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OneKey 메모장

아날로그 탐구 2 - 톤암

by onekey 2024. 4. 14.

(1) 회전형과 리니어 트래킹 톤암

By AnalogStyle - 2016년 7월 28일

많은 애호가들은 아날로그 시스템에서 카트리지의 역할만을 중시하는 경향이 있고, 톤암이나 턴테이블의 역할은 간과하는 경우가 많은 것 같다. 하지만 톤암의 역할은 결코 작다고 할 수 없다. 커도 아주 큰 것이다. 톤암은 턴테이블에서 카트리지가 음반의 소릿골을 추적할 수 있도록 안내해주며 침압을 부여하는 역할을 한다.

 

아날로그 시스템의 음질은 기기에 투입된 금액보다 사용자의 숙련도에 비례한다는 이야기는 결코 허언이 아닌 바, 아날로그 시스템의 조정에 있어서 핵심이라고 할 수 있는 여러 사항들, 즉 카트리지를 장착하고 침압을 거는 일, 그리고 오버행이나 아지무스 각도를 맞추는 많은 일들은 사실상 톤암을 조정하는 것과 동일한 이야기가 되는 것이다. 아날로그가 새롭게 각광받고 있는 요즘, 톤암에 대해 가장 기초적이고 필수적인 사항을 정리해본다.

 

톤암은 우선 일반적인 회전형(radial) 타입과 리니어 트래킹 타입으로 분류해 볼 수 있다. 회전형 타입은 암의 한 쪽 끝이 지지되어, 암이 회전하면서 카트리지를 옮겨주는 타입이다. 구조적으로 간단하므로 대부분의 메이커가 이 방식을 채용하고 있지만, 암이 회전하면서 카트리지 바늘 끝의 방향도 함께 돌아가므로, 바늘 끝을 음반 음구의 방향에 대해 늘 접선 방향으로 일치시키는 것은 (톤암의 길이가 무한대가 되지 않는 한) 원리적으로 불가능하다. 따라서 현실적으로 회전형 톤암을 쓰는 경우 트래킹 오차는 어느 정도 감수해야만 한다. 보통은 미리 설정된 두 점의 기준점(null-point, 트래킹 오차가 0이 되는 점)에서 바늘의 방향을 맞추어 줌으로써 음반 전체를 재생할 때 평균적으로 트래킹 오차를 줄이는 방법을 쓴다. 오래 전 가라드를 포함한 몇몇 메이커들은 암 대 두 개를 평행하게 배치하여 암이 회전할 때 이를 상대적으로 움직이게 함으로써 카트리지가 암을 따라 도는 것을 방지하여 트래킹 오차가 줄어들도록 했는데, 이 방식이 현재 주류로 자리 잡지 못한 것을 보면, 트래킹 오차를 줄이는 것만이 능사는 아니었던 모양이다.

 

잠깐 유행했던 탄젠셜(Tangential) 톤암. 톤암이 회전하면 카트리지의 각도가 따라서 회전하므로 트래킹 오차를 줄일 수 있다.

 

피봇형 톤암의 또 다른 문제는 스케이팅이다. 바늘 끝은 LP의 표면 마찰력에 의해 늘 앞으로 당겨진다고 생각할 수 있는데, 턴테이블을 위에서 보았을 때 시계 방향으로 회전하는 힘이 작용하고 있는 것이다. 즉 카트리지는 늘 LP의 중심 쪽으로 힘을 받게 되는 것이다. 만일 별도의 조치를 취하지 않고 그대로 사용하게 되면 카트리지의 캔틸레버가 바깥 쪽으로 휘는 현상도 발생하게 된다. 따라서 작은 추를 매달거나 스프링으로 힘을 가하여 톤암을 반시계 방향으로 회전시키는 힘을 주어서 상쇄시켜야 하는데, 이를 ‘안티 스케이팅’이라고 한다. 이 역시 트래킹 에러와 마찬가지로, 카트리지가 음반의 외주에서 내주로 진행하면서 계속 변하는 값이기 때문에 정확하게 상쇄시킬 수는 없다.

