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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창적인 설계, 선명한 음, 투명한 무대 - The Funk Firm LSD Turntable

by onekey 2024. 3. 3.

독창적인 설계, 선명한 음, 투명한 무대
The Funk Firm LSD Turntable

김편2020-04-06 16:3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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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날로그 플레이어는 물리학, 전자기학, 기계공학, 진동제어학의 종합선물세트다. 일단 턴테이블의 플래터는 정확한 회전운동을 해야 한다. 이것이 확보되지 않으면 LP의 정확한 33.3 회전, 45 회전은 이미 물 건너간다. 회전 오차인 와우 앤 플러터(wow and flutter)가 늘어나는 것이다. 

 

톤암은 거의 무중력 상태에서 카트리지가 LP 그루브를 트래킹하도록 해줘야 한다. 아무리 비싸고 예민한 카트리지를 달아도 톤암이 무디거나 민감하면 그냥 모래 위에 쌓은 성이다. 일종의 발전기라 할 카트리지는 LP 그루브에 담긴 음악 신호를 가장 먼저 만나는 곳이라는 점에서 그 중요성은 두 말하면 잔소리다.

 

이렇게 플래터, 톤암, 카트리지가 제 실력을 발휘하더라도, 아니 제 실력을 발휘하기 위해서는 턴테이블이 진동(vibration)과 공진(resonance)을 효과적으로 제압해 줘야 한다. MM 카트리지가 평균 3mV, MC 카트리지가 평균 0.3mmV라는 워낙 미시한 세계인 만큼(CD플레이어는 무려 2V!), 약간의 기계적 진동과 특정 주파수에 반응한 공진은 이 미세 신호 처리 과정에 있어서 치명적일 수밖에 없다.

 

이런 맥락에서 최근 리뷰한 영국 펑크 펌(The Funk Firm)의 LSD(Little Super Deck) 턴테이블은 여러모로 주목할 만했다. 일반 풀리 외에 2개의 패시브 풀리를 달아 플래터 회전 운동의 정확성을 높였고, 톤암 튜브에는 독특한 슬라이딩 웨이트를 달아 카트리지가 보다 정확히 LP 그루브를 트래킹할 수 있도록 했다. LSD의 흔치 않은 설계는 실제 시청에서 음질로 보답받았다. 분해능, 볼륨감, 무게감, 리듬감, 톤 밸런스, 정숙도 등 듣는 LP마다 깜짝 놀랐지만, 가장 돋보인 것은 가격대가 믿기지 않는 해상력 가득한 음과 투명한 무대였다.

 

 


 

 

펑크 펌과 LSD

 

 

지난 1979년, 핑크 트라이앵글(Pink Triangle)이라는 작은 턴테이블 제작사가 등장했다. 이들이 만든 LPT(Little Pink Thing) 턴테이블은 여러모로 독특했다. 우선 당시 유행하던 AC 모터 대신 ‘보다 스무드한 회전이 가능하다’는 이유로 DC 모터를 채택했고, 서브 섀시를 단단하지만 가볍고 좌우 비대칭 구조로 만들어 공진의 영향을 덜 받게 했다. 소프트 매트 대신 딱딱한 아크릴 매트를 쓴 점도 파격이었는데, 이는 LP와 플래터의 임피던스 매칭을 위한 것이었다.

 

 

 

 

펑크 펌(Funk Firm)은 핑크 트라이앵글의 공동 설립자이자 핵심 엔지니어인 아서 쿠베세리안(Arthur Khoubesserian)이 2005년 영국 웨스트 서식스 헨필드(Henfield)에 설립했다. 2003년 문을 닫은 핑크 트라이앵글의 사실상 직계인데다, 설립 당시부터 “작은 그루브에 담긴 음악 정보를 최대한 끄집어 낸다”(To get the most from the tiny groove containing musical information)라는 슬로건을 내걸었을 만큼, 펑크 펌은 뼛속까지 아날로그 플레이어 제작사였다.

