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OneKey 메모장

아날로그 탐구 1 - 카트리지

by onekey 2024. 4. 14.

(1) 카트리지란 무엇인가

By AnalogStyle - 2016년 7월 28일

 

디지털이 너무 완벽해서 삭막하다는 인상까지 주기 때문일까? 애호가들 사이에서 아날로그 시스템의 인기는 줄어들 줄 모른다. ‘사망’ 판정을 받은 구시대의 유물 – LP들을 놓지 않고 끝까지 함께 하겠다던 골수 애호가들은 이제 ‘고집불통의 수구파라’는 오명을 벗고, 시대의 흐름을 제대로 읽었다는 득의의 미소를 얼굴 가득 품게 되었다. 점점 메마르게 변하는 디지털 세상에서 따듯한 아날로그 사운드라니… 참으로 멋진 일이 아닐 수 없다. 이런 흐름은 고급 사용자들만의 현상을 넘어, 새로 오디오를 시작하는 초보자들도 상당수 아날로그에 깊은 관심을 갖고 있는 듯하다. ‘막귀’를 자처하는 많은 애호가들도 이구동성으로 아날로그 사운드의 좋은 점을 이야기하는 것을 보면 이런 흐름은 잠깐 지나치는 유행은 아닐 것이라는 기대를 하게 된다.

 

그런데 아날로그 시스템으로 디지털보다 월등히 좋은 소리를 내는 것은 결코 쉽지만은 않은 일이다. 하지만 제대로 세팅되었을 때의 아날로그 소리는 실로 매혹적이다. 따지고 보면 디지털이라는 것은 결국 아날로그 신호를 데이터로 축약한 것이므로, 최고 수준의 아날로그를 따라잡을 수 없는 근본적인 운명을 갖고 있다고도 할 수 있을 것이다. 단, 사용자의 지식이나 기기를 다루는 숙련도에 따라 같은 기기라도 천양지차의 소리를 낼 수 있고 사용하는 액세서리에 의해서도 큰 차이가 난다. 같은 제품인데도 성능과 만족도가 다르다? 이는 분명히 아날로그의 단점이지만, 따지고보면 이 점이 바로 아날로그의 매력이라고 말할 수 있을 것이다. 획일화된 소리가 아닌 자신만의 멋진 소리를 만들어 낼 수 있다는 점에서, 그리고 그것이 오디오를 즐기는 취미의 본질이라는 점에서 그렇다. 본 컬럼에서는 아날로그에 관심을 갖는 분들, 특히 초보자를 대상으로 아날로그 기기의 특징과 운용 방법을 상세하게 연재할 계획이다. 오디오와 재생음악의 황금기 – 아날로그 시대를 접하지 못한 젊은 층들이나 아날로그에 입문하기를 원하는 초보자들에게 다소나마 도움이 될 수 있다면, 그리고 이미 아날로그를 충분히 즐기고 있는 고급 사용자들에게도 그동안 간과했을 내용이 포함되어 도움이 된다면 큰 보람을 느낄 것이다. 그 첫 회로 아날로그 사운드에서 음의 입구라고 할 수 있는 카트리지에 대해 살펴본다.

 

카트리지는 소형 발전기다. 혹시 발전기가 생소하다면 모터라고 생각해도 좋다. 모터는 누구나 알다시피 중심에 코일이 있고 둘레에 자석이 있다. 코일에 전류가 흐르면 자기장의 영향으로 힘이 생겨서 모터를 회전시키게 된다(스피커 유닛도 모터와 철저하게 동일한 원리로 동작한다). 발전기는 모터와 구조가 거의 같다. 모터에 전원을 연결하지 않고 모터를 돌려주면 이번에는 코일에 전류가 생기는 것이다(스피커 유닛의 역기전력도 마찬가지 원리다). 이런 작용은 전기장과 자기장이 사실은 하나라는 – 패러데이의 법칙이나 맥스웰의 방정식 같은 것으로 좀 더 우아하게 표현할 수도 있겠지만, 그런 방식에 진저리를 칠 애호가들이 많을 테니 빼도록 하자. 중요한 것은 자기장 안에서 도체에 전류가 흐르면 힘을 받아 움직일 수 있게 되고(모터의 원리), 자기장 안에서 도체가 움직이면 도체에 전류가 발생한다는(발전기의 원리) 것이다. 이러한 움직임은 상대적이므로 만일 자석이 움직여도 코일에는 전류가 흐르게 할 수 있다. 

