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속 가능한 아날로그를 위하여
Elac Miracord 60 Turntable
RSD 2020 그리고 엘피
해외에선 지난 주말 RSD, 즉 레코드 스토어 데이가 열렸다. 연기를 거듭하다가 결국 8월 29일, 9월 26일 그리고 10월 24일 등 3일에 걸쳐 열기로 결정한 것. 전 세계 페이스북 친구들이 현장에서 촬영해서 올리는 사진들을 보니 내심 부럽다는 생각이 불끈불끈 올라온다. 어떤 친구는 필자도 꼭 한 번 가보고 싶은 영국 런던의 러프 트레이드 레코드 샵 앞 광경을 포스팅했다. 음반을 구입하기 위해 아침부터 길게 줄을 서있는 젊은 친구들의 모습들이 눈에 들어온다. 코로나로 인한 팬데믹 상황에서도 마스크를 눌러쓰고 진을 치고 있는 모습이라니 약간 걱정이 되면서도 여전히 부러움이 사그라들진 않는다.
레코드 스토어 데이가 인기를 끄는 이유 중 가장 큰 요소 중 하나는 다름 아닌 레코드 스토어 데이를 기점으로 발매되는 각종 스페셜 에디션 때문이다. 필자 또한 빌 에반스의 블랙 포레스트 미공개 레코딩을 담은 엘피 그리고 PMC의 대표 피터 토마스가 마스터 테이프를 제공해 유니버설뮤직에서 발매하는 엘튼 존 엘피 등 구하고 싶은 RSD 스페셜 에디션이 눈앞에 아른거린다. 이는 빙산의 일각일 뿐, 팝, 록에서부터 일렉트로닉 등 다양한 장르에 걸친 음반들이 대거 레코드 스토어 데이를 맞추어 긴급 공개된다.
그렇다면 실제 엘피의 인기를 반영하는 성장률은 어느 정도일까? 얼마 전 리서치 기관인 닐센 뮤직/MRC 데이터가 상반기 미국의 스트리밍 및 음반 시장에서 각 포맷의 매출에 대한 리포트를 시장에 제출했다. 팬데믹 상황에도 불구하고 상반기엔 9.4퍼센트 성장이 있었다. 그러나 그 데이터의 세부 내용을 보면 흥미롭다. CD 판매는 30%나 감소했고 디지털 다운로드 또한 14% 감소했다고 한다. 하지만 반대로 엘피의 경우 11.2% 성장한 것으로 드러났다. 대중들의 음악 소비 패턴은 스트리밍 혹은 엘피로 양분되고 있다는 증거다. 참고로 엘피의 경우 판매고 1위는 빌리 아일리시의 [When We All Fall Asleep, Where Do We Go?]이었다.
쓸만한 턴테이블이 필요하다
물론 국내에선 이런 리서치가 이뤄지지 않아 정확한 통계자료를 확인할 수는 없지만 어느 정도 예측은 가능하다. 가요 신보들이 쏟아지고 있고 BTS도 엘피로 선보일 예정이라는 소문도 돌고 있을 정도니까. 그러나 단순히 팬시상품처럼 엘피를 사는 것이 아니라 실제로 듣고 즐기고 싶다면 우선 쓸 만한 턴테이블이 필요하다. 예전 같으면 국내 인켈, 아남, 롯데 등 여러 오디오 메이커에서 턴테이블을 생산했지만 이젠 저렴한 가격대에 구할 국산 턴테이블이 거의 없는 실정. 그나마 진선이 국내 유일의 턴테이블 메이커로서 자존심을 지켜주고 있다.
엘피를 들으려면 기본기가 잘 다져진 믿을만한 메이커의 턴테이블이 필요하다. 그저 요즘 엘피가 유행이라고 해서 너무 값싼 가격에 턴테이블을 구입해 사용하다가 미처 엘피로 듣는 음악의 즐거움도 느끼지 못한 채 오히려 엘피와 멀어지는 경우도 많기 때문이다. 입문형으로는 티악, 데논, 마란츠, 오디오 테크니카 등 주로 일본 메이커가 엄청난 가격 대비 성능비로 장악하고 있다. 그리고 좀 더 눈을 높이면 전통적 아날로그 강국 영국의 레가나 독일의 클리어오디오 그리고 최근 다시 턴테이블을 만들기 시작한 전통의 아날로그 강자 엘락을 뺄 수 없다.
