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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5년 - 4312G, 4312G Ghost Edition, L100 Classic, L82 Classic, L52 Classic
1982년 4312가 나온 지 43년이 흐른 2025년, 음악 지형도는 크게 바뀌었다. 1982년에 개발돼 80년대 후반부터 2000년대 초반까지 주류 미디어였던 CD는 진작에 쇠퇴했고 그 빈 자리를 스트리밍 음원이 차지했다. 비트 뎁스와 샘플링 레이트 역시 16비트/44.1kHz에서 최대 32비트/768kHz로 크게 늘어났다. 다이내믹 레인지와 재생 주파수 대역이 각각 늘어났다는 얘기다.
인기 음악 장르 역시 신스 팝과 뉴웨이브, 글램 록(80년대)에서 R&B와 그런지 록, 힙합(90년대), 힙합과 EDM, 인디록(2000년대), 팝과 힙합, 트랩(2010~2020년대) 순으로 바뀌었다.
싸이의 ‘강남스타일’(2012년 빌보드 연간 HOT 100 43위), BTS의 ‘Dynamite’(2020년 38위)와 ‘Butter’(2021년 11위)를 비롯, 유튜브를 강타한 로제의 ‘APT’ 등 2010년대부터 불어닥친 K팝 열풍도 세계적인 현상이다.
JBL도 큰 변화가 있었다. 4312SE가 나온 이듬해인 2017년 11월, JBL의 주인이 바뀐 것. JBL과 마크 레빈슨, 하만 카든의 모기업인 하만 인터내셔널을 대한민국의 삼성전자가 80억 달러에 인수했다. 하만 인터내셔널은 또한 2023년 11월에 스트리밍 시대의 대표 고음질 음원 재생 플랫폼인 룬(Roon)의 제작사 룬 랩스을 인수, 시대의 흐름에 발빠르게 대처했다.
4312G(2019년)
4312 시리즈 후속도 이어졌다. 2019년에 4312G, 2022년에 4312G Ghost Edition을 선보이며 1982년부터 시작돼온 4312 시리즈의 위대한 전통을 이어갔고, 2019년에는 L100 Classic을 선보이며 1978년 단종됐던 L100 Century를 41년만에 리메이크했다. 2020년의 L82 Classic, 2021년의 L52 Classic 모두 2웨이 구성이지만 쿼드렉스 폼 그릴을 한 L100의 당당한 후예들이다.
맥락과 계보를 떠나 현대 스피커로서 4312G와 화이트 인클로저의 4312G 고스트 에디션을 살펴본다. 두 스피커 모두 12인치 퓨어 펄프 콘 우퍼, 5인치 폴리머 코팅 퓨어 펄프 콘 미드, 1인치 알루미늄 마그네슘 합금 트위터를 단 3웨이, 3유닛 베이스 리플렉스 스피커. JBL에서는 ‘3웨이 12인치 스튜디오 모니터 북쉘프 라우드스피커’라고 부른다. 인클로저는 MDF, 스피커 커넥터는 싱글 와이어링 전용이다.
JBL 4312G(2019년)
그릴을 벗겨내면 베이스 리플렉스 포트가 가운데 상단에 있고, 그 오른쪽 위에 중고음역대 음압을 조절할 수 있는 어테뉴에이터가 달렸다. 유닛은 상단에 트위터와 미드가 나란히, 하단에 우퍼가 홀로 장착됐는데, 좌우 채널이 미러형이다. 한쪽은 트위터가 왼쪽에, 다른쪽은 오른쪽에 달렸다. 미러형이 아닌 모델은 앞에서도 언급했던 것처럼 4312C가 유일하다.
공칭 임피던스는 6옴, 감도는 90dB, 주파수응답특성은 -6dB 기준 44Hz~40kHz를 보인다. 크로스오버 주파수는 640Hz, 5kHz. 5인치 미드의 수비 범위가 4312SE에 비해 더욱 넓어진 점이 눈길을 끈다. 크기는 가로폭 362mm, 높이 597mm, 안길이 305mm. 무게는 23.8kg을 보인다.
2017년에 나왔던 4312SE와 비교하면 크로스오버 주파수 변경과 함께 감도가 93dB에서 90dB로 낮아졌는데 이는 우퍼와 트위터가 바뀐 것과 관련이 깊다. 우퍼는 1200FE-8에서 JW300SW-8로 바뀌며 진동판 코팅 방식을 새롭게 설계했다. 미드는 왜곡을 줄이기 위해 진동판 뒷면을 댐핑 처리했고 유닛 이름도 105H-1에서 JM125PC-8로 바뀌었다. 이밖에 인클로저 측면에 있던 JBL 로고와 앞뒷면의 70주년 기념 배지도 빠졌다.
JBL 4312G Ghost Edition (2022년)
소리는 어떨까. 빌리 아일리시의 ‘Bad Guy’를 들어보면 기름기가 하나도 없는 음이 무대 중앙에서 뛰어논다. 소릿결이 무척 단단하다. 앰프 볼륨을 거의 12시 방향까지 올리면 그야말로 펄펄 살아있는, 소위 ‘때려박는’ 음들이 나온다. 클래식 피아노 연주곡에서는 특히 오른손 건반음이 명료하고 투명해서 그 어떤 지저분한 것들이 달라붙지 않았다.