 

펑크 펌은 설립 직후 핑크 트라이앵글의 아크릴 매트 대신 아크로매트(Achromat)라는 새 재질의 매트를 선보였고, 2006년에는 펑크 펌 턴테이블의 시그니처로 자리 잡은 벡터 드라이브(Vector Drive), 즉 3축 풀리 시스템을 개발했다. 이는 ‘방향’을 뜻하는 '벡터'에서 연상할 수 있듯이 플래터에 가해지는 힘을 여러 방향으로 분산시켜 플래터 회전의 정확성을 높이기 위한 설계다.

 

 

 

 

2010년에는 톤암 내부에 X자 모양의 카본 지지대를 집어넣어 톤암 튜브의 공진을 획기적으로 줄인 F.X 크로스 빔 튜브 톤암, 2013년에는 스트라타(Strata)라는 신소재로 만든 플래터를 선보였다. 2015년에는 12인치 롱암 1대를 포함해 톤암을 2대까지 장착할 수 있고 78회전까지 지원하는 현행 플래그십 턴테이블 SDG(Super Deck Grande)를 출시했다.

 

이번 시청기인 LSD는 2012년 펑크 펌의 중가 턴테이블로 출시됐다. 현재 라인업으로 봐도 LSD는 플래그십 SDG와 입문형 겟(Gett!) 사이에 위치했다. 톤암 라인업은 현재 위부터 FX3D(9인치), FX3(9인치), FXR-2(12인치), FX-1200(12인치), 그리고 이번 시청기인 LSD 턴테이블에 기본 장착되는 F5 mkII(9인치), 입문형 F7(9인치) 순으로 포진했다.

 

 


 

 

LSD 기본 팩트 체크

 

 

 

 

LSD는 기본적으로 DC 모터가 벨트로 메탈 서브 플래터를 돌리면, 그 위에 얹힌 유리 플래터가 회전하는 벨트 드라이브 방식, 리지드 타입의 턴테이블이다. 회전수는 33.3회전과 45회전을 지원하며, 전원은 SMPS 어댑터에서 DC 전원을 공급받는다. 아크릴 재질의 투명 더스트 커버도 제공된다. 톤암은 펑크 펌의 9인치 피봇 타입 톤암 F5 mkII가 기본 장착되지만, 카트리지는 유저가 따로 구매해야 한다.

 

 

 

 

턴테이블의 베이스 역할을 하는 플린스는 아크릴 마감의 멀티 레이어 MDF이며 크기는 가로폭이 415mm, 세로폭이 320mm를 보인다. 무게는 7kg. 플린스 상판 왼쪽에는 LP 회전수를 조절할 수 있는 두툼한 레버가 달렸는데, 왼쪽이 45회전, 오른쪽이 33.3회전이다. 레버를 가운데에 두면 플래터 회전이 멈춘다. 스핀들(LP 가운데 홀을 끼우는 회전축)과 피봇(톤암의 지지점/회전축) 사이의 거리는 222mm다.

 

 

 

 

플래터는 작은 알루미늄 서브 플래터 위에 두툼한 유리 플래터가 얹힌 구조. 눈길을 끄는 것은 벨트와 서브 플래터가 3개의 풀리(pulley)와 연결됐다는 것인데, 이 중 회전속도 조절 레버 쪽에 있는 풀리만이 DC 모터에 연결된 액티브 풀리이고, 나머지 2개는 벨트만 걸어주는 패시브 풀리다. 펑크 펌에서는 이 같은 벨트 드라이브 시스템을 벡터 드라이브(Vector Drive)라고 부르는데, 이는 뒤에서 자세히 살펴볼 것이다.

 

톤암은 9인치 F5 mkII가 기본 장착됐다. 톤암을 장착하는 마운팅 플레이트는 표준 레가 3점 체결 방식(standard Rega 3-point). F5 mkII는 톤암 뒤에 달린 카운터 웨이트(무게추)로 침압을 맞추는 스태틱 밸런스 타입이며, 피봇 중심부터 카트리지 스타일러스 팁(바늘)까지 길이를 나타내는 유효 길이는 239mm를 보인다. 헤드쉘은 분리가 가능하다. 여느 톤암 튜브와 다른 점은 중간에 톤암의 유효 질량을 늘리거나 줄일 수 있는 슬라이딩 웨이트(Sliding Weight)가 달렸다는 점인데, 이 역시 뒤에서 짚고 넘어갈 것이다.

