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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생을 함께 할 앰프를 만든다. Air Tight 본사 탐방기 및 인터뷰

by onekey 2024. 3. 4.

일생을 함께 할 앰프를 만든다.
Air Tight 본사 탐방기 및 인터뷰

이종학2023-05-05 14:55
추천 5 댓글 0


1부 서론


진공관 앰프의 레전드가 지다!

에어 타이트의 창업자 아츠시 미우라(Atsushi Miura)

 

작년 5월 25일, 전 세계 오디오 업계가 슬픔에 잠길 만한 사건이 발생했다. 진공관 앰프 쪽에서 큰 존경을 받아온 별이 졌기 때문이다. 그 주인공이 바로 이번에 탐방한 에어 타이트의 창업자이면서, 메인 디자이너인 아츠시 미우라(Atsushi Miura) 씨다. 비슷한 시기에 영국에서 다양한 제품을 설계하고, 자신의 브랜드 E.A.R.을 키워나갔던 팀 파라비치니 씨도 타계하는 바람에, 동서양의 튜브 앰프 거물들이 잇달아 우리 곁을 떠나는 사건이 발생했다.

 

물론 인간이란 존재는 영원히 살 수가 없고, 언젠가는 하직하는 것이 운명이지만, 아무튼 내 개인적으로는 좀 착잡한 마음이 든다. 두 분 모두 나와 친분이 깊고, 다양한 오디오 쇼에서 만나고 또 식사도 한 사이였기 때문이다. 미우라 씨만 해도, 한국에 여러 번 방문한 바가 있고, 약 10여 년 전에는 코엑스 행사에서 직접 자신의 제품을 소개하면서 가져온 LP를 시연한 적이 있었다. 그분은 영어가 꽤 능숙했기 때문에, 내가 진행을 도우면서 이 분의 오디오에 대한 열정과 태도를 이해할 수 있었다. 덕분에 더욱 가까운 사이가 되었음은 물론이다.

 

에어 타이트의 현 CEO 유타카 잭 미우라(Yutaka Jack Miura)

 

사실 이전에도 여러 번, 오사카 인근에 있는 에어 타이트의 본사를 방문하려 했다. 미우라 씨도 적극적으로 내 탐방을 권유했지만, 이상하게도 인연이 닿지 않았다. 그러다 올해에 들어와 일본 여행이 보다 활발하게 되면서, 자연스럽게 기회를 잡게 된 것이다. 비록 미우라 씨는 만나 뵙지 못했지만, 이제 그의 아들 유타카 잭 미우라(Yutaka Jack Miura) 씨를 만나서 이제는 다음 스텝으로 옮겨가는 모습을 보게 되어, 그 나름대로 의미가 크다고 생각한다.

 

그렇다. 미우라 씨는 갔지만, 그의 레거시는 계속 존속하고 있으며, 에어 타이트 자체는 새롭게 전열을 가다듬어 보다 하이엔드 지향의 제품들을 런칭 중인 상황이므로, 그냥 과거의 영광에만 도취된 메이커가 아님을 새삼 확인할 수 있었다. 제2기 에어 타이트의 현황을 지금부터 생생하게 전달하도록 하겠다.

 


오사카에 사는 사람들

지난 3년간 코비드 사태 때문에, 우리의 동선이 위축될 수밖에 없었다. 대신 여행이나 맛집 관련 유튜브 채널이 급성장하는 계기가 되기도 했다. 일부 유명 여행 유튜버는 구독자 수가 100만이 넘고, 수입도 꽤 좋은 걸로 알고 있다. 정말 세상이 많이 바뀐 것이다. 그 와중에 오사카에 기반한 작은 부동산 회사가 우연찮게 이 지역의 맛집을 소개한 것이 기화가 되어, 드디어 우리나라에도 오사카 붐이 단단히 분 것 같다.

 

실제로 직접 와서 보니, 오사카의 중심부라 할 수 있는 난바 지역은 그야말로 인산인해, 그 대부분이 한국인이라는 것을 실감할 수 있었다. 특히, 런닝을 입고 달리는 남자의 네온사인이 빛나는 글리코 앞에서는 수많은 관광객들이 연신 휴대폰으로 사진 찍기에 바빴다.

 

인근의 다코야키나 오코노미야키를 파는 가게들은 그간의 적자를 보상받기라도 하듯, 길게 늘어선 줄에 벌린 입을 다물지 못했다. 나도 유명하다는 곳을 찾아서 무려 30분을 기다린 끝에 다코야키를 먹을 수 있었다. 음, 뭔가 달라도 다르군. 깊은 향과 고소한 뒷맛 그리고 듬뿍 올려진 가쓰오부시와 마요네즈. 이 글을 쓰는 순간에도 또 먹고 싶어진다.

 


야마자키와 에어 타이트

취재 전날에 우리 쪽 관계자들과 저녁을 먹었다. 2차로 어느 바에 갔는데, 거기에 평소 마시고 싶었던 산토리 위스키의 야마자키를 정말 합리적인 가격에 만났다. 대부분의 바에서는 한 잔에 1,700엔이었는데, 여기서는 고작 800엔. 물론 타치노미라고 해서, 서서 마시는 술집에 가면 500엔에도 만날 수 있다고 한다. 하지만 이렇게 편하게 의자에 앉아 재즈를 즐기면서 야마자키를 마신다고 할 때, 800엔은 그냥 감지덕지. 덕분에 무려 다섯 잔이나 마시고 말았다.

