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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udio

아날로그 명가 듀얼의 회심작 - Dual CS 465 Turntable

by onekey 2024. 3. 3.

아날로그 명가 듀얼의 회심작
Dual CS 465 Turntable

코난2020-05-06 16:26
추천 62 댓글 0
 

 

 

 


 

 

엘피로 시작하는 아침

 

 

아침엔 커피를 한잔하는 것이 좋다. 하루를 여는 시간 치고는 꽤 늦은 시간이지만 밤에 주로 글을 쓰는 일을 하다 보니 늦은 아침의 피로를 쓸어낼 카페인과 니코틴이 간절하다. 여기에 음악을 빼놓을 수 없다. 이른바 세 개의 중독에 따른 금단 증상이 아침엔 매우 강력하게 찾아오는 셈이다. 참을 수 없는 욕구를 잠재우기 위해 일단 엘피를 고르고 재빨리 턴테이블에 올린 후 카트리지를 엘피 위에 얹는다. 혹시라도 커피를 마시고 있는 사이 카트리지가 공회전을 하고 있으면 안 되므로 A면이나 B 면의 마지막 곡은 금물이다.

 

아침에 듣는 음악과 마시는 커피는 밤새 정지라도 된 것 같던 두뇌에 기름을 친 듯 천천히 회전시킨다. 기기도 워밍업 시간이라는 것이 있듯 사람에게도 예열의 시간이 필요하다. 10분이 채 안 되는 시간이지만 이 시간은 무척 중요한 일과의 시작점이다. 엘피로 듣는 음악은 왠지 디지털 음악보다 귀와 몸에 더 잘 스며드는 느낌을 준다. 갑자기 엘피를 멈추고 다른 트랙을 듣는다던가 또는 뒷면을 듣기 위해 엘피를 뒤집지 않은 것은 단지 귀찮기 때문만은 아니다.

 

얼마 전 오랜만에 대학 선배로부터 연락이 왔다. 가까운 동네로 이사 왔는데 턴테이블을 사고 싶다는 전갈이다. 주구장창 음악을 들으면서 살아왔던 삶이 얼만데 그걸 잊을 수가 있을까. 역시 선배도 세 개 중독 증상 중 하나만큼은 여전했다. 하지만 내가 사용하는 완전 수동에 음질 중심의 턴테이블을 추천하니 손사래를 쳤다. 최대한 편리하고 블루투스 기능도 있으면 좋겠다는 것이다. 세월은 사람을 많이 바꿔놓았다.

 


 

 

전자동 턴테이블

 

 

생각해보면 나 같은 경우엔 수동 턴테이블에 오랫동안 적응되어서 이 짓이 얼마나 귀찮은지 모르고 있었는지도 모른다. 결국 선배는 아주 편리한 전자동 턴테이블을 구입했다. 게다가 블루투스까지 지원하니 금상첨화라고 했다. 그래, 나이를 불문하고 최신 트렌드는 이런 것이구나. 음악, 그것도 굳이 엘피로 음악을 듣기 위해 내가 혹시 시대와의 불화를 겪고 있는 건 아닐까 하는 생각이 들었다.

 

엘피를 듣기 위해 이리저리 고민하다가 턴테이블이라는 물건을 처음 구입했던 유년 시절의 기억이 잠시 머릿속을 스쳐 지나갔다. 잠이 덜 깬 아침에 카트리지를 정확하게 내가 듣고 싶은 곡의 시작점에 올려놓기 위해 찌뿌둥한 눈을 찡그리지 않아도 된다. 시작 버튼만 누르면 그만이니까. 때로 음악을 듣다가 갑자기 밖에 나갈 경우엔 그냥 정지 버튼만 누르면 되는 전자동 턴테이블. 나도 괜스레 서브로 턴테이블이 갖고 싶어졌다.

 


 

 

듀얼 CS 465

 

 

 

 

며칠이나 흘렀을까. 리뷰를 해달라는 의뢰를 받고 찾아간 하이파이클럽에서 전자동 턴테이블을 발견했다. 게다가 다름 아닌 듀얼 턴테이블이다. 독일에서 듀얼이 새롭게 턴테이블을 생산하고 있다는 소식은 예전에 이미 들은 바 있어 놀랍지 않았다. 심지어 약 3년 전에 듀얼이 새로 만들어낸 CS 505-4라는 모델을 들어보고 리뷰해본 적도 있다. 1981년에 처음 출시했던 CS 505의 무려 네 번째 개선 버전이다. 오랜만에 만난 선배처럼 반가웠고 성능도 꽤 만족스러웠던 기억이 있다.

