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Audio

리뷰어는 이렇게 듣는다 - 레퍼런스 음반으로 오디오 평가하기

by onekey 2024. 2. 29.
오승영2016-11-07 18:02
추천 38 댓글 0
 
 
 
 
속칭 리뷰어나 평론가들의 시청이 남다를 건 없다. 간혹 황금귀를 가졌다거나 해서 다른 이들이 듣지 못하는 것을 집어내는 경우가 있긴 하지만, 그건 100% 물리적 청각능력만으로 달성되는 일도 아니며 자의와 타의가 섞인 채 과장된 경우도 많다. 다만, 의식있는 제품 평가자의 시청이라면 애초부터 입체적인 방식으로 접근을 하게되어 음원속 정보에 대해 정통해 있어야 하는 것과 동시에 다른 이들, 특히 평가자의 의견을 듣고 구매를 고려할 누군가를 감안해 볼 때 좀더 확장된 설명을 염두에 둔 시청이 되어야 할 뿐이다. 
 
 


이를 위한 가장 보편적인 시청은 레이어를 여럿 둔 방법이다. 예를 들면, 같은 음악을 들으면서 평가자 개인의 시청소견과 더불어 그 반대편에 있을 취향을 떠올려 입력한다. 그리고 그 둘의 중간이나 심지어 아예 그 둘을 벗어난 시청에 대한 고려까지 시도되어야 한다. 경험이 많은, 그리고 시청소견을 다른 사람들과 공유할 예정인 평가자들은 의식하지 않고도 이미 이런 방식에 익숙해져 있을 것이다. 그것조차 아니라면 같은 음악을 시청한 여럿 중 하나의 의견에 불과한 즉흥적 평가를 면치 못할 것이다. 이런 전제가 마련된다면 다음과 같이 구분을 해서 음원에 접근하게 될 것이다. 
 
 
a) 무엇을 들을 것인가?
b) 어떻게 들을 것인가?
 
     
"무엇을 들을 것인가?"
 
 
오디오 기기를 시청하는 일은 당연하게도 녹음(레코딩)을 듣는 것이다. 전문용어를 빌자면 ‘고정된 기록물’을 불러내서 ‘재생’하는 일이라서 보존의 문제가 없다면 원래의 정보가 변하지 않고 지정되어 있다. 녹음의 품질이 떨어져도, 뛰어난 녹음이라도 해도 보정의 의미는 크지 않고 권장되지도 않는다. 그래서 작업을 한 엔지니어와 편집자의 녹음을 듣는 것이지 실연을 듣는 것은 아니다. 기준 자체가 레코딩의 품질과 서로 다른 스타일을 즐기는 데 있어야 하지, 실제 연주를 기준으로 레코딩의 가치를 논하는 것은 오류가 있다. 다만 ‘이 음반은 실제 연주와 가깝게 녹음되었다’라는 하나의 평가기준이 마련될 수는 있다. 
 
사진의 경우에 비유해보면, 좀더 레코딩에 대한 개념은 분명해진다. 
 
사진은 실제 눈에 보이는 것과의 싱크로율을 따져 촬영물의 전적인 가치를 매기지는 않는다. 역시 이 곳에서도 ‘실제 상황과 거의 같게 촬영되었다’는 의견이 있을 수 있을 뿐이다. 소위 음반 레이블에 따라서는 극사실주의를 추구하기도 하지만, 의도적인 효과를 스타일화해서 오랜 동안 많은 팬들을 보유해오기도 한다. 이에 따라 레코딩을 시청하는 오디오파일의 입장에서는 ‘이번 녹음은 작년 녹음에 비해 선예도가 좋아졌다, 양감이 많아졌다’ 등의 평가가 바람직한 감청의 결과물이 될 것이다. 이런 것들을 파악하기 위한 시청지표들을 하나씩 살펴보기로 한다.  
 
 
 
"공간감"
 
 
소위 ‘스테이징(staging)’, ‘음장(音場)’이라고 표현되곤 하는 연주공간에 대한 정보를 말한다. 음원에 정보량을 많이 담을 수록, 음원해상도가 높을 수록 연주가 진행된 공간이 시청자에게 잘 ‘보여지게’ 된다. 스테이징은 하이파이 오디오가 추구하는 매우 중요한 품질 중의 하나로서 그렇게 제작되지 않은 기기들과 구분되는, 굳이 고가의 기기를 소유하고 싶어지는 결정적 계기를 제공하곤 한다. 시청공간의 세팅과 기기의 품질에 따라서는 시청실 공간의 물리적인 사이즈를 넘어서서 넓고 축구장만한 무대를 떠올려 주기도 하고, 위 아래로 이동하는 대상물의 상황을 쉽게 감지하게 해서 드라마틱한 순간을 만들어 내기도 한다. 
 
