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턴테이블 선택하기

by onekey 2024. 3. 14.

아날로그를 시작하며

어린 시절 아버지나 형이 틀어주는 전축에서 나는 소리를 신기해하며 들었던 기억이 있을 것이다. 빙글빙글 도는 플래터에 LP판을 얹고 카트리지를 손으로 조심스럽게 내려놓으면 스피커에서 소리가 흘러나왔다. 라디오에서 나오는 소리도 신기했지만, 듣고 싶을 때 그 자리에 전축 바늘을 올려놓기만 하면 노래가 나오는 전축이 더 흥미를 끌었다. 그 시절 거실이나 안방에 자리잡고 있는 전축은 집안의 보물 1호였다. 바늘 부러트릴까봐 애들은 만지지도 못하게 했다. 아버지나 형이 집에 없으면 친구들에게 자랑하려고 전축을 만지다가 바늘을 망가트리기도 했다. 언제 발각될까 조마조마 하면서 며칠을 지내다 뒤늦게 추궁을 당하면 시치미를 떼기도 했을 것이다.

넘치는 젊음을 주체하기 힘들던 학창시절엔 구석진 골방에서 LP를 틀어놓고 몸을 흔들며 낭만을 달래던 추억이 있을 것이다. 나이가 들어보니 가진 것은 없었지만 꿈 많던 학창 시절이 그리워진다. CD가 잡음 없는 깨끗한 소리를 들려주지만, 철없던 학창시절을 떠올리기엔 왠지 어색하다. 틱~틱~거리는 잡음과 같이 듣는 LP소리에는 그 시절의 꿈과 낭만이 서려있다.

CD로만 음악을 듣는 오디오 마니아라면 아날로그 소리는 어떨까 궁금할 것이다. 어릴 적 들어서 기억이 가물가물한 LP 소리가 ‘최근의 발달된 앰프와 스피커로 들으면 어떤 소리가 날까?’ 하는 호기심이 있을 것이다. 지금 듣는 디지털 소리도 좋은데 아날로그는 대체 어떤 소리길래 따뜻하고 자연스럽다고 하는 것일까? 주위에서 하나둘 아날로그를 시작하는 것을 보면서 ‘나도 한번 시작해 볼까?’ 하는 마음이 생길만 하다.

아날로그를 시작하는 이유는 사람마다 다를 것이다. 어린 시절 LP에 대한 기억이나 학창시절의 추억 또는 LP 소리 자체에 대한 호기심일 수도 있다. 아날로그를 시작하려는 이유도 중요하지만 무엇보다 중요한 것은 아날로그를 하겠다는 마음이다. 편리한 디지털을 놔두고 불편한 아날로그를 시작하기로 마음먹었다는 것이 중요하다. 아날로그가 디지털에 비해 다소 불편한 것은 사실이다. 디지털과 아날로그의 차이는 여러 면에서 인터넷과 책으로 비유될 수 있다. 디지털 세상인 요즘 인터넷 검색을 통해 어렵지 않게 원하는 정보를 찾거나 얻을 수 있다.

검색 창에 원하는 단어를 치고 엔터 키만 누르면 수백 수천 건의 관련 정보가 쏟아진다. 적당한 것을 골라 읽기만 하면 된다. 인터넷이 없던 시절 정보를 얻을 수 있는 방법은 책이었다. 원하는 정보를 얻으려면 책을 골라야 하고 차례를 보고 원하는 정보가 있을 곳을 찾아 읽어야 했다. 경우에 따라서는 불편하게 책 한 권을 다 읽어야 원하는 정보를 얻을 수 있었다. 그래도 책에는 모니터에서 느낄 수 없는 종이의 질감과 여백이 있다. 모니터는 조금만 오래 봐도 눈이 아프지만 책은 어지간히 오래 보지 않고는 눈이 불편해지지 않는다. 이처럼 책을 통해 정보를 얻는 것은 지루하고 불편하지만 내용의 깊이나 정확함에서 인터넷 검색과 비교할 수 없을 정도로 월등하다. 인터넷 검색이 편하지만 깊고 정확한 내용을 알고 싶을 때는 책을 찾듯, 음악도 제대로 듣고 싶은 마음에 편리한 디지털을 두고 아날로그를 찾는 것이다.

장전축

 

인터넷이 간단한 검색으로 정보를 알려주듯, 디지털은 간단한 조작으로 원하는 음악을 쉽게 즐길 수 있다.1) 그렇지만 음악의 깊은 맛과 향기를 느끼기에는 뭔가 부족하고 어색하다. 아날로그는 커다란 재킷에서 LP를 꺼내 턴테이블에 얹고 플레이 시킨 후 카트리지를 레코드에 조심스레 내려놓아야 한다. 이렇듯 아날로그가 불편한 건 사실이지만 레코드의 소리 골을 타고 흐르는 아날로그 소리는 디지털의 그것이 따라올 수 없는 매력이 있다. 디지털은 무한복제와 재생이 가능하지만, 아날로그는 재생할수록 음질이 나빠진다. 그렇지만 아날로그는 디지털이 따라올 수 없는 소리의 황홀한 생생함이 있다.

