독일 턴테이블 시스템이 빚어낸 마성의 디테일
Clearaudio Ovation
웰메이드 턴테이블과 톤암, 카트리지로 들은 LP의 음은 복되다. ‘벌써?’라는 말이 저절로 튀어나올 정도로 LP가 금방 끝난다. 배경은 칠흑처럼 어둠 껌껌하고 정숙하며, 소릿결은 참기름처럼 매끄럽고 끊임없이 이어진다. 디지털 클럭과 이에 따른 지터(jitter)가 태생적으로 없는 음이기에 머리까지 맑아진다.
턴테이블 시스템은 또한 메카닉과 일렉트릭의 세계다. 턴테이블의 플래터가 정확히 회전을 하고 톤암이 카트리지를 제대로 붙잡아주기 위해서는 모터, 메인 베어링, 벨트, 플래터, 섀시, 풋, 톤암 베어링, 톤암 튜브 같은 메카닉이 받쳐주지 않으면 안 된다. 한마디로 진동에 살고 진동에 죽는 세계다.
카트리지 역시 MM이 됐든, MC가 됐든 LP 그루브를 정확히 트래킹 하기 위해서는 스타일러스, 캔틸레버, 댐퍼, 바디의 메카닉이 제 역할을 해야 한다. 카트리지는 또한 운동에너지를 전기에너지로 바꿔주는 작은 발전기인 만큼 플레밍의 오른손 법칙(코일+마그넷)의 강력한 지배를 받을 수밖에 없다.
최근 이러한 메카닉과 일렉트릭 엔지니어링 솜씨와 완성도에 크게 감탄한 턴테이블을 만났다. 이번 시청기인 독일 클리어 오디오(Clearaudio)의 Ovation 턴테이블이었다. 시청 모델에는 자사 톤암 Clarify와 MC 카트리지 Talismann V2 Gold가 장착됐는데, 설계 디자인 면에서 모두 ‘악마의 디테일’을 과시했고 재생음은 역시 복되었다.
클리어오디오와 턴테이블
클리어 오디오는 1978년 설립된 관록의 독일 아날로그 오디오 메이커. 체코슬로바키아의 핵물리학자였던 피터 수시(Peter Suchy)가 1968년 ‘프라하의 봄' 때 독일로 망명, 지멘스에서 근무하다가 1978년 부업으로 자신의 회사를 설립했다. 사명 ‘Clearaudio’는 ‘깨끗한 소리를 세상에 들려주고 싶다'는 피터 수시의 포부를 반영했다. 현 CEO인 로버트 수시(Robert Suchy)는 피터 수시의 큰 아들이다.
클리어 오디오는 스타일러스가 삼각형 모양인 초고가 트리곤 팁스 카트리지로 그 명성을 굳혔는데, 지금도 꽃잎 모양의 상판이 인상적인 플래그십 카트리지 Goldfinger Statement(골드핑거 스테이트먼트)는 1600만 원이라는 초고가를 자랑한다. MC 카트리지의 경우 캔틸레버 재질로 보론을 쓰며, 자체 임피던스가 30~50옴 정도로 높은 점이 특징이다. 상위 모델은 바디 상판 플레이가 꽃잎 모양, 스타일러스가 프릿츠 가이거 S 타입을 취한다.
턴테이블의 경우 상위 모델에 투입되는 GS급 아크릴 베이스와 플래터가 이들의 강렬한 상징. 플래그십인 Statement의 경우 98mm 두께의 두터운 아크릴/POM 플래터와 대형 자이로스코프 등을 써서 무게가 무려 350kg이나 나간다. 톤암은 리니어 트래킹, 피봇, 짐벌 등 다양한 타입을 자유롭게 활용하고 있다.
클리어 오디오는 현재 턴테이블과 톤암, 카트리지는 물론 포노 스테이지, 포노 케이블, 침압계까지 만들어 전세계 80개국에 판매하고 있다. 클리어오디오 라인업 중 턴테이블만 살펴보면 다음과 같다. 클리어 오디오 턴테이블은 모두 DC 모터가 벨트로 플래터를 돌리는 구조다.
