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상에는 하늘의 별만큼 많은 오디오 제작사가 있고, 여기에 걸맞게 셀 수 없을 만큼 다양한 케이블 제조 회사 또한 존재합니다. 그러한 만큼 케이블의 군상(群像) 또한 천차만별이죠. 각 브랜드별로 다양한 가격대의 케이블을 생산할뿐더러 그 음질적 특성도 다양하기 이를 데가 없습니다.
요지경 속 같은 케이블의 세계, 그 안을 잘 들여다보면 각 제작사마다 가격대별로 공통적인 케이블 특징이 존재하고 있음을 관찰할 수 있습니다. 물론 조금씩 편차가 있긴 하지만, 인터커넥터를 기준으로 가격대별 케이블을 특징지을 수 있는 요소를 살펴보면 다음과 같습니다.
* 저가대 ( 10만 - 50만 ) : 해상력
* 중가대 ( 50만 - 100만 ) : 사운드 스테이지, 음색
* 고가대 ( 100만 - 500만 ) : 자연스러움, 다이내믹
* 초고가대 ( 500만원 이상 ) : 음악성, 스케일
저가대 케이블
저가대의 케이블은 소위 막선이라 불리우는 케이블과 비교했을 때 해상력이 높아집니다. 그 특성에 따라 고역 혹은 저역이 강조되기도 하며 차별화된 대역별 특성을 보여줍니다. 자칫 그 특성이 강조되다보면 간혹 밸런스에 문제가 생기는 경우를 찾아볼 수 있습니다. 너무 해상력에만 특성을 부여하는 경우 경질화된 고역 덕분에 귀를 피곤하게 만들 수 있고, 반대로 저역의 양감이 증폭되는 경우에는 음의 볼륨감이 너무 둔탁해지기도 합니다. 이러한 문제가 발생함에도 불구하고 확연히 드러나는 정보량의 증가 덕분에 한결 나아진 음향을 즐길 수 있습니다.
중가대 케이블
중가대 케이블로 넘어오면 사운드 스테이지가 확장되며 소위 뒷배경이 나타납니다. 각 악기의 배치가 좀더 명확해지고 악기와 악기 사이의 빈공간이 그려집니다. 더불어 고역의 뻗침과 저역의 임팩트도 향상되고 음의 구분력이 보다 명확해지며 악기의 고유 음색이 자연스럽게 나옵니다. 선명함을 내세우는 케이블의 경우 다소 뻑뻑함이 남아 있지만, 명쾌하고 활기찬 음색의 장점으로 가격대비 성능이 가장 좋은 가격대 입니다.
중가대 케이블의 또하나의 특징은 고유 음색입니다. 케이블이 고유 음색을 갖는 다는 것이 어떻게 보면 단점이 되기도 하지만, 오디오에서 가장 중요한 "매칭"의 차원에서 케이블 고유의 음색을 이용한 적절한 튜닝은 시스템의 완성도를 높여주기도 합니다. 매우 실키한 음색이거나 호방하고 박력있는 음을 내어주는 케이블을 적절히 운용하면 초고가대 하이엔드급 케이블 못지 않는 실력을 발휘할 수 있습니다.
고가대 케이블
고가대의 케이블은 중가대 케이블 특성을 바탕으로 자연스러음과 입체감을 더합니다. 중가대의 케이블이 2차원적인 배경을 만들어 낸다면 고가대의 케이블에서는 3차원적인 공간을 자연스럽게 만들어낸다고나 할까요? 뒷배경도 앞뒤의 거리가 나오며, 유연해지는 중역대는 물론이려니와 저음도 한결 자연스러워지고 주파수 대역도 넓어져서 청취자로 하여금 편안하게 음악에 빠져들 수 있도록 합니다. 그리고 아래급 케이블들에서는 좀처럼 경험하기 힘든 스케일감, 다애니믹이 쏟아져나오며 애호가들의 취향 논쟁을 불러일으키는 경우도 있습니다. 음악 듣는 것이 쉬워지는 것도 고가대 케이블의 덕목입니다. 다소 딱딱하고 거칠었던 음악이 고가대 케이블을 걸었더니 한결 유연해지고 편안해집니다. 그러한 것이 높아지 해상력을 바탕으로 하므로 음악에 마음껏 심취하게 만듭니다.