 

한데 요즘 한국에서 산토리 위스키가 품귀 현상을 빚고 있다고 한다. 그것은 전 세계적으로도 마찬가지라고 한다. 왜 요즘 산토리 위스키가 부각되고 있는가? 사실 위스키 좀 마신다고 하면, 대부분 스카치나 싱글 몰트를 선호한다. 당연하다. 그런데 산토리에서 만든 위스키는 그 자체로 풍미와 매력이 있다. 너무 강하게 사람을 휘어잡지 않고 그야말로 은근하게 마음을 끄는 쪽이다. 이것이 최근에 널리 알려져 이제는 일본 국내용이라는 이미지를 벗고, 전 세계 애주가들의 사랑을 듬뿍 받고 있는 것이다. 실제로 오랜만에 야마자키를 마셔보니, 그 자체로 충분히 가치가 있는 술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다음날 에어 타이트를 방문해서 우연찮게 야마자키 이야기를 했더니, 유타카 미우라 씨, 아니 지금부터는 잭이라고 부르겠다, 그만큼 친숙한 사이가 되었으니까. 아무튼 잭에 따르면 본사 건물에서 그리 멀지 않은 곳에 야마자키의 공장이 있다고 했다. 이런 우연이 있나? 다음에 기회가 되면, 차라리 이 지역에 와서 하루는 야마자키 공장 투어라도 할 생각이다. 그런데 곰곰이 생각해 보니, 야마자키와 에어 타이트도 일종의 공통점이 있다. 일본산으로, 하이엔드 유저들을 지향하면서, 이제는 국내용이 아닌 전 세계에 수출하는 브랜드로 큰 인기를 끌고 있다는 점이다. 정말 그런가?

 


전 세계를 향해

이것은 절대 과장이 아니다. 공장에 가서 직접 생산 라인을 보고, 전 세계에서 주문이 쇄도하는 상황을 직접 확인했으니 말이다. 실제로 에어 타이트는 현재 46개국에 수출하고 있다. 일본에 판매되는 양은 그리 많지 않으며, 당연히 한번 주문하면 6개월 이상을 기다려야 한다. 이제는 사려고 해도 마음대로 살 수 없는 상황인 것이다.

 

그러나 앞으로도 생산 라인을 늘리거나, 생산량을 높일 계획은 일절 없다고 한다. 왜 그럴까? 에어 타이트니까. 극소수의 선택받은 사람들만이 소유의 기쁨을 느낄 수 있는 브랜드니까. 취재 중에 제대로 세팅된 음을 듣고, 음향 철학을 메모하면서, 나 역시 서서히 에어 타이트에 대한 소유욕이 불타오르는 것을 느낄 수 있었다. 한번 사두면 평생을 함께 할 제품이라는 점에서, 에어 타이트의 진가는 앞으로도 계속 올라갈 전망이다.

 


에어 타이트란 무엇인가?

본격적인 인터뷰 기사로 가기에 앞서, 왜 브랜드명으로 에어 타이트(Air Tight)라는 단어를 골랐는가 의아해할 것이다. 나 또한 그간 잘 몰랐다가 이번에 인터뷰를 통해 알게 되었다. 이 단어를 직접적으로 번역하면 밀봉이 된다. 음악을 듣다가 질식하란 이야기인가? 절대 아니다. 많은 분들이 진공관 앰프라고 하면, 대부분 릴랙스하고, 편안한 음을 떠올린다. 공기 자체가 늘어지는 경향이 있는 것이다.

 

에어 타이트 본사 전경

 

하지만 에어 타이트는 하이엔드를 표방하고 나왔다. 반응이 빠르고, 다이내믹하며, 정확한 음을 추구한다. 공기 자체를 타이트하게 조여주는 음을 추구하고 있는 것이다. 그러므로 하이엔드 경향의 스피커와 매칭할 때 특히 그 진가가 잘 발휘된다. 동사의 라인업을 보면 5극관을 이용해서 대출력을 내는 제품도 적지 않다. 통상의 진공관 앰프에서 받는 이미지는 에어 타이트에는 해당되지 않는 것이다. 그러니 하이엔드 유저들도 이번 기회에 에어 타이트라는 브랜드에 대해 관심을 가져봄직도 하다.

 


2부 에어 타이트 인터뷰


에어 타이트의 현 CEO 유타카 잭 미우라와 이종학 리뷰어

 

지금부터 본격적인 인터뷰에 들어가도록 하겠다. 편의상 유타카 미우라 씨의 영문 이니셜인 YM으로 표기하도록 하겠다.

 

- 반갑습니다. 우선 창업자이신 아츠시 미우라 씨의 이야기부터 해볼까요?

YM : 저희 부친 이야기를 하려면, 일단 럭스만의 스토리부터 시작해야 합니다. 이 회사는 1924년에 하야카와 씨와 그의 형제 요시카와 씨 두 명이 창업했습니다. 초기에는 스위치라던가 출력 트랜스 등 부품을 만들었죠. 그러다 전문적인 오디오 회사로 성장하게 됩니다.

 

- 그러고 보니 럭스만의 창업 연대가 거의 100년이 다 되어가네요.

