구리, 황동 턴테이블 매트
모터나 플래터, 플린스, 톤암, 카트리지 등 사실 턴테이블에서 소리의 변화와 성능 향상을 꾀할 부분은 무척 많다. 턴테이블 매트에 대한 최근 몇 년간 경험은 아날로그 사운드에 대한 근본적인 물음을 재기했다. 단지 매트일 뿐이며 사실 일부 턴테이블 메이커는 별도의 매트 사용을 권하지 않기도 한다. 하지만 오디오 마니아들이 어떤 족속인가? 하지 말라면 더하는 사람들이다.
최근 탐구 중인 베르테르 어쿠스틱스의 대표 투라지 모가담의 설계 철학과 제품 라인업을 훑어보면서 참 대단하다 싶었다. 록산부터 시작해 현재 베르테르까지 평생을 턴테이블, 케이블 제작에 투신했다. 원래 풍력 발전에 사용하는 터빈을 설계 전문가였던 그가 평생의 꿈을 턴테이블에서 이룩한 과정을 보면 과학적인 지식과 음악에 대한 열정이 만들어낸 시너지가 대단하다.
그런데 이와 같은 사람이 턴테이블 설계에서 몇 가지 금기시하는 것들이 있다. 예를 들어 스프링을 사용한 서스펜션 설계로 이는 1970~80년대에나 통했던 과거의 기술이라는 것. 그리고 진공 흡착 방식 등 엘피 평탄화를 위한 기술들 또한 얻는 것보다 잃는 것이 더 많다는 것이다. 하지만 흥미롭게도 투라지 모가담이 플래터에 적용하는 용도로 만든 액세서리가 하나 있다. 바로 테크노 매트다. 개인적으로 만족스러워 리뷰 후 반납을 하지 않고 구입해 지금까지 사용하고 있다.
턴테이블 매트로서 그 존재의 효용을 느낀 건 누가 뭐래도 국내 아츠 오브 오디오에서 만든 카본 매트다. 지금까지 두 종류가 나왔는데 때에 따라 조합해서 사용하곤 한다. 굳이 하나만 꼽자면 두번째 만든 HFCM이 가장 좋지만 첫번째 매트도 활용하기에 따라 더 나은 경우도 있어 모두 가지고 있다. 그런데 최근 지금까지의 행보와 전혀 다른 또 매트 두 개를 만들었다. 바로 구리 매트와 황동 매트다.
해외에선 예전부터 이런 금속 매트가 꽤 인기가 있었다. 하지만 그 완성도가 보장된 제품은 그리 많지 않고 제대로 만든 것은 가격이 꽤 높은 편이다. 예를 들어 아티산 피델리티의 구리 매트, 웨인오디오의 제품 그리고 마이크로 세이키 매트 등이 그것들이다. 또한 이런 매트는 그 무게 때문에 적용 가능한 턴테이블에 제한이 있다. 아주 작은 토크로 진동, 노이즈를 최소화해 회전시키는 현대 하이엔드 턴테이블엔 좀 부담이 가는 것도 사실이다. 하지만 그 성능만큼은 매트의 끝이라는 의견들이 많아 궁금했다.
최근 이 궁금증을 해결해준 제품이 국내 아츠 오브 오디오에서 나와 입수했다. 이 두 개의 물리적, 기술적 차이점은 차치하고 가장 중요한 음질적인 부분을 체크해봤다. 우선 5T 두께라서 무게는 상당히 육중하다. 내 평생 턴테이블에 이렇게 무거운 매트를 올려놓고 써본 적이 없다. 이 정도면 플래터로 사용해도 될 정도인데 과연 매트로서 이 정도까지 필요할까 하는 의문도 있다. 게다가 에너지 흡수라던가 댐핑 등에서 과연 카본보다 더 나은 강점을 가질 거라고 생각하기도 어렵다. 하지만 이런 기계적인 수치들과 음향이 항상 비례하는 것은 아니기에 일단 들어보면서 사용 여부를 결정해보기로 했다.
우선 구리 매트는 소리에 전체적으로 육중한 무게감이 느껴지며 대역 밸런스도 평탄해진 듯한 느낌을 준다. 소리의 두께도 두텁게 표현되며 무게 중심이 내려간다. 전체적으로 소리에 무게감이 느껴지며 무게 중심이 내려가 전체적인 토널 밸런스는 차분한 편이다. 한편 동적인 측면에선 박진감이 넘치고 리듬감도 훌륭한 편이다. 약간 과장해서 표현하면 파워앰프를 좀 더 높은 출력으로 바꾼 듯한 느낌을 준다.
한편 황동 버전 매트는 일정 부분 구리 매트와 유사한 면도 있지만 다른 면들도 다수 포착된다. 황동 매트 도한 굵기, 힘찬 동적 특성은 구리 버전처럼 살짝 올라간다. 확실히 무게감도 있지만 구리만큼은 아니다. 대신 음색 부분에서 차이가 두드러지는데 예를 들어 관악기들의 변화가 흥미로웠다. 마치 황동 매트의 표면 색감처럼 금빛의 화사한 색감이 두드러지는 쪽으로 변화한다. 구리에 비해 더 화려하고 반짝이는 악기 질감 덕분에 음악 듣는 맛이 좋다.
턴테이블은 소릿골에 파여진 모양에 따라 카트리지 스타일러스가 진동해 이 에너지를 전기 에너지로 바꾸고 최종적으로 소리 에너지로 변환해 듣는 도구다. 따라서 진동 자체가 소리에 직접적으로 영향을 준다. 당연히 진동 특성이 다른 물건이 닿는 것만으로도 디지털 기기들에 비해 훨씬 더 그 영향이 크게 전달된다. 이번 구리, 황동 매트의 경우 이전 카본 매트와 완전히 다른 양상의 변화를 보여준다. 카본 매트가 소리에서 불필요한 요소를 제거해주는 느낌이었다면 황동, 구리는 소리에 적극적으로 관여해 밸런스, 음색 등을 변화시키고 있다. 어떤 걸 주로 써야 할까…왜 이런 제품을 만들어서 번뇌에 휩싸이게 만드는 걸까? 고민이 늘었다.
Written by 코난
코난 이장호는 하이파이 오디오를 평가하는 평론가다. <고음질 명반 가이드북 1,2> 등의 책을 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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