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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udio

오디오 시스템의 꽃, 스피커 1편

by onekey 2024. 2. 29.
최상균2009-06-01 16:20
추천 43 댓글 0
 

오디오 시스템에서 좋은 소리를 내는 일은 그렇게 쉽지만은 않은 일이다. 시스템에서 어느 한 기기가 특출나다고 해서, 또는 값비싼 기기들이나 인기가 좋은 기기들을 그저 연결해놓는다고 해서 좋은 소리가 나오는 경우란 좀처럼 없다. 당연한 이야기이지만 좋은 소리를 내기 위해서는 소스 기기, 앰프, 스피커는 물론이고 케이블까지도 서로 조화를 이루는 것으로 신중하게 선택되어야 하며 액세서리들이나 전기 공급 상황, 리스닝 룸의 음향 상태에 이르기까지 철저하게 맞아야 하기 때문이다.

 

이 과정에서는 애호가의 음악적 감성과 취향, 그리고 기기를 사용했던 경험들이 무엇보다 중요하겠지만, 오디오 기기에 관한 이론적 지식 또한 적지 않은 도움이 될 것이라고 생각하고 있다. 그런데 오디오에 관련된 용어나 이론을 쉽게 설명하는 매체를 찾기란 쉽지 않으며, 검증되지 않은 부정확한 지식들이 마치 정설인 것으로 여겨지는 상황도 종종 본다. 본 칼럼에서는 오디오에 관련된, 거창한 ‘이론’보다는 ‘상식’ 위주의 설명을 자세하고 쉽게 기술할 계획이다. 오디오에 처음 입문하는 초보 애호가들에게는 제품의 특성을 파악하는 능력- 제품을 보는 ‘눈’을 갖는 데 도움이 되고, 오디오력을 꽤 갖춘 애호가들에게도 간과하기 쉽거나 오해하기 쉬운 내용을 다시 한 번 언급함으로써, 오디오 생활에 작은 도움이 되기를 바란다.

 

소스 기기, 앰프, 스피커, 케이블 중에서 처음 고른 것은 시스템의 간판이라고도 불리는 스피커. 오디오에서 어떤 것 하나 중요하지 않은 것이 없지만, 스피커 시스템이 애호가들에게 주는 매력은 각별한 것이다. 스피커가 시스템에서 ‘얼굴’ 노릇을 하는 것을 부인할 애호가들은 아마 없을 듯. 먼저 스피커에 사용되는 유닛에 관한 이야기부터 해 보자.

 

I. 스피커의 유닛

 

생김새에 따라 콘형, 돔형, 리본형, 정전형, 혼형, 압전방식. 그리고 용처에 따라서 트위터, 스쿼커, 우퍼, 풀레인지 등으로 유닛을 구분할 수 있다. 시중에 유통되고 있는 스피커에는 여러 형태의 유닛들이 사용되고 있고 관련된 용어들도 많다. 여기에 종이, 실크, 알루미늄, 폴리프로필렌, 캡톤 등 사용된 재료, 그리고 유닛의 크기도 각양각색이다. 하지만 이런 다양한 유닛들의 역할은 단 하나, 교류 전기 신호를 소리로 전환해주는 것뿐이다. 이렇게 다양한 유닛들은 분류하는 방법은 보통 두 가지이다. 첫째는 전기-음향 변환 방식에 따른 분류, 그리고 두 번째는 사용되는 주파수 대역에 따른 분류이다. 물론 진동판의 생김새에 따라서도 평판형, 원형, 원추형 등으로 분류할 수 있겠고, 경우에 따라서 수중형이나 옥외형 또는 PA용이나 하이파이용과 같이 용도별로도 분류할 수도 있겠다.

 

1. 전기-음향 변환 방식에 따른 기술적 분류

원래 교류 전기를 운동에너지, 즉 소리로 변경하는 기술은 여러 가지가 있다. 메이커나 유닛 설계자마다 자신 있는 방식을 사용하므로 다양한 유닛들이 존재하는 것이다. 예를 들면 코일과 영구 자석을 사용하는 (가장 보편적인) 다이내믹형, 고전압의 전극사이에 유전체를 두어 진동시키는 정전형, 압전재료(piezoelectric material : 압력에 따라 전하가 발생하는 재료, 반대로 이 재료에 전압을 걸면 압력이 발생하여 진동시키는 것이 가능하다)를 사용하는 압전형, 플라즈마 방전을 이용하는 방전형 등이 있다.

