입문용 턴테이블 살펴보기
턴테이블을 장만하기 위해 자문을 구하거나 인터넷 검색을 하면 정말 다양한 턴테이블이 추천되고 있다. ‘이게 최고다!’ ‘저게 최고다?’ 말들이 많아서 갈피를 잡기가 쉽지 않다. 대부분 입문용 턴테이블을 사용하는 사람이 추천을 하게 되는데 경험이 충분치 않은 경우가 많아 자기가 써본 턴테이블 중에서 추천한다. 서너 개의 입문용 턴테이블을 사용해본 경험의 부족도 문제지만 각 개인이 가지는 소리와 음악 취향의 차이도 무시할 수 없다. 같은 입문용 턴테이블을 사용했어도 각자의 음악 취향이 달라 정반대의 평가를 하기도 한다. 일관된 평가를 위해서는 한사람이 다양한 입문용 턴테이블을 직접 경험해보는 수밖에 달리 방법이 없다.
다양한 입문용 턴테이블을 경험했다고 해서 추천에 있어서의 문제가 다 해결된 것은 아니다. 고급 턴테이블을 사용해본 경험이 없으면 정확하게 소리를 판단하는 데에 어려움이 있다. 고급 턴테이블을 사용한 경험이 있어야 좀 더 객관적으로 입문용 턴테이블을 바라볼 수 있다. 소나타 이상의 고급차를 전혀 경험 해보지 못한 사람이 있다고 하자. 그 사람이 소나타와 동급의 다양한 중형차를 평가한다면 당신은 그 사람의 평가를 충분히 신뢰할 수 있을까? 아마 어느 정도 참고는 하겠지만 충분히 신뢰하지는 못할 것이다.
고급 턴테이블을 사용해본 사람이라면 누구라도 입문용 턴테이블을 추천하는 데 아무런 문제가 없는 것일까? 그렇지 않은 이유는 간단하다. 보통 고급 턴테이블 사용자는 두세 개 정도의 입문용 턴테이블을 사용한 후에 고급 턴테이블로 업그레이드한 경우가 태반이다. 고급으로 업그레이드한 후에는 입문용 턴테이블에 관심이 적어져 다양한 입문용 턴테이블을 접하지 않게 된다. 결국 의미 있는 추천을 하려면 다양한 입문용 턴테이블에 대한 경험도 가지고 있고, 고급 턴테이블도 사용해 정상급 턴테이블이 어떤 소리를 내는지도 알고 있어야 한다.
이 장에서는 앞서 추천한 입문용 턴테이블을 하나씩 자세히 살펴보고자 한다. 턴테이블의 구조에 대해 배운 지식을 토대로, 구체적으로 어떤 턴테이블이 나에게 맞는지 판단할 수 있게 해줄 것이다. 앞서 추천된 턴테이블은 대부분 많은 사람들 입에 자주 오르내리는 제품이다. 그동안 세간의 평가가 좋은 턴테이블을 중심으로 리스트를 작성했지만 각각의 턴테이블에 대한 평가는 세상에 알려진 명성에서 자유로워야 한다고 생각한다. 그래서 턴테이블을 직접 구입해 내부 구조를 낱낱이 살피고 다양한 카트리지를 사용해 성능의 한계를 알아보는 테스트를 거쳤다. 이 과정에서 구체적으로 명성은 높지만 실제로는 약간 아쉬운 턴테이블도 있었고 이름은 알려져 있지 않지만 소리는 기대 이상으로 좋은 턴테이블이 있다는 것을 알게 되었다. 실제 사용하면서 알게 된 각 턴테이블의 성능에 대한 평가도 가능한 한 솔직하게 표현하고자 했다.
소리의 좋고 나쁨을 떠나 각 턴테이블이 가지는 소리의 고유한 개성이 존재한다. 같은 레코드라도 어떤 턴테이블로 플레이하느냐에 따라 음색과 다이내믹이 다르게 표현된다. 가능한 한 그 턴테이블이 가지는 장점을 발견하려고 노력하고 단점을 발견하는 일에도 게을리 하지 않았다. 턴테이블이 가지는 개성을 솔직하게 밝힘으로써 입문자가 자신의 취향에 맞는 턴테이블을 선택할 때 도움이 되도록 했다. 턴테이블이 가지는 소리의 특징을 밝히는 것 외에 각 턴테이블에 잘 어울리는 장르를 찾기 위해서 충분한 시간을 두고 다양한 음악을 들어보았다.
마지막으로 각 턴테이블의 세세한 속내와 기계적인 장점과 단점도 밝혔다. 잘 알려져 있지 않은 노하우나 감춰진 팁도 덧붙여 실제로 턴테이블을 사용하는 사람에게 도움이 될 수 있도록 했다. 이 장만 꼼꼼히 읽는다면 입문용 턴테이블을 선택해 실제로 사용하는 데 있어서 별다른 어려움을 없을 것이다.
Tip
턴테이블에 달린 파워 케이블을 바꾸면 음질이 변할까?
턴테이블에서 파워 케이블은 모터의 전원을 공급하는 역할만 하기 때문에 소리에 아무런 영향이 없다고 생각하기 쉽지만 실상은 그렇지 않다. 파워 케이블을 바꾸면 앰프에서 파워 케이블 바꾼 것처럼 소리가 변한다.
AR-XA
전설의 턴테이블
AR(Acoustic Research)은 오디오 역사에서 빼놓을 수 없는 업적을 남긴 회사다. 커다란 나무판이나 뒷면이 없는 후면개방형 박스에 구멍을 내고 스피커 유닛을 끼워 넣던 것이 고작이던 시절에 과학적인 이론을 바탕으로 밀폐형 스피커를 최초로 개발한 회사가 AR이다. 최초 개발이라는 수식어는 아날로그 분야에서도 그대로 이어진다. 플래터와 톤암만을 서브섀시에 결합시켜 스프링으로 본체와 격리시키는 ‘플로팅 서스펜션’ 개념을 최초로 실현한 것이 AR-XA다. 이 혁신적인 구조는 린 LP12와 오라클(Oracle)로 발전하면서 턴테이블의 구조를 양분하는 플로팅 턴테이블로 자리잡게 된다.
AR-XA는 원목을 사용한 목재 베이스에 검은색으로 칠해진 철제 상판, 그 위에 얹은 원형의 플래터와 톤암이 전부다. 심플한 구조지만 원목 베이스의 목질감에 검은색 상판, 그 위에 얹은 은빛의 원형 플래터 배치가 미학적이다. 거기다 S라인을 연상시키는 톤암의 미려한 곡선과 그 끝에 위치한 직사각형의 헤드셸 조합은 보는 사람의 눈을 잡아두기에 충분하다. LP를 얹고 카트리지를 주행시키면 까만색 LP 위에 놓인 사각형 헤드셸이 주는 배치가 시각적으로 묘한 느낌을 준다. 모노시대가 끝나고 스테레오가 시작할 즈음인 1962년에 처음 발매된 턴테이블이라고 믿기 어려울 정도로 현대적인 심플함과 세련미를 갖추고 있다. 설계자인 에드가 빌처의 천재적인 미적 감각을 느낄 수 있는 턴테이블이다.
AR-XA 턴테이블의 제일 큰 문제는 사각형의 헤드셸이다. 사각형 박스에 카트리지 장착을 위한 너트 구멍 두 개 있는 것이 전부다. 사진에서 보듯 초기형은 암나사 부분이 플라스틱이라 카트리지를 몇 번 장착하다 보면 쉽게 망가진다. 후기에 나온 헤드셸은 암나사 부분이 금속이라 조금 나아지기는 했지만 역시 부실한 편이다. 그런대 이 문제는 엄밀히 따지면 사용자의 부주의가 원인이다. 헤드셸의 암나사는 우리가 보통 사용하는 밀리미터(mm) 단위의 나사산이 아니라 미국에서 사용하는 인치(inch) 단위의 나사산이다. AR-XA외에 레코컷(REK-O-KUT) 턴테이블의 헤드셸 암나사도 인치나사다.
그래서 우리가 보통 사용하는 밀리 나사인 볼트로 조이면 한 바퀴 정도는 문제없이 돌아가지만 그 이상은 인치 나사산의 암나사를 뭉개면서 조여진다. 이렇다 보니 두세 번만 볼트를 조여도 암나사가 망가질 수밖에 없다. 인치 나사산을 가진 볼트를 구해 카트리지를 장착하면 금속 암나사의 경우 반영구적으로 헤드셸을 사용할 수 있다.1) 거기다 톤암과 연결하는 부분도 플라스틱이라 조금만 힘을 주거나 자주 사용하다 보면 손상되기 쉽다. 헤드셸을 톤암에 결합하거나 분리할 때는 주의를 기울여야 한다. 파손이 잘되는 탓에 헤드셸이 부서져서 구하려고 하면 귀해서 5만원 주고도 구하기가 쉽지 않다.
헤드셸 리드선도 표준과 달라서 연결 할 때 주의해야 한다. AR-XA 헤드셸 리드선은 우측채널의 +가 하얀색이고 -가 녹색이고, 좌측채널의 +가 빨간색이고 -가 청색이다. 일반적인 카트리지의 단자배치와 위치 배열은 동일하고 단자의 색깔만 다르다. 따라서 리드선의 색깔을 무시하고 단자위치 그대로 카트리지의 단자에 연결하면 정상적으로 소리가 난다.
AR-XA는 이미 밝혔다시피 플로팅 방식에 벨트 드라이브를 채택한 턴테이블이다. 여기에서 대략의 음질 특징을 추측해볼 수 있다. 실제로 저음은 충분치 않지만 소리결이 매끄럽고 자연스러운 편이다. 특히 실내악이나 보컬 같은 소편성 음악에 장점이 있다. 하지만 비슷한 가격대의 듀얼1219 같은 턴테이블과 비교하면 소극적이고 답답한 소리가 난다. 같은 카트리지로 1219 턴테이블과 비교해보면 바로 확인할 수 있다. 명기라고 해서 구입했다면 처음에 상당히 당황스러울 정도로 소리가 답답하다.
