왜 빈티지 턴테이블을 주로 추천했나?
앞 장에서 추천 턴테이블을 열거했는데 어떤 기준에서 선택한 것인지 궁금할 것이다. 추천 리스트를 보면 신품은 적고 빈티지 턴테이블이 대부분이다. 빈티지 턴테이블이 다수를 차지하게 된 첫 번째 이유는 가격에 있다. 신품 턴테이블의 경우 50만 원대 저가 제품은 대부분 조잡한 수준을 넘어서지 못한다. 엉성하게 만든 플래터에 장난감용 모터를 달고 벨트로 연결한 제품이 태반이다. 특히 컴퓨터에 연결해 음악을 들을 수 있는 USB턴테이블은 소리가 나기만 하면 된다는 생각으로 만든 제품이 대부분이다. 그래서 입문용으로 쓸 만한 턴테이블을 찾아보면 1백만 원을 호가한다.
예로 듀얼 601과 비슷한 수준의 신품 듀얼 턴테이블 가격은 1백만 원을 넘는다. 이렇게 될 수밖에 없는 이유는 중급 턴테이블의 생산대수가 많지 않기 때문이다. 아날로그 전성시대에는 대량의 턴테이블이 생산되고 소비되었기에 싼 가격에 질 좋은 부품으로 턴테이블을 생산할 수 있었다. 아날로그가 부활했다고 하지만 신품으로 소비되는 저가 턴테이블 수량은 예전에 비해 턱없이 적을 수밖에 없다. 이런 상황이라 입문용 턴테이블 가격이 올라갈 수밖에 없는 것이다.
빈티지 턴테이블을 추천한 두 번째 이유는 신품 입문용 턴테이블의 경우 거의 천편일률적으로 벨트 드라이브에 리지드 방식으로 구성하고 있기 때문이다. 간혹 절충형이 드물게 있을 뿐이다. 아이들러 방식이나 플로팅 방식은 눈을 씻고 찾아봐도 없다. 고급으로 올라가면 플로팅 방식의 턴테이블이 보이지만 벨트 드라이브 방식에 플래터 재질이 알루미늄 아니면 아크릴을 벗어나지 못한다. 그런 이유로 각 턴테이블의 소리 차이가 별로 없어서 실상 그 소리가 그 소리인 것이 사실이다. 한마디로 신품 입문용 턴테이블들은 소리에 개성이 적어서 엇비슷한 소리를 내준다는 얘기다.
아날로그의 장점 중에 가장 큰 것이 색깔이 다른 다양한 소리를 즐기는 것인데 이런 면에서 최근 생산된 턴테이블은 아쉬움이 있다. 반면 빈티지 턴테이블은 다양한 구동방식으로 개성 있는 음을 내줘 선택의 폭이 상대적으로 넓다. 다양한 취향의 차이를 고려해서 선택의 폭을 넓게 하기 위해서는 아이들러나 플로팅 방식의 빈티지 턴테이블이 선택 될 수밖에 없었다.
빈티지 턴테이블의 경우 정비가 제대로 되어 있지 않거나 부품의 노후 등으로 회전에 약간씩 변동이 있을 수 있지만 이런 문제가 음악의 정수를 표현하는 데 큰 문제를 일으키지는 않는다. 50만 원대의 신품 저가 턴테이블은 회전은 정확하지만 아주 가벼운 플래터와 싸구려 재질로 만든 부품 때문에 대부분 경박하고 소란스러운 소리가 난다. 이런 제품을 추천할 수 없어서 빈티지 턴테이블을 주로 리스트에 올렸다. 빈티지 턴테이블의 경우 조정과 오버홀이라는 번거로운 과정이 필요한데 이걸 거치고 나면 신품가로 1백만 원 넘는 턴테이블에 견줄만한 성능과 개성이 뚜렷한 소리를 내준다.
추천한 턴테이블 중 어느 것을 선택해도 큰 문제는 없다. 물론 본인이 원하는 소리와 차이가 있을 수 있지만 나름대로 검증이 된 제품들이다. 어떤 방식의 턴테이블로 할 것인지 대충 방향을 정했다면, 이제 구체적으로 목표로 하는 모델을 정해 구입하는 단계로 들어가자. 구체적인 모델을 정하기 전에 염두에 두어야 할 것이 있다. 신품으로 살 것인지 중고로 구입할 것인지를 정하는 것이다. 신품은 확실한 성능과 품질을 보장할 수 있지만 상대적으로 가격이 비싸다. 중고는 가격이 낮은 장점이 있지만 경우에 따라 문제 있는 제품을 사는 위험이 있다. 손재주가 없고 고장에 신경 쓰기 싫은 사람은 다소 비용이 들더라도 신품을 구입하는 것이 좋고, 좀 더 저렴한 가격으로 좋은 음질을 즐기고 싶은 사람은 중고를 구입하는 것이 좋다. 중고를 구입할 때 시세보다 약간 비싸더라도 상태가 좋고 전문 수리점에서 점검을 마친 제품을 사는 것이 좋다. 무조건 시세보다 싼 제품만 찾다가는 문제 있는 제품을 만나기 십상이다.