YM : 맞습니다. 저희 부친께서는 대학에서 테니스부 활동을 했는데, 그때 만난 친구가 바로 아야카와 씨의 아들입니다. 이 분은 나중에 럭스만의 사장 자리에 오르게 되죠. 그때가 1952-56년 사이입니다. 따라서 부친께서 대학을 졸업한 후, 럭스만에 입사하는 것은 당연한 수순이었죠.

 

- 뭔가 드라마틱한 사연이 있는 듯 보입니다.

YM : 저희 부친이 회사에서 한 일은 자재부 쪽이었습니다. 부품의 구매와 관리를 맡았죠. 그러다가 점차 앰프 제조 쪽에 관심을 갖고 조금씩 관여하기 시작했습니다. 이때 운명적으로 저희 모친을 만나게 되는데, 이름은 마리입니다. 창업자 중 한 사람인 요시카와 씨의 장녀였습니다.

 

- 와우, 이야기가 또 그렇게 흘러가네요?

에어 타이트 사무실 한편에 마련된 미니 박물관

 

YM : 그때가 1961년입니다. 저희 부모님이 사랑에 빠져 결혼한 시기였죠. 저는 몇 년 후에 출생했고요. 아무튼 저희 부친에게 이제 럭스만은 단순한 회사가 아니었습니다. 부친이 창업자는 아니었지만, 일종의 가족과 같은 관계임에는 분명했죠. 드디어 1968년에는 도쿄 오피스의 팀장 자리에 오르고, 회사가 커짐에 따라 점차 글로벌한 마케팅에 관심을 갖게 됩니다. 이 시기에 럭스만을 대표하는 SQ38, SQ505, MQ60, CL35 등이 잇달아 출시되어 큰 인기를 얻게 됩니다. 이후 1977년부터 80년까지 뉴욕에서 럭스만 아메리카의 사장을 맡기도 했죠.

 

- 그래서 부친께서 영어를 잘하셨던 것이군요.

YM : 그렇죠. 이 시기에 미국에선 하이엔드 오디오가 본격적으로 두각을 나타내기 시작합니다. 마크 레빈슨을 필두로 여러 메이커가 인정을 받게 되었죠. 이 부분에 저희 부친은 큰 영감을 받았습니다. 오로지 최고의 음질을 추구하기 위해 모든 에너지를 집중하는 브랜드는 그 자체로 가치가 있지 않을까요?

 

- 맞습니다.

YM : 반면 1980년대로 오면서, 오디오 시장은 점차 트랜지스터 쪽으로 기울게 되고, 싸고 편리한 제품들이 인기를 얻기 시작합니다. 따라서 찬란한 진공관 앰프의 전통을 갖고 있었던 럭스만 역시 이런 흐름에 편승할 수밖에 없었죠. 그런 정책의 변화에 실망한 저희 부친이 결국 1985년에 사직하고, 이듬해에 에어 타이트를 창업하게 됩니다. 회사의 정식 명칭은 “A&M Limited”입니다. 여기서 왜 A와 M이 들어가는지 궁금하지 않습니까?

 

- 아츠사 미우라 씨의 약자인가요?

YM : 그렇게 볼 수도 있고, 저희 모친의 이름이 마리이니까, 아츠지 & 마리로 해석할 수도 있습니다. 하지만 이때 파트너십을 맺고 함께 창업한 분이 계십니다. 바로 마사미 이시구로(Masami Ishiguro) 씨입니다. 두 분의 이름에서 A&M이 나왔다고 볼 수 있죠.

 

- 모두 흥미로운 이야기입니다. 굳이 A&M이 뭐다, 라고 단정하는 것보단 더 낫습니다.

왼쪽부터 ATM-1, ATC-1

 

YM : 이때 처음 내놓은 제품이 EL34를 사용한 ATM-1이라는 모델입니다. 이듬해에 ATC-1 프리가 나오면서, 본격적으로 프리, 파워의 라인업을 갖추게 되죠.

 

- 당시만 해도 튜브 앰프는 그리 관심을 받지 못했습니다. 그런데 부친께서 시대에 역행하는 발상으로 제품을 만들었죠. 그 이유가 뭡니까?

YM : 이 부분에 대해서 저희 부친은 확고한 믿음을 하나 갖고 계십니다. 좋은 음질의 앰프를 만들려면, 진공관이 최고의 부품이라는 것이죠. 특히, 아날로그 음악을 즐기려고 한다면, 여기에는 다른 대안이 없다고 봅니다.

 

- 그 의견에는 전적으로 동감합니다.

YM : 사실 창업 때 저희 부친과 이시구로 씨는 아무런 계획이 없었다고 합니다. 막연히 좋은 진공관 앰프를 만들자, 이런 정도의 마음만 갖고 있었죠. 이시구로 씨만 해도, 원래는 법을 전공한 분입니다. 하지만 앰프를 만들고 싶어서 럭스만에 입사했더니, 재무 쪽 일만 시키더랍니다.(웃음) 그러다 저희 부친과 의기투합하게 되어, 직접 창업에 이른 것이죠.

 

- 에어 타이트는 창업 초기부터 외국에서 주목을 받았습니다. 아주 드문 케이스인데, 무슨 사연이 있나요?