진가는 재즈 연주곡에서 드러났다. 커티스 풀러의 ‘Oscalypso’의 경우 초반 트럼본과 색소폰의 콜 앤 리스폰스가 잘 분간되고, 오른쪽 드럼과 왼쪽 두 브라스 악기의 음압 밸런스도 잘 맞아떨어진다. 색소폰의 음색은 맑으면서도 우골을 장시간 우려낸 듯한 깊은 맛을 전해준다. 맞다. JBL은 어른의 세계, 산전수전 다 겪은 프로의 세계인 것이다. 이 곡의 백미인 드럼 솔로는 12인치 우퍼를 단 이 스피커가 아니면 들을 수 없는 음을 들려줬다.
L100 Classic(2019년)
쿼드렉스 폼 그릴을 단 L100 Claasic은 1970~78년 맹활약한 레전드 L100 Century를 리메이크한 스피커로, 오리지널과 동일한 3웨이, 3유닛, 전면 베이스 리플렉스 포트 설계를 취했다. 4312G나 4312G 고스트 에디션과 비교하면 두 중고음 조절 노브와 포트의 위치, 트위터와 미드의 배치가 다르다. 4312G는 두 유닛이 옆으로 나란히, L100 Claasic은 오리지널 L100 Century와 마찬가지로 트위터가 위에, 미드가 아래에 놓였다.
트위터와 미드도 다르다. 알루미늄 마그네슘 합금 진동판 유닛(054ALMg-1) 대신 티타늄 진동판 유닛(JT025TI1-4)을 썼고, 미드는 5.25인치라는 좀 더 큰 사이즈의 폴리머 코팅 퓨어 펄프 진동판을 채택했다. 이에 따라 크로스오버 주파수도 450Hz/3.5kHz(L100 Classic)와 650Hz/5kHz(4312G)로 차이를 보이는데 이는 진동판이 커진 미드가 더 낮은 음을 내는데 따른 것이다.
스펙을 보면 공칭 임피던스 4옴, 감도 90dB, 주파수응답특성 40Hz~40kHz(-6dB)로 현대 스피커다운 면모를 보인다. 인클로저 사이즈는 높이 636 x 가로 389 x 안길이 371mm로 4312G(597 x 362 x 298mm)보다 크다. 무게 역시 26.7kg로 4312G(23.8kg)보다 더 무겁다. 2023년에는 바이와이어링을 지원하는 L100 Clasic MKII가 나왔다.
L82 Classic(2020년)
각각 2020년과 2021년에 나온 L82 Classic과 L52 Classic은 쿼드렉스 폼 그릴을 갖춘 2웨이, 2유닛 스피커. 물론 L100 Classic의 감성을 보다 작은 사이즈에 담은 트리클 다룬 모델들이다. L82가 8인치 미드우퍼(JW200PW-6), L52가 5.25인치 미드우퍼(JW135PW-4)를 달았다. 트위터는 두 모델 모두 L100 Classic과 동일한 1인치 티타늄 돔 트위터(JT025TI1-4)를 썼다.
L52 Classic(2021년)
스펙을 보면 L82 Classic의 경우 공칭 임피던스 8옴, 감도 88dB, 주파수응답특성 44Hz~40kHz(-6dB)를 보이며 크로스오버는 1.7kHz에서 이뤄진다. 사이즈는 높이 472 x 가로 315 x 안길이 281mm이며 무게는 12.7kg이다. 2023년에는 바이와이어링을 지원하는 L82 Classic MKII가 나왔다.
L52 Classic의 경우 공칭 임피던스 4옴, 감도 85dB, 주파수응답특성 47Hz~24kHz(-6dB)이며 크로스오버는 2.8kHz에서 이뤄진다. 사이즈는 높이 330 x 가로 216 x 안길이 196mm, 무게는 5.0kg이다.
Outro
긴 여정이었다. 1968년 4310에서 시작해 1970년 L100 Century, 1973년 4311, 1982년 4312, 2025년 현재 4312G, L100 Classic으로 이어지는 JBL 3웨이 스피커의 발자취는 그야말로 위대했다. 그 긴 시간 동안 트위터, 5인치 미드, 12인치 펄프 우퍼 구성의 ‘JBL 3웨이 포맷’은 한 치의 흔들림도 없이 뮤지션 및 애호가들과 함께 해왔다. 그 어떤 스피커도 JBL 4312G만큼 마이클 잭슨의 ‘Billie Jean’을 제대로 들려줄 수는 없다.
2025년 1월, 필자는 JBL L100 Classic MKII로 레드 제플린 4집을 듣는다. ‘Black Dog’은 일렉 기타의 호방한 연주에, ‘Rock And Roll’은 드럼과 베이스의 리드미컬한 질주에 저절로 숨이 가빠진다. 역시 JBL 12인치 우퍼 아니면 들을 수 없는 음이다. 버스커버스커 1집의 ‘벚꽃엔딩’에서는 장범준의 선명한 딕션이 귀에 쏙쏙 박힌다. 그리고 어느새 시청실에 불어오는 철이른 봄바람과 달달한 벚꽃 향! 맞다. JBL 4310과 L100은 현재 진행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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