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 턴테이블의 모터와 구동 방식
By AnalogStyle - 2016년 9월 12일
턴테이블을 구성하는 주요 부품은 몸체와 모터, 그리고 플래터이다. 몸체에 부착된 모터는 대개가 AC 모터다. AC 모터는 내부에 코일과 자석이 다수의 극(Pole)을 이루고 있으며, 공급되는 전기의 주파수가 극들과 동기(Synchronize)되며 회전 속도가 결정되는 것이다. 예컨대 린의 LP12에서는 24극 싱크로 모터를 쓸 뿐 모터의 회전수에 대해서는 아무런 제어를 하지 않는다. 즉 우리의 집으로 공급되는 정확한 60Hz의 전원 만이 턴테이블의 회전 속도를 좌우하는 것이다. 하지만 걱정하지 말자. 우리나라의 전원 사정은 전압에는 편차가 있을지 몰라도 주파수는 매우 정확하다고 하니까.
또한 AC 모터가 주파수에 의해 회전수가 결정되므로, 60Hz용인지 50Hz용인지를 반드시 확인해야 한다. 간혹 전기가 50Hz인 외국에서 쓰던 턴테이블을 국내에 들여와서 속도가 빨라졌다고 고민하는 분들이 있다. 이 경우 모터를 60Hz용으로 바꾸는 것이 베스트. 모터를 구하지 못하는 경우에는 모터의 풀리(벨트가 걸리는 부분)를 살짝 깎아내어 회전수를 맞추거나, 주파수 변환기를 사용하는 수밖에 없다. 앰프 같은 것들은 어차피 내부에서 DC로 정류하므로 50Hz용이건 60Hz용이건 큰 의미가 없다.
한가지 주의할 점. 턴테이블들이 일반적인 어댑터처럼 생긴 전원부를 갖고 있다고 하더라도 조심하자. 이 어댑터는 전원 전압을 낮춰주는 역할만을 하는 AC 어댑터다. 전압 수치만 확인하고 DC 어댑터를 사용하면 큰일난다. AC 어댑터를 구하기 힘들다는 분들이 많은데, 어댑터를 전문으로 판매하는 곳에 가서 이야기하면 금방 만들어준다. DC 어댑터에서 다이오드 이후 부분을 끊어 버리면 그만이기 때문이다.
물론 DC 모터를 사용하는 경우도 있다. 어렸을 때 모터가 들어있는 장난감을 사용해보지 않은 애호가는 아마도 없을 텐데, 이 모터들은 모두 DC 모터다. 건전지를 갈아 끼운뒤 속도가 빨라지는 것을 경험할 수 있었을 것이다. DC 모터는 전압의 크기에 의해서 회전속도가 결정되는데, 새 건전지들은 전압이 높기 때문이다. 그래서 DC 모터를 사용하는 경우에는 정확한 전압을 가해주어야 정확한 회전 속도가 나온다. 이는 바꾸어 말하면 전압을 조정함으로써 회전 속도를 간단하게 조절할 수 있다는 이야기가 된다(전압은 주파수에 비해 아주 쉽게 바꿀 수 있다). 즉 회전 속도를 모니터링하고 전압을 조정하여 일정한 회전 속도를 유지하는 ‘제어’가 가능해진다. 즉 회전 속도를 ‘제어’하는 턴테이블은 모두 DC 모터를 사용한다고 할 수 있다. 부연하자면 플래터의 회전 속도를 측정하고 전압을 변경함으로써, 벹트가 조금 늘어났다거나 미끄러진다거나, 스핀들에 마찰이 있다거나 하는 외란의 영향을 배제할 수 있는 것이다.
