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C 카트리지의 철옹성
Clearaudio Talismann V2 Gold
40년 역사
“가장 훌륭한 시는 아직 쓰이지 않았다. 가장 아름다운 노래는 아직 불리지 않았다. 최고의 날들은 아직 살지 않은 날들. 가장 넓은 바다는 아직 항해되지 않았고 가장 먼 여행은 아직 끝나지 않았다. 불멸의 춤은 아직 추어지지 않았으며 가장 빛나는 별은 아직 발견되지 않은 별”. 터키 출신으로 퓰리쳐상을 받았던 시인 나짐 히크메트은 [진정한 여행]에서 이렇게 희망을 노래했다.
클리어오디오 타임라인
아마도 턴테이블과 카트리지 등 아날로그 분야에서 끝없는 도전과 실험을 통해 희망을 불태운 메이커를 꼽으라면 클리어오디오를 빼놓을 수 없을 것이다. 1978년 설립 당시엔 턴테이블이 아닌 스피커 제조사로 시작했다. 하지만 이들은 1988년 탄젠셜(Tangential) 톤암을 개발해 특허을 취득했다. 그리고 한참이 지난 1993년에 이르러서야 턴테이블을 만들기 시작했다는 건 의미심장하다. 이미 아날로그 엘피는 시디의 폭격으로 거의 전멸하던 시기에 아날로그 관련 제품에 회사의 운명을 맡기는 모험을 감행한 것.
이후 이들은 1998년 새로운 MC 카트리지를 개발해내면서 특허를 취득했다. 이후 혁신적인 개발과 모험 속에서 2008년 클리어 오디오 턴테이블의 핵심 소재로 자리 잡은 세라믹 마그네틱 베어링 개발에 성공하며 현재에 이르고 있다. 클리어 오디오가 새로운 기술을 적용한 신제품을 내놓을 때마다 업계와 오디오 파일을 주목했고 이런 기술은 여타 메이커에게 커다란 영향을 주었다.
독일엔 정밀공학으로 무장한 턴테이블 메이커가 많아 이루 헤아릴 수 없을 정도다. 클리어 오디오도 그중 하나로 어느덧 40년이라는 나이를 먹고 갈수록 사세를 확장하며 현재 독일뿐 아니라 전 세계를 대표하는 아날로그 전문 메이커로 성장했다. 클리어오디오를 이끈 것은 대체로 턴테이블이라고 입을 모은다.
그러나 그 속내를 알고 보면 카트리지의 존재가 보석처럼 빛난다. 1978년 피터가 클리어오디오를 처음 시작했을 당시 사실 스피커 외에 포노 카트리지도 만들었다는 건 잘 모른다. 이미 클리어오디오는 그 당시 포노 카트리지를 만들었을 뿐 아니라 보론(Boron)이라는 소재를 카트리지의 캔틸레버 소재로 사용했다. 이런 시도는 심지어 세계 최초의 일이었다. 일종의 리니어 트래킹 톤암인 탄젠셜 톤암에 대한 꾸준한 연구와 개발 그리고 보론 캔틸레버와 다이아몬든 스타일러스 등 클리어오디오는 한상 독창적이었다. 그리고 소수의 마니아가 아닌 폭넓은 대중에게 아날로그를 보급했다.
카트리지에 대한 색다른 도전
클리어오디오 대표 Peter Suchy
“Take the best and make it better, then it’s just about good enough.”라는 대표 피터의 말은 단순히 그 혼자만의 개인적 독백을 넘어선다. 이것은 현재가 항상 최고는 아니라는 자기 성찰에서부터 시작된다. 시중에 나와 있는 것들이 최선이 아니라는 비판적 사고는 피터와 그의 엔지니어링 팀을 무자비한 실험으로 이끌었다.