초고가대 케이블
마지막으로 초고가대의 케이블에서는 갑자기 음악성에 생명력이 솟아나며 듣는 이로 하여금 다른 차원의 세계로 인도합니다. 피아니시모의 여운 저 뒤에 존재하던 음향적 입자들이 활발하게 움직이기 시작하는 시점이 바로 여기로서, 중고가 대에서는 아무 소리가 없던 지점에 사실 이런 작은 입자들이 소리 없는 아우성을 지르고 있었음을 깨닫게 해줍니다. 그 작은 입자들의 존재 의미가 음악성의 꽃을 피우게끔 인도해주는 것이 바로 초고가 하이엔드 케이블들만의 특성입니다. 작은 소리는 더 작게, 큰 소리는 더 크게 표현되며 음악의 다이내믹이 급격하게 커지며 음악에 생동감을 불어넣습니다. 오케스트라의 앞뒤 입체적 레이어링에 더해 오케스트라의 뒷공간도 표현됩니다. 더불어 이제 우리는 대양의 파도와 같은 거대한 스케일을 경험할 수 있습니다.
입체감을 뛰어넘은 사실적인 현장감과 기타의 신비로운 하모닉스와 피아노 음계 사이사이에 존재하는 공명음들, 가슴 속에 파묻혔던 가수의 미세한 바이브레이션 등등이 들리며 과연 내가 저 연주자를 잘 알고 있었는가라는 질문을 던지게끔 합니다. 이렇듯 적나라한 표현력을 바탕으로 하다보니 평소 즐겨 듣던 음반에서 들리지 않던 삑사리(?)가 새로 나타나기도 합니다.
케이블 대하기..
지금까지 일별했던 이러한 것들을 케이블이 만들어내는 소리라고 생각해서는 안 될 것입니다. 왜냐하면 케이블은 신호 전송의 역할만 하는 것이지, 없는 것을 새로 만들어 낼 수는 없기 때문입니다. 좋은 선재는 그만큼 신호전송에 저항값이 작다고 이해하는 것이 맞을 것입니다. 하지만 케이블을 바꿔가면서 오디오 시스템을 완성하는 재미는 금전적으로나 육체적(?)으로 앰프나 스피커 등의 메인 기기들을 바꾸는 것보다는 더 용이하기 때문에 케이블 시장은 점점 더 커지나 봅니다. 그러다보니 간혹 배보다 배꼽이 커질 위험(?)도 있습니다.
분명한 것은 오디오 시스템을 구성하는데 있어서 케이블의 중요성은 스피커나 앰프를 고르는 것만큼 중요한 요소가 되었다는 것입니다. 하지만 그렇다 하더라도 케이블이 주가 될수는 없습니다. 굳이 가격대별로 나누어 그 특징을 이야기 해봤지만 케이블이야 말로 "매칭"이 필수 입니다. 오디오 시스템과 잘 매칭된 케이블의 경우 가격대와 상관없이 매우 뛰어난 완성도를 보이는 반면, 매칭을 고려하지 않고 비싼 케이블로만 된 시스템의 경우 소위 말하는 "막선"보다도 못한 결과를 내기도 합니다. 자신의 시스템에 맞는 최적의 케이블을 찾는 것이야 말로 오디오 시스템을 최종 완성하는데 가장 중요한 마침표를 찍는 것으로 보아야 합니다.
Han.
이해를 돕기 위하여 이전에 써놓았던 케이블 관련 글 2편을 아래에 첨부 합니다.
1편. 2005. 2.26 작성
시작하며..
시스템 가격은 대단한데, 소리를 들어보면 뭔가 정돈이 되어있지 못하고,
산만함이 느껴지는 경우가 있습니다.
다이내믹도 잘 안나오고.. 뭔가 뿌옇기만 하고…
소스기가와 앰프와 스피커 등 당대 내놓으라는 기기들이고, 매칭도 그리 문제가 없어 보이는데..
내주는 소리는 영 아닙니다.
그런 경우 시스템의 뒤쪽을 확인하면 케이블이나 전원 쪽에 신경을 쓰지 않은 경우가 대부분입니다.
불과 몇 년 전만 하더라도 케이블은 일종의 위약효과라고 주장하거나,
그로 인해 필요성 내지는 효과에 대한 토론이 온라인상에서 이루어지고는 했습니다.
하지만, 요즘 들어 오디오 시스템에 있어 케이블에 대한 중요성은 과거보다 많이 강조되고 있고,
많은 사람들이 케이블의 필요성에 대해 인식을 하고 있습니다.
하지만, 수십 년을 이어온 오디오의 역사에 비해, 케이블은 비교적 최근 들어 그 필요성이 대두되었고,
그러면서 다소 과장되고 과열된 부분도 없지 않아 보이고,
상상을 초월하는 가격대의 제품까지 출시되면서,
주객이 전도되어 메인스트림으로 까지 진출(?)을 할 지경까지 이르렀습니다.