신품 구입은 용산 전자상가나 인터넷에 있는 온라인 숍을 통해 쉽게 구입할 수 있다. 아날로그를 잘 아는 숍을 글 말미에 소개하니 참고하면 된다. 중고 구입은 방법이 다양하다. 우선 전문상가에 있는 중고 매물을 구입하는 것과 온라인 장터를 통해 개인에게 직접 구매하는 방법이 있다. 오디오 숍에서 구매하면 가격이 약간 비싸지만 고장이나 하자에 대한 대처는 조금 유리하다. 그러나 아날로그를 잘 아는 숍이라면 괜찮지만 아날로그를 잘 모르는 숍이라면 주인도 상태를 정확히 모를 수 있기 때문에 어떤 제품을 주로 취급하는지 꼼꼼하게 확인하고 구입해야 실수를 줄일 수 있다.
음질과 험을 체크하고, 플래터의 회전과 톤암을 확인하라
이제부터 턴테이블 구입 시 확인 할 것을 하나하나 살펴보자. 오디오도 그렇지만 특히 턴테이블은 들어보고 사는 것이 좋다. 사진을 통해 눈으로 확인하는 것에 한계가 있기 때문이다. 일단 소리가 정상적으로 나는지 확인한다. 개인에게 구입하는 경우 대개 판매자의 집을 방문해 음악을 듣게 된다. 이때 자신이 평소 자주 듣는 LP 한 장과 음료수 한 박스를 사가지고 가는 것이 좋다. 남의 집을 방문하는 것에 대한 예를 갖추는 것이기도 하고 판매자와 부드러운 분위기에서 찬찬히 턴테이블을 살펴보는 시간을 가질 수 있기 때문이다. 만약 LP를 가져가지 못했다면 숍이나 판매자에게 자신에 평소에 자주 듣는 음반이 있는지 물어서 그 음반을 듣는다.
클래식이나 재즈도 좋지만 가요나 팝 같이 목소리가 들어간 음악이 짧은 시간에 음질을 확인하는 데 유리하다. 목소리는 우리가 깨어있는 동안 계속 듣기 때문에 가장 익숙한 소리이기 때문이다. 본인이 평소 듣는 음량으로 음악을 들어서 소리가 찌그러지거나 이상한 느낌이 들지 않으면 된다. 양쪽 스피커에서 비슷한 음량으로 소리가 나는지 살펴보는 것도 중요하다. 시간 여유가 있다면 레코드의 한쪽 면을 다 듣는 것이 좋다. 보통 레코드의 시작 부분은 문제가 없는데, 안쪽에서 음질에 문제가 생기는 경우가 많다. 처음부터 끝까지 일정한 음질로 들린다면 문제가 없는 것이다. 시간 여유가 없다면 첫 곡과 마지막 곡만 비교해서 들어보면 쉽게 레코드 안쪽에서 정상적으로 소리가 재생되는지 알 수 있다.
이제 음악듣기를 중지하고 살펴볼 것들이 남았다. 아날로그에서 가장 문제가 되는 ‘웅~’ 하는 험(hum)1)은 아주 크지 않는 한 음악 듣는 중에 알아채기 힘들다. 레코드에 바늘이 주행하면서 음악이 나오는 상태에서 톤암 리프트를 올려 바늘이 레코드에서 떨어지도록 한다. 음악은 당연히 멈출 것이고 ‘웅~’ 하는 잡음이 들릴 것이다. 시청 위치에서 약하게 들릴락 말락 하면 정상이고 너무 크게 들리면 문제가 있는 것이다. 이제 스피커 바로 앞으로 가서 귀를 대본다. 예외 없이 ‘웅~’하는 험과 ‘샤~’하는 잡음이 들릴 것이다. 험과 잡음이 난다고 놀라지는 말 것! 아무 소리도 나지 않는 오디오는 없다. 좌우 스피커에서 나는 잡음의 크기가 비슷하고 스피커에서 2m 정도 떨어진 시청 위치에서 들릴락 말락 한 수준이면 정상이다. 만약 좌우 스피커에서 나는 잡음의 편차가 심하다면 오디오에 문제가 있거나 연결을 잘못 한 경우다. 귀로 확인하는 것은 여기까지다.