YM : 우선 저희 부친께서 뉴욕에 지내면서, 글로벌 마켓에 대한 지식과 인맥을 갖춘 게 컸습니다. 처음에는 어쩔 수 없이 일본 시장만 공략했지만, 언젠가는 꼭 월드 와이드한 브랜드로 키우겠다는 야심을 갖고 있었습니다. 다행히 1989년에 켄 케슬러라는 영국 평론가가 ⟨하이파이 뉴스⟩에서 저희 앰프에 대해 좋은 평을 실었습니다. 그게 기폭제가 된 것이죠.

 

- 저도 켄 케슬러 씨와는 안면이 있습니다. 영미권에서는 절대적인 입지를 갖고 있는 분입니다.

에어 타이트 사무실 직원들

 

YM : 당시 오디오 업계는 솔리드스테이트 일색이었고, 더구나 일본이라는 나라의 브랜드 이미지는 첨단 전자 산업의 메카와 같은 쪽이었습니다. 그런 나라에서 시대에 역행하는 발상의 제품이 나왔으니, 그 점이 오히려 관심을 끌었습니다. 심지어 CD가 한참 인기를 끌 무렵, 저희 제품은 포노단을 고집스럽게 장착했습니다. 이 부분도 좋은 이미지를 심어줬다고 생각합니다.

 

- 무엇보다도 음질 중심으로 제품 개발에 몰두한 것이 주효했다고 생각합니다.

YM : 맞습니다. 그 결과 1990년대부터 본격적인 수출을 시작합니다. 미국을 필두로 프랑스, 독일, 홍콩, 중국 등에 차례로 진출했죠. 현재 총 46개국에 수출하고 있습니다. 많은 일본 회사들은 기본적으로 일본 시장의 비중이 높은 반면, 저희는 그렇지 않습니다.

 

- 생산 공정이 궁금합니다. 어떤 분들이 근무하고 있는지요?

YM : 그전에 저희만의 제품 철학을 잠깐 설명할 필요가 있습니다. 사실 저희 본사 2층에서 본격적인 제조가 이뤄지고 있는데, 모두 여성으로 구성되어 있습니다. 오랜 기간 다양한 분들을 고용하면서 깨달은 점은, 첫째는 결혼한 여성이어야 하고, 둘째는 아이가 있는 분은 더 좋다, 라는 겁니다.

 

- 그 부분이 흥미롭군요.

YM : 사실 저희의 제작 과정은 단순한 일의 반복입니다. 이런 일은 남성보다 여성이 더 적합하다고 생각합니다. 또 일정하게 나이를 먹고, 아이에 대한 책임감을 갖춰야 일에 대한 성취도나 열정이 더 높습니다. 그에 따라 저희는 상대적으로 높은 급료를 지불합니다. 사실 저희는 전 세계 수입상에 당부하는 말이 하나 있습니다. 절대로 할인 판매하지 말라. 그렇게 싸게 팔면 우리 브랜드의 가치도 훼손되지만, 우리가 고용한 여성분들의 급료를 깎는 행위와도 같다.

 

- 좋은 말입니다. 사실 할인할 필요가 없다고 봅니다. 제품을 공급받는 것 자체가 쉽지 않으니까요.

에어 타이트의 제작 공정

YM : 저희의 제작 공정은 매우 디테일하고 또 숙련된 기술을 요합니다. 그래서 신입일 경우, 무려 4년간 트레이닝을 시킵니다. 그래야 모델 하나 정도를 조립할 수 있는 실력이 생깁니다. 나중에는 모든 제품을 만들 수 있는 경지가 되어야 저희 내부에서 인정을 받게 됩니다. 하나 흥미로운 이야기를 해드릴까요? 실은 창업 때부터 저희 회사에서 일한 분이 계십니다. 바로 기타노 상이죠. 무려 37년째 근속 중입니다. 현재 1992년에 본인이 만든 제품을 수리하고 있습니다.

 

- 대단합니다.

YM : 저희가 생산한 모든 제품은 평생 수리해서 쓸 수 있도록 만듭니다. 어느 정도 쓰다가 잊혀지는 제품이 전혀 아닙니다. 그래서 아무리 인기가 좋은 제품이라도 부품 수급이 어려워지면, AS용 부품만 남기고 단종시켜버립니다. 그게 도리라고 생각합니다.

 

- 점점 에어 타이트의 제품에 신뢰가 갑니다.

YM : 참고로 기타노 상의 따님도 현재 우리 회사에서 일하고 있습니다. 2대에 걸친 고용이 이뤄진 것이죠. 얼마 전에는 손자분도 아르바이트를 좀 한 적이 있습니다. 무려 3대가 한 회사에서 일하는 진풍경이 연출된 것입니다.

 

- 장인 정신이라던가, 혼을 바친다거나, 아무튼 여러 가지 감동적인 스토리가 많습니다. 이제 부친께서 떠난 자리를 어느 분이 담당하고 있는지 궁급합니다.

YM : 우리가 새 제품을 구상하고, 프로토타입을 만들 때엔 저를 포함한 R&D 팀 모두가 관여합니다. 수석 디자이너로는 하마다 상이 있습니다. 전기 회로 쪽에 특화된 분으로 상당한 실력을 갖고 있습니다.

 

- 전 세계에 진공관 앰프를 만드는 회사가 많습니다. 그럼에도 에어 타이트만의 강점이나 특징이 있으리라 생각하는데, 뭐라고 보십니까?