답답한 소리가 날 수밖에 없는 이유는 톤암 내부의 케이블 때문이다. 테스터기로 재어보면 불과 1미터도 되지 않는 길이의 케이블 저항이 2Ω이나 된다. 톤암내부의 케이블의 저항이 너무 높아서 음질을 깎아먹고 있는 셈이다. 보통 슈어나 그라도의 MM 카트리지를 달면 더 답답한 소리가 되기 십상이다. 수미코(Sumiko)의 블루포인트 스페셜이나 오토폰의 MC20, 데논 DL-110 같이 고음이 화려하고 뻗는 스타일의 MC 카트리지를 물려줘야 답답하지 않은 소리를 얻을 수 있다.
AR-XA는 소극적이고 내향적인 음색이 매력적이긴 하지만 보편적으로 많은 사람이 좋아할 만한 소리를 내는 턴테이블은 아닌 듯하다. 실제로 초보자가 사용하기에는 세팅과 조정도 간단하지 않다. AR-XA에 대한 추억이 있는 사람에게는 어떤 원형과 같은 턴테이블이어서 듣는다는 것, 사용한다는 것 자체가 행복일 수 있다. 이런 저런 턴테이블 다 써본 마니아가 AR-XA의 독특한 매력에 끌려 사용하는 것이라면 충분히 이해가 된다. 턴테이블 본체 값에 육박하는 MC 카트리지를 달아주고 세팅을 세심하게 하면 그윽한 커피향 분위기의 아날로그 음을 맛볼 수 있다. 그러나 초보자나 입문자에게 ‘아날로그 음은 이런 것’이라고 추천하기에는 망설여지는 턴테이블이다. 가격은 싸지만 비싼 MC 카트리지를 붙여주고 세심하게 세팅해야 제소리가 나는 턴테이블이다. 명기라고 하면 무조건 좋은 줄 알고 덜컥 사서 고생하는 초보자가 없기를 바란다.
ES-1
AR 최후의 턴테이블
AR-XA 턴테이블을 떠나보내고 아쉬움이 남았다. AR이라는 회사가 이 정도 밖에 되지 않는 회사인가 하는 생각이 들어서다. AR이라는 회사의 턴테이블에 대해 좀 더 정확히 알기 위해 AR에서 출시한 다른 턴테이블들도 들어봐야 했다. 마침 소리전자 장터에 ES-1을 판다는 글이 있어서 바로 구입했다. 외관은 나무로 테두리를 둥그렇게 마무리해서 고급스러워 보인다. 더스트 커버도 일체형으로 옆면이 비스듬하게 떨어져서 둥그런 나무 테두리와 자연스럽게 만난다.
기본 구조는 XA와 같이 벨트 드라이브에 플로팅 서스펜션을 채택하고 있다. XA에 비해 모터가 좀 더 고급으로 개량되었고 톤암은 별매로 사용자가 선택할 수 있다. 보통 LINN의 베이직플러스나 아키토 톤암이 달려 있는 경우가 많다. 시청한 제품은 제조사를 알 수 없는 일제로 추정되는 톤암이 달려 있었다. 아마도 출고 때부터 달려 나왔던 모델인 듯 싶다. 톤암의 구조를 확인하기 위해 완전 분해를 해보았는데 상당한 정밀도와 완성도를 갖춘 톤암 이었다. 안티스케이팅 조절도 가능하고 카트리지 리드선까지 접점 없이 일체형으로 케이블을 설치했다. 기본적으로 음질 손실을 막기 위해 헤드셸 일체형으로 접점을 줄이는 탄탄한 구조로 제작했다.
ES-1 턴테이블은 출고 당시에 다양한 액세서리를 포함하고 있다. 사진에서 보는 것처럼 카트리지 청소용 솔과 플래터 베어링에 사용하는 오일, 카트리지 장착용 드라이버 등이 따라온다. 이밖에 투명한 플라스틱으로 만든 시소형 침압계와 무게추도 있는데 앤틱 분위기가 있어 보는 즐거움이 있다. 밖에서 보이진 않지만 ES-1은 플래터 축 베어링이 사파이어다. 사파이어 베어링은 요즘 기백만 원 넘는 고급 턴테이블에서나 사용하는 것이다. 사파이어 베어링을 사용했다는 것으로 미루어 ES-1이 당시 기준으로 상당히 고가의 하이엔드 턴테이블이었다는 것을 짐작할 수 있다. 간혹 이 사파이어 베어링이 충격에 의해 깨지는 경우가 있다. 플래터를 들어내서 우윳빛의 사파이어 베이링이 온전한지 확인하는 것이 좋다. 플래터 축을 빼낸 구멍을 면봉으로 기름을 닦아내고 회중전등으로 비추어 보면 반짝거리는 사파이어를 볼 수 있다. 사파이어 베어링이 깨져 있으면 플래터가 돌 때 사각사각하는 마찰음이 들린다.
소리가 만만치 않다는 생각에 중급에서는 누구에게도 밀리지 않았던 PE2020과 한판 싸움을 붙여보았다. 마침 슈어의 대표모델인 V15 typeⅢ 카트리지가 두 개 있어서 간단히 바늘만 갈아 끼우면 쉽고 정확한 비교시청이 가능했다. 중역이 탄탄한 카트리지인지라 우열을 가리기는 힘들지만 슈어의 참맛을 느끼기에는 PE2020이 약간 더 나았다. 특히 묵직한 느낌의 저역은 아이들러 턴테이블인 PE2020이 듣기에 더 좋았다.
이왕 시작한 김에 끝장을 보자는 생각에 비싼 MC 카트리지를 달아보기로 했다. MC 카트리지는 하나를 번갈아 장착해야 해서 무척 번거로웠지만 느낌이 올 때를 놓치고 싶지 않았다. 오토폰의 MC20mk2가 간택되었다. PE 2020에서 먼저 시청을 하고 느낌이 식지 않도록 재빠르게 ES-1에 장착을 하고 기대감 속에 첫 소리를 기다린다. 바이올린 독주가 시작하는 부분에서 ES-1이 PE 2020에 회심의 한방을 날린다. 실크 감촉의 바이올린 선율이 향 연기가 자연스럽게 S라인을 그리면서 피어오르듯 올라간다. 하늘하늘한 고역을 장점으로 하는 플로팅 턴테이블의 진가를 그대로 보여준다. 저음의 묵직함에서는 PE 2020이 우위를 점했지만 섬세한 해상력을 바탕으로 그려내는 현악기의 질감은 ES-1이 단연 앞선다. 온화하면서도 선명한 바이올린 음색은 ES-1 턴테이블의 장점이 무엇인지를 실감하게 해준다.
대편성 곡에서는 PE 2020이 약간 앞서는 느낌이지만, 소편성에서는 질감 표현과 음색의 윤기에서 ES-1이 앞선다. 특히 섬세하게 표현하면서도 윤기가 있는 현악기의 음색은 음악에 자연스럽게 빠져들게 한다. 현악기 소리에 관한 한 이 책에서 언급되는 턴테이블 중에서 가장 고급스런 소리를 들려주는 턴테이블 중에 하나임이 확실하다. 역시 AR의 명성은 그냥 얻어진 것이 아니었음을 ES-1 턴테이블을 통해 확인할 수 있었다. 초보자나 중급자 가리지 않고 추천할 만한 턴테이블이다. 장터에서도 자주 보이지 않지만 상태 좋은 것을 구한다면 기다린 보람을 느낄 만큼 좋은 소리를 들려주는 턴테이블이다. 특히 현악기와 실내악을 좋아하는 사람이라면 이 가격대에서 대안이 별로 없다.
AR-XA | 1963년 | |
AR-XB | 1975년 | 톤암 리프팅 기능 추가 |
AR-77XB | 1979년 | |
AR-EB-1 | ||
AR-EB101 | 1980년 | |
AR-ES-1 | 1980년 | 톤암은 옵션 |
AR-ETL-1 | 1980년 | 톤암은 옵션 |
Empire 698
멋진 턴테이블
처음 보면 ‘와!’하는 탄성이 절로 나올 정도로 잘 생겼다. 모양과 디자인에서 이 턴테이블을 능가하는 턴테이블은 없을 것이다. 한번 보면 이름은 기억하지 못해도 앤티크한 분위기의 디자인은 기억에 남는다. 누가 봐도 반할만한 클래식한 디자인으로 한번쯤 써보고 싶은 마음이 들게 하는 턴테이블이다. 아날로그나 턴테이블에 대해 잘 모르는 사람도 아는 턴테이블이 바로 엠파이어 698이다.
몸체는 휘황찬란한 황금색이고 우드 베이스에 더스트 커버까지 나무와 유리를 사용해 만들었다. 톤암도 황금색이라 보는 이로 하여금 눈이 휘둥그레지게 한다. 전원을 넣고 턴테이블을 작동시키면 앞에 있는 투명 아크릴 단자에 은은한 불이 들어와서 고급스런 분위기를 뿜어낸다. 찬찬히 살펴보면 엠파이어 턴테이블은 외모만 뛰어난 것이 아니라는 것을 알 수 있다. 황금색으로 도금한 멋진 플래터는 가공이 정밀할 뿐만 아니라 묵직한 무게를 자랑한다. 상부 플린스도 얇은 철판이 아니라 주물로 튼튼하게 제작되어 있다. 잡음과 밀접한 관계가 있는 플래터 축 베어링도 사파이어로 제작하는 호사를 부렸다. 무엇보다 압권은 독일 팹스트(Papst)사의 우수한 회전 품질을 자랑하는 고급 모터를 채용했다는 점이다. 이 모터는 노이만, 페어차일드 등 이름 있는 중량급 빈티지 턴테이블에 사용한 것으로 진동이 적기로 유명하다.