디지털 소리는 정교하게 만들어진 시들지 않는 ‘조화’라고 한다면, 아날로그 소리는 시간이 지나면 시들지만 은은하게 향기가 흐르는 ‘생화’라고 할 수 있다. 디지털에 비해 손이 더 가기는 하지만 비슷한 비용으로 더 좋은 소리를 즐길 수 있는 것이 아날로그다. 아날로그를 하겠다고 마음먹었다면 아날로그를 전혀 몰라도 어려움 없이 아날로그 사운드를 시작하고 즐길 수 있게 해주고 싶다.

거창하게 ‘아날로그란 무엇인가?’ 하는 학문적 정의를 따지고 싶지는 않다. ‘아날로그는 연속해서 변하면서 선으로 이어져 소리를 내주는 장치’ 정도로 이해하면 될 것 같다. 오디오에서 아날로그는 레코드(LP)만 있는 것은 아니다. 릴 테이프나 카세트테이프, AM이나 FM 튜너도 분명 아날로그 오디오다. 그래도 역시 아날로그의 대표는 LP를 듣기 위한 턴테이블 관련 시스템이다.

 

야외전축

 

이 책은 아날로그의 대표인 LP를 듣기 위한 시스템을 주로 다루고자 한다.

LP를 듣기 위해 무엇이 필요할까?’ 생각해 보자. 당연히 LP가 있어야 할 테고 그 다음으로는 턴테이블이 있어야 한다. 턴테이블을 사려는데 어떤 제품을 어디서 사야하는지 막막할 것이다. 이때 남들이 좋다고 하는 것이나 한번쯤 이름을 들어 기억하는 제품을 그냥 사는 것은 아날로그를 시작하는 첫 단추를 잘못 끼우는 일이 되기 쉽다. 턴테이블을 구입하기 전에 턴테이블의 구조와 그에 따른 음질의 특성에 대해 아는 것이 필요하다. 그 다음에 추천 턴테이블을 언급하고 하나하나에 대해서 자세히 설명 할 것이다. 이런 바탕 위에서 실제 턴테이블 구입시 확인해야 할 사항까지 꼼꼼하게 챙길 것이다.

턴테이블을 구입해 조금 듣다 보면 자연스럽게 좀더 나은 소리를 듣고자 업그레이드를 생각하게 된다. 좀 더 나은 소리를 듣고자 하는 업그레이드의 핵심은 카트리지를 교체하는 것이다. 카트리지 교체를 실행하기 전에 카트리지의 기본 원리와 특징을 알아보고 그에 따른 음질의 차이에 대해서 살펴보는 과정이 필요하다. 또한 카트리지와 톤암의 관계를 살펴서 어떤 카트리지가 내가 소유한 톤암과 잘 어울리는지 알아보아야 한다. 카트리지에 대한 공부를 마칠 즈음엔 각각의 카트리지에 대한 음질 특징을 하나하나 자세히 살펴보는 장도 마련해서 카트리지 선택에 구체적으로 도움이 되도록 했다.

아날로그는 세팅에 따라 소리가 변화무쌍하게 변한다. 좀 더 나은 소리를 듣기 위해서 카트리지와 턴테이블을 어떻게 세팅해야 하는지에 대해 알아야 한다. 그래서 사진을 곁들여 자세히 다룰 예정이다. 레코드 관리와 액세서리 편에서는 턴테이블과 관련된 다양한 물품을 다룰 것이다. 마지막으로 세상에 많이 알려져 있지 않은 탓에 상대적으로 가격이 저렴하면서 음질이 좋은 아날로그 제품을 소개할 것이다. 아직 소수가 즐기고 있지만 가장 아날로그다운 자연스러운 소리를 내는 오픈릴 테이프에 대해서도 알아볼 것이다. 비싸지 않은 입문용 기기를 중심으로 〈아날로그의 즐거움〉에서 다루지 못했던 부분, 그리고 그때는 다루지 않았던 기초 지식과 세팅도 다루고자 한다.

 

턴테이블을 돌리는 방법의 차이

자, 이제 아날로그 여행을 시작하자. 먼저 턴테이블을 구해야 할 텐데 어떤 기종을 사야 할 것인지 막막할 것이다. 경험이 부족한 초보자가 저지르기 쉬운 실수는 디자인이나 외모를 보고 선택하거나 ‘뭐가 좋다더라’하는 풍문에 휘둘려 구매하는 것이다. 디자인도 중요하지만 멋지게 생겼다고 좋은 소리가 나는 것은 아니다. 어떤 턴테이블이 좋다더라 하는 풍문도 믿을 만한 것이 못되기는 마찬가지다. 왜냐하면 사람마다 좋아하는 소리가 각기 다르기 때문이다. 추천한 사람에게는 좋지만 나에게는 좋지 않을 수도 있는 것이다.

값이 비싸지 않으면서 소리가 좋은 턴테이블을 추천하기에 앞서 턴테이블의 기본 구조에 대해 알아보기로 하자. ‘아니! 싸고 좋은 턴테이블 추천만 해주면 되지, 뭔 놈의 공부를 하라는 것이냐!’고 할 수도 있다. 급해도 조금만 참자. 턴테이블은 구조에 따라 상당히 다른 소리가 나는 물건이다. 그래서 구조를 알면 소리를 어느 정도 예측할 수 있다. 구조를 이해하고 나면 소리를 짐작할 수 있기 때문에 자신의 취향에 맞는 턴테이블을 선택하는 데 도움이 된다.

