휴일에 사운드 트리 공개 강의에 다녀 왔습니다. 항상 느끼는 거지만 음향이나 오디오 쪽 강의가 많지 않습니다. 간혹 강의가 있어도 내용이 너무 대중적이거나 개인의 경험에 근거한 다소 주관적인 내용의 강의가 대부분입니다.
사운드 트리 강의는 실제 소리와 그래프를 곁들여서 과학적인 근거에 바탕을 두는 강의 입니다. 그런 면에서 가뭄속에 단비 같은 강의라고 할수 있습니다.
보통 THD는 말 그대로 Total Harmic Distortion의 약자입니다. 그래서 맨 마지막 글자인 디스토션이 주는 어감 때문에 높으면 무조건 안좋은 것이라는 선입관이 큰게 사실입니다. 그러나 하모닉 디스토션은 악기가 배음을 내는 이치와 같습니다. 그래서 지구상에 존재하는 모든 앰프와 스피커 심지어 수동적으로 전기만 통과시키는 케이블까지도 배음을 만들어 냅니다.
쉽게 말해서 신호가 지나가는 기기는 어떤 형태로든 배음을 만들어낸다고 보면 됩니다. 물론 배음의 패턴이나 양은 각기 다르지만 말입니다. 앰프나 스피커 턴테이블 같은 단품들도 제품마다 배음 패턴이 다릅니다. 그래서 원하는 소리를 찾고자 기기 바꿈질을 하고 매칭을 하는 것인지도 모릅니다. 단품 기기외에도 이것들을 받치는 랙이나 기기 위에 얹는 진동 관련 액세서리가 효과가 있는 것도 바로 배음의 패턴을 달라지게 하기 때문 입니다.
위의 사진은 앰프에 1kHz 신호만 넣고 출력으로 나오는 것을 보여주는 그래프 입니다. 적색원으로 표시되는 2, 3, 4kHz 정수배의 신호가 보입니다.
이런 배음에 관련된 잘못 알려진 편견에 대한 지적이 있었다. 보통 짝수차 배음이 풍성하고 따뜻한 느낌이 들어서 좋다고 하고 홀수차 배음은 날카롭고 야윈 느낌으로 안좋은 것으로 보는 것이 바로 그것입니다.
이런 잘못된 생각이 TR 과 진공관의 차이로 연결하기도 합니다. TR 앰프는 홀수차 배음이 많아서 차갑고 불편한 소리를 내고 진공관은 짝수차 배음이 많아서 따뜻하고 풍성한 소리를 낸다는 것이다.
사실 진공관이 짝수차 배음을 많이 내지만 홀수차 배음도 그에 못지 않게 낸다. TR 특히 바이폴라 트랜지스터 앰프가 차가운 소리를 내는 이유는 홀수차 배음을 내서라기 보다는 진공관에 비해서 배음 자체가 적고 배음외에 다른 노이즈가 적기 때문이다.
같은 이유로 진공관이 풍성하고 따뜻한 이유는 짝수차 배음 때문이 아니라 베음 자체가 트랜지스터에 비해서 절대적으로 많기 때문이다.
열강 하고 있는 사운드 트리 대표입니다.
진공관과 트랜지스터의 배음 차이를 얘기했는데, 정확히 말하면 진공관과 트랜지스터 소자 자체의 특성이 아니라 진공관 앰프와 트랜지스터 앰프의 특성으로 봐야 합니다.
실제로 진공관 앰프는 피드백이 적어서 배음이 많이 나오고, 트랜지스터 앰프는 피드백을 많이 걸어서 배음이 적게 나옵니다.
강의로 돌아가서 오리진 대표는 뮤지션이자 사운드 엔지니어 입니다. 음반 작업도 오래 해왔는데 그러면서 사용한 다양한 기기의 특성을 훤히 꿰고 있더군요. 소리를 이렇게 만들고 싶을 때는 이 장비를 사용하고 저렇게 만들고 싶을 때는 저 장비를 사용해야 좋다는 것을 잘 알고 있는 것이죠.
마치 오디오 오래한 사람이 소리를 듣고 원하는 방향이 있으면 소리를 그 방향으로 만들어줄 앰프와 케이블 리스트가 주욱 떠오르는 것과 같습니다.