특허를 이끌어낸 MC 카트리지의 경우 세 가지 측면, 그러니까 자기와 기계적 그리고 전기적 특성에 있어 모두 대칭적인 설계를 완성하고 있다. 그리고 보론 캔틸레버와 HD 다이아몬드 스타일러스 등을 통해 현대 하이엔 앰프와 스피커가 도달해야 할 광대역의 정상을 밟았다. 100데시벨을 가뿐히 넘어서는 다이내믹 레인지 그리고 20Hz에서 최고 100kHz에 이르는 대역폭을 가지는 그들의 MC 카트리지가 그 정들이다. 항상 실험정신과 도전정신으로 신제품을 개발해왔던 그들은 역시 카트리지에서도 그 싹수를 일치감치 보여 온 바 있다.
Talismann V2 Gold
Talismann V2 Gold는 이름에서도 짐작할 수 있든 이미 전작이 존재한다. 이미 출시된지 10년이 넘었으며 그 당시 Talismann은 클리어오디오의 MC 카트리지는 커다란 주목을 받았다. 알루미늄 캔틸래버와 타원형 스타일러스를 채용했고 주파수 응답 범위는 그 당시만해도 최대 50kHz라는 초고역 재생 능력을 자랑했다. 무게는 11g정도로 가벼웠으나 트래킹 능력이 매우 뛰어났고 높은 임피던스와 컴플라이언스, 출력 등 하이엔드 MC 카트리지의 바로미터로서 부족함이 없었다.
물론 클리어오디오의 재생음 특징은 Talismann에도 그대로 드러났다. 청감상 가청 주파수에서 매우 평탄한 재생 특성을 보였으며 뚜렷하고 단단한 저역에 색깔이 느껴지지 않는 맑은 중역 그리고 매우 높은 대역까지 현미경처럼 읽어 들여 투명하게 보여주는 상쾌한 고역이 일품이었다. 공진이 제거된 소리는 때로 차갑다는 눈총을 받기도 했지만 객관적으로 우수한 성능이라는 사실에 섣불리 반기를 들기란 쉽지 않았다.
이번에 출시된 Talismann은 바로 그 당시 제품의 2세대 모델 V2 버전이자 Gold 버전이다. 기본적인 골격은 유사하지만 거의 모든 면에서 일신한 모습을 보이고 있다. 일단 Talismann V2 Gold는 이전에도 가벼웠지만 약 10.8g 정도로 중량을 좀 더 줄였으며 트래킹 능력을 향상시켰다. 채널 밸런스는 <0.05dB, 채널 분리도는 >30dB로 표기되어 있는데 무척 우수한 수준이라고 볼 수 있다. 카트리지 내부 임피던스는 50옴 정도로 최근 하이엔드 MC 카트리지들과 유사한 수준. 추천 침압은 2.8g에서 +/-2g 정도인데 일반적인 기준에 비하면 약간 높은 편이다.
Talismann V2 Gold가 가장 특별한 점이라면 아마도 사용한 코일을 첫 번째로 들 수 있다. MC 카트리지는 코일을 사용해 발전하기 때문에 이는 상당히 중요할 수밖에 없다. 그중 재료가 일단 중요한데 카트리지 제작에 있어 선배라고 할 수 있는 A.J. 반 덴 헐도 인터뷰에서 밝힌 바 있듯 MC 카트리지에서 최고 수준의 코일 재료는 금이라고 한다. 이 때문에 반덴헐 카트리지를 보면 XG가 상급이고 XC가 하위급이며 ‘G’는 Gold, ‘C’는 Copper, 즉 동을 의미한다. 모든 면에서 동이나 은보다 더 뛰어난 것이 금인데 Talismann V2 Gold는 이 바로 24K 금을 재료로 만든 코일을 사용하고 있다.
더불어 캔틸레버는 가볍고 단단해 최고의 캔틸레버 소재로 인정받는 보론을 사용했으며 스타일러스는 HD 다이아몬드를 사용하고 있다. 특히 클리어오디오는 자기적 대칭 구조를 중요시하면서 이를 활용해 특허까지 낸 바 있는데 Talismann V2 Gold에서도 이를 활용하고 있다. 무려 여덟 개의 작은 마그넷을 대칭으로 배열해 탑재했다고 한다. 코일 배치부터 마그넷까지 모두 시메트리컬 설계를 통해 음질적으로 더 나은 퍼포먼스를 제공한다는 것이 클리어오디오의 주장이다.