 

이러한 회전형 톤압의 문제들을 원천적으로 없앨 목적으로 개발된 것이 리니어 트래킹 톤암이다. 카트리지가 음구에 수직 직선 방향으로 이동하므로, 바늘 방향이 항상 음구 접선 방향과 일치하며 원리적으로 트래킹 오차에서 자유롭다. 하지만 구조가 복잡하여 만들기 어렵고 지나치게 민감하거나 사용하기 까다로운 경우가 많아서 고가의 하이엔드 턴테이블에 주로 채용된다. 가끔 값싼 보급형 턴테이블에서도 리니어 트래킹 방식이 보이는 경우가 있는데, 톤암을 수평으로 원활하게 이동시키기 위해서는 비용도 많이 들고 기술적으로도 쉽지 않은 일이므로 회전형 톤암에 비해 큰 기대를 하지 않는 편이 좋을 것이다(값이 싼 리니어 트래킹 톤암은 쳐다보지도 말라는 이야기다).

 

한가지 희한한 것은 해외의 경우 성능이 뛰어난 리니어 트래킹 톤암이 속속 발표되고 인기도 높은 편인데, 유독 국내에서는 리니어 트래킹 톤암이 거의 팔리지 않는다는 점이다. 아마도 오래 전에 리니어 트래킹 방식의 톤암이 국내에 처음 소개될 때, 성능이나 조작성 등이 그리 좋지 않았기 때문에 생긴 편견이 아닐까 생각되는데, 이제는 리니어 트래킹 톤암에 대해서도 시장에서 공평한 평가가 이루어질 시기가 되지 않았나 생각한다.

 

(2) 톤암의 종류 : 피봇형과 힌지형

By AnalogStyle - 2016년 8월 1일

톤암은 지지부의 구조에 의해 힌지 형과 피봇 형으로 분류할 수 있다. 힌지 형은 톤암을 통과한 핀을 양쪽에서 지지하는 방식으로 힌지를 두 개 사용함으로써 좌우, 상하의 운동이 이루어지는 형식이다. 일반적으로 사용되는 거의 대부분의 톤암은 힌지 방식으로 제작되는데 우선은 만들기 쉽고 사용하기도 쉽다. 다만 축을 지지하는 베어링 부분이나 힌지 부분의 마찰 또는 댐핑 특성에 따라 성능의 차이가 매우 크며 메이커의 설계/제작 능력이 매우 중요하다고 할 수 있겠다.

 

힌지타입 톤암. 톤암을 통과하는 핀과 베어링을 이용하여 톤암을 지지하는 구조로 톤암이 축방향으로 회전하지 않는다.

 

피봇형은 뾰족한 바늘 끝에 암을 살짝 얹어 놓은 것이라고 생각하면 된다. 뾰족한 바늘 끝은 ‘n’ 자 모양으로 움푹 패인 부분에 닿게 되며 밸런스 웨이트를 이용해서 중심을 잡는다. 이렇게 톤암이 한 점에서 지지되면, 톤암을 좌우나 위아래로 움직이는 것은 물론이고 턴테이블의 정면에서 톤암 손잡이를 잡고 동그라미를 그릴 수도 있다. 힌지형은 좌우나 위아래 움직임만이 가능하지만 피봇형은 한마디로 자유자재라는 것이 큰 차이다. 보통은 하나의 피봇을 사용하므로 단일 피봇형(uni-pivot type)이라 부르며, 주 피봇에 보조적인 피봇을 하나 더 사용함으로써 운동의 안정성을 개선한 이중 피봇형(double pivot type)도 있다. 덴마크의 모크사에서 발표한 DP-6 톤암에서 DP는 이중 피봇(double pivot)을 의미한다.

 

톤암이 움직일 수 있는 자유도 면을 생각하면 피봇형이 우수하다고 할 수 있을 것이다. 하지만 바꿔서 생각하면, 피봇형의 예민함은 오히려 단점으로 지적될 수도 있다. 톤암이 자유자재로 움직일 수 있다는 이야기는 톤암이 음반에 대해 기우뚱하게 접한 상태로 있을 수도 있다는 이야기가 된다. 이를 아지무스 각(azimuth angle)이라고 하는데,  특히 J형처럼 한 쪽으로 기울어져 있는 경우는 말할 것도 없고, 완전히 축대칭인 직선형 톤암의 경우도 손잡이가 있다는 점을 생각하면, 그리고 카트리지를 설치할 때 음구의 접선 방향으로 살짝 돌려야 하므로, 톤암을 정면으로 보았을 때 반드시 어느쪽으로든 돌아가 있게 되며, 이는 당연히 음질에 좋지 않은 영향을 주게 되고, 리프트로 톤암을 내리고 올릴 때 수직으로 운동하지 않아 원하는 위치에 바늘을 놓지 못하는 경우도 발생한다.