 

1) 다이내믹형 유닛

주위에 못쓰는 스피커가 있다면 중역이나 저역에 달려 있는 콘형 유닛을 하나 꺼내어 보자. 둥그런 진동판의 뒤쪽으로 영구 자석이 튼튼한 프레임으로 결합되어 있다. 가려서 잘 보이지 않지만 진동판의 안쪽은 코일이 감겨 있는 보빈과 붙어 있으며 보빈은 자석과 닿지 않게 살짝 떨어져 있다. 진동판은 중심이 흐뜨러지지 않도록 주름이 잡혀있는 천(스파이더)으로 지지된다. 그런데 이 코일에 전류를 흘리면 전자석의 원리에 의하여 자기장이 생기게 된다. 한편 이 코일 뒤쪽에 영구 자석을 고정시켜 두었으므로, 코일의 자기장과 자석의 자기장의 상호작용에 의해 서로 끌리거나 반발하게 될 것이다. 즉 코일에 교류 전류에 흘려주면 이에 맞추어 미는 힘과 끄는 힘을 받아 진동하게 된다. 한편 코일에는 진동판이 붙어 있으므로 함께 진동하며 소리가 나는 것이다. 그래서 이 코일에는 보이스 코일(voice coil)이라는 이름이 붙었다. 한편 이 원리는 장난감 속에 들어있는 모터와도 구조와 원리가 같은데 스피커가 교류를 넣어 코일과 진동판이 왕복 운동을 하도록 고안된데 반하여 모터는 코일을 회전 운동하도록 자석을 배치한 점만이 다르다.

 

그래서 가끔 스피커의 스펙을 보면 사용된 ‘모터’라는 표현도 심심치 않게 볼 수 있다. 이렇게 영구 자석과 진동판에 달려 있는 코일에 생긴 자기장의 상호작용을 이용한 유닛들을 총칭하여 다이내믹형이라고 부르는데, 생김새와 구조에 따라 돔형, 콘형, 리본형, 혼형 등으로 나뉜다. 한편 아주 오래된 스피커의 유닛은 영구 자석 대신 전자석을 사용한 것들도 있는데, 이는 필드형이라고 부른다. 이런 스피커에는 보이스 코일외에도 전자석을 가동시킬 아마추어 코일(전기자라는 뜻의 armature coil, amature가 아님)이 설치되는데, 재미있는 것은 아마추어 코일에 흐르는 전류의 양에 따라 음색이 바뀌게 된다. 현재에는 철을 자화시켜 페라이트 자석을 쉽게 만들 수 있기 때문에 필드형은 거의 사용되지 않는다.

 

① 콘형

콘형은 다이내믹형 유닛 중에서 리스너가 보았을 때, 진동판의 형상이 스피커 안쪽으로 오목하게 파인 형상을 갖는 것이다. 콘의 형상으로 만든 이유는 강도 때문이다. 같은 종이 재질이라고 하더라도 평면의 모습일 때와 주위를 감아 붙여서 콘의 형태로 만들어 놓은 것과는 엄청난 강도 차이가 생기게 된다. 하지만 이 형상은 주로 종이 재질을 이용하여 스피커 유닛을 만들 때 확립된 것으로, 요즘처럼 진동판의 재질이 다양화 되어 강도가 확보된 상황에서는 다양한 변형이 존재한다.

콘형은 진동판을 균일한 상태로 크게 만들기 좋고, 진폭을 크게 할 수 있으며 진동판의 면적에 걸쳐서 균일한 음압을 얻는 것이 비교적 수월하기 때문에 보통 직경 4인치~15인치 크기로 중역 또는 저역용으로 널리 사용된다. 하지만 진동판을 작게 만들기 어려운 구조이고, 진동판의 크기가 작아야만 질량이 작아서 초고역 재생이 가능하므로 요즘처럼 초고역 특성을 중시하는 스피커 시스템의 고역용으로는 마땅하지 않다.