그런데 DC 모터들은 코일이 감겨 있는 축이 ‘브러쉬(Brush)라는 것에 접촉되어 있다. 전류가 한 방향으로만 흐르므로 회전과 동시에 이 방향을 변경해주기 위한 장치다. 이 브러쉬는 회전하면서 붙었다 떨어졌다를 반복하기 때문에 오래 사용하면 닳기도 하고 스파크가 발생하는 등의 문제가 생기는 것이 가장 큰 단점이다. AC 모터는 전류의 방향이 일정한 주파수로 바뀌는 교류를 사용하므로 브러쉬가 없고, 그래서 브러쉬리스(Brushless) 모터라고도 불린다.
AC 모터건 DC 모터건 회전하면서 진동하는 것은 어쩔 수가 없다. 축과 코일 어셈블리를 편심없이 완전한 축대칭으로 만들고, 중력의 영향을 받지 않도록 배치까지 완벽하게 수직으로 한다는 것은 사실상 불가능하기 마련이다. 만일 모터에서 불필요한 진동이 발생한다고 이 진동이 카트리지에 전달된다면, 반드시 재생음에 영향을 주게 되므로 이를 차단하는 것은 턴테이블에서 매우 중요한 과제가 된다. 즉, 모터를 몸체에 강하게 고정시키지 않고, 떨어뜨려 두거나 고무줄 같은 것으로 매달아 두는 경우가 많으며, 진동 차단 재료를 이용하게 되는 것이다. 모터의 진동을 격리하면서 회전력만을 플래터로 전달시키는 것이 관건이다.
이렇게 모터의 회전력을 플래터로 전달하는 방법에는 세가지 방법 정도가 사용된다. 가장 초기에 사용되었던 방법은 아이들러 방식이다. 아이디어를 우리말로 하면(엄밀하게는 한자지만) ‘마찰차’가 된다. ‘마찰로 돌아가는 바퀴’ 정도로 이해하면 되겠다. 모터의 회전력을 플래터의 내주 부분에 밀착된 아이들러로 전달하여 모터가 돌아갈 때 플래터를 회전시키는 원리다. 아이들러는 대개 고무로 만들어져 진동 흡수 능력이 뛰어나며, 모터에서 플래터까지 1 ~ 2단의 금속 마찰차를 조합하거나 중간에 벨트로 동력을 전달하는 경우도 있다. 아이들러의 직경이 크면 플래터가 빨리 회전하고, 직경이 작으면 플래터가 느리게 회전하므로 중간 마찰차에 단을 주거나 크기가 다른 마찰차를 이용하여 33/45rpm 등 회전수를 조절할 수 있다.
마찰력은 표면 상태나 속도에 상관없고 마찰면에 수직으로 가해지는 힘에만 비례한다는 내용은 분명히 고등학교 물리 시간에 배운 것이다. 즉 이 방식은 모터와 아이들러 사이, 혹은 아이들러와 플래터가 모두 마찰력으로 회전을 전달해야 하기 때문에, 모터와 아이들러, 플래터의 축에 일정량의 힘이 가해지는 문제가 있다. 오래 사용할 경우 축에 미세한 변형이 생기거나 아이들러에 마모가 생길 수밖에 없는 것이다. 아이들러가 일정하게 조금 마모된 것은 성능에 큰 영향을 주지 않지만, 경화되고 금이 생겼다던가 둘레의 특정 부분이 손상되었다면 아이들러를 교체하는 것 외에 달리 방법이 없다. 아이들러의 상태가 제품의 성능에 매우 큰 변수로 작용하므로 중고 제품을 구입할 때는 철저히 살펴보아야 한다. 여분의 아이들러를 구할 수 있는지 확인해보는 것도 좋다.
