레인 게이지를 듣는 필라델피아 사운드는 사뿐하고 산뜻하다. 목관의 앙상블은 필라델피아의 본 실력이다. 스트링의 볼륨감이 더해졌다면 하는 아쉬움은 있지만 그건 소프트의 문제일 듯. 2악장 후반부 오르간 총주는 실로 압권인데 전혀 압축되지 않는 오르간 저음을 카트리지가 완벽하게 담아내고 있다.
한편 스트레인 게이지 시스템은 모두 여섯 개의 스타일러스를 구비하고 있는데 본 리뷰용 샘플에는 이들 중 가장 고가인 루비 캔틸레버 버전 SG5, SG6이 포함되어있다. 스타일러스를 교체하는 작업은 그리 어렵지 않다. 최근 소개되는 카트리지의 가격을 염두에 놓고 본다면 스트레인 게이지의 스타일러스 가격은 매우 저렴하다고 하겠다. SG5 와 SG6을 비교해서 시청해보니 같은 루비 캔틸레버 재질임에도 불구하고 소리의 개성이 확연하게 차이가 난다. 알루미늄 캔틸레버로 마무리된 시바타 버전 SG1 과 엘립티컬 버전 SG2의 소리가 매우 궁금했다. 소리의 수(數)를 늘려놓고 아날로그를 즐겨보겠다는 이들에게는 매우 매력적인 옵션이겠다.
마지막으로 경제성을 생각해본다. 최고급 아날로그 시스템을 위해서 카트리지와 포노앰프의 조합을 구성하는데 드는 비용은 상당하다. 웬만한 MC 카트리지의 가격과 이와 매칭 하는데 필요한 포노앰프, 그리고 MC 트랜스 등에 소요되는 비용을 감안할 때 스트레인 게이지의 시스템은 실로 가격대비 성능이 우수한 제품이라고 하지 않을 수 없다. 게다가 스타일러스를 바꿔가면서 여러 가지의 소리를 만들 수도 있다. 무엇보다 스트레인 게이지의 사운드는 여느 아날로그 사운드와는 전혀 다르다. 차별화된 소리, 개성이 강한 소리 하나를 갖게 되는 셈이다.
오디오 평론가로서 뿐만 아니라 평소 아날로그로 음악을 즐기는 오디오파일로서 매우 탐나는 기기이다. 기존에 갖고 있던 SPU 계열, EMT 계열, 데논 계열, 이케다 계열의 카트리지면 이제 “바늘” 걱정은 안하고 살겠다고 생각했는데 이러한 상식을 여지없이 무너뜨리는 제품이다. 한마디로 유일무이한 사운드이다. 그리고 좋다. 포노앰프 매칭에 대한 걱정도 하지 않아도 된다. 거의 한 달 이상을 집에서 시청했는데 수입원에게 돌려줘야할지, 아니면 필자의 시스템에 “편입”시켜야 할지 심각하게 고민 중이다.
SpecificationFeaturesStrain Gauge Phono Cartridge SG-200수입사수입사 연락처수입사 홈페이지
•Frequency response to 50 Khz •Automatic “Cue Up” muting (front switch defeatable) •Low tracking force 1.4 - 2.0 Grams •Ultra low moving mass (no coils/ magnets or iron used to generate the signal) •Compatible with standard 4 wire tone arm wiring •User replaceable styli (a variety of stylus types available) •VTA and Azimuth adjustable on the side of the cartridge body |
SI-WORKS(씨웍스) |
02-400-9988 |
http://www.siworks.co.kr/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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