 

 


 

 

LSD 턴테이블 : Vector Drive System, Achromat

 

 

LSD 턴테이블에서 가장 눈길을 끄는 것은 역시 3개의 풀리가 하나의 벨트로 서브 플래터를 돌린다는 사실이다. 이중 하나의 풀리에만 DC 모터가 연결됐고 나머지는 벨트를 걸어주는 역할(패시브 풀리)만 한다. 왜 이러는 걸까. 플래터의 정확한 회전을 위해서다. 이를 위해 일부 제작사는 2개, 3개의 모터를 투입하지만 펑크 펌에서는 패시브 퓰리에게 이 역할을 맡겨 비용은 낮추고 효과는 동일하게 얻은 것이다.

 

 

 

 

3축 풀리의 원리는 이렇다. 플래터 베어링이 원활하게 움직이려면 하우징과의 사이에 5~25미크론(micron. 100만 분의 1m)의 미세한 틈이 있어야 한다. 그런데 플래터를 한 개의 풀리로만 돌리게 되면 베어링이 이 미세한 틈에서 풀리쪽으로 움직이게 되고 이는 이른바 워블(wobble. 불완전한 흔들림 현상)을 일으킨다. 이에 비해 3축 풀리를 이용하면 플래터에 가해지는 힘을 분산시킴으로써 베어링의 쏠림 현상을 막을 수 있다는 것이 펑크 펌의 설명이다.

 

펑크 펌이 2005년 설립 직후 내놓은 아크로매트(Achromat)도 주목할 만하다. 이번 시청기에는 이 아크로매트가 옵션으로 장착돼 있었는데, 두께는 3mm 정도이며 눌러보면 약간 폭신폭신하다. 펑크 펌에 따르면 이 아크로매트 한 장에는 안에 수백만 개의 작은 공기방울이 들어있어 매트에 가해지는 에너지가 모두 열로 소비된다고 한다. 결국 플래터에서 가해지는 진동과, 카트리지가 그루브를 읽는 과정에서 발생시킨 불필요한 진동을 이 아크로매트가 열에너지로 바꿔주는 셈이다.

 

 


 

 

F5 mkII 톤암 : Sliding Weight

 

 

 

 

F5 mkII 톤암이 오리지널 F5와 가장 다른 점은 안티 스케이팅 방식. 스케이팅(skating)은 운행 중인 카트리지가 구심력에 의해 스핀들 쪽으로 미끄러지는 현상이고, 이를 막기 위해 바깥쪽으로 힘, 즉 바이어스를 주는 것이 바로 안티 스케이팅(anti-skating)이다. 그런데 오리지널 F5에서는 추를 매단 낚시줄로 안티 스케이팅 강도를 조절하는 방식(thread & support)이었다. 즉, 추가 매달린 낚싯줄을 안티 스케이팅 로드의 어느 홈에 거느냐에 따라 안티 스케이팅 강도가 달라지는 메커니즘이다. 당연히 회전축(피봇)으로부터 먼 홈에 걸수록 안티 스케이팅 강도가 세진다. 

 

이에 비해 F5 mkII는 추를 직접 안티 스케이팅 로드의 위아래로 움직여 바이어스를 조절하는 방식으로 바뀌었다. 이 방식에 채용된 안티 스케이팅 로드를 슬라이딩 로드(sliding rod)라고 부르는 이유다. 자세히 살펴보면, 슬라이딩 로드 아랫부분에는 나사 홈이 파여있어 안티 스케이팅 추를 위아래로 움직일 수 있고, 막대의 윗부분은 톤암이 안쪽으로 움직일수록 톤암에서 나온 작은 막대에 의해 뒤로 눕혀지며 추를 들어 올리는 구조다. 따라서 추를 막대 끝 쪽에 놓을수록 톤암이 슬라이딩 막대를 밀어내기가 힘들어지기 때문에 안티 스케이팅 강도 역시 세지게 된다. 