요즘 보통 사람이라면, 김태희가 예쁘다는 것에 대부분 동의하지만 본인의 이상형을 얘기하라고 하면 다양한 여배우들 이름이 나온다. 남들이 다 좋다고 해도 나에게는 특별한 감흥이 없을 수 있다. 턴테이블의 구조를 알아보고 그에 따른 소리의 특징을 이해하고나면 자신이 좋아하는 소리를 내는 턴테이블을 찾기가 한결 수월해진다. 이제부터 차근차근 설명을 듣고 나면 어떤 기종을 선택해야 할지 감이 잡힐 것이다.

 

턴테이블의 구동 방법

자! 공부를 시작하자. 턴테이블은 구조에 따라서 다양하게 분류할 수 있지만 우선 가장 핵심이 되는 구동방법에 대해 먼저 알아보자. ‘구동방법’이라고 하니까 말이 낯설어서 어색할지도 모르겠다. 그냥 별 얘기 아니고 턴테이블에 있는 동그란 원반을 돌리는 방법이라고 생각하면 된다. LP를 얹는 동그란 원반을 플래터(Platter)라고 부르는데, 이것을 어떤 방법으로 돌리느냐에 따라 나누는 것이다. 대략 아이들러(Idler)형, 벨트(Belt)형, 다이렉트(Direct)형, 이렇게 세 가지 형태로 분류한다. 생소한 용어들이 나왔다. 외울 필요는 없다. 앞으로 나오는 설명을 읽다 보면 자연스럽게 익혀지게 될 것이다.

보통 모터는 힘은 약하지만 회전이 빠르다. 아이들이 가지고 노는 장난감에 들어있는 작은 모터를 생각하면 쉽게 이해가 갈 것이다. 손으로 조금만 세게 잡아도 회전을 멈출 만큼 힘이 약하다. 그러나 손을 놓으면 쌩~ 소리를 내면서 아주 빠르게 회전한다. 그런데 턴테이블의 플래터는 1분에 33⅓회전이나 45회전 같이 아주 느리게 돌아야 한다. 더구나 쓸 만한 턴테이블이라면 플래터의 무게가 보통 2kg이 넘어간다. 모터의 속도는 빠르고 힘은 약한데 반해 플래터는 무겁고 아주 느리게 돌아야만 한다. 이런 문제를 해결하는 가장 오래된 방법이 아이들러를 이용하는 것이다. 그림에서 보듯 모터의 축과 플래터 사이에 고무재질의 아이들러가 끼어들어 있는 형태다. 모터가 회전하면 여기에 맞물려 있는 아이들러가 돌고 역시 이 아이들러에 밀착되어 있는 플래터가 돌게 된다.

모터의 축(풀리)은 가늘고 플래터의 직경은 아주 크기 때문에 자연스럽게 직경의 크기에 비례해 속도가 줄어들게 된다. 물론 속도가 줄어들면서 약했던 모터의 힘은 줄어든 속도에 반비례해서 그만큼 강해진다. 자전거로 설명하면 이해하기가 쉽다. 페달 쪽을 작은 크기의 기어에 놓고 뒷바퀴 쪽에는 큰 크기의 기어에 놓으면 작은 힘으로도 페달이 잘 굴러진다. 작은 힘으로도 뒷바퀴를 힘 있게 굴릴 수 있어서 언덕을 오를 때 아주 유용하다. 작은 힘으로 언덕을 오를 만큼 큰 힘을 낼 수는 있지만 페달을 빠르게 돌려야 한다. 모터가 페달이라고 생각하면 된다. 작은 힘이지만 빨리 돌기만 한다면 상당히 큰 힘이 되어서 무거운 플래터를 힘 있게 천천히 돌릴 수 있다.

아이들러형 턴테이블은 회전하는 모터 축에 고무 재질의 아이들러가 직접 닿아서 플래터를 돌리는 구조라 플래터가 회전하는 힘이 강하다. 실제로 회전하는 플래터를 손으로 잡아보면 만만치 않은 힘이 느껴진다. 플래터가 회전하는 힘(토크. Torque)이 충분히 세다는 장점이 있는 반면에 모터가 회전하면서 생기는 진동이 모터 축에 접촉되어 회전하는 아이들러를 통해 플래터에 그대로 전달된다는 단점이 있다. 모터는 회전만 하는 것인데 왜 진동이 생기냐고 생각할 수 있다. 모터가 진동(떨림) 없이 회전하는 것은 현실적으로 불가능하다. 이런 현상은 일상생활에서 쉽게 확인할 수 있다. 회전하는 선풍기 몸체를 만져보면 상당한 진동이 모터에서 발생한다는 것을 알 수 있다. 그래서 턴테이블에는 가능한 한 진동이 적은 모터를 사용하는 것이 좋다.