아이들러 방식은 요즘에는 거의 사용되지 않는 ‘구식’이지만, 아이러니하게도 수많은 명기들을 배출시켰다. 아마도 그 시절이 아날로그의 전성기였기 때문일 것이다. 엘락, 듀얼, 렌코 같은 왕년의 유수한 메이커에서도 같은 방식으로 수많은 제품들을 선보였고, 특히 요즘도 애호가들 사이에서 동경의 대상이 되고 있는 EMT, 토렌스, 가라드의 구형 제품들이 모두 아이들러 방식이다. 이런 턴테이블들의 내부를 보면 아이들러의 크기나 배치, 모터의 종류나 크기, 설치 방법 등에 있어서 서로 다른 점이 무척 많은데, 아날로그의 전성 시대에 나온 제품답게 상당한 물량이 투입되어 있는 것을 볼 수 있다. 즉 구동 방식을 떠나 ‘잘 만든’ 제품이기에 아직까지도 현역으로 동작하고, 높은 인기를 누리고 있다는 생각이다.
한편 전자 제어 기술이 발달하면서, 모터의 축에 플래터를 장착하여 모터가 직접 플래터를 회전시키는 DD(Direct Drive)방식이 각광받게 되었다. 모터의 회전수를 감지하여 일정한 속도로 유지시키는 기술은 특히 쿼츠-록(Quartz-Lock)이라고 하여 주로 일본 제품에 널리 사용되었다. 이런 제품들은 플래터의 회전을 상당히 정확하게 컨트롤할 수 있고 회전수의 변경도 간단하며, 특히 기계적인 부분이 간략화되어 생산 원가를 크게 낮출 수 있었다. 구조가 간략하다는 것은 한편으론 신뢰도와 내구성의 향상과도 통하는 것이므로, 아직도 시장에는 오래된 DD타입 턴테이블이 눈에 띄는 경우가 많다. 실제로 20년도 훨씬 지난 데논이나 파이오니아 턴테이블에서 아직도 회전 속도가 정확하게 컨트롤되는 것을 보면 신기한 생각이 들 정도다.
다만 이런 타입의 제품들은 모터가 플래터를 직접 회전시키므로(아이들러나 벨트같은 완충장치가 없다), 앞서 언급한대로 모터에 미세한 진동이나 잡음이 있다면 음에 직접적인 영향을 줄 수 있다는 우려가 있다. 그래서 본격적인 오디오 애호가들은 DD 방식의 제품들을 꺼리기 마련이었고, DD타입은 대체로 입문기에 국한된 감이 있다. 한편 DD타입의 턴테이블은 기동시간이 극히 짧다는 장점을 갖고 있어서 DJ용이나 프로용으로도 널리 사용되었다. 테크닉스 SL1200 시리즈의 경우 33.3rpm에 도달하는 시간이 0.7초밖에 걸리지 않는다.
테크닉스 SL1200시리즈는 상대적으로 저렴한 가격대의 턴테이블로서 1972년 최초로 발매된 후 MK6까지 개량되며 2010년까지 생산되었다. 최근(2016년) 재발매 소식이 들리는데 진정한 베스트셀러라고 할만하다. DD방식이 입문기에만 적용된 것은 아니어서, 테크닉스의 SP10은 방송용 턴테이블의 지존으로 군림했고 EMT의 950같은 모델처럼 전설적인 명기 반열에 오른 것도 있다.
요즘 널리 사용되는 방식은 단연 벨트 드라이브 방식이라고 할 수 있다. 앞서 언급한 두 방식이 직접적으로 모터와 플래터가 접해 있는 것과는 달리 벨트 드라이브 방식은 모터와 플래터 사이에 고무 벨트를 감아서 구동된다. 벨트의 마찰력을 이용하므로 회전력을 크게 하기 위해서는 벨트의 장력을 크게 해야 하는데, 이 경우 벨트의 수명 – 벨트가 늘어나는 문제도 있고, 플래터의 축에 횡방향의 힘이 걸리므로 베어링 편마모의 우려도 있다. 하지만 아이들러보다는 ‘약한’ 접속이어서 축이 받는 힘이 작고, 벨트가 모터의 진동을 흡수하는 장점이 있다. 특히 벨트의 길이만 조정하면 모터의 위치에 구애받지 않으므로 모터를 본체 외부에 둘 수도 있어서 정숙한 동작을 쉽게 얻을 수 있다.