Statement
Statement : 플래그십 턴테이블. 리니어 트래킹 톤암 Statement TT1이 기본 장착되지만, 최대 3개의 톤암을 장착할 수 있다. 플래터는 98mm 두께의 아크릴/POM.
Master Innovation
Master Innovation : 메인 플래터는 70mm 두께의 복합소재, 서브 플래터는 스테인리스 스틸 소재. 역시 최대 3개의 톤암을 장착할 수 있다.
Innovation
Innovation : 메인 플래터는 70mm 두께의 고밀도 아크릴, 서브 플래터는 스테인리스 스틸. 톤암은 2개까지 장착할 수 있다.
Innovation Compact
Innovation Compact : 플래터를 POM 소재의 70mm 단일 플래터로 축약했지만 톤암은 2개까지 달 수 있다.
Innovation Basic
Innovation Basic : 단일 POM 플래터 두께가 40mm로 줄어들었지만 톤암은 2개까지 달 수 있다.
Ovation
Ovation : 메인 플래터는 40mm 두께의 POM, 서브 플래터는 알루미늄. 톤암은 1개만 달 수 있다.
Performance DC
Performance DC : 메인 플래터는 40mm 두께의 POM, 서브 플래터는 알루미늄. 톤암은 1개만 달 수 있다.
Emotion SE
Emotion SE : 28mm 아크릴 플래터
Concept Active
Concept Active : 포노스테이지 내장, 톤암 일체형 턴테이블
Concept
Concept : 톤암 일체형 턴테이블
Ovation 턴테이블 본격 탐구
시청기인 오베이션 턴테이블은 기본적으로 DC 모터가 서브 플래터를 플랫 고무벨트로 돌리는 리지드 타입의 턴테이블이다. 외관을 보면 가격대에 비해 수수하다는 느낌이 들 정도로 군더더기 없이 다부진 모습이다. 톤암을 제외한 크기(WHD)는 420mm, 135mm, 350mm이며 무게는 13.5kg에 달한다.
메인 플래터는 두께 40mm의 POM(폴리옥시메틸렌. Polyoxymethylene), 서브 플래터는 알루미늄 재질을 썼다. 관성 모멘텀을 늘리기 위해 서브 플래터 둘레(rim)를 더 무겁게 했다. 메인 베어링은 클리어 오디오의 시그니처라 할 세라믹 마그네틱 베어링(CMB). 서브 플래터와 메인 플래터가 CMB 위에 차례대로 장착된다.
CMB(Ceramic Magnetic Bearing)는 클리어 오디오가 고안, 2003년에 특허를 받은 베어링 설계로 자석의 반발력을 이용해 플래터를 플린스로부터 사실상 공중부양 시킨다. 때문에 일반 베어링 설계에 투입되는 볼 베어링(ball)과 이에 접촉되는 스러스트 패드(thrust pad)가 없다. 회전축인 샤프트는 유광 세라믹, 부싱(bushing)은 청동 합금 재질이다. 참고로 아래 모델인 Performance DC는 세라믹 샤프트 대신에 스틸 샤프트를 쓴다.
섀시(플린스)는 알루미늄 상판과 하판 사이에 방탄나무라고 불리는 팬저홀츠(Panzerholz)를 집어넣은 샌드위치 구조. 상위 모델들에 이 팬저 홀츠를 집어넣은 것은 플린스의 무게 대비 강도를 높이고 공진을 최소화하기 위해서다. 더욱이 오베이션의 팬저 홀츠에는 무려 10만 개에 달하는 작은 금속 구슬을 박아 공진을 더욱 줄이는 모습이다. 퍼포먼스 DC는 알루미늄 플레이트 사이에 HDF가 투입됐다.