 

턴테이블 구동방식에 따른 구분

 

아이들러형 턴테이블은 플래터가 회전하는 힘(토크)이 좋아서 소리가 굵고 힘차며 박진감이 넘친다. 반면에 모터의 진동이 회전하는 플래터에 그대로 전달되기 때문에 조용한 음악이 나올 때 진동이 느껴져 섬세하고 깨끗한 음을 내기가 힘들다. 모터의 진동이 플래터에 전달되어 소리가 나빠지게 하는 이유는 조금만 생각해보면 쉽게 이해가 된다. 레코드가 회전하면서 LP에 새겨진 소릿골을 따라 카트리지의 바늘이 진동하면서 전기를 만들어낸다. 플래터는 진동하지 않고 부드럽게 회전만 해야 한다. 그래야 카트리지가 레코드에 새겨진 소릿골 신호만을 뽑아내게 된다. 만약 플래터가 진동을 한다면 카트리지는 플래터의 진동에도 반응해 소리를 만들어낸다. 결국 플래터가 진동하면 레코드의 소릿골과 플래터의 불필요한 진동이 합쳐진 깨끗하지 못한 소리를 카트리지가 만들어내게 되는 것이다.

아이들러형 턴테이블이 가지는 이런 단점을 없애려고 고안된 것이 벨트형 턴테이블이다. 모터의 축과 플래터의 원반을 가는 실이나 고무재질의 벨트로 연결한 방식이다. 힘은 약하지만 빠르게 회전하는 모터에 가는 실이나 고무벨트를 걸어 직경이 큰 플래터를 돌리는 것이다. 이 방식은 모터와 플래터가 가는 실이나 고무벨트로 연결되어 있기 때문에 모터의 진동이 플래터로 직접 전해지지 않는다. 그래서 플래터는 진동하지 않고 부드럽게 돌기만 하기 때문에 카트리지는 레코드에 새겨진 소릿골 신호만 뽑아내게 된다. 이런 이유로 벨트형 턴테이블은 배경이 깨끗하고 잡음이 적은 섬세한 소리를 내게 되는 것이다.

그렇다면 벨트형 턴테이블은 단점이 없는 것일까? 그렇지 않다. 벨트의 탄력이나 두께가 균일하지 않으면 느린 주기로 플래터가 빨라졌다 느려졌다 하는 회전 불균일이 생기게 된다. 고무벨트는 시간이 지나면서 삭거나 늘어져 속도가 느려지는 경우도 있다. 또한 고무벨트나 가는 실로 연결되다 보니 플래터가 도는 힘(토크)이 아이들러형에 비해 약하다. 실제로 회전하는 플래터를 손으로 잡으면 움찔하면서 바로 회전을 멈춘다. 벨트형 턴테이블은 이런 문제 때문에 아이들러형 턴테이블에 비해 다소 힘이 부족하고 여린 소리를 내게 된다.

자, 여기서 두 가지 방식의 특징을 정리해보자. 아이들러형 턴테이블은 힘 있고 웅장한 소리를 만들어내는 대신에 잡음이 많고, 벨트형 턴테이블은 깨끗하고 섬세한 소리를 내는 대신 힘이 없고 여린 소리를 낸다. 두 가지 방식은 상호 반대되는 성격의 소리를 만들어낸다고 보면 크게 틀리지 않다.

마지막으로 살펴볼 턴테이블은 다이렉트형이다. 스위치만 누르면 정확한 속도로 회전하는 다이렉트형 턴테이블은 조작이 간편하고 레코드를 다 듣고 나면 자동으로 카트리지가 올라가고 동작을 멈추는 오토 리턴 기능이 있는 것이 대부분이다. 그래서 초보자가 사용하기에 아주 좋다. 이런 장점이 있는데도 많은 사람들이 다이렉트형 턴테이블보다 벨트형이나 아이들러형 턴테이블을 추천한다. 왜 그럴까. 그 이유는 다이렉트형 턴테이블이 내는 소리에 있다. 다이렉트형 턴테이블은 고음이 부드럽거나 자연스럽지 못하고 날카롭거나 자극적인 음을 내기 때문이다.

다이렉트 턴테이블이 이런 소리를 내는 이유를 알아보자. 앞에서 말한 대로 모터는 힘이 약한 대신에 분당 수백에서 수천 회전을 한다. 아이들러형이나 벨트형 턴테이블에 사용하는 모터는 대부분 교류 싱크로너스 모터다. 이 모터는 회전이 아주 부드럽고 일정한 속도로 도는 장점이 있지만 속도를 느리게 하기 위해서는 극수를 많이 늘려야 해서 크기가 너무 커진다. 1분에 수십 회전하는 교류 싱크로너스 모터를 제작하기는 쉽지 않다. 크기도 어린아이 머리만 하다. 이런 모터를 어떻게 턴테이블에 쓸 수 있겠는가? 이런 곤란한 상황이 지속되다 기술의 발달로 레코드의 규정 속도인 분당 33⅓회전이나 45회전 정도로 아주 천천히 돌면서 힘은 아주 강한 모터를 만들 수 있게 되었다.

직류 모터인 BLDC(Brushless DC)모터가 바로 그것이다. 느린 속도로 돌면서도 회전하는 힘(토크)이 좋아서 다이렉트형 턴테이블에 안성맞춤이다. 문제는 아주 고급으로 만들지 않으면 직류(BLDC)모터는 회전이 부드럽지 못하고 울컥거리면서 돈다. 아이들러나 벨트 같은 완충장치 없이 모터 축에 플래터가 직접 끼워져 돌아가는 다이렉트형 턴테이블은 모터의 진동이 카트리지에 그대로 전달될 수밖에 없다. 그래서 고음이 자연스럽지 못하고 날카로워서 자극적인 느낌을 주기 쉽다.