 
그림캡션 1 : 콘형 스피커의 단면도
모든 스피커의 근본 원리는 자기장 속에서 코일에 흐르는 전류가 일으키는 힘에 의존한다. 흐르는 전류가 작더라도 코일을 여러 겹으로 감고 자기장의 세기를 증가시키며, 진동계의 질량을 줄임으로써 민감한 유닛을 만들 수 있다.

 

좋은 진동판의 조건은 첫째, 강도가 좋아야 한다. 늘 음악에 맞추어 움직여야 하는 진동판이 약해서 출렁거린다면 어떤 소리가 나올지는 도무지 상상하기 어렵다. 진동판 전체가 동일한 위상으로 움직이며 주위 공기를 힘차게 밀어 줄 정도의 강성은 스피커 유닛이라면 반드시 갖추어야 할 조건이 된다. 강도를 높이는 방법은 재료를 강화시키는 방법 외에도 모양에 변화를 주는 방법이 있는데, 예컨대 JBL의 우퍼처럼 진동판에 일부러 동심원의 주름을 주기도 하고 오디오 마시나에 채용된 일본 포스텍스의 유닛처럼 독특한 나선형 모양을 만들어 넣기도 한다.두 번째 조건은 가벼워야 한다는 점이다.

 

진동판이 무거우면 관성이 크다. 즉 진동판을 정지 상태에서 움직이기 시작하거나 움직이던 것을 정지시키는 것은 무척 어렵게 된다. 진동판에 음악 신호가 흐르다가 갑자기 끊겼을 때 진동판이 신속하게 정지하지 않고 계속 흔들리면, 스피커는 ‘모터’에서 ‘발전기’로 변해버린다. 이때 발생하는 전기를 ‘역기전력’이라고 하는데, 무거운 우퍼에서 심하게 발생하며, 역기전력이 트위터에 영향을 주므로 음질에 악영향을 준다. 요즘 바이와이어링이나 바이앰핑이 유행하는 것도 우퍼를 트위터와 차단시켜서 역기전력을 제거하는 것이 그 목적이라 할 수 있겠다.

 

세 번째 조건으로는 댐핑 능력을 꼽는다. 아무리 진동판이 가볍고 강성이 높다고 하더라도 진동판 자체의 떨림이 오래도록 유지되는 특성이 있다고 하면, 음악 재생 중에 이 떨림이 꼬리를 끌어 음질이 열화될 것은 자명하다. 예컨대 쇳덩어리에는 ‘땡~’ 하고 울리는 고유의 공진음이 있어서 이런 것으로 진동판을 만들면 공진 주파수 대역에서 울림이 커져서 바람직하지 않다. 반면에 알루미늄이나 특히 마그네슘은 두들겨 보면 ‘툭’하고 상대적으로 울림이 짧게 끊어지기 때문에 진동판으로도 사용될 수 있다. 물론 금속 진동판을 선호하는 메이커에서는 합금을 만들거나 복합재료를 클래딩하는 방법으로 만전을 기하기 마련이니 걱정할 필요는 없다.

 

이외에 균일하게 만들기 좋아야 한다는 점이나 생산하기가 쉬워야 한다는 것, 가격, 내구성 등은 스피커 유닛 외에 일반적인 조건이므로 생략하자. 문제는 앞서 언급한 세 가지 조건이 서로 상충된다는 사실. 가벼우면서 강하기 어렵고 강하면서 댐핑이 좋기도 어렵다는 사실이다. 따라서 각 메이커에서는 이 세 가지 인자들을 적절하게 최적화시키는데 총력을 기울이고 있다.

 

진동판의 소재로는 전통적으로 만들기 쉽고 댐핑이 좋은 펄프 재질이 널리 사용되며 강도를 높이기 위해 광물 외에 여러 종류의 물질을 섞거나 압축, 또는 코팅을 하여 사용되는 경우가 많다. 이외에도 폴리프로필렌이나 벡스트렌과 같이 댐핑 능력이 우수한 고분자 화합물, 가볍고 강성이 뛰어난 카본이나 방탄 조끼의 재질로 유명한 카블라같은 복합재, 알루미늄이나 마그네슘과 같은 얇게 만들어도 강성이 좋은 금속 재질이나 그 합금도 사용된다. 최근에는 세라믹 재질이 큰 인기를 끌고 있으며 가벼운 발포재질을 사용하여 두께를 증가시킨 제품들도 선보이고 있다. 이런 진동판들은 앞서 언급한 좋은 진동판의 조건, 강하면서도 가볍고, 댐핑이 좋은 특징을 갖추도록 여러 메이커에서 심혈을 기울여 고안한 것들이다.