셋업 & 리스닝 테스트
Talismann V2 Gold 카트리지는 모두 수작업으로 일일이 다듬은 에보니, 즉 흑단 나무를 하우징으로 사용하고 있다. 개인적으로 카트리지의 하우징으로 가장 좋아하는 재료인데 실재로 일반 플라스틱 하우징을 사용한 카트리지도 흑단으로 바꾸어주면 거의 백발백중 음질적으로 좋은 소릴 내주었다. 더불어 Talismann V2 Gold 내부엔 금속 합금을 덧대어 공진을 감쇄시키고 있다.
테스트는 클리어오디오 Ovation 턴테이블 그리고 패러 사운드 JC3+ 포노 앰프를 사용했으며 이후 비투스 RI-101 인티앰프 및 B&W 802D3를 사용해 진행했다. 참고로 클리어오디오에선 로딩 임피던스를 400옴 정도로 추천하고 있는데 실제로 400옴 근처에서 가장 좋은 소릴 들을 수 있다. 다만 적용 시스템이나 개인 취향에 따라 조금씩 조정해보면서 좋게 들리는 지점을 찾을 필요는 있어 보인다.
나윤선 - Lento
Lento
중요한 건 역시 최종 음질. 그런데 나의 걱정(?)과 의심은 현실이 되고 말았다. 몇몇 곡을 들어보는데 나의 귀를 의심할 정도로 기존에 알고 있던 클리어오디오 사운드와는 꽤 다른 소리를 냈다. 결과적으로 필자는 이 소리에 상당히 긍정적인데 예를 들어 나윤선의 ‘Lento’를 들어보면 이른 새벽녘 숲속에서 들리는 새소리나 계곡에서 들어오는 물소리처럼 싱싱하다. 하지만 매우 정갈한 소리 뒤엔 확고한 중심 그리고 적당한 두께와 진한 배음이 공존하고 있다. 이는 코일, 마그넷 등 여러 소재와 구조의 결과물이라고 판단할 수밖에.
Donald Fagen - I.G.Y
The Nightfly
24K 금을 활용한 코일 덕분에 이 카트리지는 하위 모델인 에센스나 컨셉트 같은 MC 카트리지와 확실히 선을 긋고 있다. 도널드 페이건의 ‘I.G.Y’같은 팝 음악에서도 소리의 물리적 움직임이 묵직하고 탄력적인 리듬감까지도 잘 살려내주고 있었다. 여전히 빠르고 정밀하게 타격하는 리듬감 등 특유의 클리어오디오 사운드는 여전하지만 뮤지컬리티 측면에선 바로 이 모델부터 인정할만하다고 본다. 이 때문에 팝, 펑키 음악 등에서도 찰진 표면 텍스처와 빨려 들어갈 듯한 페이스와 타이밍 등은 넘실대는 그루브를 만끽할 수 있게 해준다.
GARY KARR - Adagio
Adagio d'Albinoni
개리 카의 알비노니 ‘Adagio’ 같은 곡에선 중, 저역 쪽 특성을 좀 더 깊게 이해시켜준다. 기존 금을 코일로 사용했지만 해상력이나 다이내믹스 폭은 희생되지 않는다. 마치 실텍 같은 음결도 종종 관찰되는데 저역을 누비는 하몬 루이스의 오르간은 편안하고 수월하게 저역으로 하강했다 올라온다. 더불어 캐리 카의 아마티 더블 베이스와 유사한 옥타브에서도 서로 섞이지 않고 뚜렷한 하모닉스 특성이 대비된다. 기본적으로 채널 밸런스나 악기 분리도가 뛰어나 뭉개지는 모습이 거의 보이지 않으며 동적이 특성에서도 단단하지만 딱딱하게 흐르지 않는 모습이다. 부드러운 고해상도의 아날로그 사운드다.