공간재현력은 스피커의 품질과 성향에 가장 많은 영향을 받으며 시청공간의 어쿠스틱으로 완성되기 때문에 이런 요건을 갖추어야 음반을 비롯한 여타의 기기들이 의미를 갖게 된다. 원래 녹음된 만큼의 무대를 재현하지 못하고 오랜동안 시청을 하는 경우도 의외로 빈번히 목격되곤 한다. 사실적인 녹음을 추구하는 레이블들일수록 스테이징 표현이 뛰어난 녹음들이 다수 있지만, 마리스 얀손스가 RCO를 지휘한 일련의 말러교향곡들(LIVE SACD hybrid)은 과장이나 인위적인 개입의 느낌이 거의 느껴지지 않은 채로의 콘서트홀을 눈 앞에 재현하는 차원에서 모범적인 스테이징을 제시한 앨범들이다. 특히 2번 <부활> 후반부의 ‘Urlicht’ 이후의 독창자와 코러스가 등장하는 장면의 무대는 ‘오케스트라는 이런 모습이다’를 설명하기에 좋은 레퍼런스적 스테이징 정보를 잘 담고 있다.    
 
 
"이미징, 포커싱"
 
 
오디오를 통해 대상물이 눈앞에 떠오르는 품질은 윤곽에 대한 선명한 경계, 사이즈, 촛점의 위치 등이 종합되어 결정되는데, 정확한 크기로 무대위의 아티스트를 보여주는 일은 생각보다 쉽지 않다. 입체감이 좋게 느껴지기만 하면 사이즈를 의식하지 못한 채 시청하는 경우가 많으며, 시스템과 공간에 따라서는 제각각의 크기와 형태로 떠오르기 때문이다. 이미징과 포커싱이 중요한 지표인 것은, 재생품질을 확인할 수 있는 최소 지점이 되는 이 정보가 분명하지 않다면 이보다 큰 어쿠스틱과 스테이징, 하모닉스 정보들도 틀어져 있을 가능성이 높기 때문이다. 다른 제반 요건들을 마련하기 이전이라도 최소한 고가의 오디오 장비를 마련했다면, 스피커 사이에 상이 분명히 맺히는 것 까지는 정성을 다해 달성시키는 노력이 필요하다. 
 
역시 이미징에 관한 한 여러 음원들 속에서도 레베카 피존(Chesky)을 떠올리는 것이 자연스럽다. 체스키 레이블과 데이빗 체스키의 이름을 알리는 데 큰 공을 세운 아티스트이자 앨범이다. 록음악 애호가들이라면 퀸의 ‘Sheer Heart Attack’(EMI)을 권장한다. 퀸의 초기 녹음들은 그리 넓지 않은 스튜디오에서 록음악과는 다소 이질적인 적막한 배경으로 연주를 펼치는 독특한 어쿠스틱을 였다. 이전의 어떤 상황에서 이 음반을 시청했건 간에 시스템에 따라서 조금씩 다른 품질을 보일 것이다. 
 
 
"하모닉스, 어쿠스틱"
 
 
하모닉스로 대별되는 포괄적 어쿠스틱은 물리적인 재생품질보다 한 단계 깊게 재생품질을 논하기 위한 진지한 지표가 된다. 다른 오디오적 재생지표에 비해 민감해서 그런 게 있는 지 잘 알려져 있지도, 알고 나서도 굳이 의식되지 않는 경우도 많아 보인다. 실제 연주에서의 어쿠스틱에 더해진 시청공간과의 함수관계가 작용해서 일괄적으로 표현하기가 쉽지는 않지만, 요컨대 ‘공명을 시작한 음이 연주자의 동작과 무관하게 만들어내는 잔향특성’이라고 하면 음악을 듣는 오디오파일에게는 충분할 것으로 생각된다. 하모닉스는 발성을 포함한 악기 자체의 어쿠스틱이 가장 민감하고 정밀하게 반응하는 특성이며, 실제 연주의 특성이 강하게 반영되어 나타나는 대표적인 사실주의지표라고 할 수 있다. 특히 연주회장이나 악기를 근거리에서 시청할 기회 여부에 따라 하모닉스에 대한 시청자의 반응은 다르게 나타난다.   
 