 

YM : 저희는 경쟁 업체들의 제품도 살펴보고 또 들어도 봅니다. 그들의 강점을 인정하고 있고요. 그러나 기본적으로 저희처럼 순수하게 진공관 방식으로 만들어진 회사는 거의 없다고 봅니다. 대부분 솔리드스테이트 방식에 쓰이는 기술을 접목하고 있죠. 꼭 하이브리드라고 이야기할 순 없지만, 순수한 진공관 앰프라고 말하기엔 좀 뭐 합니다. 저희는 프린트 기판을 쓰지 않고, 솔리드스테이트도 전혀 투입하지 않습니다. 세미 콘덕터도 사용하지 않습니다. 당연히 CPU가 들어가지도 않죠. 심지어 리모컨도 없습니다.

 

- 리모컨이 있으면 무척 편리한데, 왜 개발하지 않습니까?

YM : 우선 AS 측면에서 문제가 있습니다. 예를 들어 현 제품에 리모컨을 넣었다고 치죠. 20년 후에 AS가 왔을 때, 과연 그 리모컨이 우리 창고에 얼마나 있을까요? 또 저희 제품을 쓰는 분들은 기본적으로 아날로그 애호가들입니다. 그러므로 어차피 오디오 랙에 가서 레코드를 올려놓는 식의 고전적인 스타일을 고수하고 있습니다. 바로 근처에 프리앰프가 있으니, 굳이 리모컨이 없어도 자연스럽게 조정할 수 있지 않을까요?

 

- 하긴 그렇게 생각하니 굳이 리모컨이 필요 없다는 느낌도 듭니다.

YM : 저희는 제품을 생산할 때 항상 평생 사용하는 것을 고수합니다. 지금도 1986년에 만들어진 제품을 수리하고 있습니다. 하지만 그 시기에 생산된 CD 플레이어를 지금 고칠 수 있을까요?

 

- 불가능하다고 봐야죠.

YM : 현재 스트리밍 오디오가 유행이기는 하지만, 20년, 30년 후에 어떻게 될까요? 그때 가서도 여전히 동일한 포맷이 쓰이고 또 제품 수리가 가능할까요? 저희는 이런 면까지 고려하기 때문에, 제품 개발에 신중한 겁니다.

 

- 진공관 앰프라고 하면, 험이나 노이즈 문제로 골치를 앓은 분들이 많습니다. 그래서 선뜻 추천하기가 애매할 때도 있는데, 에어 타이트는 어떤가요?

 

YM : 기본적으로 전기를 사용하는 제품이라, 이 부분에서 자유로울 수 없습니다. 우선 회로 자체가 일종의 안테나 역할을 해서 EMC를 불러옵니다. 또 그라운드 루프도 문제가 되죠. 사실 이것은 주변의 전기 상황과 밀접한 관계를 맺고 있습니다. 우리가 할 수 있는 범위를 벗어난 토픽이기는 합니다. 트랜스 노이즈도 가끔 문제가 됩니다.

최근에 독일에서 온 리포트에 따르면, 태양광 패널을 통해 얻은 전기를 사용할 때 가끔 과입력이 되어 트랜스가 우는 현상이 나온다고 합니다. 이 부분은 주목해서 연구하고 있습니다. 기본적으로 저희 제품은 노이즈와 험에서 비교적 자유롭게 제조했습니다. 앞단에 있는 CDP나 턴테이블에서 그런 부분이 유입될 수 있는데, 그럴 경우 실딩 처리가 잘 된 케이블을 쓰면 어느 정도 효과를 볼 수 있다고 봅니다.

 

- 튜브는 어느 회사의 제품을 애용합니까?

YM : 현재 이 부분이 가장 큰 이슈입니다. 원래는 일렉트로 하모닉스의 제품을 쭉 사용했습니다. 하지만 최근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이 발발해서 수급이 쉽지 않습니다. 저는 인도적인 차원에서 현재는 러시아에서 직접 공급받는 것을 배제하고 있습니다. 현재는 푸스반, 뮬라드, J.J. 등의 제품을 테스트하고 있습니다.

우리 기준에 맞는 모델이 있으면 그때 투입할 생각입니다. 그래서 아예 관을 장착하지 않고 보내는 경우도 있습니다. 즉, 이베이 같은 데에서 일렉트로 하모닉스 제품을 구해서 사용하라고 권하는 것이죠. 저희는 표준적으로 만들기 때문에 고객이 인스톨할 때 별다른 어려움이 없답니다.

 

- 새로운 튜브는 어떨까요?

YM : 요즘 KT150이라는 관이 큰 인기죠. 우리도 주목하고 있습니다. 하지만 이 관을 생산하는 회사는 한 군데뿐입니다. 20년 혹은 30년 후에 만일 그 회사가 사라지면 우리는 어떡합니까? 하나의 회사에 의존하는 모델은 되도록 피하려고 합니다.

 

- 에어 타이트의 제품을 보면 특히 프런트 패널의 색깔이 묘합니다. 보고 있으면 상당히 매력적이죠. 원래부터 그 색상을 선호했는지요? 도장은 어디에서 합니까?

YM : 저희는 이 색을 에어 타이트 블루라고 부릅니다. 초기와 현재 제품을 보면 미묘한 변화는 있습니다. 도쿄 부근에 있는 회사와 오랜 기간 거래를 하고 있습니다. 참고로 저희의 섀시는 다른 회사와 크게 차별이 됩니다.