 

(2) MM과 MC 카트리지의 내부 구조

By AnalogStyle - 2016년 7월 28일

 

카트리지를 살펴보자. 카트리지에서 삐죽 튀어나온 가는 금속 부분을 캔틸레버(Cantilever)라고 하고, 그 끝에는 다이아몬드나 사파이어로 만든 바늘(Stylus)이 달려있다. 캔틸레버의 보이지 않는 다른 쪽 끝은 자석과 붙어 있거나 코일과 붙어 있다. 캔틸레버는 허공에 떠있을 수 없으므로 중간에 고무 서스펜션으로 지지되는데, 간혹 오래된 카트리지의 경우 이 고무 부분이 경화되어 형편없는 소리를 내기도 한다(이 경우는 카트리지 전문 수리점에서 서스펜션을 교체해야 한다). 캔틸레버에서 바늘의 반대 편에 자석이 붙어 있는 경우를 MM(Moving Magnet)형 카트리지라고 한다. MM형 카트리지에서 자석 주위에는 고정된 코일이 존재한다. 즉 바늘이 LP판 위에서 소릿골을 따라 진동하면 함께 연결된 자석이 똑같이 진동하게 되고 앞서 언급한 원리와 같이 고정된 코일에는 유도 전류가 흐르게 되는 것이다. LP판의 소릿골에는 음악 신호의 떨림을 그대로 담아 놓았으므로, 이 때 만들어진 전류는 음악 신호와 동일한 것이다!

 

  

이제 MC형 카트리지를 알아보자. MC(Moving Coil)형 카트리지는 캔틸레버의 끝에 자석 대신 코일을 붙여 놓고 주변에 자석을 고정시켜 놓은 것이다. 그림에서 보는 바와 같이 자석과 코일은 멀리 떨어져 있는데, 자력은 폴 피스라는 금속을 통해 코일 주변에 자기장을 형성하게 된다. 한편 MC형 카트리지의 캔틸레버는 비교적 짧으며, 코일이 달린 끝단은 댐핑 고무에 의해 지지되고, 피아노 와이어를 통해 팽팽하게 당겨진다. 오래된 카트리지에서 댐핑 고무가 경화된 경우는 전문 수리점에서 수리가 가능하며, 피아노 와이어가 끊어지면 바늘 끝이 힘을 받을 수 없어서 사용할 수 없으며 전문 수리점에서도 수리가 어렵다. MC형도 원리 면에서는 MM과 같으며, 바늘이 소릿골의 파형에 따라 진동하게 하면, 코일이 자석에 대해 상대 운동하므로 음악신호, 즉 교류 전류가 발생하는 것이다. 결국 MM형과 MC형의 차이는 단지 고정된 코일에 대해 자석을 움직이는가, 아니면 고정된 자석에 대해 코일을 움직이는가 하는 차이다. 이렇게 발생된 교류 전류는 앰프로 보내져서 증폭되고 이를 스피커로 보내면, 스피커에서는 카트리지의 반대 원리 – 이번에는 전류를 진동판의 움직임으로 바꾸는 ‘모터의 원리’에 의해 음악을 들려주는 것이다.

 

(3) MM과 MC 카트리지 차이는?

By AnalogStyle - 2016년 7월 28일

 

그러면 두 가지 타입은 성능이나 음질면에서 어떤 차이를 갖고 있을까? 우선 MM형은 코일이 바늘과 떨어져서 고정되어 있으므로 코일을 충분히 많이 감을 수 있다. 따라서 출력 전압이 수 mV 정도로 (비교적) 높다. 게다가 바늘이 코일과 연결되어 있지 않으니 바늘 끝만 분리할 수가 있어서 재활용에 편리하며, 제품 간에 편차가 적어 대량 생산에도 적합하다고 한다.

 

반면에 MC형은 코일이 바늘과 연결되어 있고, 어차피 바늘 끝을 분리할 수가 없으니 피아노 와이어로 지지하면서 캔틸레버의 길이를 짧게 만들 수 있고 코일도 조금만 감아서 (10바퀴~12바퀴) 운동계를 가볍게 만들 수 있다. 몇몇 메이커에서는 운동계를 더욱 가볍게 만들기 위해 캔틸레버에 가볍고 강성이 좋은 보론이나 특수 합금을 쓰기도 한다. 이렇게 운동계가 가볍다는 것은 LP 음반의 수명에 직접적인 도움이 되는 것은 물론, 음질적으로도 해상도의 증가나 광대역 재생에 크게 기여하게 된다. 음질적으로 훨씬 민감한 특성을 갖게 된다는 뜻이다.