Miracord의 영광을 다시 한 번
Miracord는 새로운 이름이 아니다. 엘락은 사실 우리가 알고 있는 최근 엘락 아메리카의 앤드류 존스의 스피커 또는 그 이전의 JET 트위터가 나오기 이전부터 존재했다. 그 이전으로 넘어가면 결국 2차 세계 대전 이전까지 넘어간다. 엘락은 독일에서 1926년 설립되어 지금까지 이어져온, 살아있는 전설이다. 그리고 아날로그 시절 엘락의 턴테이블은 꽤 유명했다. 토렌스, 가라드를 비롯해 듀얼, PE 등 내로라할 브랜드들이 군웅 할거하던 시절 엘락도 있었고 1940년대 후반부터 1970년대 후반까지 아날로그 황금기에 유럽에 엄청난 양의 턴테이블을 개발, 판매했던 장본인이다.
이번에 만난 Miracord는 바로 그 당시부터 엘락이 턴테이블 브랜드로 내세운 바로 그 Miracord의 부활이다. 그리고 이번에 조우한 제품은 Mircord 60이라는 중급 모델이다. 상위 모델로는 기존에 필자가 리뷰했던 Miracord 90이 있고 그 아래로는 Mircord 50이 위치하고 있다. 이 제품은 과연 Miracord의 영광을 다시 한번 재현할 수 있을까? 궁금해 전체적인 구조르 보니 일단 모터와 플래터를 벨트로 연결해 구동하는 벨트 드라이브 방식으로 설계한 모습이다. 플래터의 균질한 회전을 책임지면서 턴테이블의 절대적인 성능을 좌우하는 모터를 DC 모터 타입이다. 33 1/3은 물론 45RPM까지 지원하고 있다.
흥미로운 건 상위 모델처럼 광학 센서가 내장되어 있어 플래터의 실재 회전수를 실시간으로 체크해 보다 정밀한 회전수를 유지시키는 회로를 탑재했다. 이른바 마이크로컨트롤러를 내장하고 있는 것. 실제로 와우/플러터 수치는 0.12% 정도로 밝히고 있는데 놀라운 수준은 아니지만 준수하다고 볼 수 있다. 더불어 회전 속도 오차는 +/- 0.33%로서 청감상 거의 느끼기 힘든 정도라고 볼 수 있다.
플래터는 22mm 다이-캐스트 알루미늄으로 만들어져 상당히 정교한 만듦새를 보인다. 이 가격대에 이 정도 퀄리티라면 그리 불만을 가질 수는 없을 듯한데 가장 눈에 띄는 건 사실 톤암이다. 이는 짐볼 베어링을 채용한 톤암으로 고강성, 저질량으로 대표되는 카본으로 만든 것이다. 또한 최근 많은 톤암들이 헤드셀 일체형인 반면 Miracord 60의 경우 헤드셀이 분리되므로 카트리지 장착시 편리하다. 그뿐만 아니라 순정 헤드셀 외에 다양한 헤드셀을 장착할 수 있는 여지가 있다는 장점도 있다. 다이내믹 밸런스 설계가 아닌 점은 아쉽지만 기본기는 충실해 보인다.
셋업 & 퍼포먼스
Mirchord 60 테스트를 위해서 준비한 카트리지는 MC 카트리지의 입문기자 표준 중 하나인 데논 DL-103이다. 그리고 마침 준비되어 있던 파라사운드의 Zphono XRM 포노앰프를 매칭했다. 흥미로운 점은 이 포노앰프가 XLR 출력을 지원한다는 점이다. 게다가 함께 매칭한 마스터사운드 EVO 300B도 XLR 입력을 지원했다. 따라서 Zphono XRM을 XLR 케이블로 앰프와 연결이 가능했다. 참고로 Zphono XRM의 세팅은 게인의 경우 XLR 출력 시 최대치인 66dB, 로딩 임피던스의 경우 제조사의 권장치인 100옴으로 세팅했다. 참고로 스피커는 B&W 802D3를 사용했음을 밝힌다.
Glen Hansard, Marketa Irglova -Falling slowly
ONCE O.S.T
엘락 사운드라고 하면 에지 있고 밝으며 공간을 입체적으로 그리는 이미지를 떠올린다. 마치 박하사탕을 먹은 후 입안에 퍼지는 상쾌함이랄까. 이런 엘락 사운드의 특징은 턴테이블에도 그대로 녹아있다. 예를 들어 영화 [Once] 사운드트랙 중 ‘Falling slowly’를 들어보면 전체적인 대역 밸런스의 균형은 약간 높고 공간감이 좋아 가슴이 뻥 뚫린 듯한 쾌감이 몰려온다. 아날로그의 온도감은 오히려 약간 낮고 반대로 쿨&클리어 타입의 소리를 낸다. 어쿠스틱 기타의 두께는 약간 가늘지만 대신 심지고 곧고 매우 선명한 윤곽을 그려낸다. 어떤 부분에서도 두루뭉술한 모습 없이 예리하게 표현한다.