다만 ‘약한 접속’에 의존하기에 벨트 드라이브 방식 턴테이블은 기동 속도가 상대적으로 느리다. 약한 회전력으로 플래터를 회전시키는 대신, 플래터의 회전 관성을 크게 하여 일정 속도를 유지시키려는 경향이 있다. 심지어 노팅엄이라는 메이커에서 만든 턴테이블은 턴테이블을 기동시킬 때 플래터를 손으로 돌려주어야만 회전하기 시작한다. 자동차도 그렇지만 처음 출발할 때 큰 토크가 필요한데, 노팅엄은 처음 기동을 사람의 손에 의존함으로써 가급적 약한 토크를 가진 모터 – 그래서 진동이나 잡음이 작은 모터를 사용하고, 회전력을 최소화시키는 대신 플래터의 중량을 크게 하여 일정한 회전과 정숙한 동작을 추구한 것이다.
한편, 클리어 오디오에서는 모터를 세 개 사용하는 물량 투입형 턴테이블을 만들기도 했다. 모터 세 개를 플래터 둘레에 120도마다 배치함으로써 플래터의 축에 걸리는 힘을 상쇄시키자는 아이디어로서, 모터들의 회전 편차를 완화시키는 효과를 얻기도 했다. 한편 웰 템퍼드와 같은 메이커는 플래터 축 베어링의 형상을 원형이 아닌 삼각형으로 해서 접촉 면이 최소가 되도록 만들기도 했다. 여기서 주의할 점 하나. 이렇듯 플래터의 축과 베어링은 턴테이블에서 가장 중요한 부분 중 하나이므로, 혹시 턴테이블을 옮길 때는 반드시 플래터를 분리시켜야 한다. 플래터는 대개 무거우므로 흔들림에 의해 축과 베어링이 손상될 수 있기 때문이다.
지금까지 턴테이블의 구동 방식에 대해 알아보았다. 대부분의 애호가들에게는 요즘 워낙 많은 제품이 나와있는 벨트 방식을 권하겠지만, 초기 LP들을 많이 소장하고 있는 빈티지 애호가에게 아이들러방식이 최고의 선택이 될 것이고, 가격대 성능비를 중시하는 실속파들은 DD방식에서 매력적인 제품들을 많이 발견할 수 있을 것이다. 아날로그는 참 복잡해서 단지 구동 방식이 음을 결정하지는 않지만, 각각의 특징을 알고 자신에게 적당한 것을 고르는 것이 중요하다.
(2) 턴테이블의 서스펜션 – 플로팅 타입과 리지드 타입
By AnalogStyle - 2016년 9월 20일
턴테이블은 카트리지로 소릿골을 읽어 음악 신호를 만들어내므로 특히 외부 진동에 취약하다. 외부 진동에 의해 톤암이나 플래터가 흔들리면 스타일러스(바늘)의 움직임을 간섭하여 음에 왜곡이 생기거나 튀기 때문이다. 혹시 외란에 의해 몸체가 흔들리더라도 톤암과 플래터는 따로 노는 것보다는 하나의 몸체처럼 움직이는 것이 유리하므로, 톤암과 플래터는 하나의 구조물에 장착된다. 그리고 이 구조물은 외부나 몸체의 진동 – 특히 모터의 진동으로부터 차단될 수 있도록 고안되는데, 이 구조를 서스펜션이라 부른다.
턴테이블은 서스펜션에 따라 크게 두 부류로 나눌 수 있다. 첫 번째 부류는 플로팅 타입이라고 한다. 플래터와 톤암이 설치된 구조물과 몸체 사이에 주로 스프링을 개입시키는 방식이다. 누르면 내려가고 손을 떼면 올라오며, 흔들면 출렁거리면서 진동을 흡수하는 방식이다(톤암과 플래터가 함께 출렁거린다). 이렇게 플로팅이 잘 되어 있는 턴테이블은 연주 중에 턴테이블의 주변을 ‘쿵’하고 쳐봐도 웬만해선 음반이 튀지 않는다. 스프링이 배치되는 레이아웃이나 스프링 자체의 강성, 또는 댐핑 요소에 따라 음이 크게 변화하며, 이는 플로팅 타입 턴테이블을 제작하는 메이커들의 노하우가 된다.