기본적인 턴테이블의 구조에서도 물량 투입을 느낄 수 있다. Y자 모양의 프레임에 플래터와 톤암을 얹어 스프링으로 본체와 격리되는 전형적인 플로팅 방식을 취하고 있다. 플로팅 방식이라 모터의 진동이 플래터나 톤암으로 전달될 가능성이 적다. 그런데도 모터를 고무링을 이용해 본체와 결합해 진동이 본체로 넘어가지 않도록 했다. 모터의 진동이 플래터나 톤암에 전해지려면 본체와 결합하는 고무링을 지나 다시 플래터와 톤암을 공중에 띄우고 있는 스프링을 지나야 한다. 이중 삼중의 진동 차단을 하고 있는 셈이다. 외모뿐만 아니라 내부 구조에서도 아낌없이 물량을 투입한 턴테이블이다. 전 세계 GDP 절반을 차지하던 풍요롭던 시절의 미국을 상징하는 턴테이블이라고 할 수 있다.
아낌없는 물량 투입과 막강한 구조를 갖춘 엠파이어 698에게도 나름의 약점이 있다. 수동식이던 598의 업그레이드 버전으로 출시한 698은 전자식으로 톤암을 올리고 내리는 것과 레코드 연주가 끝나면 톤암이 돌아오는 기능을 추가했다. 플린스 전면 투명 아크릴에 접촉하면 작동하는 방식인데 세월이 흐르면서 고장이 잘 난다. 실제로 정상적으로 작동하는 698 턴테이블을 만나기가 쉽지 않다. 698의 결정적인 문제는 헤드셸과 톤암의 결합부가 파손이 잘 된다는 점이다. 심하냐 경미하냐의 차이가 있을 뿐 7~80%는 손상이 있다고 보면 된다.
보통 오리지널 벨트는 수십 년의 세월 탓에 늘어져 있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일반형으로 1만원에 구할 수 있는 가장 긴 40cm 벨트를 사용하면 속도가 약간 빠르다. 벨트 길이는 접어서 41.5cm 규격품을 사용해야 정속도가 나온다.1) 약간의 미세 조정은 전면 좌측에 금속 캡을 제거하고 모터를 고정하는 세 개의 볼트를 조정하면 정확히 맞출 수 있다.
기대 속에 들어본 엠파이어 698 소리는 여운이 많고 울림이 풍부했다. 나름의 장점이 있는 소리로 특히 금관악기나 재즈에 강점을 보여주었다. 플로팅 턴테이블인데도 무대의 빈 배경이 생각보다 깨끗하지는 않다는 점이 아쉬웠다. 엄청난 물량 투입, 진동 방지에 효과적인 플로팅 구조를 갖추고도 배경이 깨끗지 못한 이유가 무엇일까 궁금했다. 이 궁금증이 자연스럽게 풀린 것은 이전 모델인 398(298)을 듣게 되면서다.2) 698의 플래터는 여러 개의 부속을 결합하게 되어 있는데 398(298)은 플래터가 통으로 한 몸이다. 물론 398은 플로팅 방식이 아니라 리지드 방식을 취하고 있다. 리지드 방식임에도 398(298)은 플래터가 통으로 한 몸이라 698보다 나은 소리를 들려주었다. 실제로 음질이 시장원리에 냉정하게 반영되어 298이 698보다 발매 당시 가격은 낮지만 현재 중고 가격은 훨씬 높다.
698은 외모와 디자인으로 보자면 최고의 명품 턴테이블이지만 들려주는 음질은 명품이라는 단어에 어울리지 않게 아쉬움이 있었다. 배경이 플로팅 턴테이블 답지 않게 깨끗하지 못하고, 헤드셸 접촉부의 부실함, 전자식 반자동 장치의 내구성 문제를 생각하면 선뜻 추천하기가 힘들다. 헤드셸 접촉부도 상대적으로 튼튼하고 수동이라 고장 날 염려가 없는 598이나 498을 선택하는 것이 더 나을 것 같다. 498과 598 모두 플로팅 서스펜션에 벨트 드라이브 형으로 가장 이상적인 구조를 하고 있다. 좀 더 묵직하고 진중한 음을 원한다면 리지드 방식에 벨트 드라이브를 채택한 298을 선택하는 것도 좋을 것이다. 698은 오디오에서 보는 맛이 중요하지만, 보기에 최고인 턴테이블이 음질은 그저 그럴 수도 있다는 것을 보여주었다.
Pioneer PL-41
추억의 턴테이블
햇볕이 뜨거운 어느 여름날 초등학교 다니는 딸과 아들을 데리고 황학동에 놀러 갔다. 딱히 살 것이 있어서는 아니고 그냥 여기저기 구경하다 출출해지면 포장마차에서 파는 잔치국수를 사먹곤 한다. 잔치 국수는 매운 것을 좋아하는 딸내미가 좋아하는 별미다. 잔치국수를 맛있게 먹고는 아는 수리점에 들러 박카스 한 병 얻어먹고 청계천변에 있는 가게를 둘러보고 있었다. 시원하게 야자수가 그려진 남방에 검은색 레이밴을 쓴 육십 줄의 아저씨가 무언가를 힘들고 들고 온다. 거리가 가까워져 보니 턴테이블 위에 LP가 10여장 얹어져 있다. 오디오 가게 앞에 내려놓고는 주인과 가격을 흥정한다. 주인은 5만원을 부르고 초로의 레이밴 신사는 10만원을 달라고 한다. 주인이 물러설 기미를 보이지 않자 초로의 신사가 난감해 하는 눈치다.
호기심에 가까이 가서 “팔러 나오셨냐?”고 여쭈니 그렇단다. 월남전에 참전했다 귀국할 때 사온 것인데 그동안 듣지 않게 되어 뒷방에 보관해왔단다. 이번에 이민을 가게 되어 부득이 팔러 나왔단다. 둘러싼 비닐을 풀어보니 턴테이블에는 PIONEER PL-41이라고 적혀 있고 LP도 10장이 되었다. 처음 보는 턴테이블이라 10만원을 주고 살 가치가 있는지 고민이 되었다. 지금 생각해보면 시세보다 한참 싼 것이지만 사용해본 적이 없는 기기라 당시엔 시세를 몰랐다. 더구나 입문자에게 인기가 있는 턴테이블인 줄도 전혀 몰랐다. 잠깐의 고민 끝에 바로 10만원을 건네고 턴테이블과 LP를 넘겨받았다. 옆에 있던 딸내미는 “아빠. 집에 턴테이블이 네 개나 있는데 또 사는 거야?” 하고 거든다. 언제부터인가 마누라보다 딸내미의 잔소리가 더 귀를 자극한다.
집안에 먼지 묻은 물건 들여오는 것을 마누라가 좋아할 리 없다. 하지만 이번에는 딸내미가 미리 전화로 일러바친 탓에 별 문제 없이 들여올 수 있었다. 턴테이블에 딸려온 LP는 상태가 좋았지만 전부 라이선스였다. 박스 LP라고 생각한 것은 신기하게도 휘어진 판을 펴는 수동식 LP 펴는 기구였다. 검은색의 천과 유리로 된 제품으로 휘어진 LP를 사이에 끼운 채 햇볕에 오랜 시간 노출시켜 휘어진 것을 바로잡는 기구다.
먼지를 털고 플래터를 들어내어 베어링을 살펴보았다.1) 보통은 축 아래에 강철 구슬을 끼우는 방식인데 축 끝을 둥글게 가공한 일체형이었다. 이렇게 제작하면 구조는 간단하지만 장시간 사용하면 베어링 끝이 마모되면서 축 높이가 낮아진다. 축이 낮아지면 축 위에 얹어져 있는 플래터도 낮아지면서 플린스와 닿게 된다. 오래된 PL-41의 고질적인 문제 중 하나가 바로 플래터가 낮아지면서 플린스에 닿아 소리가 나는 것이다. 이런 문제를 제작자도 예상했는지 축 베어링 받침에 동전 크기의 플라스틱판으로 받쳐 놓았다. 축은 닳지 않고 플라스틱 받침만 닳도록 한 것이다. 만약 플라스틱 받침이 닳아서 축이 내려앉으면 책받침 같은 것을 50원짜리 동전 크기로 오려서 받치면 플래터가 제 높이로 올라간다.
플래터와 축을 올리는 다른 방법도 있다. 베이스와 축 받침 사이에 마분지 등을 도넛 모양으로 오려서 끼워 조립하는 것이다. 플래터 높이를 많이 올리면 베이스와 닿을 확률이 적어져서 좋다. 그렇지만 모터와 플래터가 벨트로 연결되기 때문에 플래터 높이가 너무 높아지면 벨트가 걸리지 않고 벗겨질 수 있다. 플래터가 회전하면서 플린스에 닿지 않을 정도로만 높이는 것이 좋다. PL-41이 오래된 턴테이블이다 보니 벨트가 삭거나 늘어져 있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범용으로 나온 벨트 중에 가장 긴 것이 접어서 40cm 짜리다. 이 벨트를 사용하면 플래터가 정상보다 약간 빠르게 회전한다. 접어서 44cm인 벨트를 서울 남전자(phono-audio.com)나 해외 인터넷 사이트 turntablebasics.com2)이나 elexatelier.com에서 구입해 장착해야 정확한 속도를 얻을 수 있다.