그런데 그런 다양한 기기에 대한 개인적인 경험의 축적에 따른 감각의 수준에서 멈추지 않고 객관적으로 기기의 특성을 확인해보는 것에 까지 나아갑니다.
기기에 1kHz 신호를 넣어서 나오는 신호를 분석하기에 이릅니다. 기기별로 달라지는 배음의 패턴을 살펴서 기기의 특성을 좀더 객관적으로 살펴보는 것이죠.
요즘 음반 작업에 사용하는 기기는 실제 제품이 아니라 존재 했던 제품의 특성과 성능을 컴퓨터 상에서 구현한 프로그램으로 판매하고 있습니다. 이렇게 하면 저렴한 가격에 과거 명기의 성능을 경험할수 있고 온라인을 통해서 버전 업그레이드도 가능해 집니다.
이것이 한 때 이름을 날리던 Fairchild 670 이라는 기기 입니다. 진공관을 채용한 장비로 배음이 잘 나오더군요. 재미 있는건 이 제품은 짝수차 배음보다 홀수차 배음이 더 많더군요. 그래서 회로도를 살펴 봤습니다. 역시 3극관이 주로 사용되었더군요.
진공관 앰프가 짝수차 배음이 많다는 얘기는 반은 맞지만, 반은 틀린 얘기 입니다. 우리가 잘아는 EL34 나 KT88 6l6 6V6 같은 4나 5극관 앰프는 주로 짝수차 배음을 많이 내는게 맞습니다. 그런데 진공관의 끝이라고 하는 고전 3극관 예를 들면 2A3, 300B, AD1, RE604 같은 진공관 앰프들은 짝수차 배음보다 홀수차 배음이 상대적으로 많이 나옵니다.
진공관 앰프 = 짝수차 배음 이런 상식은 어디까지나 다극관에 한정되었을 때라는 얘기 입니다.
솔직히 말하면 짝수차 배음이 풍성하고 따뜻한 느낌이 들기는 하지만 달리 표현하면 둔하고 흐릿하며 멍청하다고도 할수 있습니다.
홀수차 배음이 날카롭고 야위다고 느낄수 있지만, 이 또한 달리 표현하면 귀를 긴장시키고 여름에 입은 모시 옷 처럼 기분 좋은 카실함이 느껴진다고 할수 있습니다.
결국은 개인의 취향도 짝수차와 홀수차 배음의 비율에 따라 달라질수 있다고 봅니다. 재미 있는 점은 진공관 앰프를 좋아하는 오디오 좀 오래하고 음악 좀 들었다는 사람 상당수는 고전 3극관의 세계로 간다는 점입니다. 저도 개인적으로 고전 3극관 싱글 소리를 제일 좋아합니다.
짝수차 배음에만 매달릴 문제가 아니라는 것을 조금은 느끼셨는지 모르겠습니다.
다시 강의로 돌아가서 보면 오리진 대표는 호기심이 많은 사람입니다. 페어 차일드 670이라는 기기(컴퓨터 프로그램)의 배음 특성을 확인하는 것에서 더 나아가 직접 페어차일드 670이라는 현물 기기를 구입해서 컴퓨터로 구현한 것과 차이가 있는지 확인할 계획이라고 하더군요. 조만간 실제 기기와 컴퓨터 프로그램 간의 차이도 그래프로 확인하게 될것 같습니다.
여기서 드는 상상의 하나는 하이파이 오디오 기기들도 음향특성을 컴퓨터 상으로 옮겨서 구현 해볼수 있지 않나 하는 것입니다.
그러면 골드문트 프리 파워 앰프 앱은 100불, FM Acoustics 프리 파워120불, B&W 800 스피커는 90불 이런 식으로 만들어 팔리는 세상이 오지 말라는 법도 없는 것 같습니다. 앰프와 스피커 조합해서 낼수 있는 소리를 컴퓨터에서 가상으로 체험 할수도 있겠죠. 물론 모니터 스피커가 좋아야 겠지요.
아! 질 좋은 헤드폰이 있으면 비싼 모니터 스피커가 없어도 되겠네요. 헤드폰이면 공간의 영향도 배제할수 있어서 컨셉에 더 맞을 것 같네요.
