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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인의 LP 디깅 일지

어제 들은 음반들

by onekey 2024. 3. 8.

어제 들은 음반들

롱암
2018.12.24. 18:48조회 502
 

어제 들은 음반들

우연히 황학동에서 구한 음반 입니다. 길렌의 말러 8번 입니다. 길렌이 연주하는 베토벤 7번과 9번을 인생깊게 들어서 기대를 살짝하고 올렸습니다. 정확하면서도 어둡고 진중한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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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연히 황학동에서 구한 음반 입니다. 길렌의 말러 8번 입니다. 길렌이 연주하는 베토벤 7번과 9번을 인생깊게 들어서 기대를 살짝하고 올렸습니다. 정확하면서도 어둡고 진중한 해석이 괜잖습니다. 그런데 요 몇 년 사이에 말러를 집중해서 듣기가 힘듭니다. 처음 클래식 들을 때 수도 없이 귀에 딱지가 박히도록 들었는데, 요즘은 왜 그런지 모르겠습니다.

여러 진부한 멜로디를 넣고 섞어서 끓인 잡탕찌개 같아서 집중하고 듣기가 힘듭니다. 그냥 책을 보거나 작업할 때 BGM으로 틀어 놓으면 적당합니다. 그래도 길렌의 연주는 몰입까지는 아니어도 집중의 끈을 이어가게는 해주더군요. 길렌이기에 그나마 이정도로 들을 수 있지 않았나 생각해 봅니다. 이런 아이러니한 이유로 길렌의 말러 8번 연주는 추천할만하다고 생각합니다.


콘비취니의 베토벤 7번 연주입니다. 말러 만큼은 아니지만 베토벤의 교향곡도 별로 흥미를 가지고 듣기가 힘든 편입니다. 듣고 있으면 재미가 없어서 이걸 왜 듣고 있지 하는 생각이 들 때가 많다는 얘기 입니다. 콘비취니의 연주는 좀 다르더군요. 처음부터 끝까지 재미있게 들을 수 있었습니다. 세련되게 잘 다듬었으면서도 진부하지 않게 연주하더군요. 에테르나 초반이면 더 좋겠지만 폰타나 반으로도 괜잖게 들을 수 있었습니다.


체흘린 연주에 잔더링이 오케스트라 지휘를 한 음반입니다. 체흘린의 연주는 한마디로 말을 잊게 합니다. 어떻게 저렇게 투명하고 영롱하게 피아노 소리를 내는지 궁금해질 정도입니다. 물론 해석도 진지하면서도 정확합니다. 잔덜링의 지휘도 독주자를 배려하면서도 자신의 위치를 굳건히 지키고 있습니다.
어제 들은 음반 중에 단연 탑인 연주라고 할 수 있습니다. 개인적으로 베토벤 피협 5번은 이 음반이 결정반이 아닌가 싶습니다. 박하우스, 길레스, 미켈란젤리 다 좋아했었는데, 이제사 결정반을 만난거 같습니다.


칼베쓰의 베토벤 5번 연주 입니다. 괜잖은 연주인데 개인적으로 아슬아슬 합니다. 관심이 끊어질락 말락 합니다. 참 애매합니다. 내리자니 그렇고 계속 듣고 있기도 또 뭐 그렇습니다. 좋다고 하기도 그렇고 아니라고 하기도 그렇습니다.


그래서 케겔의 베토벤 5번을 꺼내 들었습니다. 이건 초반입니다. 역시 더 정교하고 치밀하고 섬세하게 연주합니다. 다이나믹도 좋은 편입니다. 케겔이 칼베쓰보다는 개인적으로 더 마음에 듭니다. 요건 몇번 더 들어봐야 겠습니다.


독특한 음반입니다. 푸르트벵글러의 베토벤 9번의 4악장만 들어 있습니다. 뒷면은 전체가 비어 있습니다. 그래서 뒷면은 안티스케이팅 조정용으로 사용하면 딱입니다. 프르트벵글러의 베토벤 9번 연주는 역시 남다른 템포와 긴장감 표현이 아주 좋습니다. 다만 고음도 깍여있고 저음도 느려서 음질은 좀 아쉽습니다. 좋은 녹음이라면 어땠을까 하는 상상이 되게 하는 연주 입니다.


그라나도스 라는 에스파냐 작곡가의 곡입니다. 멜로디가 반복되면서 약간은 몽환적인 느낌이 드는 곡입니다. 이건 약간 생소한 느낌이 들더군요. 그래도 라로차 아주머니 덕분에 끝까지 들었습니다.


마르타 아르헤리치와 같은 아르헨티나 출신의 피아니스트 입니다. 브르노 겔버라는 연주자로 아르헤리치에게서 사사도 했다고 합니다. 피아노 소리가 좀 독특합니다. 투명하고 영롱한 것 같긴 한데 뭔지 모르게 좀 다릅니다. 보통 투명하고 영롱하게 치는 스타일의 연주는 귀를 기울이게 하고 음악에 집중하게 하는 것이 일반적입니다. 그런데 이 연주자의 연주는 투명한 피아노 소리이긴 한데, 귀를 기울이게 강요하는 느낌이 없습니다. 묘하게 기분 좋은 나른함이 느껴집니다. 몇번 더 들어봐야 겠는데, 남자지만 특이하게 약한 소아마비를 앓아서 보행이 원활하지는 않다고 합니다. 아마 그런 신체적 핸디캡을 극복하는 과정에서 생긴 독특한 서정성이 아닌가 싶습니다. 몇번 더 들어봐야 할것 같습니다.

이렇게 휴일 밤이 깊어 갑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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