Adam - Julsang
Cantate Domino
오랫동안 오디오파일의 필청반으로 사랑받아온 프로프리우스 레이블의 [Cantate Domino] 앨범 중 ‘Julsang’을 올렸다. 뚜렷한 기음 뒤로 말랑말랑한 촉감이 밀려오면서 물리적으로 유연한 흐름을 보인다. 소프라노는 후방에 깊게 자리하는 편이며 심도 또한 깊은 편인데 클래식 재생에서 특히 좋은 선택이 될 만한 소리다. 이어지는 코러스는 갑작스러운 영화의 장면 전환처럼 커다란 스테이징을 형성하며 구름처럼 펼쳐져 감상자를 압도한다. 기본적으로 입체적인 표현에 능한 카트리지로서 홀로그래픽 음장도 제법 돋보인다.
총평
루쉰魯迅은 다니는 사람이 많아지면 그게 곧 길이 된다고 했다. Talismann V2 Gold에서 필자는 클리어오디오라는 브랜드가 계속해서 먼저 걷기를 두려워하지 않고 있다는 믿음을 보았다. 과거 골드핑거라는 전대미문의 카트리지를 처음 들었을 때 그 성능엔 감탄했지만 내 기준엔 얇고 가는 소릿결에 아날로그의 온화함 대신 조금은 차가운 느낌을 받았던 것이 사실이다.
한동안 잊고 있었던 클리어오디오를 다시 보게된 건 골드핑거 스테이트먼트 버전이었고 이런 느낌은 Talismann V2 Gold에서도 유효하다. 여러 의견을 수용하고 이를 토대로 수많은 연구와 측정, 리스닝 테스트를 통해 내놓은 것이 Talismann V2 Gold다. 이 정도 수준이라면 가격 대비 성능에서도 꽤 높은 위치를 점할 수 있을 것이다. 클리어오디오는 Talismann V2 Gold를 통해 가장 경쟁이 심한 이 가격대 MC 카트리지 분야에 철옹성을 쌓았다.
Written by 오디오 칼럼니스트 코난
Specifications
TOTAL MASS | 10.8g |
FREQUENCY RESPONSE | 20Hz - 100kHz |
OUTPUT VOLTAGE (AT 5CM/SEC) | 0.5mV |
CHANNEL SEPARATION | > 30dB |
CHANNEL BALANCE | < 0.5dB |
TRACKING ABILITY | 80μm |
RECOMMENDED TRACKING FORCE | 2.8g (± 0.2g) |
CARTRIDGE IMPEDANCE | 50Ω |
CANTILEVER / STYLUS SHAPE | Boron / HD Diamond |
COMPLIANCE | 15μ/mN |
COIL ASSEMBLY | Absolutely symmetrical design |
COIL MATERIAL | 24 carat gold |
CARTRIDGE BODY | Hand polished ebony wood with metal alloy internal resonance damping |
Clearaudio Talismann V2 Gold
수입사 | 로이코 |
수입사 홈페이지 | www.royco.co.kr |
구매문의 | 02-582-9847 |
'Audio' 카테고리의 다른 글
아날로그 전설의 부활 - Yamaha GT-5000 (0) | 2024.03.03 |
---|---|
독일 턴테이블 시스템이 빚어낸 마성의 디테일 - Clearaudio Ovation (0) | 2024.03.03 |
쉴드 없는 낯선 파워케이블이 선사한 신세계 - Sunshine SAC Reference 1.8 Powercable (0) | 2024.03.03 |
40년 롱런 턴테이블에는 이유가 있다 - Dual CS 505-4 Final Edition (0) | 2024.03.03 |
지속 가능한 아날로그를 위하여 - Elac Miracord 60 Turntable (0) | 2024.03.03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