 

- 어떤 면에서 그렇죠?

 

YM : 겉에서 보면 일체 스크루나 나사가 보이지 않습니다. 거기에는 이유가 있습니다. 기본적으로 메인 섀시와 서브 섀시로 나눠서 이중 구조로 되어 있기 때문이죠. 외측의 섀시는 히가시 오사카에 있는 회사에서 창업 때부터 공급받고 있습니다. 일종의 모노코크 형태로, 1.6mm 두께로 제작됩니다. 철저하게 공진과 바이브레이션에 대응한 설계입니다. 두꺼운 칠로 더욱 보강을 했고요. 따라서 저희 제품 위에 다른 컴포넌트나 액세서리를 절대로 올려놓지 말기를 바랍니다.

 

- 굳이 진동 억제를 위한 조치가 필요 없다는 뜻이군요.

YM : 내부를 보면 알겠지만, 회로가 담긴 서브 섀시가 따로 존재합니다. 이것을 외측 섀시에 연결할 때, 공중에 떠있는 형태로 만듭니다. 특수한 페놀을 이용해서 몇 개의 지점 위에 올려놓는 방식이죠.

 

- 단순히 디자인적인 측면만 보면 안 되겠군요. 그럼 이제 카트리지에 대해 여쭙겠습니다. 이것은 자사 생산품인가요?

YM : 현재 마이소닉에서 납품받고 있습니다. 하지만 여기에는 사연이 좀 있습니다. 1970년대 당시에 저희 부친은 고에츠에서 카트리지를 납품받으면 어떨까, 라고 생각하고 있었습니다. 그때 엔지니어가 바로 요시오 마츠다이라(Yoshio Matsudaira) 씨였습니다.

하지만 저희 부친이 럭스맨을 나와 에어 타이트를 창업하고 바쁜 와중에 마츠다이라 씨도 자신만의 회사를 만들기 위해 고군분투하고 있었습니다. 결국 2004년에 마이 소닉을 창업하긴 했지만, 재정적으로 무척 힘들었습니다. 저희 부친이 그분의 실력을 알고 있기에 도움을 줄 요량으로 평소 생각했던 카트리지를 만들 수 있냐 의뢰했습니다.

 

- 그럼 에어 타이트와 마이 소닉의 제품들은 기본적으로 설계 자체가 다르다는 말씀이군요.

YM : 그렇습니다. 기본 설계 이념이나 투입되는 부품이나 성격은 전혀 다릅니다. 직접 비교해서 들어보시면 잘 알 수 있으리라 생각합니다.

 

- 현재 수많은 나라에 수출하고 있는데, 물량을 늘일 생각은 없나요?

 

YM : 저희는 매년 300-350개 정도 만들 수 있습니다. 약간 더 늘릴 수는 있겠지만, 예를 들어 두 배 혹은 세 배로 늘릴 생각은 전혀 없습니다.

 

- 거기엔 무슨 이유가 있나요?

YM : 만들고 싶어도 만들 수가 없기 때문입니다. 저희는 기본적으로 최고의 부품을 투입합니다. 어떤 부품은 1년에 딱 한 번만 생산되기도 합니다. 그 시기를 놓치면 다음 해를 기약해야 합니다. 기본적으로 오디오 산업의 규모가 작기 때문에, 부품을 만드는 회사에서 많은 양을 생산하지 않죠. 또 숙련공을 구하는 문제도 있고, 전체적인 퀄리티 컨트롤도 이슈가 됩니다.

 

- 더 많은 분들이 쉽게 에어 타이트를 접할 수 없다는 환경 자체가 좀 아쉽기만 합니다.

YM : 예전에 중국에서 저의 제품에 금 도금을 해달라고 한 적이 있습니다. 돈은 얼마든지 주겠다고 했죠. 저희는 거절했습니다. 우리 디자인은 심플하면서 제품 퀄리티에 맞게 최적화되어 있기 때문이죠. 여기에 오버 럭셔리한 외장을 꾸민다는 것은 말도 되지 않죠. 2003년에 저희 부친이 중국의 오디오 쇼에 갔을 때, 어떤 분이 제안을 하나 하더라고 합니다. 에어 타이트 마크만 붙여주면 내가 CDP를 1만개 이상 팔 수 있다. 물론 당연히 거절했죠.

 

- 에어 타이트에 대해 알면 알수록 감탄하게 됩니다. 또 부럽기도 합니다. 그럼 다음엔 공장 투어를 해보겠습니다. 아무튼 인터뷰에 응해주셔서 감사합니다.

YM : 감사합니다.

 


3부 팩토리 투어


그럼 지금부터 본격적으로 본사 2층에 소재한 공장을 돌아보도록 하겠다.

 

정말 반가운 인물을 만났다. 바로 기타노 상이다. 원래 오늘은 출근 예정이 없었는데, 수리 건으로 방문했다고 한다. 창업 당시부터 지금까지 에어 타이트의 생산 라인을 책임진 든든한 장인이다.