이제 눈으로 확인할 차례다. 턴테이블의 스위치를 올리면 플래터가 돌기 시작하는데, 벨트나 아이들러 방식의 경우 대개 20초 이내에 정상 속도 근처에 도달해야 한다. 벨트가 삭거나 늘어지면 정상 속도에 도달하는 시간이 길어진다. 이제는 정상 속도로 돌고 있는 플래터를 살필 차례다. 눈높이를 플래터 수준으로 낮추고 옆에서 돌고 있는 플래터를 유심히 쳐다본다. 정상이면 플래터는 움직이지 않는 것처럼 보일 것이다. 플래터가 위 아래로 미세하게 출렁거리는 것이 느껴지면 플래터와 축의 손상을 의심해 보아야 한다. 보통 이단으로 구성된 이중 플래터의 경우는 정상이라도 1mm 이하의 위아래 출렁임을 보이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이중 플래터는 1mm 미만의 미세한 상하 출렁임이 문제가 되지 않지만, 일체형 플래터인 경우 1mm 정도의 상하 출렁임도 스핀들 축의 불량이나 손상으로 보아야 한다.
이제 플래터의 회전이 정확한지 확인할 차례다. 보통 중고 턴테이블을 파는 오디오 숍이나 개인은 스코프를 가지고 있다. 스코프는 거창한 장비가 아니라 일정한 간격으로 눈금이 그려진 손바닥만한 원반이다2). 앰프를 끄거나 볼륨을 가장 낮게 줄이고 턴테이블 스위치를 끈다. 플래터 중심의 스핀들(축)에 스코프를 꼽고 턴테이블을 가동시킨다. 플래터가 돌기 시작하면 일반 형광등이나 백열등 아래에서 스코프에 그려진 눈금을 자세히 본다. 플래터가 움직이기 시작하면서 눈금이 어지럽게 움직이는 것처럼 보일 것이다.
그러다 어느 정도 시간이 지나면 막대가 선명하게 보이기 시작한다. 이 때 막대가 약간 앞이나 뒤로 가는 것처럼 보이는데, 그러면 플래터가 정상속도 근처에 도달한 것이다. 이처럼 정상속도 근처에 도달하는 시간이 중요한데 보통 20초를 넘지 않는다. 만약 벨트 드라이브 턴테이블이 정상속도에 이르는 데에 20초 이상 걸린다면 벨트가 늘어져 있거나 모터에 문제가 있는 것이다. 조만간 벨트를 갈아주거나 모터를 정비해줘야 할 가능성이 크다.
속도가 빠르면 눈금으로 그려진 검정 막대가 앞으로(왼쪽) 가는 것처럼 보이고 느리면 뒤로(오른쪽) 가는 것처럼 보인다. 막대가 꼼짝 않고 정지해 있는 것처럼 보이면 속도가 정확히 맞은 것이다. 속도 조절 장치가 있는 턴테이블의 경우 아주 천천히 일정한 속도로 앞으로 가거나 뒤로 가는 것은 큰 문제가 아니다. 속도조절 노브를 돌려서 맞추면 간단히 해결된다. 무엇보다 유심히 보아야 하는 것은 막대가 일정하지 않게 움직이는 것이다. 정지한 듯 하다 앞으로 가거나 뒤로 가는 현상이 주기적으로 반복되는 것이 특징이다.
원인은 아이들러형 턴테이블이라면 아이들러 한쪽이 눌린 것이고, 벨트형 턴테이블이라면 벨트가 오래 되어 부분적으로 늘어나 있는 것이다. 드물게 벨트가 신품인데도 이런 증상이 있는 경우가 있다. 규격보다 작은 벨트를 무리하게 늘려 끼워서 벨트가 일정하게 늘어나지 않아 생기는 현상이다. 플래터의 속도를 체크할 때 이 부분을 가장 유심히 보아야 한다. 이런 문제는 아이들러나 벨트를 정품 새것으로 교체하기 전에는 해결할 수 없기 때문이다. 이럴 때는 턴테이블 구입을 포기하거나 정비해서 사용할 것을 전제로 싼 값에 구입하는 것이 좋다.
이제 톤암만 확인하면 점검이 끝난다. 톤암을 올리고 내리는 톤암 리프트는 이미 앞에서 정상적으로 작동하는지 확인했다. 외관을 살피고 침압을 주는 노브나 무게추가 잘 움직이는지 안티스케이팅 조절 노브가 잘 움직이는지 확인하면 된다. 다음은 톤암의 제일 중요한 기능을 살펴볼 차례다. 톤암의 헤드셸 부분에 있는 손잡이를 잡고 위 아래로 살짝 움직여본다. 아마 부드럽게 움직일 것이다. 이번에는 톤암을 플래터의 스핀들 쪽으로 천천히 움직여 본다. 톤암이 정상이라면 여기서도 부드럽게 움직일 것이다. 만약 미세하게라도 중간에 뭔가 걸리는 느낌이 있다면 톤암에 이상이 있는 것이다. 대부분 톤암 베어링에 문제가 있는 경우인데, 전문 수리점에서도 수리하기가 쉽지 않다. 이런 경우는 구입을 포기하거나 톤암을 수리해 쓸 각오를 하고 구입해야 한다.