PL-41 모터는 교류 싱크로너스(히스테리시스) 모터로 전원 주파수에 동기되어 일정한 속도로 회전한다. 플래터를 들어내면 50Hz와 60Hz를 선택하는 스위치와 110V와 220V를 선택하는 스위치가 보이는데, 60Hz와 220V에 놓고 사용하면 된다. 모터 주위의 작은 구멍에 ‘OIL’이라고 음각된 표시가 있는데 이곳에 기름을 두 세 방울 떨어뜨리면 모터 축 하부 베어링으로 오일이 흘러 들어가게 된다. 모터 주위로 살펴보면 붉은 페인트가 칠해진 일자 볼트 머리 세 개가 보인다(아래 사진의 화살표 참조). 이것이 모터의 진동이 베이스에 전달되지 않도록 스프링으로 완충시키는 장치다. 사용시에는 이것을 풀어 모터와 베이스가 스프링에 의해 완충이 되도록 해야 한다. 이동시에는 이 볼트가 위로 올라오도록 조여 모터가 베이스에 단단하게 고정되도록 하는 것이 좋다. 간혹 나사를 조여 볼트가 위로 올려진 상태로 음악을 듣는 경우가 있는데, 이렇게 사용하면 모터의 진동이 흘러 들어와 음이 탁해진다.
PL-41의 톤암은 상당히 잘 만들어진 톤암이지만 안티스케이팅을 조절할 수 없다는 것이 흠이다.3) PL-41의 톤암에 달려 있는 오리지널 헤드셸은 오버행 조정을 간단히 할 수 있게 되어 있다. 헤드셸 위에 있는 조그만 나사를 손으로 살짝 풀고 카트리지를 앞뒤로 평행하게 움직여 쉽게 오버행을 조정할 수 있다. 헤드셸 형태는 일반적인 유니버설 타입과 같아서 다른 회사 제품을 끼울 수는 있다. 하지만 일반 헤드셸은 오리지널에 비해 가벼워서 카트리지를 장착하고 적정 침압을 줄 수가 없다. 톤암 뒤에 있는 무게 추를 최대한 앞으로 당겨도 수평이 되지 않기 때문이다. 가능하면 오리지널 헤드셸을 구하는 것이 좋다. 사정이 여의치 않아 일반 헤드셸을 사용해야 한다면 헤드셸 위에 동전을 붙이는 등의 편법을 써서 헤드셸 무게를 무겁게 해주면 된다.4)
PL-41이 들려주는 소리는 가격을 떠나서 만만치 않은 수준이다. 입문용 턴테이블은 고역이나 중역은 그런대로 재생하지만 저역은 메마르거나 빈약한 경우가 많다. 20만 원대의 입문용 턴테이블이라고 믿기지 않을 만큼 저음을 풍부하게 재생해준다. 리지드 방식을 채택하고 2.2kg의 무거운 플래터를 사용했기 때문으로 추측된다. 물론 단정하고 깊은 저역은 아니지만 저음의 양이 충분하다는 것은 입문기로서 상당한 장점이다. 중역도 살집이 적당히 올라서 야위거나 마르지 않은 편이라 듣기에 자연스럽다. 고음에서 따뜻하면서 온화한 느낌이 있어야 아날로그 음으로 이상적인데 아주 약간 가볍게 날리는 느낌이 든다. 이유는 알루미늄 재질의 플래터 탓이다. 아연 합금의 플래터를 채택한 독일제 턴테이블(PE, DUAL, ELAC)에 비해 약점이라고 생각되는 부분이다.
여러 장르 음악을 들어보았는데 재즈와 올드팝이 PL-41의 장점을 가장 잘 부각시키는 것 같았다. 약간 뜻밖이지만 트로트라고 불리는 전통가요도 실감나게 들려주었다. 자주 듣는 곡 중에 하나인 심수봉의 ‘남자는 배 여자는 항구’를 구성지게 들려주었다. PL-41이 월남전 참전 용사들을 통해 국내에 들어와 음악다방 같은 곳에서 주로 사용되었다는 점을 생각하면 가요나 경음악에 강점을 보이는 것은 어찌 보면 당연한 것이다. 클래식의 경우 피아노는 음의 핵이 다소 부푸는 성향이어서 명징하고 투명한 맛이 충분히 살아나지 않았다. 바이올린을 비롯한 현악기 음색은 무난한 편이었지만 화사한 음색으로 호소력 있게 다가오지는 않았다.
PL-41은 심각하게 클래식을 주로 듣는 사람보다는 가볍게 가요나 올드팝, 경음악 등을 주로 듣는 사람에게 어울리는 턴테이블이다. 벨트 드라이브 방식으로 규격에 맞는 벨트만 사용해주면 정확하게 속도가 나온다. 벨트 같은 소모품을 제외하면 사실상 고장날 것이 거의 없다. 특히 초기형에 장착된 듬직한 크기의 모터는 독일제 싱크로너스 모터로 진동이 적고 튼튼해 기름만 제 때 보충해주면 반영구적으로 고장 없이 사용할 수 있다.
클래식을 주로 들으면서 세팅과 조정을 심각하게 따지고 고민하는 사람에게 PL-41은 어울리는 턴테이블이 아니다. 마음 편하게 옛 가요나 경음악 같은 것을 아날로그 분위기로 즐기고자 하는 입문자에게 적당한 턴테이블이다. 베이스도 나뭇결이 아주 고풍스럽고 지게 작대기 받치듯이 세워서 고정시키는 더스트 카버도 상당히 아날로그다운 분위기를 낸다. PL-41은 부담 없이 예전에 음악다방에서 듣던 소리를 떠올리면서 가요나 올드팝을 듣고자 하는 목적에 안성맞춤인 턴테이블이다.
DUAL-1219
타고난 모범생
소리 좋은 신품 턴테이블은 가격이 비싸고, 값싸고 소리가 좋은 빈티지 턴테이블은 구하기 힘들다. 저렴한 비용으로 좋은 소리를 즐기려면 인터넷 장터를 수시로 확인해야 하는 수고를 감수해야 한다. 그런 수고가 싫다면 돈을 더 주고 신품 턴테이블을 사는 수밖에 없다. 가격이 올라가면 소리가 좋아지는 것은 당연한 이치로, 싼 값에 소리 좋은 턴테이블을 찾는다는 것 자체가 이율배반이라고 할 수 있다. 적은 돈으로 질 좋은 소리를 듣고자 하는 것은 욕망과 가격부담의 희비쌍곡선에서 최적점을 찾고자 하는 몸부림일 것이다.
아무리 값에 비해 소리가 좋다 해도 몇 달에 한번 장터에 출몰하는 턴테이블 사자고 시도 때도 없이 인터넷 장터에 죽치고 있을 수는 없다. 그렇다고 1백만 원 가까이 주고 새 제품을 사기에는 부담스럽다. 이런 입문자에게 권할만한 턴테이블이 바로 듀얼 1219 시리즈다. 비슷한 메커니즘으로 추천되는 PE2040이나 ELAC Miracord 10H, 50H가 있지만 PE는 가격이 너무 올랐고 엘락도 듀얼보다 가격이 약간 더 비싸다. 현재 PE의 가격은 70만원 정도이고 엘락은 45만원 정도인 것을 감안하면 둘 중 엘락을 선택하는 것이 합리적이다. 특히 엘락의 10H, 50H 모델은 모터가 교류 모터로는 최상급에 속하는 독일 팹스트 사의 통돌이 모터다. 대개 모터는 외부 원통은 고정되고 내부 로터(회전자)가 회전하는데 비해 통돌이 모터는 이와 반대로 바깥에 있는 원통이 회전을 한다. 이런 이유로 통돌이 모터는 힘(토크)이 좋으면서 회전 안정성도 좋아서 가격이 비싸다. 물량 투입이 인상적인 엠파이어 턴테이블에도 이 계열의 모터를 사용했다.
PE나 엘락 모두 듀얼보다 시장에 잘 안 나오는 턴테이블이다. 듀얼 1219 소리는 PE나 엘락과 옆에 놓고 비교하면 약간 밀리지만 그 차이가 그다지 크지는 않다. 듀얼 1219는 30만 원이면 구할 수 있는 부담 없는 가격과 구입이 쉽다는 점 때문에 입문자에게 추천하기 가장 좋은 턴테이블이다.
듀얼 1219는 잘 알려져 있다시피 아이들러로 플래터를 돌리는 방식을 채택하고 있다. 가라드 301이나 EMT930 같은 거함급 빈티지 턴테이블과 같은 방식이다. 같은 아이들러 방식이라도 아이들러의 두께에 따라 소리가 달라진다. 가라드301나 EMT930처럼 두꺼우면 모터의 힘이 더 확실하게 전달되기 때문에 음에 힘이 더 붙는다. 대신 모터의 진동도 플래터에 더 잘 전달되기 때문에 잡음과 노이즈도 많아지게 된다. 듀얼은 이 점에 착안해서 질긴 실리콘 재질의 아이들러를 두께가 얇게 제작했다. 아이들러의 장점인 강한 회전력을 얻으면서도 모터의 진동이 적게 전달되도록 한 것이다. 실제로 듀얼 1219에서는 가라드 301에서 흔하게 있는 속도가 천천히 오르락내리락 하는 현상이 거의 없다. 가라드301에 비해 모터 소음의 유입도 현저히 줄어들었다. 이러한 노하우의 핵심은 바로 질기고 가벼우면서 두께가 얇은 아이들러에 있다.
