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5년 전으로 기억됩니다. 동경에 진공관 오디오페어에 참석했었습니다. 일본인들은 영어를 거의 못하고 저도 영어를 잘 못하니 말이 전혀 통하지 않는 일본이지만 오디오라는 분야에서는 의사소통에 장애가 그다지 문제되지 않습니다.
일단 보고 있으면 대부분 답이 나오기 때문입니다. 그 때 신기해서 처음 본 것이 바로 DS Audio의 광카트리지 였습니다. 카트리지에서 빛이 나오니 눈이 갈 수밖에 없었습니다.
나는 되지도 않는 영어를 하고 전시 부스 관계자는 일본어로 계속 떠들어 댔었죠. 그래도 대충 그림은 나오더군요. LED를 광원으로 사용해서 캔틸레버의 움직임에 따라서 빛이 흔들리게 되는데, 그걸 검출해서 출력전압을 만들어내는 구조입니다.
맨 앞에 LED에서 빛을 쏘이면 캔틸레버에 부착된 편광판에 비춰지게 됩니다. 편광판을 통과한 빛이 그 뒤에 센서에 도달하게 됩니다. 이 때 편광판이 레코드 소리골의 움직임에 따라서 흔들리면 센서에 비춰지는 빛이 자동적으로 흔들리게 됩니다. 센서에서 빛의 흔들림을 전기로 바꿔서 포노앰프로 보내게 되는 것입니다.
사실 빛의 움직임을 전기신호로 바꿔서 출력전압을 만드는 개념은 DS Audio 가 처음이 아닙니다. 60년대 후반에 이미 카트리지 안에 작은 꼬마전구를 넣어서 빛을 내서 편광판을 통해서 빛의 움직임으로 소리를 만들어내는 광카트리지 개발하려는 노력이 있었습니다. 이 계획은 실험실에서 소리를 내는데는 성공해서 상용화까지 성공하지만 보급에는 실패하게 됩니다.
실패 이유는 간단합니다. 꼬마전구가 빛을 내면서 열도 발생하는데 이 열로 인해 카트리지의 고무재질의 댐퍼와 코일 같은 것들을 망가뜨려 버렸기 때문입니다. 그런데 반도체가 개발되고 열을 거의 내지 않으면서도 빛을 내는 LED가 개발되면서 이 계획이 상용화가 되고 드디어 보급에 성공하게 됩니다. 전자회사에 근무하던 엔지니어가 이 프로젝트를 가지고 나와 독립을 해서 DS Audio라는 아버지 회사에서 이를 상용화한 카트리지가 바로 DS Audio의 광 카트리지 입니다.
위 사진이 상용화에 성공했던 도시바의 C-100P 라는 광 카트리지 입니다.
진동을 빛을 통해서 전기신호를 만들어 내는 것은 알았으니, 카트리지 앞으로 나오는 빛은 어떻게 된 것인지 궁금할 수밖에 없습니다. 이건 별도의 LED를 앞에 붙여서 시각 효과를 내기 위한 것입니다. 실제로 제일 아래 모델인 DS 002는 청색이고, DS W2는 적색이고 최고급 모델인 MASTER 1은 보라색입니다.
이것이 제가 사용하고 있는 제일 아래 모델인 DS 002 카트리지 입니다. 바늘 팁은 시바타 바늘이 채용되었고 캔틸레버는 특이하게 모노 카트리지 처럼 철판 형상을 하고 있습니다.
이 포노앰프는 광 카트리지 전용 포노앰프 입니다. LED가 빛을 내기 위해서는 포노앰프에서 낮은 직류를 공급해주어야만 합니다. 그래서 일반적인 포노앰프에서는 DS Audio의 광카트리지를 사용할 수 없습니다. 카트리지로 가는 4개의 선 중에서 좌우의 그라운드 선 중 하나를 LED를 켜는 직류의 +선으로 하고 나머지 하나를 - 로 사용합니다. 카트리지에서 나온 좌우채널의 신호는 각각의 + 선을 통해서 포노앰프로 들어가게 됩니다. 이 때 각 채널의 신호의 그라운드는 앞서 LED에 직류를 공급하는 그라운드(-) 선과 공통으로 사용하게 됩니다.