하모닉스를 감상하기에 가장 적절한 단일 악기는 피아노이며, 종합적으로는 혼성합창의 경우가 된다. 이 둘 모두를 훌륭히 재생하는 시스템이라면 대부분의 장르를 골고루 잘 재생할 가능성이 높다고 봐도 무방할 것이다. 대역이나 다이나믹스와도 관련된 특성이기 때문이다. 수많은 피아노곡 녹음들이 있지만, 폴리니가 2008년 녹음한 쇼팽의 소품집 중에서 4곡의 ‘마주르카’(DG) 연주는 맑고 깨끗한 배경 속에 피아노의 실제공명을 ‘체험’하기에 적절한 녹음이다. 연주로만 보자면 이보다 뛰어나거나 스타일이 다른 다양한 곡들이 존재하지만 그리 빠르거나 강하지 않고, 또 과도하게 선명하게 녹음하지 않은 자연스러움이 피아노의 넓은 대역에 걸친 어쿠스틱을 잘 들려줄 것이다. 존 엘리어트 가디너가 바로크 솔로이스트와 몬테베르디 합창단을 지휘한 두 가지 녹음의 (Archiv)는 이보다 확장된 약 20-30인 코러스의 위치와 사이즈 정도 등이 정밀하게 수록된 대표적인 녹음이기도 하다. 녹음의 해상도와 선예도는 2015년 버전이 앞서지만, 연주와 코러스의 조화나 공간적인 입체감 등의 종합적인 평가를 하자면 여전히 1985년반의 오리지널리티를 능가하지는 못할 것 같다. 
 
 
 
"질감"
 
 
질감이라는 말은 하모닉스와 함께 대표적인 오디오계의 모호한 말이었다. 텍스춰(texture)를 번역하는 과정에서 만들어진, 양감에 비견되는 개념으로 이해되곤 하지만 여전히 분명치 않게 자리잡고 있는 경우가 많다. 일반적으로는 현악기처럼 뭔가가 접촉하고 마찰을 일으켜서 음을 만들어내는 경우에만 질감의 품질을 언급하곤 한다. 옳은 해석이고 여기에 더해서, 마찰하지 않은 악기와 음의 감촉까지 포괄하는 품질로 생각하면 문제없다. 그러니까 보컬에도 질감이 있고 관악기에도 질감은 있는 것이다. 문자 그대로 실과 실이 서로 짜여져서 우툴두툴하고 촘촘한 표면의 감촉을 만들어 내는 정도를 의미한다. 
 
물론, 여전히 질감을 느끼기에 가장 좋은 악기는 현악기들이다. 표면의 감촉을 직접 만들어 내는 악기들이라서 쉽게 질감이 좋고 나쁘고를 머리 속에 띄워낼 수 있기 때문이다. 질감은 하모닉스, 다이나믹스 등과 연관해서 개별 악기들의 품질과 밀접하게 관련된 지표라서 비교적 작은 음량에서 더 잘 관찰되며 저 출력과 작은 공간에서 품질이 더 높게 나타나는 경우가 많다. 하지만 종합적으로는 크고 대편성에서도 작은 입자로서 질감을 표현해준다면 베스트가 된다. 
 
레이첼 포저가 연주한 비발디 협주곡(Channel Classic)들이 현 시점에서 가장 권장할 만한 질감표현 연주들을 담고 있다. 이 부문에도 수많은 명연과 고음질 녹음들이 있지만, 바이올린 현이 옥타브를 이동하는 연속음에서 하나의 선이 아니라 여러 실타래의 표면을 타고 마찰하는 느낌이 과연 바이올린의 실연에 근접하는 감촉을 준다는 차원에서 그렇다. 팻 메스니와 찰리 헤이든 커플의 (Verve) 또한 오랜 동안 낮은 대역 현의 스트록과 중간대역 현의 피킹이 혼합된 질감테스트 연주로 활용되어 왔다. 특히 사실적인 베이스 연주의 대역과 양감을 겸비한 깊고 순수한 목질감은 흔치 않은 품격을 선사한다.  
 