플로팅 타입의 턴테이블에서 특성에 가장 영향을 주는 것은 스프링의 강성계수(스프링이 얼마나 강한가)와 스프링이 떠받치는 무게다. 스프링의 강성계수가 크면 클수록 시스템의 공진 주파수는 증가하며 떠받치는 무게는 무거울수록 공진주파수가 증가한다. 물론 이는 메이커에서 최적의 성능을 낼 수 있도록 설계해놓았을 터이니 깊이 생각할 필요는 없다. 단 스태빌라이저를 사용할 때는 한번쯤 생각을 해보아야 한다. 즉 플로팅 타입의 턴테이블에서 너무 무거운 스태빌라이저를 사용하게 되면 시스템의 공진 주파수 대역이 변화할 수 있으므로 전체적인 밸런스가 무너질 수 있다. 그래서 대부분의 플로팅 타입 턴테이블에 사용하는 스태빌라이저는 자중으로 음반을 누르기보다는 가벼운 것들이 대부분이며 스핀들에 나사산을 두어 조이거나 해서 음반을 밀착시키는 것들이 많다.
플로팅 타입의 턴테이블을 운용할 때 가장 중요한 점은 수평을 유지하는 것이다. 플로팅 타입의 턴테이블들은 3점 지지를 하는 경우가 많기 때문에 정확하게 수평을 맞추는 것이 어려운 경우도 적지 않고, 일정한 시간이 지나면 수평이 틀어지는 경우도 종종 있기 때문에 자주 점검을 해주는 것이 좋다.
다른 한 부류는 리지드 타입이라고 한다. 플로팅 메커니즘을 사용하지 않고 베이스에 톤암과 플래터에 그대로 장착시키므로 어떤 부위도 흔들거리지 않는다. 스프링을 사용하지 않지만, 베이스를 묵직하게 만들고 댐핑재나 복합재료를 적층하는 등 진동을 차단/흡수하기 위한 구조가 도입되어 있다. 특히 최근 하이엔드 턴테이블은 육중한 몸체 대신 복합 재료를 사용하여 진동을 차단하는 경우가 많은데, 클리어오디오는 알루미늄과 MDF를 샌드위치 구조로 적층하는 구조를 개발했고, 스파이럴 그루브(Spiral Groove)같은 회사는 알루미늄과 댐핑재를 겹겹으로 적층하는 구조를 고안해냈다.
리지드 타입 턴테이블은 대체로 크기가 크고 무거운며 플래터도 스프링에 의해 지지되는 것이 아닌 만큼 육중하게 만들어져서 회전 안정성이 좋다. 스태빌라이저의 사용도 자유로운데, 묵직한 것을 사용해도 전혀 문제가 없다. 단, 보급기의 경우에는 몸체에 모터나 톤암, 플래터 지지부를 모두 장착하고 고무 발 같은 것으로 진동을 흡수하는 경우가 많은데 아무래도 모터의 회전 진동이 음질에 영향을 줄 수 있다. 그래서 프로젝트의 보급기들은 고무줄을 이용하여 모터를 본체에서 띄움으로써 진동을 차단하기도 한다.