이렇게 함으로써 기존 톤암에 있는 4가닥 선으로 아무 문제없이 LED에 직류를 공급하고 카트리지에서 나온 좌우 채널의 신호도 포노앰프로 보낼수 있게 됩니다. 별것 아닌거 같지만 나름 고심을 한 배선으로 도시바의 C-100P 광 카트리지에서 부터 사용된 방법입니다.
이것이 DS W2 카트리지 입니다. 바늘은 마이크로 리지(MR)이고 캔틸레버는 보론으로 일반적인 카트리지와 같은 파이프 형태입니다.
이것은 Master1 카트리지로 캔틸레버가 사파이어를 가공해서 만든 제품입니다.
광 카트리지를 처음 본 것은 앞서 밝혔듯이 5년 쯤 전입니다. 1년 반쯤 전에 호기심에 DS 02 카트리지와 W2 카트리지를 내 시스템에서 들어볼 기회가 있었습니다. 리뷰나 시청기회가 많다보니 많은 제품을 사용해보게 됩니다. 시청해보고 좋다는 느낌을 주는 제품은 절반이 채 안되는게 현실입니다.
광카트리지를 처음 듣고는 정말 마음에 들더군요. 무엇보다 아날로그에서 피할 수 없는 숙명이라고 느꼈던 정전기 노이즈로부터 해방된 아주 정숙한 소리를 들려주었기 때문입니다.
잘 아시다시피 기존의 카트리지는 MM이든 MC든 혹은 MI든 모두 코일과 자석의 상호작용에 의해서 전기신호를 만들어내는 구조입니다. 그래서 바늘이 레코드에 접촉하면 정전기가 발생할수 밖에 없습니다. 정전기 실험에서 문지르면 마찰로 인해서 전하가 이동해서 물체가 전위를 갖게되고 축적된 전기는 어떤 형태로든 방전을 하게 됩니다. 레코드 위를 마찰하면서 주행하는 바늘로 인해 정전기가 계속 발생하게 됩니다.
물론 레코드를 처음에 플래터에 올려 놓은 상태에서도 이미 레코드는 전위가 있기 때문에 바늘을 내려놓는 순간 정전기가 방전되기도 합니다. 그래서 카본 브러쉬 부터 시작해서 제로 스타트, 스태틱 오프 등 다양한 정전기를 줄이는 액세서리들이 있습니다.
물론 이런 다양한 정전기 제거 액세서리를 사용해 보았습니다. 확실히 잡음이 줄어듭니다. 액세서리마다 차이가 있긴 하지만 잡음의 30~40%가 줄어들게 됩니다. 그런데 코일과 자석의 작용이 아닌 빛의 움직임으로 소리를 만들어내는 광 카트리지는 잡음의 70%를 사라지게 합니다. 기존의 정전기 제거 액세서리를 사용했을 때의 정전기 잡음을 줄이는 효과와는 차원이 다른 수준으로 잡음을 없애 줍니다.
특히 카트리지가 레코드 소리골을 주행하면서 작은 먼지나 티끌을 만나면 순간적으로 바늘이 레코드에서 살짝 떠오르게 됩니다. 이 때 레코드에 충전된 정전기가 순간적으로 공기중으로 터지면서 방전이 됩니다. 이 방전하는 공간 속을 캔틸레버 끝에 달린 코일과 자석부분이 지나게 되면서 영향을 주게 됩니다. 당연히 코일에는 퍽하는 소리가 유도될수 밖에 없습니다.
광카트리지는 레코드 위의 먼지나 티끌을 지날 때 먼지와 티끌에 의해서 바늘이 살짝 떠오르는 물리적 움직임 만을 검출합니다. 그래서 츠하는 작은 소리만 내고 퍽하는 소리가 전혀 나지 않습니다. 기본적으로 정전기 제거 액세서리가 주는 효과 정도의 잡음 제거 능력이 있을 것이라고 생각한 내 예측을 무참히 깨버리더군요. 광 카트리지를 쓰면서 엘피에서 정전기 노이즈의 영역이 어느 정도인지를 비로소 알게되었습니다. 엘피 재생시에 발생되는 잡음의 70% 정도가 정전기로 인한 노이즈라는 얘기가 됩니다.
판이 깨끗하다면 CD 정도에 육박하는 저 잡음으로 음악을 들을 수 있는 것이 광 카트리지 입니다. 참 놀라운 카트리지 입니다.