회전속도 조절 및 구동 온 오프는 상판 왼쪽 하단에 마련된 4개 버튼을 눌러 선택할 수 있다. 누르면 버튼 안에 있는 LED에 불이 들어온다. 회전속도는 33.3 rpm과 45 rpm은 물론 78 rpm까지 지원해 과거에 발매된 78회전 10인치 SP 레코드도 재생할 수 있다. 정확한 회전속도 제어를 위해 광학식 스피드 조절기술(OSC)이 투입됐다.
OSC(Optical Speed Control)는 적외선 센서를 통해 DC 모터의 정확한 회전수를 제어하는 기술. 플린스 위에 장착된 센서가 1) 서브 플래터 바닥면의 스트로보스코프 패턴을 읽어들여, 2) 미세한 속도 편차를 읽어들인 후, 3) 이를 서보(servo)를 통해 모터 속도를 컨트롤한다는 컨셉트다. OSC가 미투입된 모델들의 회전 오차는 0.05%, OSC 투입 모델들은 0.03%를 보인다.
DC 모터는 상위 모델인 이노베이션 시리즈에 사용된 것과 동일한 커스텀 제품. 특히 탄성이 있는 아이솔레이터를 통해 플린스와 사실상 디커플링된 점이 눈길을 끈다. 물론 모터와 플린스 사이의 진동과 공진 전이를 막기 위해서다.
Clarify 톤암에 대하여
이번 시청기 메인은 오베이션 턴테이블이지만 클래리파이 톤암과 탈리스만 V2 골드 카트리지의 성능에도 크게 감탄했다. 우선 9인치 클래리파이 톤암은 침압(Tracking Force)과 수직 트래킹 각도(VTA)는 물론, 아지무스(Azimuth)와 안티 스케이팅(Anti-Skating)까지 조절할 수 있는 본격파 톤암이며 튜브 재질은 카본이다.
클래리파이 톤암에서 가장 눈길을 끄는 것은 톤암 베어링이 비접촉 마그네틱 방식이라는 점. 톤암 피봇 마운트(pivot mount) 부분을 자세히 보면 톤암 튜브를 위에서 잡아주는 것이 아무것도 없는데, 이는 톤암 튜브와 피봇 마운트 상단에 각각 장착된 자석의 힘을 이용한 것이다.
즉, 1) 톤암 튜브와 마운트 상단에 각각 극성이 다른 자석이 붙어있어 서로 붙으려 하지만, 2) 톤암 튜브 아랫부분이 나일론 줄을 통해 톤암 샤프트와 연결돼 있어서, 3) 톤암 튜브와 피봇 마운트 상단은 서로 붙지도 않고 도망가지도 않는 상태를 유지하게 된다. 톤암 튜브를 붙잡아 주는 것은 샤프트에서 나온 나일론 줄이 유일한 셈.
결국 클래리파이 톤암은 나일론 줄이 일종의 피봇(pivot) 역할을 해서, 톤암 튜브는 아무런 마찰이나 노이즈 없이 자유롭게 움직일 수 있다. T+A에서는 이같은 메카니즘을 “만나지 않으면 마찰도 없다"(If mechanical parts do not touch, there can be no friction)는 논리로 설명하고 있는데, 참으로 기발한 아이디어다. 톤암 튜브를 손으로 움직일 때면 덜렁거리지만 일단 주행이 시작되면 최적의 트래킹 환경을 선사한다.
클래리파이 톤암에서는 또한 카트리지에서 포노 스테이지까지 1.1m짜리 다이렉트 와이어로 연결되는 점이 눈길을 끈다. 이는 일부 제작사에서도 적극 활용하는 방식인데, 접점 부위를 줄여 그 만큼 음질 손실을 최소화하겠다는 의도다. 선재는 동선, 절연체는 테플론을 썼다.
이 밖에 피봇과 스타일러스 사이의 거리인 유효 길이는 222mm, 스타일러스가 스핀들을 벗어난 거리인 오버행은 17.31mm, 헤드쉘이 꺾여진 오프셋 각도는 25.54도이며, 2.5~17g의 카트리지를 장착할 수 있다. 톤암 끝에 달린 노브를 돌려 그 앞에 있는 카운터 웨이트를 미세하게 움직이도록 한 디테일이 빛난다.
