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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82년 - 현재 진행형 4312의 탄생
1977년 영화 '토요일 밤의 열기 Saturday Night Fever' OST
1970년대 후반~1980년대 초반은 격변의 시기였다. 우선 대중이 선호하는 음악부터 요동쳤고, 그 선두주자는 디스코였다. 영화 ‘토요일 밤의 열기’에서 흘러나왔던 비지스의 흥겨운 ‘Night Fever’와 ‘Stayin’ Alive’가 1978년 미국 빌보드 연간 HOT 100 차트에서 각각 2위, 4위에 올랐다. 1979년 2위, 7위곡인 도나 섬머의 ‘Bad Girls’와 ‘Hot Stuff’, 1980년 1위곡인 블론디의 ‘Call Me’, 8위곡인 립스의 ‘Funkytown’ 모두 신시사이저가 맹활약한 디스코였다.
1982년 마이클 잭슨 'Thriller'
하지만 디스코의 열기는 오래 가지 못했다. 1981년 다이애나 로스와 라이오넬 리치가 부른 조용한 발라드곡 ‘Endless Love’와 케니 로저스의 차분한 올드팝 ‘Lady’가 각각 2, 3위에 올랐고, 1982년에는 다시 에너지 넘치는 올리비아 뉴튼-존의 ‘Physical’(1위), 서바이버의 ‘Eye of the Tiger’(2위), 조안 제트의 ‘I Love Rock ‘n Roll’(3위) 등이 정상에 올랐다. 1982년 11월30일 발매된 마이클 잭슨의 앨범 ‘Thriller’는 이듬해 수록곡 ‘Billie Jean’과 ‘Beat It’을 2위와 5위에 올려놓으며 역사상 가장 많이 팔린 앨범(7000만장)으로 기록됐다.
1979년 소니에서 출시한 워크맨(Walkman)은 이 시기를 상징하는 강렬한 키워드다. 70년대 중반, 음악 저장 미디어로서 LP를 완전히 제친 카세트 테이프는 ‘포터블 뮤직 플레이어’ 워크맨의 등장으로 날개를 달았다. 당시 청소년들이 워크맨을 꽂고 신나는 디스코 음악을 들으며 롤러 스케이트를 타거나 ‘Beat It’을 들으며 문워크 댄스를 흉내내는 모습은 그야말로 이 시기의 스냅사진과도 같았다. 1982년에 첫선을 보인 CD가 주류 매체로 자리잡은 것은 80년대 후반이 다 돼서였다.
JBL 4350(1973년). 15인치 더블 우퍼를 단 레전드다. 밴드 더 후는 자신들의 스튜디오에 이 4350을 12개나 들여놓았다
이제 시선을 JBL로 돌려보자. JBL은 3웨이 4310과 4311, 그리고 1973년에 내놓은 4웨이 4350, 1974년에 내놓은 4웨이 4341로 프로 모니터 스피커 시장을 완전히 장악한 상태였다. 1977년 빌보드 조사에 따르면 JBL은 시장 점유율 70%로 알텍을 거의 더블 스코어 차이로 제쳤다. 이와 함께 홈 오디오 시장에서는 3웨이 L100 Century와 L100A가 1978년 단종될 때까지 25만조가 팔리며 1970년대 최고의 베스트셀러 스피커가 되었다.
드라이버 모터 시스템에 적용된 JBL SFG(Symmetrical Field Geometry) 설계. 시메트리, 그 의미 그대로 폴피스와 페라이트 마그넷을 좌우 대칭 형태로 배치해 자기장이 고르게 형성되도록 했다. 플럭스 스태빌라이저 링도 한몫 거들고 있다.
하지만 위기도 찾아왔다. 1977~78년 알니코 파동으로 그동안 써왔던 강력한 자속의 알니코 마그넷을 쓸 수 없게 됐다. 자이레 내전으로 알니코의 주요 원료인 코발트 채광이 중단된 것이다. 이에 따라 JBL은 1979년부터 알니코 대신 페라이트를 투입, 1980년 4웨이 4350B, 1981년 4435 등을 선보였고 새 마그넷에 따른 SFG(Symmetrical Field Geometry) 등의 신기술을 개발했다. 참고로 영국의 탄노이 역시 1978년부터 페라이트를 투입, 1979년 슈퍼모니터 시리즈, 1982년 웨스트민스터 등의 화제작을 내놓았다.
왼쪽부터 1조씩 4312SE, 4312D, 4312C, 4312B, 4312A, Original 4312
이런 분위기 속에서 1982년 JBL이 야심차게 출시한 스피커가 바로 4312였다. 모델명에서 알 수 있듯 4310, 4311의 뒤를 잇는 JBL 정통 3웨이 모니터 스피커로, 프로 모니터 시장 뿐만 아니라 L100을 잇는 홈 오디오 시장의 인기작으로 자리잡았다. 4312가 이후 1986년의 4312A를 시작으로 거의 4,5년마다 한번씩 후속 버전이 나오며 지금의 4312G, 4312G Ghost Edition까지 무려 43년째 롱런하고 있는 배경이다.
JBL 4312(1982년). 가운데 포트, 안쪽에 트위터, 바깥쪽에 미드, 아래쪽에 12인치 우퍼를 달았다. 트위터와 미드가 사선 방향으로 장착됐다.