듀얼1219는 많은 독일제 빈티지 턴테이블이 그렇듯 절충형 서스펜션을 채택하고 있다. 모터와 플래터, 톤암을 플린스에 올려놓고 그 플린스 아래에 스프링을 달아 베이스와 연결되도록 했다. 리지드 방식에 비해 절충형은 저음의 양이나 질에서 약간 손실이 있지만 외부의 진동은 효과적으로 차단할 수 있다. 저음은 아이들러 방식인 탓에 충분하게 내줄 수 있어서 리지드가 아닌 절충형을 선택해도 저음의 감쇄는 문제되지 않는다. 다만 아쉬운 점은 목재 베이스가 충분히 튼튼하지 못하다는 점이다. 사진에서 보는 것처럼 천원 숍에서 파는 나무로 된 옷걸이를 사서 분해한 후 목재 본드를 사용해 베이스를 보강해주면 더욱더 탄탄한 소리를 즐길 수 있다.
듀얼 1219 턴테이블을 언급하면서 헤드셸에 대해 이야기하지 않을 수 없다. 헤드셸 캐리어에 카트리지를 끼우고 아래에서 위로 밀어 넣은 후 헤드셸 손잡이를 앞쪽으로 당기면 장착이 완료된다. 헤드셸 손잡이가 잘 당겨지지 않는다고 억지로 당기면 안 된다. 헤드셸 캐리어가 헤드셸에 제대로 끼워지지 않으면 손잡이가 앞으로 당겨지지 않는다. 일반적인 헤드셸에 비해 불편해 보이는 방법인데 숙달되면 어렵지 않게 헤드셸 캐리어를 갈아 끼울 수 있다. 특히 여분의 헤드셸 캐리어와 카트리지를 갖추면 아주 쉽게 번갈아 가면서 다양한 카트리지를 즐길 수 있다. 흔히 자주 비교되는 PE나 엘락의 전용 헤드셸 캐리어에 비하면 듀얼의 헤드셸 캐리어는 구입이 상대적으로 쉬운 것도 장점이다.
톤암이 약간 허접스럽게 보이지만 성능은 결코 만만한 수준이 아니다. 스프링의 힘으로 침압을 주는 다이내믹 밸런스 타입으로 레코드의 소릿골을 추적하는 능력이 좋다. 더구나 안티스케이팅도 바늘이 원형(conical)인지 타원형(elliptical)인지2) 구분해 조정할 수 있게 되어 있다. 입문용 턴테이블로 가격이 30만 원 근처인 것을 감안하면 톤암은 훌륭한 수준이다.
슈어나 피커링의 MM 카트리지를3) 장착해 LP 소리를 듣고 있노라면 ‘아날로그에서 더 이상 바랄게 뭐가 있는가?’ 하는 생각이 든다. 적당히 웅장한 저음에 살집이 자연스럽게 잡힌 중음 거기에 아이들러 턴테이블답지 않게 섬세하고 안정된 고음까지 전체적으로 균형 잡힌 밸런스를 보여준다. 물론 더 비싼 턴테이블은 더 좋은 소리가 나겠지만 듀얼 1219 정도면 아날로그의 매력을 느끼기에 부족함이 없다.
1백만 원 이하의 입문용 턴테이블을 여럿 써본 마니아들이 ‘이것저것 써보아도 듀얼1219가 가장 기억이 난다’는 얘기를 자주 한다. 소리가 조금 나은 턴테이블도 있지만 값싸고 사용하기 무난하고 속도 맞춰주면 오래 써도 변함없이 일정한 속도를 유지하는 믿음직함이 듀얼 1219에 있기 때문이다. 1019와 1219, 그리고 1229가 듀얼의 다양한 턴테이블 중에서 추천되는 삼형제다. 세 모델 다 턴테이블을 이루는 구조는 동일하다. 1219가 표준적인 듀얼 사운드라고 한다면 나중에 출시된 1229는 1219에 비해 소리가 조금 더 밝다. 톤암의 침압도 3g까지만 줄 수 있는 구조라 2g 이내의 경 침압 카트리지가 잘 어울린다. 1229는 묵직한 맛이 줄어든 대신 고역의 해상력이 좋아지면서 보다 현대적이고 화사한 사운드를 내준다.
삼형제 중 가장 형님 격인 1019는 플래터가 10인치로 크기는 작지만 무게는 오히려 더 무겁다. 톤암도 1219 보다 굵고 유효질량이 무거워서 중침압인 슈어 M3D 같은 카트리지도 장착이 가능하다.4) 무거운 플래터와 굵직한 톤암으로 인해 1019는 좀더 묵직하고 고전적인 음을 내준다. 셋 중 1019가 클래식에서는 제일 낫다는 평가를 받는다. 다만 1019는 헤드셸 크기가 커서 1219나 1229의 헤드셸 캐리어와 호환이 되지 않는다. 1019용 헤드셸 캐리어만 사용이 가능하다. 그런데 이것이 상대적으로 구하기가 더 어렵다. 1019는 소리가 조금 나은 대신에 전용 헤드셸 캐리어를 구해야 하는 어려움이 따른다. 이런 저런 문제를 따져보면 삼형제 중 어느 모델을 택해도 되지만 1219가 여러 가지 면에서 무난한 선택이라고 생각한다.
Tip
자동 턴테이블에서 자동장치를 제거하면 소리가 좋아진다는데?
자동 턴테이블은 자동으로 작동하기 위해서 플린스 아래에 다양한 장치를 부착하고 있다. 이런 장치들이 플래터의 회전과 카트리지가 주행 중에 발생하는 진동에 의해 미세하게 흔들리게 되고 이 흔들림이 음을 혼탁하게 할 수 있다. 이런 이유로 자동 장치를 제거하면 사용은 조금 불편해지지만 음은 더 깨끗해진다.
듀얼 턴테이블에서 소리가 안 나거나 험이 잡히지 않을 때?
듀얼 턴테이블에서 접촉 불량이 가장 빈번하게 일어나는 부분은 톤암 파이프와 헤드셸이 만나는 부분이다. 헤드셸 캐리어의 단자가 접촉되는 부분의 부속이 내려앉거나 틀어져 있는 경우가 많다. 문제 해결을 위해서 꼭 체크해야할 포인트다.
REGA P-1
젊고 싱싱한 턴테이블
턴테이블을 생산하는 메이커 중에서 REGA만큼 독특한 브랜드 이미지를 갖춘 회사도 없다. LINN이나 오라클이 독특한 디자인으로 애호가의 사랑을 받고 있긴 하지만 세월이 흐르면서 명성이 예전만 못한 것이 사실이다. 레가는 실용성을 기반으로 중가 오디오 시장에서 자신의 위치를 확고히 하고 있는 브랜드로, 특히 아날로그 부분에서 확실한 지지층을 확보하고 있다. 플래너의 약자인 P 시리즈 턴테이블과 RB 시리즈 톤암은 공전의 히트를 기록했다. 현재 출시되는 중가 턴테이블의 경우 60% 이상이 레가의 RB 300 톤암을 장착해 판매하고 있다. 중가 톤암 시장은 사실상 레가가 석권을 했다고 할 수 있다. 독특하게 레가의 톤암에는 좌우 채널 신호선 외에 별도의 어스선이 없다. 정상적으로 연결이 되면 어스선 없이도 ‘웅~’ 하는 험이 별로 없다.
P1 턴테이블은 레가의 P시리즈 중에서 막내 모델이다. 레가의 턴테이블이 다 그렇듯이 보고 있으면 레코드에서 소리를 뽑아내기 위해 꼭 필요한 것만 갖추고 있다는 생각이 든다. 모터와 플래터, 톤암, 그리고 베이스와 그 밑을 받치는 발 세 개가 전부다. 한마디로 심플함 그 자체를 보여주고 있는 턴테이블이다. 아무리 그래도 보는 맛을 무시할 수 없는데, 허전하다는 느낌을 지울 수 없다.
플래터의 재질은 고강도 MDF를 정교하게 가공해서 제작했다. 사진에서 보듯 모터가 작은 하부 플래터를 돌리는 벨트 드라이브 방식을 하고 있다. 톤암은 RB100으로 톤암 축을 올리고 내리는 VTA 조정이 안 되는 것을 제외하면 가격대비 성능이 훌륭하다. 안티스케이팅을 조정할 수 있는 장치까지 구비하고 있다. 특히 상급 모델인 P3 이상 모델에 사용되는 RB300 톤암부터는 스프링의 힘으로 침압을 주는 다이내믹 밸런스라는 방식을 채택하고 있다. 다이내믹 밸런스 방식은 무게, 즉 중력으로 침압을 주는 스태틱 방식에 비해 카트리지 바늘이 좀 더 효과적으로 소릿골을 추적하게 해준다.1) 실제로 RB300 톤암을 사용해보면 왜 이 톤암이 베스트셀러가 되었는지 충분히 납득하게 된다.
P1 턴테이블의 구조를 살펴보면 모터가 벨트로 플래터를 돌리는 벨트 드라이브 방식에 베이스를 고무발이 받치고 있는 리지드 방식을 택하고 있다. 이상과 같은 턴테이블 구조로 미루어 추측해본 P1 소리는 배경이 깨끗하고 정숙하면서 저음이 단단하고 풍부할 것이라고 예상된다. 보통 리지드 방식 턴테이블은 외부 진동의 유입에는 불리하지만 단단하고 풍부한 저음을 내주고 고음은 섬세하고 깔끔하지 못한 편이다. 그런데 P1 턴테이블을 시청해보면 저음이 충분치 않다. 대신 고음은 리지드 턴테이블이라고 생각되지 않을 만큼 깔끔하고 산뜻한 느낌을 준다. 왜 리지드 방식이면서도 리지드 방식이 일반적으로 갖는 특성을 갖지 않는 것일까? 이유는 가벼운 플래터와 베이스에 있다. 리지드 방식이지만 베이스와 플래터를 가볍게 해서 리지드의 단점을 최대한 줄이는 방향으로 제작했기 때문이다. 리지드지만 플로팅 턴테이블이 가지는 음질 방향으로 튜닝했다는 의미다. P1 턴테이블 소리는 리지드와 플로팅의 중간쯤이라고 생각하면 된다.