다이렉트 턴테이블의 이런 문제를 해소하기 위해서는 모터가 회전하면서 발생하는 진동을 줄여야 한다. 진동을 줄이는 방법은 대략 두 가지로 플래터의 무게를 무겁게 해서 진동을 억제하거나 플래터 중간에 완충재를 넣어 감쇄시키는 것이다. 이런 이유로 고급으로 제작된 다이렉트형 턴테이블은 플래터 무게를 3kg이 넘게 무겁게 만들거나 플래터를 이중으로 제작해서 포갠 후에 그 사이에 완충재를 삽입해서 샌드위치 구조가 되게 제작한다. 플래터를 무겁게 하는 방법으로는 듀얼 701이 유명하고 샌드위치 형식의 이중 플래터는 데논의 DP시리즈가 대표적이다.

 

듀얼 701 모터

 

다이렉트 턴테이블은 회전하는 힘(토크)이 좋아서 저음의 양이 많은 편이다. 또한 모터의 진동이 플래터로 직접 전해지기 때문에 고음에서 자극적인 소리가 나기 쉽다. 언뜻 들으면 해상력이 좋은 것 같은 느낌을 주기도 한다. 전체적으로 CD 소리와 상당히 비슷한 소리인 셈이다. 많진 않지만 이렇게 날이 서 있고 딱딱한 골격이 그대로 드러나는 소리를 좋아하는 사람도 있다. CD 소리에 익숙한 입문자라면 다이렉트 턴테이블 소리가 익숙하게 느껴지고 아이들러형이나 벨트형 턴테이블이 내는 소리는 낯설고 어색한 느낌이 들 수 있다. 이런 경우에는 다이렉트형 턴테이블로 아날로그를 시작하는 것이 소리에 거부감이 없어서 좋다. 특히 록이나 헤비메틀, 사이키델릭 음악을 좋아하는 사람이라면 다이렉트 턴테이블을 선택하는 것이 좋다.

이제 얘기를 정리해 보자. 아이들러형은 묵직하면서 굵고 호방한 음을 내주고 벨트형은 깨끗하고 자연스러운 음을 내준다. 다이렉트형은 고음이 날카롭고 저음은 풍성한 소리를 내준다. 남자들이 좋아하는 술로 비유를 하면 아이들러형은 묵직하고 깊은 맛의 빈티지급 와인이고, 벨트형은 깔끔하고 깨끗한 느낌의 소주라 할 수 있다. 다이렉트형은 첫 맛부터 톡 쏘는 탄산소다수라고 하면 무리가 없을 것 같다. 어린 시절 들었던 LP 소리에 대한 추억으로 아날로그를 시작한다면 아이들러형이 가장 근접한 소리를 내줄 것이다. 디지털로 음악을 듣다가 요즘 앰프에서 아날로그 소리는 어떻게 날까 궁금한 오디오 마니아라면 벨트형이 맞을 것이다. 아날로그는 하고 싶은데 아는 것은 없고 귀찮은 것도 질색인 사람이라면 다이렉트 턴테이블이 제격이다. 다이렉트 턴테이블을 좋아한다고 주눅들 필요는 없다. 다이렉트 턴테이블이 내는 소리도 분명 아날로그로 디지털보다는 더 자연스러운 소리다.

 

아이들러형 턴테이블, 벨트형 턴테이블, 다이렉트형 턴테이블
DUAL 1019, 1219, 1229
ELAC Miracord 10H, 50H
PE 2040, 2020
AR XA, EB-1, ES-1
Empire 598, 698
Pioneer PL-41
LINN Basik, Axis
REGA P3, P25
Micro Seiki BL-77
Thorens 320mk2
Thorens 126mk3
Hey Brook TT2
ClearAudio Emotion
VPI HW-19
Denon DP-59L
DUAL 701, 721
DUAL 731Q, 741Q
Technics 1200mk2
Micro Seiki DQ-5, 7

우리가 익히 들어 알고 있는 가라드 301이나 EMT930, LINN LP12 같은 턴테이블이 왜 안 보이는지 궁금할 것이다. 신품은 1백만 원대 초반까지 범위에 제한을 두었고, 중고는 1백만 원 이하의 제품만 선택했다. 단번에 비싼 턴테이블을 구입하는 것보다는 입문용으로 부담 없이 시작해 천천히 아날로그와 친해지는 것이 좋다.

Tip

턴테이블에서 모터가 클수록 소리가 좋다는데?
모터가 크면 도는 힘(토크)도 커서 힘차고 박력 있는 소리가 난다. 따라서 모터가 커지면 소리가 좋아진다는 말이 틀린 말은 아니다. 그러나 모터가 커질수록 모터에서 발생하는 진동도 커져서 잡음이 많아진다. 노팅험 아날로그(Nottingham Analogue)같은 턴테이블 제작회사는 모터의 힘을 플래터를 간신히 돌릴 정도로 최소화 시켜야 한다는 주장을 한다. 모터가 작고 힘이 약할수록 진동발생이 적어서 잡음없는 깨끗한 소리를 들을 수 있다는 것이다.