Talismann V2 Gold MC 카트리지에 대하여
MC 카트리지는 기본적으로 전자기학(electromagnetics)에 기반한 발전기다. 자기장 안에서 코일이 움직이면 전기가 발생하는 원리다. 코일을 움직이게 하는 것은 흔히 바늘이라고 하는 스타일러스인데, 스테레오 LP의 경우 그루브(소릿골)의 안쪽(왼쪽 채널)/바깥쪽(오른쪽 채널) 굴곡에 따라 움직인다.
이 스타일러스는 가는 막대처럼 생긴 캔틸레버에 붙어있고, 캔틸레버 안쪽에는 코일이 통상 십자 모양(하나는 왼쪽 채널용, 다른 하나는 오른쪽 채널용)으로 요크에 감겨있다. 그리고 이 코일 둘레에는 카트리지 바디에 고정된 마그넷이 있어서 자기장이 흐른다. 때문에 자기장 안에 들어있는 코일이 움직이면 플레밍의 오른손 법칙에 따라 유도 전류(induced current)가 코일에서 발생한다.
그런데 이게 끝이 아니다. 캔틸레버는 무엇인가가 안쪽에서 잡아줘야 한다. 이 역할을 하는 것이 보통 고무 재질의 댐퍼다. 한편 코일에서 생성된 유도 전류는 바디 후면의 4핀 커넥터(L+, L-, R+, R-)를 통해 톤암 와이어와 연결된다. LP에서 드디어 외부 세상으로 나가게 되는 것이다.
MC 카트리지의 이 같은 메카닉에 맞춰 탈리스만 V2 골드를 살펴보면, 우선 견고한 보론 캔틸레버와 마이크로 HD 타입의 다이아몬드 스타일러스를 장착했다. MC 카트리지의 명줄을 쥐고 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닌 코일은 모델명의 ‘Gold’가 나타내듯이 24K 골드 와이어이며, 채널 분리도를 높이기 위해 코일을 요크에 좌우 대칭 형태로 감았다. 덕분에 채널 분리도가 30dB 이상이 나온다.
마그넷은 자력이 센 네오디뮴이며, 8개가 4개씩 서로 마주 보는 형태로 투입됐다. 이 역시 좌우 채널 분리도를 높이기 위해서다. V1에서는 이 네오디뮴 마그넷이 4개였다. 바디는 에보니(흑단) 재질, 무게는 10.8g이다. 권장 침압은 2.8g, 출력은 0.6mV, 내부 임피던스는 50옴, 수평/수직 컴플라이언스는 15/15u/mN을 보인다.
시청
하이파이클럽 제1시청실에서 진행된 시청에는 파라사운드의 포노 스테이지 JC 3+, 비투스의 인티앰프 RI-101을 동원했다. 스피커는 B&W의 802 D3. 탈리스만 V2 골드의 임피던스가 50옴으로 높기에 포노 스테이지의 부하 임피던스도 5배 값인 250옴으로 높게 설정했다. 참고로 JC 3+는 MC 카트리지의 경우 부하 임피던스를 50옴에서 550옴까지 50옴 단위로 설정할 수 있다. 일부 고출력 MC 카트리지는 MM과 마찬가지로 47k옴을 선택하면 된다.
Dire Straits - Sultans of Swing
The Best of Dire Straits & Mark Knopfler
곡이 시작되자마자 무대가 시원하게 확 펼쳐진다. 음의 에너지감이 상당하고 소릿결이 촉촉한 것이 특징. 특히 정신이 번쩍 날 만큼 타이밍 감각이 돋보인다. 덕분에 곡이 벌써 끝났나 싶을 만큼 지루할 틈을 주지 않는다. 고주파 노이즈가 없는 말쑥한 음, 딥블랙으로 펼쳐진 배경, 투명한 무대가 돋보인다. 음이 가볍게 흩날리지도 않는다. 전체적으로 디지털 지터가 사라진, 아날로그 음원 재생에서만 맛볼 수 있는 자연스럽고 강단이 서린 음이다. 때문에 태생적으로 색번짐이나 지저분함이 있을래야 있을 수가 없다. 음의 형체가 분명한 것을 보면 역시 클리어오디오 턴테이블과 톤암, 카트리지가 빚어내는 사운드 시그니처는 '클리어'다. 지금까지 들어본 마스터 이노베이션, 이노베이션, 퍼포먼스 DC가 모두 그랬다.