저음의 양이 충분하지는 않지만 단정하고 깔끔하다. 중음은 해상력과 섬세함이 좋은 편이다. 고음은 특유의 선명함과 깔끔함으로 레가가 추구하는 음의 방향이 무엇인지를 보여준다. 레가 P1의 소리는 푸근하고 풍성한 느낌의 소리는 아니다. 그런데 음악을 듣고 있으면 음악에 집중하게 하는 묘한 매력이 있다. 특히 상급 모델인 P25 턴테이블로 음악을 듣다보면 귀를 기울이게 하는 묘한 매력을 실감하게 된다. 레가 턴테이블이 가지는 ‘독특한 매력의 정체가 무엇일까?’ 하는 의문을 한동안 가지고 있었다.
음악을 즐기는 데에도 다양한 측면이 있다. 음악에서 소리가 변화무쌍하게 변하는 다이내믹을 즐기기도 하고 악기가 내는 소리의 촉감, 즉 음색을 즐기는 경우도 있다. 레가 P1을 듣고 있으면 음악에서 느껴야 할 부분이 다이내믹이나 음색 외에 다른 것이 있다는 것을 알게 된다. 음악을 듣다보면 ‘다음 멜로디는 어떻데 전개가 될까?’ 하는 궁금증이 생기면서 음악에 귀를 기울이게 되는 경우가 있다. 이것이 바로 다이내믹이나 음색 외에 음악의 골격, 즉 구조를 듣게 되는 경우다. 레가 P1 턴테이블로 음악을 듣고 있으면 유난히 멜로디 전개에 귀 기울여지고 집중하게 되는 것을 발견하게 된다.
다양한 장르를 무난하게 울려주지만 클래식 음악에 장점을 보여주는 턴테이블이다. 특히 바로크 고음악에서 진가를 발휘한다. 음악의 골격을 훤히 드러나게 해서 구조를 파악하게 해주는 독특한 매력이 있는 턴테이블이다. 음악의 감성적인 느낌보다는 음악의 이성적인 구조에 집중하게 만드는 개성 있는 턴테이블이다. 음색은 약간 여운이 적은 편이다. 풍성한 음색을 즐기는 애호가보다는 깔끔하고 담백한 소리를 좋아하는 음악 애호가에게 맞는 턴테이블이다. 확실한 것은 신품으로 이 가격에 이런 소리를 내주는 턴테이블은 찾아보기 힘들다는 점이다.
P1 턴테이블 | RB100 톤암(스태틱 밸런스 방식) | |
P2 턴테이블 | RB250 톤암(스태틱 밸런스 방식) | |
P3 턴테이블 | RB300 톤암(다이내믹 밸런스 방식) | |
P25 턴테이블 | RB600 톤암(다이내믹 밸런스 방식) | 턴테이블 톤암 모두 생산중지 |
P5 턴테이블 | RB700 톤암(다이내믹 밸런스 방식) | |
P7 턴테이블 | RB700 톤암(다이내믹 밸런스 방식) | 현재 수입 중단된 모델 |
P9 턴테이블 | RB1000 톤암(다이내믹 밸런스 방식) | 생산 중지된 RB900의 업그레이드 톤암 |
다이렉트 턴테이블
아날로그계의 이단아
한때 다이렉트 턴테이블이 최고의 턴테이블로 치부되던 때가 있었다. 오디오는 스펙이 모든 것을 말해준다고 믿던 시절이었다. 앰프에서 네거티브 피드백(Negative Feedback)1)을 많이 걸면 왜곡은 줄어들지만 소리에 향기가 사리지고 생생함이 줄어든다. 하지만 앰프는 피드백을 많이 걸어 왜곡을 나타내는 수치가 적어야만 좋은 줄 알았던 시절이 있었다. 턴테이블도 정확하게 1분에 33회전을 돌기만 하면 좋은 줄 알았다. 그런데 정확하게 도는 다이렉트 턴테이블의 소리가 자연스럽지 않다는 것을 아는 데는 시간이 그다지 오래 걸리지 않았다. 기술력을 자랑하는 일본 업체들이 질 낮은 보급형 다이렉트 턴테이블을 대량 생산하면서 다이렉트 턴테이블에 대한 이미지는 급속도로 나빠졌다.
세상의 인심이란 무척 냉정해서 한번 몹쓸 것으로 낙인찍히고 나면 두 번 다시 쳐다보지도 않는다. 다이렉트 턴테이블이 바로 그런 경우다. 한때는 최고로 대접을 받았지만 이제는 나쁜 턴테이블의 대명사가 되어 천덕꾸러기 신세가 되었다. 다이렉트 턴테이블이 아이들러형이나 벨트형에 비해 자연스럽지 못한 소리를 내는 것은 사실이지만, 그렇다고 다이렉트 턴테이블 전체가 다 나쁜 것은 아니다. 이 책에서는 나쁘다고만 인식했던 다이렉트 턴테이블에 대해 관심을 가지고, 그 중 가격대비로 좋은 소리를 내주는 턴테이블이 있다면 기꺼이 추천하고자 한다.
싸고 좋은 다이렉트 턴테이블을 소개하기 전에 다이렉트형 턴테이블에 대해 좀 더 깊게 알아보자. 턴테이블 편에서 밝혔듯 다이렉트 방식이란 모터 축에 회전하는 플래터를 직접 연결하는 방식이다. 이렇게 되면 모터가 1분에 33⅓이라는 아주 낮은 속도로 정확하게 회전해야 한다. 그래서 회전을 감시하고 조정하는 장치가 필요하게 된다. 다이렉트형 턴테이블을 보면 쿼츠 락(Quartz Lock)이나 PLL(Phase Locked Loop)이라고 써진 것이 많은데 이것이 바로 회전을 감시하고 조정해서 정확하게 돌게 만드는 장치다. 우리말로 쉽게 풀어쓰면 속도를 측정해서 지정한 속도보다 빨리 돌면 감속을 시키고 천천히 돌면 가속을 시켜 주어진 속도에 오차 없이 돌게 한다는 의미다.
쿼츠 락 기능이 있는 다이렉트 턴테이블은 정확한 속도로 회전한다는 것을 자랑처럼 광고하기도 한다. 그러나 속도가 정확하다고 소리가 꼭 좋은 것은 아니라는 게 문제다. 초기에 만들어진 다이렉트형 턴테이블 중에는 쿼츠 락이나 PLL방식을 채택하지 않은 제품이 있다. DUAL 701과 721이 바로 그런 제품이다. 이런 턴테이블은 속도는 상대적으로 정확하지 않지만 소리는 더 자연스럽고 좋다. 왜 정확한 속도로 돌게 하는 쿼츠 락을 채용한 턴테이블이 소리가 좋지 않다는 것일까?
운전을 한 지 얼마 되지 않은 운전기사가 있다고 하자. 뒷자리에 타면서 “김 기사! 정확히 70km/h로 달려야 해!”라고 명령을 내렸다. 기사는 출발과 동시에 70km/h에 도달하기 위해서 액셀을 깊게 밟을 것이다. 속력이 71km/h가 되면 액셀에서 발을 떼고 69km/h가 되면 다시 액셀을 밟는다. 차는 평균시속 70km/h로 달리지만 앞뒤로 꾸준히 울컥거리면서 달리게 된다. 만약 노련한 운전기사에게 “박 기사! 70km/h 정도로 편안하게 운전해줘”라고 했다면 시동을 걸고 액셀을 지그시 밟아 70km/h가 되기를 천천히 기다릴 것이다. 71km/h가 된다고 해서 바로 액셀에서 발을 떼지도 않고 69km/h라고 해서 액셀을 더 깊게 밟지도 않는다. 속도계가 70km/h 근처를 가리키고 있다면 액셀에 댄 발을 움직이지 않을 것이다. 차는 69km/h나 71km/h로 달릴 수 있지만 차 안에 탄 사람은 울컥거림 없이 아주 편안하게 드라이브를 즐길 수 있다.
고지식하게 70km/h를 맞추기 위해 급하게 출발하고 중간에 계속 액셀을 눌렀다 떼었다를 반복하는 것이 바로 쿼츠 락의 작동 원리다. 그래서 쿼츠 락을 채용한 턴테이블은 1~2초 이내에 정상속도인 33⅓에 도달하지만 부드럽게 회전하지 못하고 울컥거리면서 돌게 된다. 그에 비해 액셀에 얹은 발을 거의 움직이지 않고 운전해 안락한 승차감을 만드는 것은 쿼츠 락이 없는 다이렉트형 턴테이블이라고 할 수 있다. 이런 턴테이블은 33⅓의 정속도에 이르는 시간도 쿼츠 락보다는 느리고, 평균속도도 정해진 속도보다 약간 빠르거나 느릴 수 있지만 부드럽고 일정하게 회전한다. 쿼츠 락을 채용한 턴테이블이 왜 소리가 나빠질 수 있는지 이해할 수 있을 것이다. 다이렉트형 턴테이블이라고 다 같은 것이 아니다. 쿼츠 락이라는 장치는 자동으로 속도를 정확히 맞춰줘서 수시로 속도를 확인하고 조정해줘야 하는 불편함이 없지만 소리는 오히려 더 좋지 않을 수 있다.