 

 

 

 

헤드셀에는 3개의 볼트가 보이는데, 앞에 있는 2개는 카트리지 장착용이고 뒤에 있는 1개는 아지무스(azimuth)와 오버행(overhang) 조절용이다. 즉, 뒤에 있는 볼트를 홈을 따라 앞쪽에 장착하면 그만큼 오버행(카트리지 스타일러스 팁이 스핀들을 넘어선 거리)을 늘릴 수 있고, 헤드셀 기울기를 달리하면 카트리지의 수평 맞춤이라 할 아지무스를 조절할 수 있는 것이다. 카트리지를 자주 바꾸는 애호가들이라면 심플하지만 솔깃한 설계다.

 

 

 

 

하지만 F5 mkII를 비롯해 펑크 펌 톤암의 시그니처는 아무래도 튜브 중간에 있는 둥근 고리 모양의 슬라이딩 웨이트(Sliding Weight)다. 이 추를 헤드셀 쪽으로 옮기면 카트리지에 가해지는 톤암의 유효 질량(effective mass)이 높아지고 뒤로 옮기면 낮아지는 원리다(14.2~19.1g). 튜브에는 5개의 눈금이 있고 1.5, 2, 2.5 등 침압이 표시됐다. 튜브 뒤에 있는 카운터 웨이트로 침압을 조절하고, 이 슬라이딩 웨이트로 해당 카트리지의 컴플라이언스에 대응하는 원리다. 

 

컴플라이언스(compliance)는 스타일러스가 박힌 카트리지의 캔틸레버가 수직(위아래), 수평(좌우) 방향으로 얼마나 자유롭게 움직일 수 있는지를 알려주는 지표. 단위는 1N(또는 1mN)의 힘이 가해졌을 때 움직인 거리(mm 또는 um)를 뜻하는 mm/N 또는 um/mN을 쓴다. 결국 이 단위 앞에 붙는 숫자가 높을수록 캔틸레버가 더 잘 움직인다는 뜻. 예를 들어 5 이하면 컴플라이언스가 매우 낮고(캔틸레버가 딱딱해 잘 움직이지 못한다), 컴플라이언스가 25 이상이면 매우 높은(잘 움직인다) 상태다. 

 

그런데 MC 카트리지는 이 컴플라이언스 값이 통상 낮기 때문에 F5 mkII의 슬라이딩 웨이트를 앞으로 밀어 톤암의 유효 질량을 높여줄수록 제 성능이 나오게 된다. 카트리지에 더 많은 무게가 가해져 컴플라이언스를 낮출 수 있기 때문이다. 역시 LP 그루브를 정확히 따라가는 일에는 카트리지뿐만 아니라 톤암도 결정적 역할을 하는 셈. 반대로 MM 카트리지는 컴플라이언스 값이 높기 때문에 슬라이딩 웨이트를 뒤로 밀어 톤암의 유효 질량을 줄여주는 편이 음질에 유리하다. 

 

 


 

 

 

셋업 및 시청

 

 

펑크 펌 LSD 시청은 하이파이클럽 제 1 시청실에서 진행했다. 카트리지는 독일 클리어오디오의 essence MC, 포노앰프는 미국 파라사운드의 JC 3+, 인티앰프는 미국 캐리오디오의 SLI-80HS, 스피커는 이탈리아 소너스 파베르의 Olympica Nova III. 에센스 MC는 출력 0.4mV, 내부 임피던스 11옴, 컴플라이언스 9um/mN, 무게 8g의 MC 카트리지. 제작사가 밝힌 권장 침압은 2.2g이어서 침압계와 카운터 웨이터로 이를 맞춘 후, F5 mkII 톤암의 슬라이딩 웨이트를 움직여 '2'에 맞췄다. 만약 15um/mN 정도 되는 카트리지였다면 슬라이딩 웨이트를 1이나 1.5에 놓았을 것이다. 

 

 

 

 

포노앰프 JC 3+의 경우 MC 부하 임피던스를 50~550옴 사이에서 조절할 수 있는데, 에센스 MC 카트리지의 내부 임피던스가 11옴인만큼 통상 '5배 규칙'에 맞춰 50옴으로 설정했다. 게인은 MC 입력의 경우 64dB(MM은 48dB). 진공관 인티앰프 SLI-80HS는 출력관에 KT88을 채널당 2개씩 푸시풀 구동해 80W를 낸다. 3웨이 4유닛의 올림피카 노바 III는 공칭 임피던스 4옴에 감도 90dB, 주파수 응답 특성은 35Hz~35kHz를 보인다. 

