몇주 전에 지인이 포노앰프 한채널이 소리가 안난다고 하더군요. 소리가 작아지더니 어느 순간에 소리가 아예 안난답니다.
이 포노가 6년 쯤 전에 제가 공제 했던 포노앰프로 커브 보정이 되는 앰프 입니다. 10대정도 공제했는데 이놈은 유독 말썽을 부렸던 놈입니다. 멀쩡히 소리가 잘나는 걸 확인하고 전달했는데 찌~하는 잡음이 난다고 컴프레인이 들어온 유일한 놈입니다. 물론 소리는 좋아서 만족하는데 잡음이 문제라는 것이었죠. 문제가 있나 싶어 가져다가 체크 했는데 전혀 문제가 없더군요. 그래서 보냈더니 줄긴 했지만 여전히 잡음이 난다고 하도군요.
결국 분양을 하기로 해서 아는 지인을 소개해줬습니다. 지인이 받아와서 사용했는데 잡음이 별로 없었습니다. 결국 접지선도 없는 오래된 아파트의 전기가 잡음의 원인 이었죠.
지인이 받아서 한동안 잘 쓰다가 최종단 커플링도 V Cap 으로 바꿔서 소리도 좋아졌다고 하고 그랬는데 한 채널이 안나온다니 해결을 해줘야 할것 같더군요. 물론 6년이 다 된 제품이니 저에게 어떤 책임도 없지만 말입니다.
사실 당시 공구가도 재료비와 부품 구입을 위한 교통비 정도만 반영했고 인건비는 일체 반영이 안된 그야말로 말도 안되는 공구였죠. 일단 포노앰프를 가져와 보라고 했습니다.
가져오고 2주가 지나니 슬슬 부담감이 오기 시작하더군요. 없는 시간을 내서 손을 보긴 해야 할텐데 주말마다 일이 생겨서 짬이 나지 않더군요. 그렇게 마음 한구석에 부담으로 자리잡고 있었습니다.
금요일 토요일에 늦게까지 일을 하고 일요일 늦잠을 자고 10시 넘어 일어나서 아점을 먹고는 드디어 포노앰프를 꺼내기로 마음 먹었습니다.
일단 본체를 열어서 점검을 시작했습니다. 지인이 간단한 자작도 하는 수준인데 사전에 진공관을 양쪽 채널을 바꿔봐도 역시 같은 채널에서 소리가 안난다고 했습니다. 물론 모든 진공관에 불은 들어오구요. 혹시나 해서 핀셋으로 선이 떨어진 곳은 없는지 일일히 체크 했답니다.
일단 소리가 안난다면 출력단 쪽의 쇼트나 단선이 의심이 되더군요. 출력단을 체크해보니 정상적으로 쇼트나 단선이 없더군요. 이제 입력쪽으로 가서 쇼트가 있는지 체크해 봅니다. 입력쪽 단선은 소리가 안날 가능성보다는 험이나 잡음이 날 가능성이 크다고 보기 때문입니다. 역시 아무 문제 없습니다.
여기까지는 위 뚜껑만 따고 작업 했는데 앞판을 열어야 할 상황입니다. 셀렉터 노브를 풀고 앞판을 분리 합니다.
다시 체크를 꼼꼼히 해봅니다. 저항이나 콘덴서가 문제 된놈은 없는지 일일이 확인을 합니다. 아무 문제 없습니다. 이젠 이층으로된 회로부분의 2층을 걷어내야 하는 상황입니다.
이제 모든 회로 부품이 손쉽게 체크가 가능한 수준까지 분해가 되었습니다. 기억을 더듬어 작업하려니 갑갑해서 예전에 보관해둔 회로도를 찾아서 꺼냈습니다.
기억이 조금씩 나기 시작하더군요. 그런데 슬슬 목도 뻐근하고 허리도 불편해지기 시작 합니다. 그래도 전진해야죠. B+ 전압을 공급하는 선을 체크하니 쇼트로 나와야 하는데 저항수치가 오르락 내리락 합니다. 요놈 이제 찾았다. 양쪽 채널로 B+ 전압이 갈라져 나오는 부분의 접촉불량이 의심되더군요. 수축튜브를 벗기고 보니 이상이 없습니다. 다시 테스터로 재니 정상으로 나옵니다. 잡은 줄 알았는데 아니었습니다.
이제 전기를 넣고 테스터로 전압을 차례로 확인할 차례 입니다. 히터는 정상적으로 잘 들어 옵니다. B+전압도 확인하니 280V로 전원부에서 정상으로 들어 옵니다.
잠시 회로를 보면서 설명하면 다음과 같습니다.
포노앰프는 좌측 상단의 WE 396(A)으로 신호가 들어와서 증폭을 그 다음에 다양한 커브를 선택하기 위한 커브 보정 회로를 통과한 다음에다시 WE 396(B) 를 통해 증폭을 합니다. 그 다음에 12AU7(C) 한쪽을 통해서 충분한 게인을 확보하기 위해서 증폭을 한다음 12AU7 나머지 반쪽을 캐소드 팔로워 회로로 출력을 내보냅니다. 캐소드 팔로워를 최종단에 사용한 이유는 출력 임피던스를 충분히 낮추기 위해서 입니다.