 

 

그래서 피봇 타입 톤암의 무게 추는 단순히 바늘에 가해지는 힘 뿐아니라 좌우에 배분되는 무게를 다르게 줄 수 있도록 되어 있다. 무게 추의 형상이 원이라면, 톤암에 끼워지는 부분이 정중앙에서 벗어나서 편심을 갖게 되며, 윌슨 베네쉬 액트 톤암처럼 무게 추의 형상이 좌우로 펼쳐진 모양으로 된 경우도 있다. 이를 돌려 좌우 균형을 잡아 카트리지의 각도를 음반에 수직이 되도록 보정하는 것이다.

 

윌슨베네쉬 서클 턴테이블에서 플래터를 들어 낸 모습. 장착된 액트0.5 톤암은 피봇형으로 무게추의 형상이 독특하다. 무게추를 이동시켜 침압을 설정하고, 회전시켜서 아지무스를 잡는다.

 

힌지형의 경우라면, 정면에서 보았을 때 톤암의 회전이 원리상 불가능하므로 아지무스 앵글을 특별히 고려하지 않아도 된다. 턴테이블의 수평을 잘 맞추고 톤암을 정 위치에 장착하면서 톤암의 높이만 맞추면 되므로 매우 쉽게 세팅을 마칠 수 있다.

 

톤암 중에 특이한 형태로는 웰-템퍼드사의 톤암을 들 수 있겠다. 톤암을 골프공(?)에 관통시킨 뒤, 이를 매달아 지지하는 구조다. 골프공은 걸쭉한 오일이 담겨있는 통에서 회전하므로 댐핑 효과가 크며, 피봇 타입 톤암처럼 운동도 자유롭다.

 

 

(3) 톤암에서 스태틱 밸런스와 다이내믹 밸런스

By AnalogStyle - 2016년 8월 1일

톤암은 카트리지에 침압을 가하는 방법에 따라 스태틱(static)과 다이내믹(dynamic) 형으로 분류된다. 스태틱 방식은 톤암과 카트리지의 무게만으로 음반을 누르는 것이다. 놀이터에서 볼 수 있는 시소와도 같은 원리다. 즉 침압의 크기는 톤암 뒷 부분에 장착된 무게 추의 위치에 따라 조절되며(시소의 원리), 무게 추 외에 특별한 장치가 필요 없으므로 구조가 간단하고 만들기가 쉬워서 시중에 판매되고 있는 대부분의 톤암에 사용된다.

 

위에 보이는 사진은 베스트셀러 턴테이블 테크닉스 1200시리즈에 사용된 톤암 – 스태틱 밸런스 방식으로 밸런스 웨이트와 헤드셸이 빠진 상태다. 힌지형으로 구조가 매우 간단하며 별도의 다이얼 같은 것이 전혀 없는 것을 알 수 있다.

 

그런데 LP가 휘어져 있는  경우를 생각해보자. 스태틱 밸런스 톤암의 경우, 만일 LP가 휘어 있다면 카트리지가 음구를 따라 위 아래로 움직일 때 – 같은 무게의 사람이라도 저울 위에서 움직이면 무게가 변동하는 것처럼 –  침압이 변동하게 된다.  특히 무거운 톤암이라면 관성이 크므로 침압이 크게 변동한다.

 

이 약점을 보완하기 위해 개발된 것이 다이내믹 밸런스 톤암이다. 다이내믹 밸런스 톤암은 스프링과 같은 별도의 기계 장치로 톤암을 아래로 내리는 힘을 가하는 것이다(침압을 주는 것이다). 다이내믹 밸런스 톤암의 경우에는 침압을 중력에만 의존하지 않으므로, 예컨대 톤암이 위로 움직이면 스프링이 더 압축되어 아래로 가해지는 힘이 증가하므로 변동의 요인을 상쇄시킨다. 즉 다이내믹 밸런스 방식은 균일한 침압을 유지하는 능력이 스태틱 밸런스 방식보다 더 낫다고 할 수 있다.