 

턴테이블을 받치는 방법의 차이

이제 턴테이블의 구동방식과 그에 따른 음질 차이에 대해 어느 정도 감이 잡혔을 것이다. 그래도 조금만 더 턴테이블에 대해 공부해 보자. 이 공부를 거치면 자신의 취향에 맞는 턴테이블을 더 쉽게 고를 수 있다. 턴테이블은 레코드에 새겨진 굴곡을 따라 카트리지의 바늘이 진동해서 소리를 만들어내는 장치다. 그래서 턴테이블은 진동에 아주 민감할 수밖에 없다. 회전하는 모터의 진동도 중요하지만 턴테이블의 외부에서 플래터나 톤암으로 들어오는 진동도 음질에 안 좋은 영향을 미친다. 플래터와 톤암이 자리잡고 있는 베이스를 외부의 진동에서 보호해야 좋은 소리를 만들어낼 수 있다. 턴테이블은 외부의 진동에서 플래터와 톤암을 보호하기 위해 대략 세 가지 방법을 사용한다.

 

턴테이블의 기본 구조와 명칭

 

첫 번째는 플래터와 톤암을 탄성이 있는 스프링 같은 것으로 받치거나 매다는 방법이다. 플래터와 톤암만을 서브섀시(sub chassis)에 부착하고 이 서브섀시를 스프링으로 플린스(Plinith)와 연결하는 것이다. 플린스는 플래터 아래에 있는 상판을 말한다. 플린스와 서브 섀시를 연결하는 방법은 서브섀시가 스프링을 밑에 두고 눌러앉게 하거나, 서브섀시가 스프링에 의해 매달리게 하는 것이다. 플린스에 서브섀시가 매달리는 방식이 좀더 안정된 형태다. 하지만 여기서 중요한 것은 눌러 앉고 있느냐 매달려 있느냐 하는 것이 아니고 플린스와 서브 섀시 사이가 진동을 차단해주는 스프링에 의해서 연결된다는 점이다.

이런 방법을 사용한 턴테이블을 플로팅(floating) 또는 스프렁(sprung) 턴테이블이라고 부른다. 플로팅이라는 뜻 그대로 스프링에 의해 플래터와 톤암이 공중에 떠 있는 상태로 있는 것이다. 이것을 확인하는 방법은 간단하다. 플래터나 톤암을 손가락으로 살짝 건드려보는 것이다. 베이스나 플린스는 움직이지 않고 플래터와 톤암만 쉽게 출렁이면 플로팅 턴테이블이다. 서브섀시만 스프링으로 플린스에 매달려 있으니 손으로 누르면 서브섀시에 부착된 플래터와 톤암만 움직이면서 출렁거리는 것이다.

두 번째 방법은 플래터와 톤암, 베이스, 플린스가 완충장치 없이 단단하게 결합되도록 하는 것이다. 이렇게 견고하게 결합된 턴테이블 전체를 고무발 같은 것으로 간단히 받친다. 플래터, 톤암, 베이스, 플린스가 한 몸으로 단단히 결합되어 고무발로 받쳐져 있어 턴테이블 어느 곳을 손으로 눌러도 꿈쩍하지 않는다. 플래터와 톤암을 따로 묶어서 스프링 같은 것으로 받치지 않으니 당연히 서브섀시는 있을 필요가 없다. 쉽게 말하면 플린스와 베이스를 분리되지 않게 하나로 만들고 고무발로 전체를 받친 것이다. 이런 턴테이블을 리지드(rigid) 턴테이블이라고 부른다. 단어 뜻 그대로 딱딱하고 견고하게 받쳐진 상태인 것이다.

세 번째는 플로팅과 리지드의 절충형으로 플래터와 톤암 그리고 모터까지 얹어진 플린스 전체를 스프링으로 베이스 위에 받치는 것이다. 리지드와 다른 점은 베이스와 플린스가 일체가 아니라 분리되어 완충장치인 스프링으로 연결된다는 것이다. 쉽게 설명하면 베이스 위에 스프링을 놓고 그 위에 플린스를 올린 형태다. 플린스에는 모터와 플래터 톤암이 부착되어 있다. 플로팅과 다른 점은 별도의 서브섀시가 없고 플린스에 플래터, 톤암, 모터를 결합하고 이것 전체를 스프링으로 받친다는 점이다. 모터와 플린스, 톤암 모두를 받치는 구조이다 보니 플로팅보다 받치는 무게가 더 무겁다. 그래서 절충형에 사용하는 스프링은 플로팅 방식에 사용하는 스프링보다 탄성이 적고 더 튼튼한 것을 사용한다. 절충형은 플래터를 손으로 눌렀을 때 플래터와 톤암, 플린스가 조금만 출렁거린다. 플로팅 방식은 플래터와 톤암만 출렁거리는데 반해 절충형은 플래터와 톤암 그리고 플린스가 같이 움직인다. 절충형은 전혀 꿈쩍도 하지 않는 리지드와 쉽게 출렁거리는 플로팅의 중간 형태라고 보면 된다.

 

플로팅 턴테이블 구조

 

리지드 턴테이블 구조

 

절충형 턴테이블 구조

 

Tip

턴테이블을 무거운 것으로 받친 경우가 많은데 이유는?
턴테이블은 진동을 음악신호로 바꾸는 장치다. 따라서 외부의 진동이 들어오는 것을 차단해야 좀더 깨끗한 소리를 즐길 수 있기 때문이다.