 

하지만 아주 가는 코일을 쓰더라도 보통 십수 바퀴 정도 밖에 감지 못하므로 MC형 카트리지의 출력 전압은 MM형에 비해 1/10 이하로 낮아지는 것이 큰 단점이다. MC 카트리지의 낮은 출력 전압을 MM형처럼 크게 만들어 주려면 승압 트랜스나 헤드 앰프처럼 별도의 기기가 필요하게 되는데, 아주 작은 신호를 여러 번, 그리고 크게 증폭한다는 것은 S/N비(신호대 잡음비) 면에서 결코 간단한 일이 아니며, 그래서 아무리 고급 카트리지라고 하더라도 MC형은 MM형보다 신호대 잡음비에서 불리할 수밖에 없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골수 아날로그 애호가들은 주로 MC형만을 선호하는 경향이 있다. 아마도 음악의 재생에서 다른 덕목보다 섬세한 특성이 필수적인 덕목이기 때문일 것이다. 하지만 MM형에도 좋은 제품들은 많다. 슈어의 제품들 중 V15 시리즈는 긴 세월 큰 인기를 끌었으며 최고급품이었던 ‘울트라’는 어떤 카트리지도 튀게 만든다는 최고의 난관 – ‘1812년’의 대포 소리를 가볍게 재생시킴으로서 ‘트래커빌리티’라는 신조어를 만들어 내기도 했다.

 

특히 요즘에는 네오디뮴과 같이 작으면서 강력한 자석을 만드는 기술이 많이 향상되었으므로, MM형 중에도 섬세한 소리를 내는 것들이 많아졌다. 따라서 MM보다 MC가 낫다는 속설은 비슷한 가격의 카트리지를 비교하지 않고, MM과 MC 카트리지를 단순 비교해서 나온 이야기라는 생각이다(보통 50만원을 기준으로 그 보다 비싼 MM 카트리지는 드물고, 그 가격 이하의 MC 카트리지는 드문 편이다).

 

만일 비슷한 가격대에서 비교한다면 과연 어느 쪽이 더 나을지를 평가하는 것은 결코 간단하지 않다. 다만, 오래된 팝이나 가요 음반에는 MM형이, 그리고 클래식 쪽에는 MC형이 낫다는 이야기는 그런대로 설득력이 있다고 할 수 있을 것이다. 그리고 MM형 카트리지의 가격이 상대적으로 저렴하므로, 라이센스나 오래된 음반에는 MM형을, 그리고 값비싼 귀한 판이나 고음질 판은 MC를 써서 재생하는 것처럼, 보유하고 있는 LP의 양이나 질에 따라 선택하는 것도 괜찮은 방법이다. 초보자라면 일단 MM형으로 충분한 경험을 쌓을 것을 권한다. 

 

한편 요즘 유행하는 고출력 MC 카트리지는 아주 가는 코일을 좀 더 감고 강력한 자석을 사용함으로써 출력 전압을 MM형과 비슷한 수준까지 높인 것이며, MM형에 쓰는 포노 앰프에 직접 연결할 수 있게 한 것이다. 한편 MI(Moving Iron 또는 Moving Inductor)형 카트리지라는 것도 있는데, 이는 MM형의 특허를 피하기 위해 고안되었다고 하며, 자석과 코일은 고정시켜두고 캔틸레버에 연결된 작은 쇳조각을 자석 주위에서 움직이게 함으로써 자기장에 변화를 주어 유도 전류를 얻는 것이다. 대표적인 제품으로는 그라도, 스탠튼, B&O 및 데카의 몇몇 제품들을 꼽을 수 있는데, 스펙은 MM형과 유사하지만 더 나은 성능을 기대할 수 있다. 음색도 MM형과 MC형의 중간 정도로 독특하다. 한편 B&O는 MI형이면서 자석과 코일을 네 세트 장착하는 독특한 카트리지를 선보였는데, 이를 MMC(Moving Micro-Cross)형 카트리지라고 부르기도 한다.

  

(4) 카트리지의 스타일러스와 침압

By AnalogStyle - 2016년 7월 28일
 

카트리지의 외관을 보면, 대개는 발전부가 케이스에 덮여 있어서 캔틸레버와 바늘 끝만이 카트리지의 하부에 돌출되어 있는 것이 일반적이다. 이런 제품들은 주요 부분이 케이스 내부에 있으므로 설치할 때 특별히 주의해야 할 점이 없다. 간혹 고급 제품 중에는 카트리지 전체의 무게를 가볍게 할 의도로 외부 케이스 없이 발전부가 그대로 외부에 노출된 제품들도 있다. 이런 것들은 누드 타입이라고 부르는데, 설치할 때 특별히 주의를 요한다. 단자와 코일을 연결하는 아주 가는 선재가 외부에 노출되어 있으므로 연결 부위를 잘못 만지면 쉽게 고장이 난다. 워낙 가는 선재라서 단선되면 사용자가 고칠 방법은 거의 없으며 반드시 전문점의 수리를 받아야 한다.