DS Audio 의 광 카트리지의 구조에 대해서는 전편 1부에서 살펴 보았습니다. 이번에는 음질에 대해서 살펴보도록 하겠습니다.
아마도 전세계에서 저보다 더 오랜시간 광카트리지를 사용한 사람은 없을 것입니다. 초기 모델이 있으니 앞서 구매한 사람도 있겠지만, 실제 사용시간을 따지면 저를 따라올 사람은 없지 싶습니다. 1년 반 동안 거의 매일 4시간 정도를 쉬지 않고 사용을 했으니 말입니다. 그래서 광카트리지의 특성을 누구 보다도 오래 지켜보았고 다양한 음반과 경우의 수를 경험했습니다.
우선 제가 사용한 DS 002 카트리지를 말씀드리면 잡음이 없고 깨끗한 소리를 들려줍니다. 캔틸레버는 알루미늄 철판이고 바늘은 시바타입니다. 대역 밸런스는 저음이 양이 충분하고 그러면서도 타이트한 편입니다. 한국사람은 저음을 워낙 좋아하는 사람이 많으니 이건 장점이라고 할만 합니다. 고음도 평탄하게 잘 나오는 편입니다. 다만 고음 끝을 살짝 말아 올리는 경향이 있어서 초고가 카트리지의 고음이 가지는 묘한 매력에는 약간 못미칩니다.
이런 문제가 광카트리지 자체의 문제일까? 아니면 카트리지의 다른 부분 때문일까? 하는 의문이 생겼습니다. 이걸 확인하는 방법은 의외로 간단합니다. 상급 모델을 들어보면 됩니다.
상급 모델인 DS W2 입니다. 캔틸레버가 보론이고 바늘은 마이크로 릿지(MR) 입니다. 장착을 하고 동일한 포노앰프로 소리를 들어봅니다. 일단 무대가 살짝 더 커지고 저음 표현도 좀더 디테일해집니다. 그러나 무엇보다 가장 큰 변화는 고음의 뻗침과 음색에서의 변화 였습니다. 바이올린의 여운이 공간에 흩뿌려집니다. 고급 카트리지에서 느낄 수 있는 화려하면서도 자극적이지 않게 고막을 간지르는 듯한 느낌이 듭니다. 순간 '이건 좋다!'는 생각이 들더군요.
결론적으로 DS 002 카트리지에서 느꼈던 고음의 문제는 광카트리지 방식의 문제가 아니고 002에 사용된 알루미늄 캔틸레버와 특히 시바타 바늘의 문제라는 것을 확인할 수 있었습니다.
일반 코일과 자석의 상호작용을 이용하는 카트리지에 비해서 저음의 질과 양 모두에서 광카트리지가 더 좋다고 느꼈습니다. 이유가 무엇일까 한참을 고민했습니다. 아마 이 의문이 일찍 풀렸으면 이 사용기도 몇 달 일찍 쓰게 되었을 것입니다.
고민을 해도 답이 쉽게 나오지 않더군요. 하긴 고민을 계속한다고 답이 쉽게 찾아지는 것은 아닙니다. 머리 한구석에 묻어두고 있으면 연주회에서 음악을 듣거나 산책을 하다보면 뜬금없이 답이 생각나는 경우가 많습니다. 이 의문에 대한 답도 연주회에서 음악 듣다가 순간적으로 떠오른 것입니다.
보통 일반적인 MC 카트리지의 구조는 아래와 같습니다.
바늘 끝의 움직임에 의해서 코일이 감긴 보빈이 움직이면서 미세한 전기가 발생하게 됩니다. 그런데 이 캔틸레버가 정 중앙에서 조금씩만 움직일 때는 별 문제 없습니다. 주로 레코드의 고음 신호가 해당됩니다. 그런데 저음 신호는 고음 신호보다 좌우 상하로 더 많이 움직이게 됩니다.
이 사진은 극단적인 경우를 보여주는 그림입니다. 이처럼 캔틸레버가 좌우나 상하로 크게 움직이게 되면 그림에서 보듯이 코일과 자석사이의 간격이 틀어지게 됩니다. 이 틀어짐은 결국 발전 효율을 낮추게 되고 무엇보다도 찌그러짐(왜곡)을 발생하게 만듭니다.