B+ 전압은 상단 우측으로 전원부에서 280V 가 들어와서 C 즉 최종 출력 진공관인 12 AU7 플레이트에 공급됩니다. 그다음 볼트 있는 부분의 33k 저항을 거쳐서 180V 로 떨어진 B+전압이 B 즉 두번째 단 WE396 플레이트에 공급됩니다. 여기서 다시 좌측 상단의 3.3k 저항을 거쳐서 10V 정도 떨어진 B+ 전압이 A 즉 맨 앞단의 WE396 플레이트에 공급되는 구조입니다.
전압을 체크하니 정상인 채널은 33k 저항에서 100V 가 떨어져서 B 진공관에 180V가 들어가는데 소리가 안나는 채널은 같은 33k저항에서 180V 가 떨어져서 B진공관에 90 정도 밖에 공급되지 않는 것이었습니다. 역시 그 다음에 연결된 A 진공관에는 80V정도 밖에 공급이 안되고 있었습니다. 드디어 원인을 찾았습니다.
일단 33k 저항이 문제 인가 싶어 납땜을 녹여 다리를 떼네고 저항을 체크 했습니다. 이상이 없습니다. 그럼 이 저항에 맞닿아 연결된 47U 콘덴서가 이상인가 싶어 역시 다리를 떼고 용량을 체크 했다. 역시 이상이 없습니다.
B 진공관에 연결된 그리드 저항도 다리르 떼서 체크를 했습니다. 역시 이상이 없습니다. B 진공관 앞에 걸려 있는 커플링 콘덴서도 역시 체크해 보니 이상이 없습니다. 혹시나 해서 문제가 된 B 진공관을 좌우를 바꿔서 채크 해봤습니다. 역시 상황은 똑같습니다. 진공관 문제는 아닙니다. 문제는 있는데 원인이 안나옵니다. 슬슬 짜증이 나면서 귀신이 곡할 노릇이라는 상황으로 치닫습니다.
인두를 놓고 잠깐 밖으로 나와 심호흡을 하면서 원인을 다시한번 생각해 봅니다. 아는 앰프 제작자에게 전화를 해봅니다. 상황을 설명하고 해결책을 물어봤습니다. 그랬더니 캐소드에 걸리는 전압도 체크해보라는 것입니다. 체크 해보니 역시 정상보다 전압이 절반이하로 낮습니다. 플레이트에 낮은 전압이 걸리니 캐서드에도 낮은 전압이 나오는 것입니다.
귀신이 곡할 것 같다고 하소연하니 앰프 제작자가 소캣을 교환해보라고 합니다. 특히 베이클라아트 소켓은 전기가 새버리거나 내부 절연 문제로 저항이 낮아져서 전류가 많이 흐르면서 B+ 전압이 낮아지는 경우가 있다고 했습니다.
소켓 교체를 하기로 하고 소켓의 진공관이 꼽히는 쪽을 살펴보니 핀과 핀사이에 깨진 곳이 보입니다. 이게 원인이길 바라면서 소켓을 풀기 시작했습니다. 소켓 교체는 말은 쉬운데 연결된 모든 배선을 조심스럽게 떼네고 다시 붙여야 하눈 작업이라 만만치가 않습니다.
심호흡을 하면서 천천히 확인하면서 소켓을 교체했습니다. 오배선이 있는지 확인을 두세번 했습니다. 과연 해결이 될까? 하는 마음이 드는데 시계를 보니 10시가 다 되 갑니다. 저녁도 피자 한쪽과 와인 두잔으로 떼웠는데 해결이 안되면 참 난감합니다. 오늘 안에 끝내야 하는데 말입니다.
9핀 소켓 교체를 마치고 전원을 올렸습니다. 예상대로 전원부에서 280V가 넘어 옵니다. 문제의 B 진공관 바로 앞에서 전압을 재봅니다. 180V 정도가 나와야 합니다.
긴장된 마음으로 테스터기를 재봅니다. 역시 90V 밖에 안나옵니다. 도대체 뭐가 문제일까요? 해볼건 다해봤습니다. 어딘가 문제가 있어서 일텐데 도무지 찾을수가 없습니다.
순간 33k 저항을 10k 정도로 바꿀까 하는 유혹도 느꼈습니다. 어찌 되었든 저항수치를 낮추면 전압은 90V 에서 180V 정도로 올러갈거고 그러면 소리가 날 가능성이 있으니 말입니다. 그러면 양쪽이 짝짜기가 되니 그럴수는 없습니다.
아! 정말 원인을 찾을 수 없다는 말인가? 결국 수리점에 가져가야만 하는 것인가 하는 생각이 들기 시작 했습니다. 그러면서 한켠에서는 쓸데없는 오기가 생기기도 했습니다. 분명히 원인이 있을텐데 바보같이 찾지 못하고 있는 것이기 때문이죠.