 

그런데 재미있는 것은 같은 카트리지라도 케이스의 형태나 재질에 따라서 음질이 변한다는 것이다. 그래서 다른 메이커의 발전부만을 자신들이 튜닝한 케이스에 넣어 판매하는 메이커들도 상당히 많다. 예컨대 록산은 EMT의 카트리지에서 스타일러스(바늘)와 발전부를 자신들이 튜닝한 누드 타입의 케이스에 장착하여 쉬라즈라는 이름으로 판매하고 있다. 또한 ZU라는 메이커 역시 데논의 베스트셀러 DL103에서 발전부만을 쓰고 자신들이 만든 금속 케이스에 넣어 ZU103이라는 모델로 판매하기도 한다. 이 카트리지들은 오리지널 제품과 전기적으로는 완전히 동일한 특성을 갖고 있으나 소리는 엄연히 다른, 서로 다른 카트리지라고 할 수 있는 것이다.

 

캔틸레버의 형상이나 재질은 카트리지의 음질에 큰 역할을 하는데, 가볍고 단단한 것이 좋다. 주로 알루미늄이 사용되며 고급기에는 보론이나 카본, 심지어 사파이어나 다이아몬드가 사용되기도 한다. 음질에 더 큰 영향을 주는 부분은 특히 스타일러스의 형상이다. 바늘은 대개 인조 다이아몬드로 만드는데, 가장 단순한 형태는 바늘 끝이 구형(Spherical, Conical)으로 되어 있다. 모노 카트리지는 대개 구형 바늘을 쓰며, DJ용과 같이 가끔씩 거꾸로 돌려야 하는 경우에는 이 형태를 사용하는 것이 좋다. 스테레오 음악 감상용으로 더 나은 형태는 타원형(Elliptical)으로, 구형보다 바늘이 소릿골에 접촉하는 면적이 넓어 더 많은 정보를 읽어낸다. 이 외에도 바이-래디얼(Bi-radial)형과 같이 타원에서 부분적으로 곡률을 변경시켜 소리를 개선하려는 노력은 여러 메이커에서 꾸준히 시도되었으며, 각각 고유의 이름을 갖게 되었다. 오르토폰의 화인 라인(Fine Line), 오디오 테크니카의 라인 컨택트(Line Contact), 슈어의 하이퍼 엘립티컬(Hyperelliptical)과 같은 것들이다. 요즘에는 레이저 다이아몬드 커팅 기술의 발달로 바늘 끝의 형상을 원하는 대로 가공할 수 있게 되어, 릿지 타입(Ridge Type)을 쓰는 경우가 많다. 카트리지 스펙 시트에서 흔히 볼 수 있는 가이거 S 타입이나 가이거 II 타입은 프리츠 가이거가 고안한 특정한 릿지 타입을 의미한다.

 

 

바늘은 음반과 접촉하면서 소릿골을 따라 운동하게 된다. 그런데 바늘이 소릿골을 따라가게 하려면 약간의 힘으로 눌러주어야만 한다. 만일 힘이 가해지지 않는다면 소릿골에서 위로 솟아오른 부분에서 바늘이 위로 떠올라 접촉되지 않을 수 있기 때문이다. 이렇게 바늘에 힘을 가해 음반을 누르는 힘을 ‘침압’이라고 한다. 이 용어는 침압(針壓), 즉 바늘에 가해지는 ‘압력’이지만, 사실상은 2g, 3g과 같이 무게(힘)의 단위를 쓴다(압력은 힘을 힘이 가해지는 면적으로 나눈 값이다). 카트리지를 구입해 보면 스펙 시트에 그 카트리지의 적정 침압이 나와 있는데, 정확하게 몇 그램으로 정해지기보다는 1.8g ~ 2.2g 과 같이 범위로 주어진 것이 대부분이다. 침압을 변화시키며 음악을 들어보면 침압을 낮게 주었을 때 소리가 밝고 경쾌하며, 침압을 높이면 소리가 중후하고 무겁게 변하는 경향이 있다. 침압이 낮은 것이 소리가 좋다고 “조금만 더, 조금만 더”하고 침압을 낮추다 보면, 큰 소리가 나는 부분에서 바로 바늘이 튀어 버린다. 