 

다이내믹 밸런스 방식의 대표적인 톤암으로는 SME의 시리즈 V를 들 수 있고, 레가의 톤암 중에서도 RB 301이상은 모두 다이내믹 밸런스를 쓴다. 레가의 다이내믹 밸런스 톤암은 추를 이용하여 0점을 맞추고 다이얼을 돌려서 스프링을 압축시킴으로써 침압을 주는 일종의 하이브리드 방식이다. 다이얼은 그냥 0에 맞춰두고(스프링을 압축시키지 않은 채로) 추의 위치를 조정하여 침압을 주게 되면 순수 스태틱 밸런스 방식의 톤암이 되는 것이다.

 

 

SME 309 톤암. SME 300 시리즈는 무게추 부분이 일반적인 톤암과 다르게 생겼기 때문인지 다이내믹 밸런스 방식으로 오해받는다. 하지만 SME 309는 분명히 스태틱 밸런스다. 시리즈 IV 역시 스태틱 밸런스다.

 

SME의 최고봉 시리즈 V. 다이내믹 밸런스 톤암이다. 위 309 톤암과 비교하면 오른쪽에 회전시킬 수 있는 다이얼이 있다. 이 다이얼로 스프링을 통해 침압을 준다.

 

글을 쓰다보니 다이내믹 밸런스 방식이 훨씬 우월한 것처럼 되어 버렸는데, 반드시 그렇지만은 않다는 이야기를 꼭 첨부하고 싶다. 다이내믹 밸런스 방식은 스프링과 같은 별도의 기계 장치를 사용하는 만큼, 구조가 복잡해지는것은 분명하며, 요소 요소가 잘 설계되어 있지 않으면 단순한 구조의 스태틱 밸런스 톤암보다 못한 성능을 낼 가능성도 충분히 있는 것이다. 게다가 몇몇 다이내믹 밸런스 톤암은 사용하기 까다로운 경우도 많고, 앞서 언급한 침압 변동 문제도 대부분의 경우는 별다른 차이를 느끼지 못하는 경우도 많다. 톤암의 성능은 스태틱 / 다이내믹 밸런스 방식 뿐아니라, 톤암의 재질이나 형상, 지지 구조, 댐핑 특성 등 여러 요소들이 결합된 시스템으로서 판단되어야 할 것이다.

 

(4) 카트리지와 톤암의 매칭

By AnalogStyle - 2016년 8월 2일

톤암의 분류에 대해 한 가지 더 언급하자면, 하이 컴플라이언스(high compliance)용과 로우 컴플라이언스 용으로 구분할 수 있다. 컴플라이언스는 카트리지에 사용되는 용어인데, 이전 글에서도 설명한 바 있다. 컴플라이언스는 카트리지 칸틸레버의 강성(스프링 상수)의 역수로 정의되며, 우리 말로는 순응도라고도 번역될 수 있다. 즉 컴플라이언스가 크면 (순응을 잘해서) 잘 움직인다는 뜻이고 컴플라이언스가 작다는 것은 움직이게 할 때 힘이 많이 든다는 뜻이다. 요즘 카트리지는 대부분 하이 컴플라이언스 형이라고 보아도 무방하다(외관을 보면 캔틸레버가 가늘고 가볍다). 가끔 하이 컴플라이언스와 로우 컴플라이언스는 경침압과 중침압이라는 용어로 혼용되고 있는데, 하이 컴플라이언스인 카트리지는 대개 경침압 카트리지이고, 로우 컴플라이언스 카트리지는 중침압 카트리지이므로 아주 틀린 이야기는 아니지만 정확한 표현은 아니다. 로우 컴플라이언스 카트리지에 맞는 톤암은 실효 질량이 큰 것으로, 앞서 언급한 바와 같이 암의 길이가 긴 롱암을 생각하면 되겠다(모크사에서 만든 톤암들처럼 같은 치수에 실효 질량이 다른 다양한 암대를 제공하는 제품도 있다). 