케이블 이야기는 그 동안 제가 개인적으로 느껴오고 경험해왔던 케이블에 대한 것을 한 번 이야기 해보려 합니다.
그리고, 케이블에 대하여 잘못 알려져 있는 것에 대해 그 문제 제기를 해보려 합니다.
만일 제가 잘못 알고 있다거나 틀린 부분이 있다면, 지적하여 주시며 고맙겠습니다.
자기 기준과 주관이 뚜렷한 취미가 오디오가 아닌가 싶습니다.
비주얼은 파란색을 보며 사람에 따라 빨간색이라 하지 않지만,
오디오(사운드)는 같은 음을 들으며 한사람은 파란색으로 또 다른 사람은 빨간색으로 보일 수(들릴 수) 있는 것이라 생각합니다.
이미 모두 다 알고있는 기본적인 상식을 대단한 지식인양 떠드는 것으로 보일까 염려가 됩니다.
그냥 개인적으로 경험한 것을 가볍게 이야기 해보는 것이니,
이 글을 보시는 분들도 가볍게 보아주셨으면 고맙겠습니다.
이야기 1. 케이블은 이퀄라이저가 아니다.
케이블 관련 질문 중에
“저역이 잘 나오는 케이블 좀 추천해주세요.”,
“고역이 답답한데 어떤 케이블을 사용하면 고역이 좋아질까요 ?” 라는 질문을 듣습니다.
하지만 제 생각은..
“저역이 잘나오는 케이블이나, 고역이 좋아지는 케이블은 없다.” 입니다.
물론, 다른 고수 님들께서 여러 번 지적한 이야기를 제가 한번 더 이야기 해보는 것입니다.
칼럼란에 마이클 님의 “"케이블은 음질 향상용이지 음색 조정용이 아닙니다" 라는 명확한 정의가 있는
“음질, 음색 그리고 케이블” 3부작을 보시면 케이블에 대한 자세하고 명쾌한 설명이 있습니다.
케이블 선재에 따라, 혹은 구조에 따라 음색이 변하거나,
대역밸런스가 고역으로 아니면 저역이 강조되기는 합니다.
하지만 그것은 그 케이블(선재)의 하나의 특성일 뿐
그것(대역밸런스의 변화)이 그 케이블을 사용하는 목적이 될 수 없다는 것입니다.
물론, 고역이 좋아지거나, 저역이 풍성해지는 케이블이 있습니다.
하지만 그것은 저역이 잘 안나오거나, 고역이 롤오프 된 것입니다.
케이블은 소위 “패시브 컴포넌트”입니다.
없는 고역(저역)을 만들어내지 못합니다.
그러니까.. 좋은 케이블일수록 전기신호를 “덜 깍아먹는” 것으로 보아야 합니다.
대역에 있어 좋은 케이블과 일반 케이블의 차이는 대역폭입니다.
좋은 케이블일수록 초고역의 뻗침과 초저역의 깊이가 잘 표현이 됩니다.
대역밸런스도 잘 유지합니다.
“그러면 왜 몇백만원씩 하는 케이블이 시장에 나오며, 그것이 팔리고 그러느냐?”
단지 대역폭 만으로 고가의 케이블 시장이 형성되지는 않았을 것입니다.
좋은 케이블이 주는 효과와 그 역할에 대해서는 다음에 이야기 해보도록 하겠습니다.
2편. 2005.2.28 작성
두번째 글을 쓰기에 앞서 미리 밝힙니다.
이번 케이블이야기를 하면서 가급적이면 특정 브랜드나 모델명을 거론하지 않겠습니다.
괜한 오해의 소지가 있을 수 있기 때문입니다.
또한, 제가 쓰는 이 케이블 이야기는 어떤 특정브랜드, 모델을 대상으로 하여 이야기 하는 것이 아니라, “모든 케이블의 전반적인 성향(?) 정도를 이야기 하고자 함”입니다.
이야기 2 : 스피커케이블, 인터커넥터, 파워코드 중에 어떤 것이 가장 중요할까?
오디오 시스템에 연결되는 케이블은 크게 세가지로 나눌 수 있습니다.
스피커케이블, 인터커넥터, 파워코드 입니다.
물론 디지털 케이블, 외부전원장치가 있는 제품의 경우 외부 전원장치와 본체의 연결케이블 등도 있겠습니다.