보다 진보한 기술인 쿼츠 락이 오히려 소리를 더 좋지 않게 만든다는 사실을 믿기 힘들다면 간단히 스위치 하나로 그 차이를 시험해볼 수 있다. DUAL 741Q는 스위치 하나로 쿼츠 락을 작동시키기도 하고 풀 수도 있어서 간단한 스위치 조작만으로 소리가 어떻게 변하는지 확인할 수 있다. 그렇다면 ‘쿼츠 락을 채용한 다이렉트 턴테이블은 다 소리가 나쁘냐?’면 꼭 그렇지는 않다. 다만 조건이 같을 때 쿼츠 락이 음질을 더 나빠지게 한다는 것이다. 쿼츠 락을 아주 정교하게 작동하도록 하거나 플래터 무게를 늘려서 쿼츠 락으로 인한 떨림 현상을 효과적으로 줄인 다이렉트 턴테이블이 있다. Kenwood L-07, Technics SP-10mk3, Yamaha GT-2000 등이 그 예라고 할 수 있다. 우리는 자동차를 타면서 얼마나 정확히 정해진 속도로 갔느냐보다 얼마나 편안하게 갔느냐를 더 중요하게 생각한다. 음악도 정확한 속도를 맞추는 것보다 흐름이 얼마나 음악적으로 자연스럽고 매끄러운지가 중요하다. 이제 같은 다이렉트 턴테이블이라도 쿼츠 락을 선택한 턴테이블이 왜 소리가 좋지 않을 수 있는지 알게 되었을 것이다.
다이렉트 턴테이블의 이모저모
다양한 다이렉트 턴테이블 중에서 가장 기억에 남는 모델은 듀얼의 701이다. 701은 듀얼사 최초의 다이렉트 턴테이블이다. 플래터가 아주 무겁고 모터 크기가 무척 커서 보기에도 상당히 신경 써서 만든 제품이라는 것을 알 수 있다. 무엇보다 소리가 다이렉트 턴테이블 같지 않다. 플래터 무게가 2.9kg에 달하고 플래터를 돌리는 모터 무게도 족히 5kg은 되어 보인다. 회전체 전체 무게가 7kg이 넘는 것이니 보급형 턴테이블로는 대단한 물량투입이다. 더구나 플래터의 재질이 소리 좋기로 유명한 아연합금 재질이다. 듀얼의 1219 시리즈, PE2040, 엘락 등 소리 좋다고 인정받는 턴테이블은 모두 아연 합금 플래터를 채용하고 있다.
듀얼 701 소리를 처음 듣고 과연 다이렉트 턴테이블이 맞나 싶은 생각이 들었다. 다이렉트 턴테이블이라면 힘이 있으면서 고음이 날카롭게 들리면서 전체적으로 가볍게 날리는 인상을 주는 것이 맞다. 그런데 701은 묵직하게 깔리는 저음에 차분한 중음이 흡사 듀얼의 아이들러 턴테이블을 듣는 것 같은 착각에 빠져들게 했다. 실제로 듀얼 사의 자료에서도 701이 아이들러형인 1229와 소리가 아주 흡사하다고 밝히고 있다. 701이 721로 바뀌면서 모터 성능은 개량되었지만 플래터의 무게가 반으로 줄어들었다.
721의 소리는 고음 해상력은 좋아졌지만 701 특유의 진중하고 묵직한 느낌은 줄어들었다. 701이나 721이 가지는 장점 중에 하나는 스프링의 힘으로 침압을 주는 다이내믹 밸런스 타입의 톤암이다. 또한 아이들러 형인 1219 시리즈와 헤드셸 캐리어가 호환된다는 점도 매력적이다. 아이들러형 턴테이블의 무겁고 차분한 사운드를 좋아한다면 다이렉트 형이지만 701의 소리에도 만족하며 즐길 수 있을 것이다. 듀얼 701은 다이렉트형 답지 않은 소리를 내는 턴테이블로 추천할 만한 좋은 턴테이블이다. 특히 클래식 대편성 곡도 잘 소화하는 편이라 클래식 감상에 어울리는 보기 드문 다이렉트 턴테이블이다.
퀴츠 락 기능이 있는 731Q나 741Q는 소리에서는 701이나 721보다 못한 것이 사실이다. 701에 비해 묵직한 느낌이 없고 가볍게 날리는 듯한 소리를 내준다. 쉽게 말해 다이렉트 특유의 단점이 좀 더 부각되는 사운드다. 음악은 클래식은 조금 아쉬운 느낌이 있고, 이것저것 잡식성으로 부담 없이 다양한 음악을 즐기는 사람에게 어울린다. 다만 구하기가 상대적으로 쉽고 가격이 싼 편이라 부담 없이 사서 즐긴다는 차원에서 사용해볼만 하다. 아쉬운 점은 731Q나 741Q의 헤드셸 캐리어는 이전 모델들과 호환이 되지 않을 뿐만 아니라 구하기도 더 어렵다. 가격이 싸기 때문에 쓰다가 고장 나면 부품용으로 싸게 판다는 생각으로 구입하는 것이 좋다.
아마 세상에서 가장 많이 팔린 턴테이블이 테크닉스의 1200 시리즈일 것이다. 음악다방의 턴테이블부터 디스코텍이나 나이트클럽의 스크래칭 용도까지 다양하고 광범위하게 팔려나갔다. 장점은 영업용으로 만들었기 때문에 다루기 쉽고 내구성이 좋아 튼튼하다는 것이다. 단점은 고음이 좀 거칠고 저음은 양이 많으면서 약간 풀어지는 경향이 있다. 고급형인 SP-10mk2나 3는 이런 단점이 많이 개선되었다. 하지만 테크닉스 턴테이블은 기본적으로 가장 다이렉트형 턴테이블다운 소리를 내준다. 에너지가 넘치면서 약간 거친 소리를 내는 턴테이블로 록이나 헤비메틀, 사이키델릭 같이 약간 자극적인 음악에 잘 어울린다.
다이렉트 턴테이블을 언급하면서 데논의 DP 시리즈를 언급하지 않을 수 없다. 붉은 빛이 감도는 베이스와 듬직해 보이는 외관이 사람의 시선을 잡아끌기에 부족함이 없는 턴테이블이다. 데논의 DP시리즈 턴테이블은 테크닉스에 비해 디자인만 나은 것이 아니라 모터의 성능도 더 뛰어난 편이다. 테크닉스의 모터가 회로기판에 부착된 형태인데 비해 데논은 별도의 독립된 모터로 보기에도 훨씬 튼튼해 보이고 실제로 회전시 진동도 더 적은 편이다. 플래터도 가벼운 알루미늄이긴 하지만 이중으로 제작해 모터의 진동이 레코드에 직접 전달되지 않도록 했다. 이런 노력 덕분에 DP 시리즈는 테크닉스에 비해 고음이 좀 더 부드럽고 자연스러워졌다.
가요나 올드팝에 강점을 보이고 클래식도 무난하게 재생하는 편이다. 다만 자동 모델은 고장이 나면 수리가 어려우므로 수동이나 반자동 모델을 선택하는 것이 좋다. DP라는 모델 뒤에 숫자가 있고 맨 마지막에 붙는 영문 글자로 자동인지 수동인지 구분할 수 있다. F는 전자동이고 L은 반자동, M은 수동이다. 예를 들어 입문용으로 저렴한 DP-300F는 자동기능이 있다는 얘기고, 가장 많이 추천하는 50L이나 59L은 반자동 기능만 있다는 의미다. 고급 모델인 DP-80은 모터와 플래터 본체만 있고 베이스와 톤암은 구해서 조립해야 턴테이블로 완성되는 고급형이다.
다이렉트 턴테이블이 보편적으로 가격이 싼 편이지만, 특히 국산인 롯데 LP-2000은 20만 원도 되지 않는 가격에 거래가 되기도 한다. 외모는 검은색 피아노 마감에 전체적으로 깔끔한 느낌을 준다. 20만 원도 안 되는 가격이라 우습게 보기 쉬운데 소리는 결코 20만 원짜리가 아니다. 다이렉트 턴테이블인데도 고음에 자극이 별로 없는 자연스럽고 부드러운 소리를 내준다. 자동 기능이 고장이 잘난다는 단점이 있지만 수동으로 사용한다고 생각하면 별 문제가 안 된다. 뜻밖에 클래식을 잘 울려주는 턴테이블이다. 소리로 따진다면 굳이 돈 더 주고 데논 턴테이블을 살 필요를 느끼지 않게 해준다.
그 외 추천할 만한 턴테이블
가정용 하이파이 턴테이블로 세계에서 가장 많이 팔린 브랜드가 토렌스(Thorens)다. 그런 토렌스 턴테이블이 추천 리스트에 두 개 밖에 없는 것을 이상하게 생각할 수도 있다. 토렌스 126mk3는 가격도 비싸지 않고 소리 좋기로 유명한 턴테이블이다.1) 126mk3는 삼점지지 스프링으로 플래터와 톤암을 받치는 플로팅 턴테이블이다. 이런 구조는 외부의 진동을 차단하는 데 아주 효과적이다. 일설에는 린에서 126mk3의 형님격인 토렌스 125를 참고해 LP12라는 턴테이블을 설계했다는 말도 있다. 오리지널 톤암이 달려 있는 경우도 있고 SME 톤암이 장착되어 있는 경우도 있다. 기본구조에서 유추할 수 있듯 배경이 무척 깨끗하고 고음의 선율이 매끄럽고 자연스러운 소리를 내준다. 클래식, 특히 현악이나 성악에서 가격을 생각하면 발군의 실력을 보여준다.
126mk3의 단점은 린 LP12가 그렇듯이 삼점지지 플로팅 서스펜션을 세팅하기가 쉽지 않다는 것이다. 제대로 세팅되면 소리는 아주 좋은데 제대로 세팅하기까지 만만치 않은 시간과 노력이 필요하다. 또한 모터의 속도를 조정하는 전원부가 고장 나면 수리가 쉽지 않다는 점도 아쉽다. 따라서 구입시 무엇보다 유심히 보아야 할 것은 속도가 정확한지, 속도조정 노브를 돌리면 속도가 제대로 조정되는지를 꼭 확인해야 한다.