 
"대역, 주파수 응답"
 
 
실제 연주, 실제 어쿠스틱과 비교해서 아직 가장 갈 길이 먼 오디오적 품질이다. 인간의 가청주파수라는 한계를 두어 그 이상이 필요하지 않다고 주장되곤 하지만, 그건 전 대역재생이 가능했을 경우에 선택적으로 제안되어야만 완벽한 설득력이 있을 것이다. 그로 인해 주파수 대역의 크기는 여전히 스피커의 품질에 관건이 되는 매우 중요한 지표이며 스피커의 사이즈와 구조, 진동판의 재질 등이 크게 관여해서 달성되는 품질이다. 그에 따른 제작비도 크게 달라지게 하는 대역은 대표적인 가격상승의 요인이기도 하다. 참고로, 실제음역을 기준으로 한 신뢰할 수 있는 어쿠스틱을 기준으로 했을 때 낮은 대역의 재생이 훨씬 어렵다. 오케스트라와 기악곡을 시청할 경우, 일반적인 풀사이즈 피아노 88개 건반의 맨 왼쪽이 27Hz까지 내려가는 데 비해서, 관현악기 중에서 최고음을 내는 피콜로는 최고음이 4kHz를 넘지 않는다. 음원 속에 있는 정보는 이보다 더 넓게 담겨져 있다. 파이프오르간의 최저현은 8Hz, 공기중 초음파는 44kHz에 달하는데 초고역을 재생하는 스피커들은 수치상으로 50kHz를 소화하는 제품들이 다수 출시되어 있다. 
 
감쇄특성이 나타나지 않는 플랫한 대역특성을 유지하는 넓은 대역에 걸친 재생은, 일단은 들려오는 소리의 정보량에 있어서 실제 현장에서 들었던 대역의 상하폭과 유사한 느낌을 갖게 해줄 것이다. 다만, 이번에는 시청실의 어쿠스틱 또한 현장과 유사한 조건을 갖출 수록 녹음 속 정보량과 재생범위에 근접한 시청을 할 수 있을 것이다. 
 
존 루터의 <레퀴엠> 혹은, 같은 합창단이 녹음한 터틀 크리크 코러스(Turtle Creek Chorus)의 성가집(Reference Recordings)은 다소간의 다이나믹스가 과장된 녹음이긴 하지만 그로 인해 혼성코러스의 하모닉스를 추출해서 샘플화시켜 놓은 대표적인 녹음이 된다. 넓은 주파수대역, 대형 돔형 연주장 등이 조합되어 다성화음의 하모닉스를 선명하게 분간하기에 좋은 녹음이다.
 
 
"다이나믹스"
 
 
다이나믹스는 상기한 여러 품질보다도 우선해서 시청자의 귀를 사로잡는, 특정 제품의 마케팅적인 측면이 강한 지표이다. 쉽고 빠르게 보편적인 구매자를 사로잡을 수 있는 드라마틱한 특성을 대표하면서도 좁은 의미에서는 여러 기기의 조합이 큰 소리를 만들어내는 오디오의 본원적 기능이기도 하다. 반대로 넓은 의미에서의 다이나믹스는 음량레벨이 높은 큰 소리 이외에도 작은 음량에서도 작고 큰 음의 에너지가 구분되어 여전히 역동감을 주는 마이크로 다이나믹스를 포함한 포괄적 의미가 된다. 다이나믹스는 스피커보다는 앰프와 재생기기들의 연관해서 기여하는 품질이며, 마이크로와 매크로를 공히 잘 연출하는 시스템이야 말로 쉽고 명쾌하게 음악의 버라이어티를 즐기게 해준다. 작은 소리에서도 민감하게 강약을 구분하는 능력도 매우 정교한 제작력이 요구되지만, 큰 음량에서의 과장되거나 축소되지 않은 음원속 고품질의 정보구현은 오랜 경험에 기반하고 있는 제작사들일 수록 달성되기 쉽다. 
 
다이나믹스 특성을 담고 있는 음원들은 장편이 아니라도 상대적으로 다양한 편이다. 코플랜드의 <보통사람들을 위한 팡파레>, 무소르그스키의 <전람회의 그림>(Reference Recordings) 등의 클래식 소품들이 자주 시청되곤 하며, 디 안젤로(D’Angelo)의 2000년 작 (EMI)나 케미컬 브라더스의 등의 일렉트로니카 앨범 전체는 강렬하고 낮은 대역의 펀치와 간결한 비트, 변화무쌍한 그루브를 담고 있어서 누구나 쉽게 접근할 수 있는 하이파이 등급의 녹음들이다. 
    
 
- 오승영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