 

 

기타노 상이 1992년에 제작한 프리앰프를 수리하는 모습. 무려 30년 이상의 시간이 흘렀지만, 기기 자체의 컨디션도 좋았고, 다시금 만든 사람의 손길로 재탄생하는 모습은 무척 감동적이었다. 현재 중고 시장에서 에어 타이트의 제품은 보이자마자 동이 난다고 한다. 물론 사용자분들도 소중하게 다룰 것이다.

 

 

ATM-1S를 만드는 모습이다. 이 분 역시 회사에 오래 근속한 분으로, 정말 꼼꼼하게 조립에 임하고 있었다. 매우 섬세한 작업이라 여성이 더 어울리지 않나, 라는 생각도 들었다. 참고로 북구의 스피커 회사를 방문해 보면, 단단해 보이는 여성들이 현장에서 많이 보였다. 오디오의 특성상 여성 인력의 장점이 잘 맞지 않는가 생각해 본다.

 

 

ATC-5 프리앰프를 조립하는 여성이 바로 기타노 상의 따님이다. 이렇게 2대에 걸쳐 장인의 전통을 이어간다는 모습은 상당히 보기 좋았다. 더욱 에어 타이트의 제품에 신뢰를 갖게 했다.

 

 

ATM-2211 파워를 조립하는 모습. 꽤 덩치가 크고 무거운 물건인데, 역시 뭐 하나 소홀함이 없이 조립이 이뤄지고 있었다. 넓고 쾌적한 작업 현장에서 최대한 집중력을 높여서 작업하는 모습에서 역시 세계적인 하이엔드 메이커의 모습을 발견할 수 있었다.

 

 

에어 타이트 제품은 이중 섀시의 구조로 되어있다. 마침 조립 중인 제품이 있어서 그 내부를 살펴볼 수 있었다. 섀시가 단순히 내부 회로를 보호하는 역할을 떠나, 각종 진동과 공진까지 방지하는 데에 기여하고 있다는 점에서, 얼마나 제품 하나하나에 많은 연구와 측정이 이뤄졌는지 알 수 있었다. 많은 진공관 회사를 방문했지만, 이런 식으로 섀시의 역할까지 고민하는 곳은 에어 타이트가 처음이었다.

 

 

에이징 코너. 모든 제품은 완성된 후 5일에서 7일간 에이징 과정을 거친다. 그냥 전기를 꽂아두는 것이 아니라, 입력단에 음악 신호를 넣어 실제 사용할 때 도움이 되게 만들었다. 이렇게 에이징을 시키면 소비자 입장에서도 큰 도움이 될 것이다.

 

 

테스팅 코너. 모든 완성된 제품은 수석 엔지니어 하마다 상의 검침을 일일이 거친다. 아주 사소한 오차도 허용되지 않고, 설계 당시의 컨셉을 그대로 유지해야만 통과가 된다. 모든 제품의 테크니컬 데이터가 여기서 작성되어 나중에 수리할 때 시리얼 넘버를 보고 찾아서 참고한다고 한다. 항상 롱 텀을 두고 제품 개발과 생산에 임하고 있음을 확인할 수 있었다.

 

 

각종 부품을 모아놓은 보물 창고. 참고로 보통 모델 하나당 120종 이상의 부품이 사용된다고 한다. 모델마다 투입되는 부품이 다르고, 특정 부품은 구하기도 쉽지 않다. 여기에는 약 2년 치 생산 분량을 확보하고 있는데, 실제로 잭 미우라 씨의 업무 중 절반 이상이 이런 부품 확보 작업에 있다고 한다.

 

 

각종 단자류를 모아놓은 곳. 케이블 종류도 다양한데, 참고로 잭 미우라 상에 따르면 은선은 별로 선호하지 않는다고 한다. 음을 들어보면 디테일하기는 하나 어딘지 모르게 진솔하지 못하다는 것이다. 주로 벨덴을 사용하는데, 쉽게 구할 수 있고, 생동감도 좋아서 사용한다고 한다. 유저 입장에서 마음에 들지 않으면 직접 다른 선으로 교체해서 사용해도 무방하다니 참조 바란다.

 

 

초기 제품인 ATC-3 프리. 매우 심플한 구조다. 신호 경로를 최대한 단축시키는 것이 에어 타이트의 제품 철학 중 하나라, 이렇게 깔끔하게 정리한 모습이다. 그러나 음은 결코 심플하지 않다.

 

 

우연히 숙련공이 내부 배선재를 정리하는 모습을 봤다. 수도 없이 많은 작업을 반복했을 터인데도, 하나하나 자에 대고 정확하게 길이를 맞춰 만들고 있다. 잠깐의 방심이나 개인기를 발휘하면 안 되는 분야라서, 저런 숙련공도 매뉴얼을 정확히 따르고 있는 것이다.

 

 

에어 타이트 최초의 프리앰프 ATC-1의 모습. 중간에 배치되어 있는 토글 스위치가 무척 명품이라고 한다. 보통은 위로 15도, 아래로 15도 꺾이는데, 여기에 투입된 부품은 위로 90도, 아래로 45도나 꺾인다. 정말 만지는 맛이 좋아서 애용했다고 한다. 안타깝게 이 부품을 더 이상 구할 수 없어서 AS용으로 일부 남기고 모델 자체를 단종시켰다. 향후 수리를 위해 이런 사소한 문제가 발생해도 단호하게 제품 생산을 중지하는 것이다.