토렌스 제품이 많이 팔렸지만 그 중에서 가장 많이 팔린 모델은 TD-320이다. 20년 전만 해도 오디오 좀 한다 하는 집 두 집 중 하나는 토렌스 TD-320 턴테이블을 쓴다고 해도 될 정도로 많이 팔렸다. 기본적으로 126mk3와 같은 플로팅 방식이지만 좀 딱딱한 서스펜션으로 눌러봐도 별로 출렁거리는 느낌이 없다. 320 오리지널 모델은 TP 시리즈 톤암이 달려 있고 레코드 연주가 끝나면 톤암이 올라가고 모터가 멈추는 반자동 기능이 있다. 시중에 판매되는 제품들은 대부분 반자동 기능을 포기하고 새롭게 SME의 저가 톤암을 장착한 모델들이다.
턴테이블을 분해해 보면 보기와 달리 정밀하게 제작되었다는 느낌이 들지 않는다. 이전 모델로 유명한 TD-124나 126mk3의 정밀한 메커니즘과 비교하면 TD-320은 동일한 회사의 제품인지 의심이 들 정도로 아쉬움이 느껴진다. 상급 모델인 TD-520도 부품의 정밀함에서 아쉬움을 주기는 TD-320과 별반 다르지 않다. 이런 정밀함의 문제는 음질에 그대로 나타난다. 저음의 양이 많긴 하지만 풀어지고 흐릿한 느낌을 주며 중역도 풍성한 편인데 섬세함과는 거리가 있는 편이다. 좋게 말하면 따뜻하고 풍성한 음이라고 말할 수 있지만 나쁘게 말하면 다소 둔하고 멍청한 음이라고 할 수도 있다. 가요나 올드팝을 듣는다면 문제가 없지만 클래식의 경우 악기의 섬세한 배음이나 음색을 표현하기에는 역부족이다. 배경음악 용도라면 문제가 없지만 클래식을 집중해서 감상하는 용도로 쓰기에는 다소 부족한 면이 있다. TD-520의 경우 롱암을 사용할 수 있다는 장점이 있지만 음질 성향은 TD-320과 크게 다르지 않은 편이다.
듀얼에서 다양한 모델을 소개했는데, 왜 듀얼 골든 1(Golden 1)이 추천 리스트에서 빠졌는지 궁금해질 것이다. 듀얼 골든 1은 벨트 드라이브 방식으로 듀얼 사의 후기 제품으로는 상대적으로 고급 턴테이블이다. 골든 1이라는 이름에서 알 수 있듯 검은색 피아노 마감의 베이스에 황금색으로 도금한 플래터와 톤암이 만들어내는 미적 조화는 보는 이를 즐겁게 하기에 충분하다. 그런데도 골든 1 턴테이블을 배제한 데에는 나름의 분명한 이유가 있다. 우선 플래터를 보면 알루미늄으로 아주 빈약하게 제작되었다. 같은 벨트 방식의 듀얼 601의 플래터도 알루미늄이지만 골든 1보다 훨씬 튼튼하다. 실제 소리도 601이 좀 더 안정적이고 차분한 소리를 들려준다. 결정적으로 601보다 나은 소리를 들려주지 못하면서도 가격은 두 배가 넘는 40만 원대에 거래된다. 이런 이유로 추천 제품에서 탈락할 수밖에 없었다. 골든 1의 가격은 소리에 기인한 것이 아니라 멋진 디자인 때문이다.
린의 베이직(Basik)과 액시스(Axis)는 벨트 드라이브 방식을 채택하고 있고 서스펜션은 리지드에 가까운 방식을 취하고 있다. 톤암은 아키토(Akito)나 베이직 플러스(Basic Plus)가 장착되어 있는 경우가 많다. 베이직 플러스와 아키토 톤암은 모양이 비슷해서 거의 같은 톤암으로 알고 있지만, 아키토 톤암이 좀 더 고급으로 MC 카트리지도 무난하게 사용할 수 있다. 유명한 LP12의 하위 모델로 현악기의 표현에 특별한 장점을 보여준다. 저음이 많거나 무대를 크게 그려내는 능력은 부족하지만 현악기의 질감 표현에는 상당한 실력을 발휘한다. 그래서 클래식 중에서도 특히 실내악에 좋은 것으로 알려져 있다.
헤이 브룩(Hey Brook) TT2 턴테이블은 마크만 가려놓고 보면 린의 LP12라고 해도 믿을 만큼 디자인과 모양이 비슷하다. 구조도 린 LP12와 똑같은 벨트 드라이브에 스프링으로 플래터와 톤암을 받치는 전형적인 플로팅 방식을 취하고 있다. 실제 소리도 린의 LP12와 비슷한 수준으로 알려져 있다. 톤암까지 달린 채로 70만 원 정도에 거래되는데, 수백만 원 하는 LP12의 가격을 감안하면 성능은 그 가격을 한참 넘는다고 하겠다. 특히 린의 링고(Lingo)처럼 별도의 전원부도 있는데 이것을 붙이면 소리의 질은 급격히 상승한다. 하지만 중고장터에 1년에 하나 나올까 말까 할 정도로 구하기 힘들다는 점이 문제다.
1백만 원 이하 턴테이블 추천에서 마이크로 세이키(Micro Seiki) BL-77을 빼놓을 수 없다. 붉은 빛이 감도는 나뭇결 베이스와 정교해 보이는 톤암이 이루는 시각적 매력이 만만치 않다. 겉만 번지르르하고 속은 엉성한 턴테이블이 많지만 BL-77은 겉모습도 정교해 보이고 속도 아주 정밀하게 제작되었다. 보통 톤암은 MA-505mkⅢ가 장착되어 있는 경우가 많은데 입문용 턴테이블에 장착되어 있는 톤암이라고 생각하지 못할 만큼 정밀하다. 이 톤암은 스프링으로 침압을 주는 다이내믹 밸런스 타입에 안티 스케이팅 기능도 갖추고 있다. BL-77의 기본 구조는 벨트 드라이브에 리지드 방식을 취하고 있다. 리지드 방식이지만 베이스 전체를 받치는 발이 일반 고무발이 아니고 진동을 효과적으로 차단하기 위해 특수하게 제작한 것을 사용한다. 소리는 구조에서 예상할 수 있듯 무대도 크고 저음도 입문용으로는 충분하게 내준다.
무엇보다 정밀한 톤암 덕택에 해상력과 섬세한 음색 표현이 탁월하다. 아주 세밀하고 섬세하게 그려진 그림을 보는 듯한 소리를 들려준다. 클래식 감상에도 손색없는 편이며 재즈에도 나름의 매력을 발산한다. 소릿결이 두툼하고 풍성한 스타일이 아니라서 올드팝이나 가요는 약간 아쉬움이 있다. 단점은 음을 아주 섬세하고 디테일하게 표현해주지만 따뜻한 느낌이 약간 부족하다는 것이다. 약간 서늘한 느낌을 주는 음색이라고 할 수 있다. 그런데도 1백만 원 이하 턴테이블이 보여줄 수 없는 해상력과 섬세함을 갖췄다. 70만원대 거래가 되는데 구하기가 쉽지 않다. 이유는 한번 들어가면 잘 내놓지 않기 때문이다. 클래식 감상용으로 가격대비 만족도가 높은 턴테이블 중 하나다.
마이크로 세이키 BL-77과 비슷한 가격대의 턴테이블로 VPI의 HW-19도 추천 할만 하다. 이 턴테이블의 구조를 살펴보면 리지드 방식이긴 하지만 약간 변형된 구조를 하고 있다. 상부 플린스와 베이스 사이에 고무 완충재를 사용해 진동을 줄인 후 베이스 전체를 고무발로 지지하는 방식이다. 리지드인데도 베이스와 풀린스 사이에 고무 완충재가 있어서 전통적인 리지드 방식보다 진동 차단이 잘 되는 구조다. 이런 구조가 소리에도 그대로 반영되어 고음의 섬세함이 상당히 좋다. 물론 저음은 전통적인 리지드 방식보다 양에서 조금 밀리는 편이다. 전체적인 소리는 선율이 가늘지 않고 적당한 굵기를 유지하고 있다. 특히 VPI 턴테이블의 단점으로 지적되는 무미건조한 느낌이 적어서 여러 장르의 음악을 무난하게 소화할 수 있다. 세팅도 무척 쉬운 편이라 기기 다루는 데 약한 사람에게 잘 어울리는 턴테이블이다.
끝으로 값이 좀 비싸더라도 고장이나 수리에 신경 쓰기 싫어서 신품으로 턴테이블을 구입하기를 원할 때 적당한 몇 종의 신품 턴테이블을 추천하고 싶다. 레가 턴테이블은 이미 얘기를 했고 그 외 브랜드로 프로젝트 오디오(Pro-Ject Audio)와 뮤직홀(Music Hall), 클리어오디오(ClearAudio)를 들 수 있다. 낮은 가격부터 언급하면 프로젝트 오디오의 DebutⅢ(55만원)가 있고 뮤직홀 MMF-5(78만원)가 있다. 가격을 좀 더 올려 1백만 원대로는 클리어오디오의 Emotion(120만원)과 록산(Roksan) Radius5(160만원)가 있다. 그런데 이 제품들은 대부분 최근 유로화 강세로 가격이 계속 오르고 있고 수입도 원활치 않은 상태다. 때문에 신품으로 구입하기가 쉽지 않다. 중고로 구할 수 있다면 출시된 지 얼마 지나지 않은 제품이라 상태가 좋을 것이다. 신품으로 2백만 원대까지 살펴보면 최근 발매된 젠오디오(Zen Audio)의 Nature와 클리어오디오의 챔피언 시리즈를 눈여겨볼만 하다.
[네이버 지식백과] (최윤욱의 아날로그 오디오 가이드, 2010. 5. 4., 최윤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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