오디오 기기도 그렇지만 음반 작업에 사용되는 기기들도 원래 입력된 신호의 정수배에 해당하는 배음을 발생시킨다는 것을 알았습니다. 물론 배음 패턴은 기기마다 모델마다 다르죠.
이렇게 기기가 배음내는 특성 즉 THD 의 특성을 적극적으로 이용하는 분야가 프로 오디오에도 있다는 것을 알게 되었습니다.
디지탈이 대중화 되기 시작한 것은 CD 의 탄생입니다. 잘 아시다시피 16bit 에 샘플링 주파수는 44.1kHz 입니다. 소리 크기는 16비트로 표현할수 있고, 주파수 대역 즉 고음 한계는 44.1k. 의 절반인 20kHz 입니다.
CD 가 복제가 기능해지고 MP3 가 대중화 되면서 요즘은 고해상도 음원이 오디오 매니아는 물론 일반 음악 애호가들까지 고해상도 음원으로 음악을 듣는 세상이 되었습니다. 이런 시장 추세에 맞춰서 고해상도 음원을 팔거나 스트리밍으로 지원하는 업체들도 많습니다.
CD가 시장을 장악하던 시절에도 녹음을 하고 음반 작업하는 프로 세계에서는 오래전부터 16bit 44.1kHz 보다는 고해상도 스펙을 사용했습니다. 20bit 88kHz 가 잠깐 사용되다가 24bit 48kHz 가 표준으로 자리를 잡았습니다. 요즘은 24bit 96kHz가 대세가 되는 형국입니다. 최근엔 192kHz 까지도 사용하는 곳도 있습니다.
음원을 서비스하는 회사 입장에서는 최근에 녹음된 고해상도 음원만 팔수는 없습니다. 레파토리를 다양하게 갖춰야만 하죠. 그러면 예전에 발매된 음원들은 고해상도 음원이 아닐수 밖에 없죠.
마케팅 전략으로 고해상도 음원을 서비스하는 업체에서는 고해상도 음원을 MP3 보다 비싸게 판매합니다. 여기서 문제가 발생하게 됩니다. 음원의 원래 해상도는 16bit에 44.1kHz 인데 업샘플링을 통해서 고해상도 음원인 것처럼 만들어서 판매하는 일이 생기게 됩니다.
이런 일이 벌어지고 있는 것에 대해서 문제가 있다고 고발하는 글들이 올라오게 됩니다. 대부분 주파수 분석 그래프를 통해서 저해상도 음원을 업샘플링을 통해서 고해상도 처럼 만들어서 판다는 내용의 글입니다.
이런 주파수 분석을 통해서 문제를 제기하는 것입니다. 이론상 96kHz 라면 절반인 48kHz 까지 자연스럽게 주파수 분포가 이루어져야 한다는 것과 주파수 분포를 원래 고음질 음원과 저음질 음원을 업샘플링한 것을 비교 분석하는 방법을 이용하는 것입니다.
저해상도 음원을 업샘플링을 통해서 고해상도 음원인 것처럼 해서 파는 행위는 몇번의 고발 글이 이슈화 되면서 사기라는게 일반적인 통념으로 자리잡았습니다.
그런데 저해상도 음원을 업샘플링이 아닌 기기 자체가 발생시키는 배음 즉 THD 특성을 이용해서 음원의 품질을 올리는 작업을 하는 것 같습니다.
업샘플링을 통한 음원 스펙 올리는 것은 명백히 사기지만, 기기의 특성을 이용해서 스펙을 개선하는 것은 사전에 밝힌다면 문제 되지 않을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실제로 예전에 발매된 음원을 고해상도를 지원하는 기기로 들으면 답답했습니다. THD를 이용해서 고음 끝에 배음들이 분포하게 한 음원이 더 자연스럽고 좋았습니다.
마지막에 클리핑과 리미터의 차이가 무엇이고 어떻게 통합적으로 정리되는지, 그리고 어떻게 처리해야 청감상 손해가 거의 없는지 보여주는 과정은 재미있었습니다.
이런 저런 생각이 많이 드는 재미있는 강의 였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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