이러한 찌그어짐을 줄이기 위해서 미야지마 같은 회사는 크로스 링이라는 독특한 코일 감는법을 사용해서 보빈에 코일을 감기도 합니다.
자! 이제 광 카트리지의 구조를 살펴보도록 하겠습니다.
캔틸레버가 좌우나 상하로 과하게 움직여도 직진하는 빛을 통해서 신호를 만들어내기 때문에 저음신호 재생시 왜곡이 상대적으로 적을 수밖에 없는 구조입니다. 레코드에 새겨진 저음신호를 코일과 자석의 움직임으로 전기신호를 만들어내는 방식보다 더 리니어하게 재생을 할수 있게 됩니다.
광카트리지의 또하나 장점은 험이 거의 없다는 점입니다. 코일과 자석으로 구성된 일반 카트리지는 근처에 전원선이 지나가거나 트랜스 같이 전자기장을 많이 내뿜는 환경에 노출되면 여지없이 웅~ 하는 험을 발생시킵니다. 광카트리지는 이런 문제로부터 상대적으로 휠씬 자유롭습니다. 쉽게 말해서 광 카트리지는 전원 유도 험 때문에 고생할 필요가 없는 카트리지라고 할 수 있습니다.
오래 사용하다 발견한 점인데, 광카트리지 시스템은 높은 안정성을 갖추고 있습니다. 음악을 듣는 중에 우연히 실수로 포노앰프의 전원 코드가 콘센트에서 빠지는 사고가 있었습니다. 순간적으로 일어난 일인데, 스피커에서 퍽하는 엄청난 소리가 나면서 앰프나 스피커가 손상될 것이라는 걱정이 제일 먼저 퍼뜩 나더군요.
그런데 아무런 잡음이나 소리없이 음악소리가 서서히 작아지더니 그냥 소라가 안나는 상태가 되었습니다. 와! 이럴수도 있구나 하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나중에 포노앰프를 설계한 엔지니어를 만나서 물어보니 전원부에 콘덴서를 아주 많이 사용해서 그런 경우에 안전하게 작동을 멈추도록 했다고 했습니다.
이런 저런 턴테이블에 물려서 테스트 한 바에 의하면 LINN LP 12나 오라클 델피 시리즈 같은 가벼우면서 플로팅 서스펜션의 턴테이블보다는 무겁고 안정적인 리지드 타입의 일반적으로 턴테이블에서 광 카트리지의 소리의 진가를 더 잘 드러내고, 물리적으로도 더 안정적인 작동을 하는 것을 확인 했습니다.
전체적으로 음질을 평가하자면 대역이 넓고 저음이 깊으며 양이 충분합니다. 무대가 크고 활달하며 음상도 안정적으로 맺히게 합니다. 광 카트리지의 사운드는 최첨단의 초고가 디지털 사운드와 질감 좋게 잘 세팅된 아날로그 사운드의 중간쯤에 위치하는 소리입니다.
코일과 자석이 만들어내는 약간은 잡음이 있지만 묘한 뉘앙스를 가지는 정통 아날로그 사운드에 비하면 악기의 질감 표현이 사실적이어서 취미나 개성의 영역이 줄어든 소리입니다. 대신에 정전기 노이즈와 험으로부터 자유로운 깨끗하고 정숙한 소리입니다.
오래 아날로그를 한 경우는 사람에 따라서는 잡음이 너무 적고 깨끗해서 생소하다는 느낌을 받을 수도 있습니다. 나 같은 경우는 이런 점이 단점이라기보다는 장점으로 다가왔습니다. 전용 포노앰프까지 사야하는 문제가 있지만 승압트랜스나 헤드앰프가 필요없다는 장점도 있습니다. 그래서 고민 끝에 아주 드물게도 리뷰한 제품을 직접 구매하게 되었습니다.
오랜동안 아날로그를 해온 사람이라도 정전기와 유도험이 사라진 광카트리지 소리는 한번 경험해볼 필요성이 충분히 있다고 생각합니다.
최첨단의 디지털 시스템을 운영하는 사람이 아날로그를 하고 싶다면 이 광카트리지야 말로 최적의 솔루션이 될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세상은 바뀌고 있고 아날로그도 계속 발전하고 있는 것 같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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