 

 

마지막으로 이번 탐방에 참여한 분들과 잭 미우라 씨가 함께 모여 본사 앞에서 사진을 찍었다. 꼭 다시 방문하고 싶은 공간이었다.

 

 


후기

 

 

이번 탐방기에 꼭 들어가야 할 부분이 바로 시청실이다. 물론 많은 제조사의 시청실을 방문한 입장에서, 에어 타이트라고 뭐 다를 게 있냐 싶을 것이다. 그렇지 않다. 우선 잭 미우라 씨로 말하면, 젊었을 때 록에 심취한 바 있고, 직접 기타도 쳤다고 한다. 그런 음악 애호가의 열정이 앞으로 신제품에 충실하게 반영되지 않을까 생각한다. 뉴 에어 타이트 시대를 이끌어갈 인물이 어떤 음악을 좋아하고, 어떤 요소를 중요하게 여기는지 알면 나중에 제품 구매 시 큰 도움이 된다. 참고로 이번 시청에 투입된 제품 라인업을 리스트 해보겠다.

 

  • 프리앰프 : ATC-7
  • 파워 앰프 : ATM-2211
  • 포노 앰프 : ATE-3011
  • 승압 트랜스 : ATH-3S
  • 턴테이블 : 트랜스로터 Alto
  • 톤암 : 트랜스로터 TRA-2 (2개)
  • 카트리지 : 에어 타이트 PC-1 Coda, 마이소닉 시그너쳐 플래티넘
  • 스피커 : B&W 802 D3

앰프 제조사답게, 프리, 파워, 포노, 승압 트랜스 등은 자사제를 사용했고, 턴테이블과 스피커는 일반 오디오파일이 좋아하는 모델을 설치했다. 이 부분이 감상할 때 매우 유용했다. 특히, 802 D3는 개인적으로도 좋아하는 제품인데, 불과 30여 W의 출력을 갖고도 충분히 구동하는 데에서 상당히 감동했다. 우리의 일반적인 룸 환경을 생각하면, 이 정도 매칭으로 상당히 만족스러운 결과를 얻지 않을까 생각한다.

 

 

참고로 이번 시청의 핵심은 최근 개발된 ATC-7 프리. 이 시대에 과연 프리앰프가 필요한가, 특히 아날로그 방식의 프리를 아직도 만든다는 것이 말이 되느냐? 이런 회의적인 입장이 많다. 하지만 직접 들어보면 수긍할 수밖에 없다. 특히, 뉴 에어 타이트 시대를 알리는 제품답게 보다 명료하고, 밝고, 다이내믹한 사운드를 선보였다. 들으면 들을수록 끌리는 모델이었다

.

 

아티스트   Sonny Rollins
   I'm An Old Cowhand
앨범   Way Out West

 

시청 시에는 여러 LP를 골라서 들었는데, 우선 소니 롤린스의 ⟨I'm an Old Cowhand⟩를 보자. 심벌즈 소리가 두툼하면서 사실적으로 쏟아진 데에 우선 놀랐다.

근육질의 롤린스가 풍부한 테너 색스로 마음을 사로잡았는데, 그 밀도 높은 중역의 매력은 아무리 들어도 물리는 법이 없었다. 한편 더블 베이스는 깊고, 단단했다.

 

 

아티스트   Anette Askvik
   Liberty
앨범   Liberty

 

아네테 아스크빅(Anette Askvik)이 부른 ⟨Liberty⟩도 특별했다.

풍부한 공간감도 인상적이었고, 매우 투명한 느낌은 이게 과연 진공관 앰프가 맞는가 놀랄 정도였다. 특히, 보컬이 툭 튀어나올 정도로 존재감이 강해서, 음 하나하나에 집중하고 들을 수 있었다.

 

 

아티스트   Prince and The Revolution
   Purple Rain
앨범   Purple Rain

 

한편 프린스의 ⟨Purple Rain⟩을 들었다. ATC-7에는 베이스를 좀 부스트 시키는 스위치가 마련되어 있었다. 이것을 틀고 끄고 하면서 그 차이를 비교해 봤다. 틀었을 때의 단계도 여럿이었는데, 확실히 효과가 있었다.

프린스가 처음 긁는 일렉트릭 기타의 음이 확 달라져서 마치 실제 연주로 듣는 느낌을 줬다. 뭔가 녹음이 잘못되거나 혹은 프레싱이 잘못된 LP를 듣는다면, 이 스위치는 큰 도움이 될 것이다. 사실 진공관 앰프라고 하면 주로 클래식을 생각하지만, 재즈뿐 아니라 록에서도 박력 만점이었다. 그렇다고 진공관 특유의 아름다움이나 포근함이 희석된 것도 절대 아니었다.

 

 


결론

한번 사두면 평생 사용해도 좋을 정도로 내구성이 좋고 음악성 또한 풍부하다는 것이 에어 타이트에 대한 내 솔직한 느낌이다. 생산되는 제품의 수 자체가 많지 않아, 만일 소장의 행운을 누린다면 절대로 함부로 내칠 기기도 아니다. 명품이란 바로 이런 것이 아니겠는가? 언젠가는 손에 꼭 넣으리라 새삼 다짐했다. 여담이지만, 에어 타이트 탐방 덕분에 LP 컬렉션을 다시 시작했다. 어쩔 수 없지 않은가?

이 종학(Johnny Le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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