턴테이블 밑에 무거운 돌판을 놓는 경우가 많은데 음질은?
무거운 돌판은 외부의 진동 차단에는 좋지만 턴테이블의 소리를 차갑고 딱딱하게 만들기도 한다. 따라서 턴테이블 바로 밑에는 단단한 목재 같은 것으로 받치고 그 밑에 완충재를 끼우고 돌판을 까는 것이 좋다. 이렇게 이중으로 사용하는 것이 자연스런 음색과 진동차단이라는 두 마리 토끼를 잡을 수 있는 방법이다. 

 

방식에 따른 장단점

턴테이블의 베이스와 플린스를 스프링으로 받치나 간단히 고무발로 받치나 무슨 차이가 있냐고 반문할 수 있다. 믿기 힘들겠지만 같은 턴테이블이라도 무엇으로 받치느냐에 따라 소리가 현저하게 달라진다. 자동차를 예로 들어 설명해 보자. 도산 위기에 몰렸던 기아차를 살린 ‘봉고’라는 차가 있다. 봉고는 승합차와 트럭 두 가지가 있다. 승합차는 의자를 배치하고, 트럭은 화물을 싣는 적재함을 달고 있지만 기본 차체 프레임(섀시)과 엔진은 동일하다. 잘 알려져 있지 않지만 승합차와 트럭에는 다른 점이 더 있다.

승합차와 트럭의 앞바퀴의 완충(현가)장치는 동일하지만 뒷바퀴와 프레임을 연결하는 완충장치는 다르다. 승합차는 사람이 타야 하기에 탄력이 풍부하고 부드러운 용수철(코일) 스프링을 완충장치로 사용했다. 반면에 트럭은 무거운 짐을 싣고 달려야 해서 딱딱한 판스프링을 사용했다. 봉고 승합차와 트럭을 번갈아 운전해보면 승차감이 현저히 다르다는 것을 알 수 있다. 동일한 엔진에 같은 프레임이고 앞바퀴 완충장치까지 같고 뒷바퀴 완충장치만 다를 뿐인데 운전하면서 느끼는 승차감은 상당히 다르다. 트럭은 노면의 요철을 그대로 운전자에게 전달하지만, 승합차는 상대적으로 부드럽게 완충해서 전해준다.

 

완충장치에 따라 음질이 달라진다

자동차가 어떤 완충장치를 사용하느냐에 따라 승차감이 다르듯이 턴테이블도 무엇으로 받치느냐에 따라 음질이 달라진다. 플로팅 턴테이블은 아주 부드러운 완충장치를 사용하는 승용차라고 생각할 수 있다. 승용차가 도로에서 전해오는 진동을 완화시켜 안락한 승차감을 선사해주듯 플로팅 턴테이블은 외부 진동으로부터 자유로워서 자연스럽고 섬세한 소리를 내준다. 승용차가 승차감은 좋지만 무거운 짐을 실을 수 없듯 플로팅 턴테이블은 저음이 충분치 않은 편이다. 승용차가 크기에 비해 가격이 비싸듯이 플로팅 턴테이블은 추가로 서브섀시라는 것이 필요해서 상대적으로 가격이 비싼 편이다.

리지드 턴테이블은 승차감은 좋지 좋지만 무거운 짐을 실을 수 있는 트럭이라고 생각하면 된다. 노면의 진동이 거의 그대로 운전자에게 전달되어 승차감이 나쁜 것처럼 리지드 턴테이블은 외부 진동에 자유롭지 못하다. 그래서 상대적으로 중고역이 매끄럽지 않고 자연스럽지 못한 편이다. 하지만 단단하게 받쳐져 있기 때문에 저음이 풍부하고 보다 큰 무대(사운드 스테이지)를 재현할 수 있다. 트럭이 비슷한 크기의 승용차에 비해 구조가 간단해서 가격이 싸듯이 리지드 턴테이블도 플로팅이나 절충형에 비해 구조가 간단해서 가격이 저렴한 편이다.

플로팅이 승용차고 리지드가 트럭이라면 절충형은 무엇이라고 해야 할까? 절충형은 승용차나 트럭이 아닌 레저용 SUV 차량이라고 생각하면 이해가 쉽다. SUV 차량의 승차감은 승용차보다는 떨어지지만 트럭보다는 좋다. 트럭처럼 아주 무거운 물건은 싣지 못하지만 승용차보다는 짐을 좀더 많이 실을 수 있는 것이 바로 SUV 차량의 장점이다. 승용차와 트럭의 절충으로 탄생한 것이 SUV라는 것을 생각하면 이런 특징은 쉽게 이해가 될 것이다. 절충형 턴테이블은 플로팅에 비해 고음의 섬세함이나 매끄러움에서는 밀리지만 상대적으로 저음을 많이 내준다. 리지드 턴테이블에 비하면 저음이 약간 적지만 고음이 더 자연스럽고 매끄럽다. 실제로 이런 이유 때문에 많은 턴테이블이 절충형을 채택하고 있다. SUV 차량이 트럭과 승용차의 중간 형태인 것처럼 절충형은 플로팅과 리지드의 중간 형태로 이해하면 된다.