 

한편 콘형 유닛은 부착된 에지의 형태에 따라 분류될 수 있다. 에지의 역할은 진동판의 외주부를 지지하는 것으로 진동판과 함께 진동하게 된다. 보통은 컴플라이언스(움직임에 대한 순응도)가 좋은 재질(예컨대 스펀지나 고무계열)로 많이 만드는데 이런 것들을 ‘소프트 에지 타입’이라고 한다. 한편 알텍과 같이 오래 된 유닛 또는 탄노이 HE 시리즈의 스피커를 보면 주름을 준 천에 코팅을 하여 일부러 컴플라이언스를 낮추어 놓은 것들도 있는데 이런 방식은 주로 큰 유닛에 적용되며 ‘하드 에지 타입’이라고 부른다. 이외에도 지멘스의 동축 유닛과 같이 별도의 에지를 사용하지 않고 진동판의 외주부에 주름을 주고 이를 직접 프레임에 부착시킨 경우도 있으며 굿맨에서는 에지를 3점지지 형식으로 만든 적도 있었다.

 

최근 스피커들은 대부분 소프트 에지 타입으로 스펀지나 고무로 된 에지를 가지고 있는데, 문제는 오래 사용한 유닛은 에지가 열화되기 쉽다는 점이다. 특히 스펀지나 스펀지에 칠을 입힌 에지들은 소모품이라고 생각될 정도로 습기나 온도 변화에 취약하다. 만일 에지에서 음이 새게 되면 저역에서 풀럭거리는 이상음이 생기거나 유닛이 지나치게 크게 떨리게 되어 음의 순도를 해치므로 중고 제품을 고르거나 가정에서 오래 사용했을 때는 지속적인 검사가 필요하다. 즉 손으로 조심스럽게 진동판을 눌러보며 에지에 균열이 생기지 않았는지 살펴보고 문제가 있으면 바로 교체해야 한다. 에지의 교체는 스피커 수리점에서 쉽게 할 수 있고, 반드시 오리지널과 동일한 것으로 해야 한다. 필자가 그동안 보았던 중고 제품 중에서는 오리지널 스펀지 에지를 고무 에지로 교체한 어처구니없는 것도 있었다. 아마도 그 스피커는 24시간 음악을 틀어대는 업소에서 사용되던 것으로 추정되는데 고무 에지를 사용한 것은 교체를 하지 않고 오래도록 사용하기 위한 목적이었을 것이다. 물론 오리지널과는 분명히 다른 스피커가 되어 버렸다.

 
그림 캡션 2 : 아큐톤의 세라믹 우퍼
최근 유행하고 있는 세라믹 유닛. 가볍고 강성이 좋으므로 신속한 반응을 얻는데 최적이다. 세라믹이라고 하여 유리 그릇의 공명을 연상할 필요는 없다. 진동판의 재질은 마치 달걀 껍질과 같은 느낌으로 울림은 ‘툭’하고 바로 끊어진다.

 

한편 어떤 스피커 유닛들은 보이스 코일과 영구 자석 사이의 유격이 매우 좁은 것들이 있는데, 이런 유닛들의 에지를 잘못 교체하여 중심이 잘 맞지 않게 되면 음악을 듣는 도중에 보이스 코일이 긁히는 소음이 날 수 있으므로 주의를 요한다. 예컨대 북셀프 스피커의 에지를 교체해 온 후에 저역에서 잡음이 나고, 뒤집어 놓거나 눕혀 놓았을 때 그런 소음이 사라진다면 에지 교체를 잘못한 경우라고 볼 수 있다. 제대로 교체되었다면 에지 교체에 따른 소리의 변화는 무시할 수 있다. 한편 고무 에지는 오래 된 경우 경화되어 뻣뻣해지기 쉬우나 어지간해서는 큰 문제를 일으키지는 않으며 파손이 되지 않는 한 교체할 이유는 별반 없다. 한편 하드 에지 타입은 신경 쓸 일도 없고 반영구적으로 사용할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