턴테이블 안전하게 포장하기
점검이 끝났으니 판매자에게 금액을 지불하고 턴테이블을 들고 와야 한다. 판매자가 미리 얘기하지 않은 문제가 점검 중에 나온 경우가 아니라면 가격을 깎아달라는 얘기는 하지 않는 것이 좋다. 가격협상을 원하면 방문 전에 에누리가 가능한지 물어보는 것이 좋다. 점검 결과 상태가 좋다면 기분 좋게 대금을 지불하고 이동을 위한 준비를 해야 한다.
턴테이블은 아주 민감한 기기이므로 이동시 적절한 조치를 취해야 이동 중 손상을 예방할 수 있다. 플로팅이나 절충형 턴테이블은 이동시 서브섀시(플로팅)나 플린스(절충형)를 고정하는 나사가 있다. 벨트형 턴테이블은 벨트를 먼저 벗기고 플래터를 들어내는 것이 좋다. 벗겨진 벨트는 축 베어링 부분에 있는 오일에 닿지 않게 따로 보관한다. 고무벨트는 오일이 닿으면 급속도로 삭기 때문이다. 플래터를 들어내면 플린스 위에 세 개나 네 개의 나사머리가 보인다. (사진 2와 3 참조). 이 나사를 조여서 서브섀시나 플린스가 출렁거리지 않게 한다. 나사 머리를 잡고 위로 당긴 다음 반 시계 방향으로 돌리면 나사가 위로 올라오면서 조여진다.1)
다음 순서는 플래터를 끼운 후 플래터와 플린스 사이에 신문지나 마분지를 접어서 끼워 넣는다. 종이 두께가 5mm 이상 되게 해서 플래터와 플린스 사이의 간격이 평소보다 더 넓어지게 해야 한다. 이렇게 하는 이유는 운반 중에 무거운 플래터가 움직이면서 충격으로 축 베어링이 손상되는 것을 막기 위해서다. 더스트 카버 역시 아크릴 재질이라 파손되기 쉬우니 분리해서 따로 들고 오는 것이 좋다. 교통편도 택시나 승용차를 이용하는 것이 파손 위험을 줄일 수 있어서 좋다.
※ 참고로 리지드 방식 턴테이블은 2, 3번 과정을 생략하고 1, 4, 5번 과정만 하면 된다.
승용차처럼 안전한 교통수단으로 이동할 경우라면 더 간단하게 포장하는 방법이 있다. 절충형이나 플로팅의 경우를 먼저 설명하겠다. 먼저 1번처럼 플래터를 제거하고 2번처럼 고정나사를 조여 출렁거리지 않게 한 뒤 다시 플래터를 제자리에 끼운다. 그 다음 테이프로 플래터와 몸체를 스핀들 축을 중심으로 교차하는 십자가 모양으로 팽팽하게 묶는다. 이렇게 하면 플래터와 스핀들 본체가 한 몸이 되어 어지간한 충격에도 손상되지 않는다. 리지드의 경우는 아무런 사전 작업 없이 플래터의 스핀들을 중심으로 십자가가 되도록 테이프로 팽팽하게 본체와 플래터를 묶으면 된다. 플래터의 포장이 끝나면 톤암도 흔들리지 않게 테이프나 끈으로 고정한다. 마지막으로 전원 케이블과 포노선을 둘둘말아 테이프로 본체에 고정한다. 이렇게 해야 이동중에 늘어뜨려진 케이블을 밟아서 생기는 사고를 막을 수 있다.
턴테이블은 직접 귀로 소리를 듣고 눈으로 상태를 확인하고 구입하는 것이 좋다. 거리가 멀다는 이유로 택배를 이용하기도 하는데 파손 확률이 상당히 높다. 고속버스 운송은 그나마 조금 나은 편이지만, 판매자가 앞서 얘기한 대로 조치를 취한 후 다시 박스에 이중으로 포장을 해도 운반 중에 충격으로 파손되는 일이 비일비재하다. 다시 한번 얘기하지만 턴테이블만큼은 직접 보고 사는 것이 좋다.
[네이버 지식백과] (최윤욱의 아날로그 오디오 가이드, 2010. 5. 4., 최윤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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