4312는 기본적으로 1.4인치 페이퍼 콘 트위터( LE25-2), 5.25인치 페이퍼 콘 미드(LE5-12), 12인치 페이퍼 콘 우퍼(2213H)로 이어지는 4310, 4311의 전례를 충실히 따랐다. 하지만 세 유닛 모두 알니코 대신 페라이트 자석을 썼고, 우퍼 진동판은 1973년 4350에서 처음 사용한 아쿠아플라스(AquaPlas) 코팅을 입혔다. 무엇보다 우퍼가 L100처럼 밑에 있는 점이 4310이나 4311과 달랐다.
유닛 모터 시스템의 변화로 크로스오버 주파수도 1.5kHz, 7kHz에서 1.5kHz, 6kHz로 바뀌었다. 4310이나 4311의 우퍼가 사실상 풀레인지로 활약한 것과 달리, 네트워크 회로에 의해 정확히 1.5kHz에서 롤오프되는 점도 큰 변화다. 이에 비해 주파수응답특성 45Hz~15kHz, 공칭 임피던스 8옴, 감도 91dB 스펙은 유지했다. 고음역대 음압을 조절하는 프레즈슨(presence. 1.5kHz~6kHz), 브릴리언스(brilliance. 6kHz~15kHz) 두 노브도 살아남았다.
JBL 4312A(1986년). 트위터와 미드가 똑바로 정렬됐다. 트위터 진동판도 페이퍼에서 티타늄으로 바뀌었다
1986에 등장한 4312A는 트위터에서 혁명적 변화가 일어났다. 기존 1.4인치 페이퍼 콘 트위터 LE25-2에서 1인치 티타늄 돔 트위터 035Ti로 바뀌고 이에 따라 고역 상한이 15kHz에서 20kHz로 크게 늘어난 것이다. 이는 1982년에 등장한 CD의 샘플링 레이트가 44.1kHz여서 나이퀴스트 이론에 따라 최소 20kHz 초고음까지 재생이 가능해진 것과 무관치 않다. 미드는 104H-3, 우퍼는 2213H.
JBL 4312B(1992년).
1992년에 나온 4312B는 3웨이 유닛 구성과 40리터 인클로저 내부용적이라는 대원칙은 유지하되 크로스오버 주파수 변경으로 각 유닛의 재생 대역을 크게 조절했다. 1.5kHz, 7kHz에서 1.1kHz, 4.2kHz로 변경함으로써 미드(104H-3)와 트위터(035Ti)가 더 낮은 음을 내도록 한 것이다. 감도도 91dB에서 93dB로 더욱 높아졌다.
JBL 4312C(2000년). 4312 시리즈 중 유일하게 좌우 비대칭 모델이다. 왼쪽에 미드, 오른쪽에 트위터가 장착됐다
2000년에 출시된 4312C는 미드(104H-3)와 트위터(035Ti)의 위치가 4312 시리즈 중 유일하게 좌우 비대칭인 모델이다. 즉, 좌우 스피커의 두 유닛 배치가 모두 똑같은 것. 4312C를 흔히 몰짝이라고 부르는 이유다. 스펙상 크로스오버 주파수(1.5kHz, 7kHz)와 감도(91dB)를 4312A 때로 되돌린 점도 눈에 띈다.
JBL 4312D(2004년). 트위터 진동판 앞에 전에 없던 페이즈 플러그와 숏 혼 스타일의 웨이브가이드가 붙었다.
2004년에 나온 4312D는 곳곳에서 큰 폭의 개선이 이뤄졌다. 트위터(054Ti)와 우퍼(2213Nd)에 페라이트 대신 훨씬 강력한 자속의 네오디뮴이 투입됐고, 우퍼에는 모터 시스템의 갭(보이스코일이 움직이는 좁은 공간)을 위아래 2개로 늘린 디퍼렌셜 드라이브 시스템을 채택, 리니어리티를 높였다. 트위터 진동판 앞에 페이즈 플러그를 붙이고 둘레에 숏 혼 가이드를 마련한 것, 미드(105H) 사이즈를 5.25인치에서 5인치로 줄이고 폴리머 코팅을 한 것도 4312D가 처음이다. 주파수응답 40Hz~40kHz, 크로스오버 2kHz/5kHz, 공칭 임피던스 6옴, 감도 93dB 등 스펙도 크게 달라졌다.
JBL 4312E(2011년). 트위터 진동판이 티타늄에서 알루미늄 마그네슘 합금으로 바뀌었다.
2011년에 나온 4312E는 트위터 진동판을 티타늄에서 현행 4312G나 4312G 고스트 에디션에도 사용되는 알루미늄 마그네슘 합금으로 바꿨다. 좀 더 안정적인 고역대 재생을 위해서다. 트위터(054ALMg-1)의 숏 혼, 미드(105H-1)의 폴리머 코팅, 우퍼(2213Nd-2)의 아쿠아플라스 코팅, 그리고 오디오 스펙은 4312D와 동일하다.
JBL 4312SE(2016년). 70주년 기념 한정판 스페셜 에디션
JBL 설립 70주년인 2016년에는 이를 기념해 4312SE가 나왔다. 스피커 앞과 뒤에 ‘70 Years’ 배지를 붙인 스페셜 에디션(Special Edition)이다. 스펙은 4312E와 동일하지만, 12인치 아쿠아플라스 코팅 퓨어 펄프 우퍼는 2213Nd-2(4312E)에서 1200FE-8(4312SE)로 달라졌다.
(3부에 계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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