 

듀얼에 대한 나의 추억을 더듬어 올라가면 사실 더 오래전 모델과 조우할 수 있다. 1219, 1229 같은 모델들이다. 토렌스, 가라드, 듯 등 쟁쟁한 턴테이블 메이커들이 경쟁하던 아날로그 황금기에 출시되었던 모델들이다. 마치 오래된 기계식 필름 카메라나 보기만 해도 추억에 잠길법한 리시버의 조작감. 바로 그런 것들의 또 다른 집합체가 바로 듀얼 턴테이블이었다. 지금은 거의 사라진 아이들러 구동 방식을 채택하고 있었으며 버튼을 조작하는 맛이 일품이었다. 이후 현대식 턴테이블로 바꾸면서 내보내긴 했지만 그 당시 턴테이블의 한 측면을 이해해 나가면서 즐거웠다.

 

 

 

https://youtu.be/t7wDig3y-XA

 

바로 그 듀얼이 만든 전자동, 벨트 드라이브 방식 턴테이블이 바로 CS 465라는 모델이다. 톤암 하단을 보면 시작과 정지 그리고 33 1/3 및 45RPM 선택 노브가 보인다. 더불어 78RPM 회전이 필요할 경우를 대비해 78RPM On/Off 선택 토글도 마련되어 있다. 현재 생산되고 있는 현역 모델이지만 과거의 듀얼 디자인 및 노브의 작동 방식 및 조작 느낌을 적당히 잘 살려놓고 있어 정감이 간다. 몇 가지 테스트를 위해 조작을 해보니 비교적 부드럽게 작동되며 특히 시작/정지 등의 기능을 작동시키면 쏜살같이 회전을 시작하거나 멈춰주어 편리했다.

 

 

 

 

턴테이블 베이스는 MDF 우드를 사용했고 블랙, 체리 우드 등에서 선택 가능하다. 베이스의 너비는 430mm, 깊이가 360mm, 높이는 130mm 정도로 꽤 슬림한 느낌을 준다. 전자동 턴테이블이라는 것 외에 사실 CS 465의 가장 큰 특징은 서브 섀시가 서스펜션 위에 살짝 떠있는, 이른바 ‘플로팅’ 설계라는 점이다. 외부 알루미늄 플래터를 걷어내면 바로 아래에 서브 플래터가 보이며 그 옆으로 모터 풀리가 장착되어 있다. 구입 후 직접 설치한다면 필히 서브 섀시를 고정시킨 플라스틱 부속을 제거해 서스펜션이 작동하도록 해야 한다.

 

 

 

 

톤암은 과거 듀얼 턴테이블의 그 디자인을 유사하게 계승하고 있다. 여기서 이 턴테이블의 매력을 또 하나 발견했다. 다름 아닌 다이내믹 밸런스 타입 톤암을 설계해놓은 것이다. 스태틱보다 여러 면에서 더 뛰어난 성능을 자랑하는 다이내믹 밸런스 톤암은 이 가격대에서 발견하기 힘든데 CS 465엔 실효 길이 211mm 다이내믹 밸런스 톤암이 당당히 장착되어 있다. 따라서 이 톤암의 침압을 맞추기 위해선 무게 추를 돌려 수평을 맞춘 뒤 우측에 마련된 다이얼을 돌려주면 그만이다. 참고로 안티 스케이팅은 특이하게도 맨 하단의 커다란 노브를 놀려 맞추도록 설계해 놓은 모습이다.

 


 

 

셋업 & 리스닝 테스트

 

 

 

 

듀얼 CS 465 턴테이블엔 기본으로 오토폰 2M 레드라는 MM 카트리지가 장착돼서 출고된다. 2M 블루와 함께 가격 대비 무척 뛰어난 성능을 보여주는 MM 카트리지다. 무척 시원시원하고 박력 있는 사운드로 처음 입문하는 사람들에겐 제격이다. 2M 레드의 출력을 증폭해 주기 위해 세팅한 포노 앰프는 패러 사운드 JC3 주니어 모델이다. 마크 레빈슨이나 오더블 일루전스 그리고 컨스텔레이션 등의 앰프 설계에 참여한 것으로 유명한 베테랑 엔지니어 존 컬이 설계한 포노 앰프다. 오토폰 2M 레드의 특성을 감안해 MM 세팅에서 40dB 게인을 선택해 시청했다. 이외에 인티앰프는 캐리 SLI-80 헤리티지 에디션 진공관 앰프와 B&W 802D3 스피커를 활용했다.

 

 

 

나윤선 - Lento 

Lento

 

리지드 방식이냐 플로팅 방식이냐에 대해선 어느 것이 정답이라고 말할 수 없다. 심지어 크로노스 하이엔드 턴테이블 같은 경우는 두 가지 방식을 혼용하기도 한다. 분명 플로팅 방식 턴테이블인 CS 465에선 플로팅 서스펜션 타입 턴테이블의 특징이 음질에서도 드러난다. 예를 들어 나윤선의 ‘Lento’ 같은 곡을 들어보면 스피커를 중심으로 음상이 둥실 떠오르며 포근한 배음을 형성한다. 강력하게 제어된 고리가 아니라 약간 풀어놓은 사운드로 잔향이 풍부하게 이어진다. 우리가 보편적으로 말하는 아날로그의 풍미가 가득하다.