모크의 톤암은 암대가 분리된다. 모크에서는 같은 형상의 톤암에 대해 다양한 질량을 가진 암대를 제공하므로 카트리와 최적의 매칭을 이룰 수 있다. 실효질량은 헤드셸의 윗쪽에 찍힌 점의 색깔로 구분된다.

 

물론 무거운 카트리지와 톤암에 적절한 침압을 유지하기 위해서는 일반적인 톤암보다 훨씬 더 무거운 무게 추를 갖고 있어야 하며, 제품에 따라 무게 추를 여러 개 달 수 있도록 해놓거나, 보조 추를 장착하게 해 놓은 것들도 있다. 한편 컴플라이언스에 의한 카트리지와 톤암의 매칭 문제는 침압을 주는 방식과도 결부되며, 애호가들 사이에서는 대체로 하이 컴플라이언스 카트리지 – 쇼트 암 – 다이내믹 밸런스의 조합이나, 로우 컴플라이언스 카트리지 – 롱암 – 스태틱 밸런스의 조합이 선호되는 경향이 있는 것 같다.

 

오르토폰 309 톤암은 오랫동안 애호가들에게 사랑받았고, 아직도 사랑받고 있는 12인치 롱암의 명기다. 로우 컴플라이언스 카트리지의 대명사 SPU와의 매칭은 최적이라 할 만하다. 사진은 309중에서도 초기형인 RMA 309

 

톤암은 형상에 따라, 재질에 따라. 이동 방식에 따라 또는 침압을 주는 방식이나 컴플라이언스 등여러 방식으로 분류할 수 있지만 어느 것이 좋다고 이야기하는 것은 역시 곤란하다. 원리상으로는 리니어 트래킹이 가장 우수하지만, 엉성하게 만들어진 리니어 트래킹 톤암보다는 잘 만든 회전형 톤암이 좋을 것은 당연하고, 사용자의 편의를 우선한다면 J형 또는 S형 톤암에 유니버셜 헤드 셸이 장착된 것이 가장 좋을 것이다. 물론 카트리지를 탈착할 때 수반하는 번거로움을 감수하더라도 신호의 전송 효율을 중시한다면 헤드셸 일체형 톤암이 나을 것이다. 한편 피봇형이 힌지형보다 트래킹 능력은 원리적으로 낫지만, 사용의 불편함이나 지나치게 예민해서 세팅에 늘 신경써야 한다는 점은 웬만한 애호가로서는 결코 간단한 일이 아니다. 게다가 톤암의 베어링 성능이나 오일에 의한 댐핑 유무에 따라서 소리는 크게 바뀌기 때문에 섯불리 단정하는 것은 아무래도 불가능한 것이다.

 

 

(5) 톤암의 재질

By AnalogStyle 2016년 8월 4일

 

트라이아트(Tri-Art)오디오에서 목재로 만든 톤암. 목재는 댐핑 특성이 우수하나 강도면에서 불리하다.

회전형 톤암의 길이는 9인치에서 12인치 이상까지 다양한데, 앞서 언급한대로 암의 길이가 길어질수록 바늘 끝의 운동이 직선에 가까워진다는 점에서 분명히 장점이 있다. 하지만 암의 길이가 길어지면 암의 관성이 커지므로(정지한 것을 움직이기도 힘들고 운동하던 것을 멈추기도 힘들다), 요즘 유행하는 하이 컴플라이언스의 카트리지에는 어울리기 어렵다는 단점도 있다. 이를 해결하기 위해 해외의 한 메이커에서 상대적으로 가벼운 재질 – 나무를 사용하여 18인치 이상의 매우 긴 톤암을 생산한 경우도 있었다. 하지만 가벼운 재질은 대체로 강도가 약하므로 변형이나 공진의 우려가 있어서 쉽게 생각할 일은 아니다. 톤암의 재질이 가져야 할 성질은 다음과 같이 정리해 볼 수 있다.

 

1. 동작할 때 부분적으로 떨리거나 미세한 변형이 일어나지 않도록 강성이 좋아야 한다.