Colin Davis - Dies Irae, Tuba Mirum
Mozart Requiem
'디에스 이래'는 상당히 빠른 템포로 시작했다가 어느새 미디움 템포로 변한다. 이 부드러운 템포감의 변화야말로 이 1967년 녹음의 최대 매력인데 이를 여지없이 포착해낸다. 여성 합창단원들이 평소보다 왼쪽 앞으로 튀어나오고, 남성 합창단원들이 역시 평소보다 오른쪽 뒤로 들어간 점이 두드러진다. 무대의 입체감이 늘어났다는 것인데, 이는 그만큼 턴테이블과 톤암 덕분에 카트리지가 공간감 정보를 소릿골에서 잘 긁어오고 있다는 증거다. 이어진 '투바 미룸'은 트롬본이 그야말로 소리반, 공기반 소리를 들려준다. 세번째로 등장한 메조 소프라노의 여성성이 잘 부각된 점이 마음에 든다. 그냥 오페라 하우스에서 연주와 노래를 보고 듣는 듯하다. 계속해서 포착되는 것은 노이즈 플로어가 무척 낮다는 것. 진공청소기로 온갖 불순물과 노이즈를 쭉 빨아들인 것 같다. 역시 '클리어'한 음이다.
Diana Krall - California Dreamin, Desperado
Wallflower
'캘리포니아 드리밍' 역시 칠흑 배경에서 펼쳐진 초저노이즈의 세계를 만끽했다. 다이애나 크롤의 숨결에는 온기가 가득 베어있고, 음상 역시 비교적 또렷이 맺힌다. 현악기, 피아노, 하프, 퍼커션 등 여러 악기들이 나지막히 내는 음들이 모조리 잘 들린다. 대단한 마이크로 다이내믹스라 할 만하다. 눈을 감고 들으면 디지털 음원 재생시에 언뜻 느껴지는 소란스러움이 일절 없다. 이어진 '데스페라도'는 앰프와 스피커를 거친 소리라고는 믿을 수 없을 만큼 그 자연스러운 실체감이 놀랍다. 그냥 필자 앞에서 노래하고 연주를 한다. 그만큼 현재 아날로그 재생 시스템의 대역밸런스와 타이밍이 정상급이라는 반증이다. 그렇지 않고서는 이처럼 실연보다 더 실연 같은 음과 무대가 가능할 리가 없다. 피아노의 그 은은한 배음이 지금도 필자의 귀를 간지럽힌다.
한편 이 곡에서는 포노 스테이지의 부하 임피던스를 50옴과 250옴으로 바꿔가며 음질 변화를 체크해봤다. 예상대로 250옴으로 로딩했을 때 에너지감이 늘어나고 SN비가 높아졌다. 이는 카트리지 입장에서 보면 50옴이 250옴보다 5배 만큼 전류를 더 빼앗기고, 이렇게 되면 그만큼 출력 에너지(P = V x I)가 줄어들기 때문이다. 노이즈(N)가 그대로인 상태에서 출력 시그널(S)의 에너지가 높아지면 당연히 SN비도 좋아진다. 하지만 극단적으로 500옴으로 부하 임피던스를 높이면 고음에서 클리핑이 일어나고 무대가 갑갑해진다. 어쨌든 250옴 부하 임피던스일 때 음의 윤기와 에너지감이 늘어나고 특히 퍼커션이 더 잘 들리는 것을 확인할 수 있었다.