 

침압은 바늘 끝에 가해진 힘을 의미하므로 소리 뿐만 아니라 LP판의 마모에도 큰 영향을 준다. 음반을 매우 아끼는 애호가가 흔히 하기 쉬운 실수는 판의 마모를 줄이고 싶은 마음에 침압을 낮게 사용하는 것이다. 바늘 끝에 가해지는 힘이 작을수록 판을 덜 긁을 것이라는 생각은 얼핏 맞는 이야기처럼 여겨지지만 사실은 그렇지 않다. 연구 결과를 보면 침압이 가벼운 경우에 판의 마모가 더욱 심하다는 사실에 놀라게 된다. 침압이 지나치게 낮으면 급격한 소리의 변화에 바늘이 크게 흔들리며 심하면 튀게 된다. 이렇게 튀게 되면 판에 靜 하중보다 動 하중이 가해지게 되는데 동하중은 정하중과 비교할 때 같은 질량이라고 하더라도 훨씬 크므로 결과적으로 침압이 낮은 경우가 음반에 더 큰 손상을 주게 되는 것이다.

 

(5) 카트리지의 컴플라이언스

By AnalogStyle 2016년 7월 28일

 

한편, 같은 MM, 또는 MC 카트리지이고 바늘의 형상이 같다고 하더라도 캔틸레버와 댐핑 서스펜션의 특성에 따라 카트리지의 특성은 많이 바뀌게 된다. 보통 이 성질은 운동에 대한 순응도(Compliance)로 규정되는데, 스피커 유닛의 에지나 톤암에서도 사용되는 용어다. 카트리지에서 순응도라는 것은 바늘 끝이 소릿골을 따라갈 때, 캔틸레버가 얼마나 원활하게 움직이느냐 하는 것으로 바늘에 힘을 가해졌을 때 바늘이 상하 좌우로 밀리는 길이로 정의된다. 즉 어떤 카트리지가 15mm/N의 순응도를 갖고 있다면 1N을 가했을 때 바늘이 15mm 이동하는 것이다. 1N의 힘은 바늘 끝에 걸리는 힘으로는 무척 큰 값이므로, 힘의 단위로 작은 것을 쓰는 경우도 많은데, 예를 들어 15mm/N은 15μm/mN과 같고 15×10-6mm/dyne과도 같은 값이다. 보통 순응도는 숫자 하나만 표기되어 있는 경우가 많지만, 하이엔드 카트리지의 경우에는 상하 운동의 순응도와 좌우 운동의 순응도를 구분해서 표기해놓은 것도 적지 않다.

 

요즘 카트리지들은 고순응도(하이 컴플라이언스) 형이 유행이라고 할 수 있어서, 시중의 제품들을 보면 대개 15mm/N을 넘고 큰 것은 20~30mm/N에 달하는 것도 많다. 이런 카트리지들의 캔틸레버는 무척 가는 것이 대부분으로 아주 예민한 특성을 갖게 된다. 한편 예전에 큰 인기를 끌었던 오르토폰 SPU 시리즈는 순응도가 10mm/N이 채 되지 않고, MC형 카트리지의 베스트셀러라고 할 수 있는 데논 DL103의 순응도는 5mm/N으로 매우 낮은 값을 갖는다(이런 카트리지들은 보기에도 캔틸레버가 굵고 튼튼해보인다).

 

얼핏 생각하면 순응도가 높은 제품이 소릿골을 잘 따라갈 것이므로 음질 향상에 유리한 것 같지만, 음반의 소릿골을 쫓아 가는 것은 단지 바늘과 캔틸레버 뿐이 아니라 톤암도 마찬가지 일을 하고 있으므로 반드시 톤암과의 관계를 따져보아야만 한다. 예컨데 오르토폰의 RM309 같이 묵직한 롱암에 하이 컴플라이언스 카트리지를 장착하면 소릿골에서 캔틸레버와 스타일러스가 유난히 많이 떨리고 동작이 불안정해질수도 있다. 그래서 대부분의 구형 톤암 또는 현대 톤암 중에서도 묵직한(실효질량이 큰) 톤암에는 컴플라이언스가 낮은 카트리지를 사용하는 것이 좋다.

 

저순응도(로우 컴플라이언스) 카트리지는 내구성이 좋다고 말할 수 있고 소리가 차분한 성질을 가지며 음반의 수명에 있어서도 유리하다고 할 수 있는 바, 단순히 순응도의 수치로만 카트리지를 선택하는 우를 범해선 안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