재미있는 점은 지지 방식에 따라 턴테이블의 음이 바뀐다는 사실이다. 플로팅 타입은 화사하고 섬세한 고역특성이 강조되는 경우가 많으며 리지드 방식은 저역이 묵직하고 깊은 경향이 있다. 같은 플로팅 타입 또는 리지드 방식이라고 하더라도 플래터가 묵직하면 저역이 깊은 성향이 있고, 플래터가 가벼우면 소리도 가벼워지는 경향이 있다. 그래서 네 모서리에 스프링으로 지지되는 오래된 플로팅 타입 턴테이블들은 스프링을 빼고 사용하는 쪽이 소리가 더 낫다고 하는 애호가들도 많았다. 사이에 고무판이나 다른 재질들을 끼워도 소리가 바뀐다. 이렇게 사용자가 소리에 개입할 수 있다는 점은 아날로그만의 재미라 할 수 있을 것이다.
(3) 턴테이블의 플래터
By AnalogStyle - 2016년 10월 1일
턴테이블의 플래터는 성질이 균일해야 하며 무거워야(특히 외주로 갈수록 무거워야) 회전 관성이 크므로 회전의 안정성에 유리하다. 플래터의 재질은 예전에는 스틸이나 스테인레스 스틸과 같은 금속재가 주종이었지만, 최근에는 아크릴이나 세라믹, 유리나 고분자 계열 복합재료도 널리 사용된다.
물론 플래터의 재질에 따라 음색의 변화도 적지 않은데, 대체로 무겁고 단단한 것이 좋다고 할 수 있다. 다만 플래터가 지나치게 무거울 경우 축받이 쪽 베어링의 마모가 심해져서 수명이 짧아지는 문제가 있을 수 있다. 하이엔드 턴테이블 메이커들은 자석의 척력을 이용하여 베어링에 가해지는 하중을 줄이는 방법을 쓰는 경우도 많다.
철제 플래터는 밀도가 커서 무겁고(관성이 크고) 균일도 면에서도 좋은 재질이지만 최근에는 거의 사용되지 않는다. MC 카트리지 내부의 강력한 자석 때문이다. 오래 전부터 명기로 일컬어지는 토렌스 124의 초기형은 철제 플래터를 쓰는데, 몇몇 MC 카트리지를 플래터 근처로 가져가면 자력이 손으로 느낄 수 있을 정도로 큰 경우도 있다. 이럴 때는 매트를 겹쳐 사용하는 등 자력을 차단하려는 노력이 필요하다. (MC 카트리지는 스타일러스에 코일이 달려 있으므로, 코일이 작은 대신 자석이 크며 MM형은 코일에 자석이 붙어 있어 자석이 작은 대신 코일이 크므로 철제 플래터를 사용해도 문제가 되지 않는다.)
스테인레스 스틸은 자석에 달라붙지 않고 밀도나 강도가 높아서 플래터 재질로서 매우 우수한 성능을 발휘하며, 린이나 토렌스 등 수많은 메이커에서 사용했다. 알루미늄은 무게가 가벼워서 단독으로는 사용되지 않으며, 드물게 황동과 같은 금속을 사용하는 경우도 있다.
아크릴은 균일한 성질에서 탁월하고, 진동 내성도 좋지만 밀도가 크지 않기 때문에 두께가 얇은 것과 두꺼운 것의 소리 차이가 매우 크다. 물론 두꺼운 것이 저역에서 탁월한 성능을 보이는 경우가 많다. 그래서 플래터의 두께를 사용자가 선택할 수 있는 경우도 많다(가격 차이가 꽤 크다).
드물게 볼 수 있는 세라믹은 균일도나 무게 면에서 탁월한 성능을 보여주지만, 가공이 매우 어렵고 따라서 가격이 비싸다는 단점이 있다. 유리는 세라믹에 비해 성능은 비슷하거나 다소 떨어지지만 가격이 저렴하므로 그 대용품이라고도 할 수 있다. 요즘 입문기에서 간간히 볼 수 있는 MDF는 울림은 나쁘지 않지만, 상대적으로 가볍고 균일도에서 떨어지며 소리도 부석부석한 느낌을 주는 경우가 많다. 비슷한 값이라면 아크릴이나 스테인레스 스틸과 같은 금속제 플래터를 추천하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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