중요도를 굳이 따지라면.. 어떻게 하시겠습니까.
다른 분들의 말씀과 저의 경험으로는
1. 파워코드
2. 인터커넥터
3. 스피커케이블 입니다.
보통은 스피커케이블이 제일 부피가 크고 길이도 제일 길므로 가장 영향을 많이 줄 것 같습니다.
케이블에 무관심 했던 사람이 어떤 동기에 의해 케이블을 좋은 것으로 써볼 요량이면
당연히 스피커케이블부터 교체를 단행하려 합니다.
하지만, 위의 순서대로 파워코드부터 손을 보는 것이 매칭 실패의 가능성도 적고,
투자대비 효과가 더욱 큽니다.
만일 케이블을 통한 음의 업그레이드를 생각하신다면, 파워코드부터 교체를 해 보십시오.
스피커 케이블은 아무리 좋아도 시스템이 내어주는 음의 전반적인 형태까지 바꾸지는 못합니다.
하지만, 좋은 파워코드는 약간 과장을 한다면 시스템의 전반적 모습까지 바꾸기도 합니다.
윗물이 맑아야 아랫물이 맑다고..
오디오 역시 항상 입구부터 깨끗해야 합니다.
정말 좋은 파워코드는 파워앰프에서 구동력의 증가와, 스케일, 그리고 초저역까지 내려가는 것을 가능하도록 해줍니다.
CDP에 장착하는 경우 확연한 해상력의 증가가 감지됩니다.
프리앰프에 잘 매칭되는 파워코드의 경우 뒷배경의 정숙성을 대폭 개선시켜 줍니다.
단, 여기서 중요한 것은
메이커별 모델별로 각각의 기기에 장점과 단점을 보인다는 것입니다.
이 말은 파워앰프에 좋은 파워코드가 있고, 프리앰프, CDP에 좋은 파워코드가 있다는 것입니다.
일 예로 파워앰프에 좋은 파워코드는 소스기기에 들어가면 해상력감소나 고역이 피곤해지거나 저역이 벙벙거리는 등의 역효과도 보여줍니다.
시스템에는 많은 파워코드가 필요합니다.
파워코드 업그레이드를 생각하신다면
한꺼번에 파워코드를 구입하지 마시고, 하나씩 하나씩 테스트하면서 교체하십시오.
그러면서 새로 구입한 파워코드가 파워앰프에 맞는지, 프리에 좋은지, 소스기기에 좋은지 테스트를 해보고 위치를 결정하면 됩니다.
또한, 개인적 사견으로 케이블은 원브랜드 시스템이 별로 좋지 않은 것 같습니다.
가장 좋은 케이블은 하이엔드 오디오의 기본인 것 처럼..
자기 모습을 드러내지 않는 것입니다.
자기 모습을 드러내지 않는다는 것은 깍아먹지도, 더하지도 않고
소스, 앰프가 내어주는 소리 그대로를 전달해주는 기능에만 충실해야 된다는 것입니다.
하지만 현실적으로 그러한 케이블이 있는지 모르겠습니다.
설사, 그런 케이블이 있다 하더라도 시장에서 별로 호응을 받지 못할 것 같습니다.
왜냐하면 재미가 없기 때문입니다.
그러다 보니 케이블 회사마다 음의 특색이 있습니다.
한 브랜드로 통일하는 경우 음이
앰프나 스피커의 소리가 아닌
케이블이 음을 장악해버릴 위험의 소지가 있기 때문입니다.
물론, 중립적인 특성을 가진 케이블은 그 위험을 줄여주기도 하지만..
사람들은 케이블을 교체하면서 희열을 느낍니다.
작은 뉘앙스 표현의 변화등이 감지되며, 전체적인 변화의 모습까지 감지될 때 야릇한 미소가 입가에 돕니다.
만일 케이블을 새롭게 시작한다면..
파워코드(기초공사)부터 시작하여, 인터커넥터, 스피커케이블 순으로 마무리 하는 것이 좋은 것 같습니다.
전체를 한번에 바꾸지 마시고..
하나씩 하나씩 자신이 원하는 음으로 세부적인 튜닝을 해 나가는 것입니다.
파워 파워코드를 교체했더니 전반적인 스케일은 좋아졌는데 음이 다소 경직되었다 싶으면
프리앰프 파워코드를 좀더 부드러운 음을 내어주는 성향의 파워코드로 선정하는 식으로 하는 것입니다.
그런 식으로 단계별로 튜닝을 해 나아가면 매우 좋은 결과가 나올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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