이제 플로팅, 리지드, 절충형이 어떻게 다른지에 대해서 어느 정도 이해를 했을 것이다. 그러면 앞서 언급했던 턴테이블을 플로팅, 절충형, 리지드로 나눠보자. 그러면 아래와 같이 정리가 된다. 턴테이블을 받치는 방식과 플래터를 돌리는 방식(아이들러, 벨트, 다이렉트)을 복합적으로 따져보면 뭔가 어렴풋이 감이 오기 시작 할 것이다.

 

               플로팅 턴테이블                                         절충형 턴테이블                                          리지드 턴테이블      
AR-XA, EB-1, ES-1
Empire 698, 598
Thorens 320mk2
Thorens 126mk3
Hey Brook TT2
DUAL 1019, 1219, 1229
ELAC Miracord 10H, 50H
PE 2040, 2020
DUAL 701, 721
DUAL 731Q, 741Q
LINN Basik, Axis
Pioneer PL-41
Denon DP-59L
REGA P1, P3, P25
Technics 1200mk2
Micro Seiki DQ-5, 7
Micro Seiki BL-77
VPI HW-19

턴테이블을 플로팅과 절충형, 리지드로 나눈 것을 살펴보면 재미있는 사실 하나를 발견할 수 있다. 플로팅 턴테이블은 예외 없이 전부 벨트형을 채택하고 있다. 출렁거리는 플래터를 돌릴 수 있는 것은 벨트만이 가능하기 때문이다. 좀더 살펴보면 아이들러 구동방식을 채택한 턴테이블 중에는 리지드나 플로팅 방식이 거의 없고 전부 절충형을 채택했다는 점이다. 아이들러 구동방식은 상대적으로 무거운 플래터를 사용하고 구조적으로 모터와 아이들러, 플래터가 직접 접촉하고 있어야 하기 때문에 플로팅 방식으로 구성할 수가 없다. 또한 아이들러형에 리지드 방식을 채용하지 않은 것은 모터의 진동이 상대적으로 쉽게 플래터에 전달되기 때문이다. 아이들러형 구동방식을 리지드로 받치면 진동에 의한 간섭에 취약할 수밖에 없다. 이런 이유로 아이들러형 턴테이블은 주로 절충형을 할 수밖에 없는 것이다.

다이렉트 턴테이블 중에 플로팅을 채택한 경우가 없는 것도 눈에 띈다. 다이렉트 턴테이블은 상대적으로 큰 모터를 사용하는데 여기에 플래터와 톤암까지 합쳐지면 무게가 무거워져서 플로팅 방식을 사용하기가 쉽지 않기 때문이다. 그래서 절충형이나 리지드 방식을 채택하게 된다.

플로팅 턴테이블은 부드러운 용수철 스프링을 사용한 승용차라고 생각하면 된다. 절충형 턴테이블은 승차감도 어느 정도 좋으면서 짐도 실을 수 있는 승합차나 SUV라고 생각하면 된다. 리지드 턴테이블은 딱딱한 판스프링을 사용한 트럭이다. 플로팅 턴테이블은 외부의 진동에서 자유로워 자연스럽고 섬세한 음을 들려준다. 중역과 고역이 섬세하고 매끄러운 소리를 좋아한다면 플로팅을 고르는 것이 좋다. 특히 실내악이나 독주, 보컬 같은 소편성 음악을 좋아하는 취향에 맞는다. 리지드 턴테이블은 섬세하고 자연스러운 맛은 적지만 저음이 깊고 무거우며 단단하다.

저음이 많아야 하고 중역과 고역의 윤곽이 분명한 소리를 좋아한다면 리지드 턴테이블을 고르는 것이 좋다. 관현악이나 대편성곡 같이 규모가 큰 음악을 좋아하는 취향에 어울린다. 절충형은 플로팅과 리지드의 중간형으로 무난한 올라운드 플레이어라고 보면 된다. 두루두루 다양한 장르의 음악을 즐기는 사람에게 적당하다. 본인이 어떤 소리를 좋아하는지 어떤 음악을 주로 듣는지 취향에 따라 플로팅 또는 절충형이나 리지드중에서 선택하면 된다.

마지막으로 턴테이블 선택에서 고려할 것은 수동을 선택할 것인지, 반자동이나 자동을 선택할 것인지를 정하는 것이다. 수동이 번거롭기는 하지만 고장에서 제일 자유롭다. 음악 듣다 잠이 드는 경우가 많거나 LP를 걸어 놓고 다른 일을 하면서 음악을 듣는 경우라면 반자동이나 자동을 선택하는 것이 좋다. 자동 턴테이블은 조작이 쉽고 간단하다는 장점은 있지만 일단 고장이 나면 수리하기가 쉽지 않다. 특히 자동 턴테이블은 다이렉트형이 많은데, 다이렉트형은 고장이 나면 사실상 수리가 불가능하다. 가능하긴 하지만 턴테이블 가격에 육박하는 금액을 지불해야 하는 경우가 많다. 그래서 수리하느니 부품으로 팔고 새로 구하는 것이 더 경제적일 때도 많다.

 

 

[네이버 지식백과] (최윤욱의 아날로그 오디오 가이드, 2010. 5. 4., 최윤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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