Cannonball Adderley - Autumn Leaves
Somethin' Else
재즈 퀸텟의 다섯 악기가 학 날개처럼 좌악 펼쳐진다. 악기들의 키가 저마다 다른 점, 시청실 앞벽에 붙어있는 음향판만큼이나 각 악기들의 앞뒤 위치가 들쑥 날쑥한 점도 돋보인다. 트럼펫을 부는 마일즈 데이비스의 거친 숨결, 색소폰을 연주하는 캐논볼 애덜리의 호방한 입김이 생생하다. 어느 경우에나 디지털 악기 소스가 아니라 사람이 직접 불고 누르고 치는 악기 소리다. 이렇게 베일과 왜곡이 사라진 음의 민낯, 악기의 맨살을 본 적이 있었나 싶다. 안경을 극세사 천으로 잘 닦은 후, 그것도 비온 다음 날 말끔해진 먼 산을 바라보는 그런 쾌감이다. 특히 웬만해서는 노이즈나 다른 악기의 음에 묻히기 마련인 베이스(샘 존스)가 시종 그 존재감을 과시한 점이 대단하다. 아트 블레키의 드럼 역시 쉬지 않고 자기 목소리를 낸다. 왼쪽 스피커 뒤에 트럼펫, 오른쪽 스피커 뒤에 드럼이 숨은 것 같아 몇번이나 시선을 그쪽으로 향했는지 모른다.
총평
마성의 디테일 혹은 악마의 디테일. 이번에 오베이션 턴테이블을 시청하면서 필자의 머리 속에 맴돌던 이미지다. 카운터 웨이트를 마이크로 노브를 통해 돌리도록 한 점, 서브 플래터 밑면에 스토로보스코프 패턴을 새겨 넣은 점, 굳이 팬저홀츠라는 나무를 동원해서까지 공진 컨트롤에 나선 점 등이 그러했다. 플래터를 공중부양시킨 CMB 메인 베어링과 톤암 튜브의 베어링 접촉면을 없앤 톤암 베어링 설계는 이 중에서도 화룡점정이라 할 만했다.
이들이 들려준 소리 역시 이같은 설계와 인터페이스를 그대로 빼닮아 마성의 디테일을 과시했다. LP 재생을 제대로 하면 디지털 사운드보다 훨씬 포근하고 촉촉하며 매끈한 감촉을 즐길 수 있는데, 오베이션+클래리파이+탈리스만 V2 골드는 여기에 '클리어'와 '디테일'을 보탰다. 이들 조합이면 1000만원이 넘어가지만, 이 가격대 네트워크 플레이어나 DAC 조합으로 이런 마성의 사운드를 얻기는 쉽지 않다. 일청을 권한다.
by 김편 오디오 칼럼니스트
Specifications
CONSTRUCTION DETAILS | Resonance–optimised body, bullet proof wood chassis in sandwich construction embedded between two aluminium plates |
SPEED RANGES | Electronic speed change 33 ⅓, 45 and 78 rpm |
DRIVE UNIT | High torque DC motor exclusively made for Clearaudio; Optical Spped Control (OSC) in real time through infrared sensor Decoupled DC motor in chassis; resonance damping device; flat belt-drive |
BEARING | Cut and polished ceramic shaft in a sintered bronze bushing, Clearaudio patented ceramic magnetic bearing (CMB) |
PLATTER | Synthetic material, CNC-precision milled surface, 40mm thickness / 1.57 inches Aluminium subplatter |
SPEED ACCURACY (MEASURED) | ± 0.03 % |
POWER CONSUMPTION | Max. consumption: 8.6 Watt Consumption in operation: 2.5 Watt Standby mode: 2.5 Watt Off mode: 0.0 Watt |
TOTAL WEIGHT | Approx. 13.5 kg |
DIMENSIONS (W/D/H in mm) | Approx. 420 x 350 x 135 (without tonearm) |
Clearaudio Ovation
수입사 | 로이코 |
수입사 홈페이지 | www.royco.co.kr |
구매문의 | 02-582-9847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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