 

 

 

Pink Floyd - On The Run, Time

Dark Side of the Moon

 

2003년 하베스트(Harvest) 레이블에서 나온 리이슈 180g 중량반으로 들었다. 확실히 CD나 스트리밍 음원으로 들을 때와는 음의 질감 자체가 다르다. 무엇보다 음이 촉촉해서 메마르거나 먼지가 인다는 인상이 전혀 없다. 물론 이는 카트리지와 진공관 인티앰프 덕분이기도 하지만, 소스 기기로서 LSD가 없었으면 도저히 얻어질 수 없는 음인 것이 맞다. '온 더 런'의 경우 아나운싱 멘트는 진짜 무슨 공항에 온 것처럼 생생하기 짝이 없고, 헬기는 지금이라도 벽을 뚫고 나올 태세다. 선명하고 매끈한 음, 심지어 민트향이 난다고 착각할 만한 음이 시종 뿜어져 나왔다. 이어진 '타임'은 자명종 소리가 삼지사방에서 들리는 것이 소름 돋을 만큼 사실적. 한마디로 음의 실험실이라 할 만하다. 펑크 펌 LSD 턴테이블과 F5 mkII에 대한 첫인상은 보컬은 리퀴드하고 무대는 투명하고 각 악기들은 파워풀하면서도 선명하다는 것. 무대를 넓게 쓴다는 점과 음들이 어느 경우에도 야위지 않은 점을 강조해두고 싶다. 

 

 

 

Varujan Kojian, Utah Symphony Orchestra

Berlioz: Symphonie Fantasique IV.

Symphonie Fantasique

 

1982년 레퍼런스 레코딩에서 나온 45회전 LP다. 4악장에 바늘을 올려놓자 그냥 첫 음부터 좌고우면하지 않고 앞으로 직진해버린다. 힘이 있으면서도 깔끔하고, 트랜지언트 순간에도 마찰이나 걸리적거림이 없다. 과연 레퍼런스 레코딩에서 나온 LP답다. 역시 음원 재생 과정에서 디지털 기기에 비해 고주파 노이즈(EMI/RFI)가 끼어들 틈이 적은 만큼, 곳곳에서 생생하고 순결한 음의 민낯이 보인다. 이 곡에서는 특히 무대가 탁 트였다는 인상이 강했고, 오케스트라 각 악기들은 저마다 선연한 음색과 선율을 또렷하게 들려줬다. 디지털 오디오로 말하면 지터가 극도로 낮은 음인데 이는 그만큼 LSD의 3축 풀리의 벡터 드라이브 시스템이 제 몫을 톡톡히 하고 있다는 반증이다. 오케스트라 총주 하이라이트 대목에서는 그 무대의 두께감과 볼륨감에 크게 감탄했다. 시청실 앞벽 전체가 꿀렁거리는 듯한 느낌을 받았고, 거의 모든 음들이 번개처럼 작렬했다. 

 

 

 

Arne Domnerus - Limehouse Blues

Jazz at the Pawnshop

 

첫인상은 음의 심지가 단단하고 형체가 분명하게 드러난다는 것. 재생음의 결 하나하나에 애매한 구석이 전혀 없다. 특히 이날따라 뒤에서 서성이는 베이스의 리듬감과 드럼의 스톱앤고가 확실하게 느껴졌다. 색소폰의 고음 파트에는 필자도 모르게 침을 삼키고 말았다. 프로그래밍 음원이 아니라 실물 악기들이 실제 현장에서 연주를 한다는 느낌도 크게 받았다. 드럼 하이햇의 금속성 질감도 생생하다. 하지만 무대의 좌우 폭은 스트리밍 음원에 비해 약간 좁아진 듯했는데, 이는 안티 스케이팅이나 컴플라이언스 값을 세밀하게 조절해서 충분히 극복할 수 있는 문제라고 보인다. 어쨌든 LSD 턴테이블 + F5 mkII + 에센스 MC 카트리지 조합의 가장 큰 특징은 투명한 무대와 해상력이 높은 음으로 요약된다. 음의 윤곽선에서 색 번짐이나 뭉개짐 현상이 없고, 어느 특정 대역을 강조하거나 묻히지 않는 톤 밸런스도 도드라졌다. 턴테이블과 톤암 덕분에 카트리지가 제 실력을 충분히 발휘한 덕분일 것이다. 막판 모든 악기들이 총출동할 때에는 오히려 차분하게 음들을 분간해내는 모습에도 감탄했다. 