 

2. 관성이 작아야 섬세하게 움직일 수 있으므로 가벼운 재료 쪽이 유리하다고 하겠다.

 

3. 턴테이블을 동작시키며 음악을 들을 때, 외부의 진동이나 모터의 떨림, 혹은 스피커의 음압이 항상 뼈대를 타고 톤암으로 전달되는데, 이러한 진동을 흡수하는 댐핑 능력이 필요하다. 보통 금속이나 유리 병을 쇳조각 같은 것으로 두드려 보면 ‘쨍~’ 하고 진동이 길게 끌리는데 이는 아주 좋지 못한 것이다. 반면에 아크릴이나 마그네슘, 목재와 같이 두드려도 ‘툭’하고 진동이 짧게 끊어지는 것이 댐핑 특성에서 유리한 것이다.

 

4. 가공성이 좋아서 원하는 형상을 쉽게 만들 수 있어야 한다.

 

그런데 이런 조건들은 스피커 진동판의 재료와도 비슷한 특성이 요구되는데, 불행히도 서로 상충되는 것이다. 강하면서 가볍기도 어렵고 강하면서 진동을 흡수하는 능력을 갖추는 것도 쉽지 않다.결국은 설계자가 적당한 선에서 타협하고 최적 값을 찾아 만드는 수 밖에 없다.

 

톤암 재질로 가장 만만한 것은 금속 중에서도 알루미늄이다. 고급 스포츠카들은 일반적인 철강대신 알루미늄으로 만들어지는데, 알루미늄 자체가 철강보다 강하기 때문은 아니다. 알루미늄으로 철강과 같은 강도를 내려면 두께를 두 배 정도로 증가시켜야 하는데, 무게는 1/4이하로 감소하기 때문이다. 특히 알루미늄은 진동의 흡수 나아가 충격의 흡수에도 철강보다 훨씬 유리하기 때문에 자동차 프레임의 재료로는 최적이다. 게다가 알루미늄은 가공성도 무척이나 뛰어나다.

 

알루미늄으로 제작한 오르토폰 AS-212 톤암. 알루미늄은 빈티지 시절부터 고급 톤암의 재료로 널리 사용되어 왔다.

 

알루미늄의 이런 성질은 오디오 분야에도 그대로 적용된다. 톤암은 물론이고 스피커의 인클로저, 진동판의 재질로도 인기를 누리고 있다. 더구나 알루미늄에 실리콘 등의 원소들을 추가하여 댐핑 특성을 더욱 강화시킬 수 있으므로 앞으로도 오디오 분야에서 더욱 널리 사용될 것으로 예상된다.

 

알루미늄 외에 스테인레스 스틸 또는 일반 스틸도 간혹 사용되는데 내구성이 좋고 강도가 뛰어난 대신, 무겁고 가공성과 댐핑 능력이 떨어지는 단점이 있다. 이런 경우에는 코팅을 하거나 암 튜브 내를 다른 재료로 채우는 등 댐핑능력을 향상시키는 노력이 필요하다.

 

간혹 보이는 마그네슘 합금 역시 톤암을 비롯한 오디오 분야에서 최적의 소재다. 셀레스천이 그들의 대표작 SL700을 발표하며 세상을 깜짝 놀라게 했을 때 인클로저의 재료가 바로 마그네슘 합금이었다. 마그네슘은 적당한 강도와 특히 댐핑 능력이 뛰어나서 알루미늄보다 우월하다고 할 수 있지만, 치명적인 단점은 가공하기가 너무 어려워서 (상온에서 잘못 가공하다가는 폭발한다) 가격이 높다는 점이다.

 

 

금속 이외에도 흑단이나 아크릴, 플라스틱 계열이 사용되기도 하는데, 각각의 재질 특성이 음에 반영되는 것이 재미있다. 재질 자체의 강도는 금속에 비해 현저히 떨어지지만 일단 무게가 가볍고 진동 흡수 능력에서 유리한 점이 있으므로 형상의 설계 능력에 따라 성능이 결정된다고 보아야 할 것이다.

 

클리어오디오 유니파이 톤암. 카본 섬유로 암대를 만들고 스테인레스 스틸과 일반 스틸을 섞어서 만들어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