 

 

 

Queen - Another One Bites The Dust

Greatest Hits

 

갑자기 록 음악이 듣고 싶어져 퀸의 앨범을 걸었다. 그리고 ‘Another one bites the dust’를 재생했는데 보컬 프레디 머큐리의 목소리가 생생하게 울려 퍼진다. 특히 드럼 비트가 푹신한 표면 질감을 가지면서도 물리적 표면 강도는 꽤 단단하다. 저역은 묵직하면서도 쿠션이 느껴져 억지로 억제한 단단함보다 이물감 없이 자연스럽다. 편안한 표면 텍스처와 강력한 추진력이 공존하는 소리다. 일렉트릭 베이스의 소리도 무척 탄력적이어서 손에 잡힐 듯한 그립감이 일품이다.

 

 

 

Oscar Peterson Trio - You Look Good To Me

We Get Requests

 

45RPM 엘피를 듣기 위해 세팅을 하고 스타트 버튼을 눌렀더니 톤암이 바로 엘피의 중앙으로 향했다. 알고 보니 자동 시작 버튼으로 작동시킬 때 45RPM은 7인치 싱글 버전을 재생할 때 사용하라고 만든 것이다. 따라서 45RPM으로 만들어진 12인치 엘피를 듣고 싶다면 톤암을 수동으로 작동시켜야 한다. 아날로그 프로덕션즈에서 발매한 45RPM 엘피 중 오스카 피터슨 트리오의 앨범 중 ‘You look good to me’를 들어보면 좌측 드럼이 묵직하게 울리며 우측 더블 베이스도 그 통 울림까지 여실히 표현해 준다. 내가 알고 있는 그 45RPM 버전의 매력을 잘 표현해 준다. 오리지널 아날로그 마스터를 사용해 커팅 해서인지 현장의 앰비언스가 풍부하게 전해왔다.

 

 

 

 

Jacqueline Du Pre - Cello Concerto in E Minor, Op.85

Elgar: Cello Concerto - Sea Pictures

 

듀얼 CS 465는 어떤 곡을 들어도 매우 내추럴한 사운드를 아주 쉽게 콸콸 쏟아낸다. 자클린 뒤프레 그리고 바비롤리의 LSO가 함께 협연한 버전으로 엘가 첼로 협주곡을 들어보면 음원에서 느끼기 힘든 악기들의 싱싱한 사운드가 펼쳐진다. 날 것의 생생하고 발가벗겨진 색감은 가공식품이 아닌 유기농 음식의 다소 거친 느낌도 있다. 그러나 그것이 오히려 본래 소리였다고 CS 465는 주장하고 있는 듯하다. 오랜만에 다시 엘피로 듣는 자클린의 첼로는 잊고 있었던 첼로의 음색과 역동적 다이내믹스를 금세 기억 속에 소환시켰다.

 


 

 

총평

 

 

20세기 처절했던 역사의 한복판을 달려오며 수많은 명기를 만들어왔던 듀얼. 그 역사적 메이커가 다시 돌아왔다. 최근 엘락, PE 등 아날로그 황금기를 수놓았던 턴테이블 메이커들이 다시 턴테이블을 제작해 내놓고 있는 와중에 듀얼의 존재감은 여전히 드높다. 당시 설비를 재건해 듀얼이라는 브랜드를 21세기에 소환시켜 내놓은 모습은 무척 매력적임을 부인할 수 없었다.

 

두텁고 무거운 플래터와 분리된 모터, 때론 자력으로 공중 부양시키는 드라이빙 메커니즘 등 최근 하이엔드 턴테이블과 같은 모습은 듀얼에게 없다. 대신 그 옛날 용돈을 모아 한 장 한장 엘피를 구입하며 수십 번을 듣던 당시 풍미는 오히려 더 진하게 다가온다. 그리고 무엇보다 편리한 전자동 방식이다. 듀얼 CS 465는 아날로그 사운드를 즐기고 싶지만 그 불편함에 망설였던 사람들의 위해 아날로그 명가 듀얼이 내놓은 회심작이다. 이 턴테이블과 함께라면 이젠 더 간편하게 아침을 시작할 수 있을 것 같다.

 

 

Written by 오디오 칼럼니스트 코난

 

 

SpecificationsSpeedlSpeed accuracyRumple unweighted signal-to-noise ratioRumple weighted signal-to-noise ratioFrequency ResponseDepth sensing capabilityHigh sensing capabilityResonance frequencyEff. tonearm lengthOverhangCrank angleDimensions (W x D x H)WeightColour

33/45/78 r/min.
(% DIN / WRMS): 0,07 / 0,04
48 dB
72 dB
20 Hz - 25 kHz
80 ym at 315 Hz
0,55 % at 10 kHz
10 Hz
211 mm
19,5 mm
26,1°
430 x 360 x 130 mm
6,3 kg
Black structure, Cherry wood, Highgloss Black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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