 

 

 

Eva Cassidy - What A Wonderful World

Marisa - Dave’s True Story

Best Audiophile Voices

 

처음 에바 캐시디의 곡을 들어보면, 음 알갱이들이 하도 묵직하게 느껴져서 물에 넣으면 곧바로 가라앉을 것 같았다. 비중이 상당히 나가는 음인 셈. 그러면서 온기가 돌고 입자감은 고운 그런 상태다. 이 곡에서는 또한 진공청소기로 노이즈를 쑥 빨아들인 듯한 SN비도 도드라졌고, 보컬의 목소리는 필자의 귀에 찰싹찰싹 잘도 붙었다. 대단한 찰기라 할 만하다. 데이브스 트루 스토리의 'Marisa'에서는 DSD128 음원 수준의 입자감이 펼쳐졌다. 음 끝을 잘라먹지 않고 끝까지 오래 끌고 가는 모습도 대단하다. 한마디로 음 끝이 살아있는 상태. 이 밖에 무대 중앙에 맺힌 또렷한 음상은 그만큼 톤암의 트래킹 능력이 좋다는 얘기일 것이다. 색소폰의 소릿결은 매끄러운 데다 연주자의 숨결이 생생하게 묻어났다. 펑크 펌의 LSD 턴테이블과 F5 mkII 톤암이 '쿨'한 계열은 아니지만 '클리어'인 것은 분명하다. 이들이 계속해서 펼쳐 보인 극강의 해상력과 깨끗한 음의 감촉에는 '정말 끝내주네'라는 감탄사를 수없이 내뱉어야 했다.   

 

 


 

 

총평

 

 

요즘 갈수록 아날로그 플레이어의 매력에 빠지고 있다. 지난해 들은 크로노스 오디오의 크로노스 프로(Kronos Pro)는 2개의 플래터가 서로 반대 방향으로 도는 서스펜디드 턴테이블의 강력한 다이내믹스에 벌린 입을 다물지 못했고, 클리어 오디오의 TT5 톤암은 리니어 트래킹 톤암의 먼지 한 톨 묻지 않은 정갈한 음에 크게 감탄했다. 최근 들어본 올닉의 새 MC 카트리지 앰버(Amber)는 커터 헤드 방식의 카트리지가 얼마나 생물과도 같은 생생한 음을 낼 수 있는지 새삼 깨달았다. 코일과 댐퍼의 재질에 따라 음이 확확 바뀌는 재미도 꽤나 쏠쏠했다. 

 

펑크 펌의 LSD 턴테이블과 F5 mkII는 필자의 이러한 '아날로그 주화입마'라는 끓는 물에 기름을 부었다. 벡터 드라이브 시스템과 슬라이딩 웨이트라는 독특한 설계부터 솔깃하더니 이들이 들려준 음과 무대는 '이게 이 가격대 소스 기기에서 나오는 소리일까' 싶을 만큼 대단했다. 가격대만 보고 기대치를 낮췄던 필자가 무참해진 순간이었다. 예전 LP 그루브에 꽁꽁 봉인됐던 음악 신호가 이들을 만나 몇십 년 만에 환생한 느낌. 본격 LP의 세계로 빠져들기에 충분한 턴테이블과 톤암 조합이라고 생각한다. 

 

 

by 김편 오디오 칼럼니스트

 

 

SpecificationsMounting Length(spindle to pivot)Mounting holediameterSpeedColorDimensionsWeightF5 mkII TonearmMounting LengthMountingEffective LengthEffective Mass

222 mm
20 mm
33 1/3, 45 RPM
white, black, walnut
415 x 320 mm
7 kg
222 mm
3-point Rega standard mount, 20 mm mounting hole diameter
239 mm
Variable from 14.2g to 19.1g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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