다시 앰프 제작자에게 연락해봤습니다. 캐소드 전압도 확인 했고 소켓도 바꾸었는데 아무런 변화가 없다고 하니 진공관을 바꿔보라고 하도군요. 이미 바꾸어 봤다고 하니 혹시 소켓 바꾸고도 진공관을 바꾸어 봤냐더군요. 그건 안해 봤다고 하니 해보라도군요.
B 진공관을 바꾸었습니다. 역시 바꿔도 마찬가지 입니다. 시간은 어느덧 11시 반을 넘어가고 있습니다. 낙담해서 넋을 놓고 진공관 앰프를 쳐다보고 있으니 만감아 교차 합니다. 아! 결국 안되는 건가?
마지막으로 포기하기 전에 진공관이나 다 바꿔 보자는 생각에 아무 연관도 없어 보이는 맨 앞단의 A 진공관을 바꿔 봤습니다. 그리곤 이제 습관이 될 정도로 자주해본 전압을 체크해 봅니다. 아! 그런데 말입니다. 전압이 정상으로 180V 가 나옵니다. 그래서 원래부터 정상으로 작동하던 쪽 채널의 전압을 재 봤습니다. 90V 밖에 안나오지 뭡니까!
해당 진공관이 아니라 별 연관이 없다고 생각했던 그 앞의 진공관이 불량이었던 겁니다. 보유하고 있던 진공관을 바로 찾아서 꼽아보니 양쪽 다 정상적으로 B 진공관 플레이트에 180V 가 걸립니다. 이제 조립하고 테스트 해볼 차례입니다. 물론 테스트에서 소리가 안나올 수도 있죠. 숨어 있는 또다른 문제가 있을 수 있으니까요.
테스트하려고 하니 마땅치가 않습니다. 이미 세팅되어 있는 까망까레 시스템을 풀어서 중간에 이 포노앰프를 연결하자니 일이 아주 큽니다. 그렇다고 5층에 놀고 있는 진공관 앰프와 스피커를 새로 세팅하기에도 시간이 나무 많이 걸립니다. 이미 밤도 12시가 되었고요.
그러다 순간 굴러다니는 이어폰이 생각 났습니다. 이어폰을 잘라서 역시 단자 한쪽만 있는채로 돌아다니는 선재가 생각나서 냉큼 가져다가 연결을 했습니다.
메인 턴테이블에서 승압트랜스를 거쳐 포노앰프로 들어가는 단자만 빼서 이 포노앰프에 연결하면 됩니다. 그리고 출력은 위의 그림에 나오는 걸 포노앰프 출력단자에 꼽고 귀에 대면 확인이 되는 것이죠. 물론 혹시나 하는 마음에 이어폰도 저항을 재서 정상인지 확인 했습니다. 이런 잔머리 꼼수를 순식간에 생각해내는 것은 제가 봐도 이상합니다.
기대와 흥분 속에 포노앰프 전원을 올립니다. 시간을 기다려 출력단자에 꼽고 이어폰을 귀에 대 봅니다. 디스카우의 겨울여행이 잘 나옵니다. 반대 쪽에 꼽아도 역시 디스카우의 겨울여행이 나옵니다. 평생 들은 슈베르트 겨울여행 중 가장 반갑습니다.
진공관 앰프 트러블이 있을 때 맨처음 진공관 교체 및 확인 두번째 입출력 단자의 접촉 불량이나 쇼트 체크 그 다음이 콘덴서나 저항 같은 회로 체크라고 하던 오디오 선배와 앰프 제작자의 말이 머리속에 각인이 되더군요.
튜브체커기도 있는데 처음부터 ABC 를 지켰다면 이 힘든 고생을 안했을 텐데 말입니다. 물론 튜브체커기로 잰 것이 100% 신뢰할 수 있는 건 아닙니다. 차로치면 소나타를 시속60키로 달려보고 이상 없는지 보는게 튜브체커기 입니다. 못해도 120키로는 밟아봐야 이상이 없는지 확실하게 알수 있는 것인데요.
절대 내가 확인하지 않은 것은 믿으면 안된다는 것도 절감 했습니다. 지인이 양쪽 진공관 전부 바꿔서 들어도 같은 쪽에서 소리가 안나왔었다는 말을 액면 그대로 믿은 제 실수로 이 생고생을 하게 된거니 누굴 탓할수도 없습니다.
이제 끝입니다.
추신: 직접 해보니 새로 만드는 것보다 수리하는게 훨씬 힘드네요. 수리비 비싸다고 뭐라할게 아닙니다.
'OneKey 메모장' 카테고리의 다른 글
다이렉트 컷 엘피를 듣다 (1) | 2024.03.07 |
---|---|
김광석 시사회 (1) | 2024.03.07 |
리뷰 - 플럭스 하이파이 바늘 크리너 (0) | 2024.03.07 |
재미있는 헤드쉘 (0) | 2024.03.07 |
돌고 돌아 도란스 (1) | 2024.03.07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