Michael Rabin - Nicolo Paganini Violin Concerto No.1
Paganini / Wieniawski : Violin Concerto
사실 데논 DL-103의 특성을 감안해야 하지만 필자 또한 이 계열 카트리지를 열 번 정도 들였다 내치곤 했던 터라 그 음질적 특징을 잘 알고 있다. 그러나 이 카트리지의 특성을 감안하더라도 Miracord 60은 무척 뛰어난 토널 밸런스와 정확한 음정을 구사한다. 이런 음정 정확도는 정교하면 균질한 피치 정확도에서 연유한다고 판단할 수밖에 없다. 또한 골력이 뚜렷하고 기음이 강조된 사운드이며 자체적인 잔향을 많이 생산하진 않지만 배음 구조를 지우거나 뭉개지 않아 좋다. 마이클 라빈의 파가니니 바이올린 협주곡을 들어보면 매우 간결하고 명료한 현사운가 호소력 짙게 귀를 간질인다.
Donald Fagen - I.G.Y
The Nightfly
어떤 음악을 들어도 시원시원하게 커다란 음장과 서슴없는 추진력을 보여준다. 게다가 상쾌하고 밝은 음조는 어두운 구석이 없이 시종일관 밝고 경쾌한 분위기를 만들어낸다. 이런 특성 덕분에 팝, 록, 재즈 음악에서 특히 발군의 개성을 발휘한다. 예를 들어 도날드 페이건의 ‘I.G.Y’를 들어보면 치고 나오는 어택이 힘 있고 빠르며 에너지의 강, 약 조절이 빠르게 전환되어 명쾌하게 표현된다. 겉으로 보기와 달리 턴테이블 베이스가 꽤 견고하고 톤암 주행도 안정적이다. 여러 부분에서 진동에 대해 세심하게 신경 쓴 흔적이 역력하다.
GARY KARR - Adagio in G minor
Adagio d'Albinoni
저역 재생의 경우 풍부하고 슬램한 스타일은 아니고 대신 낮은 대역까지 울렁거림 없이 깨끗하게 빠지는 스타일이다. 묵직한 쾌감이나 웅장한 저역을 원한다면 카트리지를 그런 쪽으로 매칭해 보완할 수도 있을 듯하다. 예를 들어 게리 카와 하몬 루이스의 알비노니 ‘Adagio in G minor’에서 게리 카의 아마티 더블 베이스는 꽤 낮은 저역까지 단단하고 깊게 재생한다. 통울림이 억제된 사운드로서 명료하며 정확하며 어떤 흔들림이 없다. 802D3의 우퍼도 크게 울렁이지 않고 맑고 정교하게 재생해 주는 모습을 확인했다.
총평
Miracord 60은 엘락의 턴테이블 시리즈 중 중간 레벨에 위치하며 가격적으로 크게 부담 없이 접근할 수 있는 제품이다. 하지만 성능은 상위 모델과 비견할 만한다. 음질은 주관적인 부분이 많아 호불호가 있을 수 있겠지만 가격 대비 제품 완성도는 훌륭하다. 일단 속도 안정성이나 모터의 속도 균질성 모두 뛰어난 편이다. 또한 모터의 진동 전이를 위해선 베이스와 분리 설계하는 것이 정석이지만 일체형임에도 불구하고 꽤 정숙한 편이다. 스타트 버튼을 누르면 5초 안에 제 속도에 오르며 정지시키는 경우에도 꽤 빠르게 멈추어 편리하다. 벨트 드라이브치곤 이런 신속함이 잘 구현된 편으로 편의성 면에선 점수를 높이 주고 싶다.
거의 죽어버렸던 엘피가 새 생명을 얻어 부활 중이지만 엘피 포맷 자체의 음질에 대한 대중의 인식은 여전히 추억 팔이 수준에 머물고 있는 것이 사실이다. 엘락 Miracord 시리즈는 이런 부분에서 왜 엘피로 듣는 음악의 즐거움을 일깨워줄 수 있는 성능을 갖추었다. 그중에서도 Miracord 60은 지속 가능한 아날로그의 즐거움을 위한 비상구 같은 존재가 되어줄 것이다.
Written by 오디오 칼럼니스트 코난
Specifications
Turntable Section | Drive System: Belt-drive Motor: DC Motor Selectable Speeds: 33 1/3 and 45 rpm Rotation Speed Variation: +/- 0.33% Wow and Flutter: < 0.12% Platter: Aluminum die-cast |
Tonearm Section | Type: Carbon fiber tube Overhang: 18.6mm Offset Angle: 25 degrees Anti-Skating Adjustment: 0..4 Main Bearing: Stainless Steel |
Connector | RCA pin jack |
Voltage | 100 to 240V AC /50/60Hz |
Power Consumption | 1.5 W (less than 0.5 W at standby) |
Elac Miracord 60 Turntable
수입사 | 사운드솔루션 |
수입사 홈페이지 | sscom.com |
구매문의 | 02-582-9847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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