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케이블, 열정과 냉정 사이
오디오에 있어서 케이블만큼 열정과 냉정, 열탕과 냉탕이 오가는 것도 없다. 한 쪽에선 케이블 교체로 자신의 오디오 기기에 숨어있던 1%를 찾았다며 환호하지만, 다른 쪽에선 모든 것은 상술이고 미신이며 플라시보 효과라고 폄하한다. 하지만 실제 오디오를 하는 애호가들 입장에서 케이블 브랜드를 바꾸고 케이블 등급을 올린 데 따른 청감상 변화는 계절의 변화만큼이나 크다.
비유컨대, 케이블은 오디오의 혈관과도 같은 존재다. 소스기기, 앰프, 스피커, 이 세상 모든 오디오 기기는 결국 전기로 작동하고 오디오 기기에 들어온 이 세상 모든 음악신호는 전기이며, 이 전기가 흐르는 곳이 바로 케이블이기 때문이다. 케이블(혈관)이 제 역할을 하면 오디오(몸)도 자신이 낼 수 있는 최고로 좋은 소리를 낸다. 맞다. 케이블은 오디오의 혈관인 것이다.
직접 느껴보는 오디오 혈관 체험
서울 성동구 성수동 코튼오디오 메인 시청실에는 진귀한 오디오 체험전이 열리고 있다. 엘락과 MBL, eMM랩스 등의 난다긴다 하는 스피커와 앰프, 여기에 요르마의 플래그십 스테이트먼트와 듀얼리티, 트리니티를 비롯해 와이어월드, 반덴헐 등 여러 브랜드의 파워케이블과 스피커케이블, 인터케이블이 총출동해 무려 4세트를 마련했다. 특히 케이블이 잘 보이고 교체가 쉽도록 소스기기와 앰프를 모두 뒤로 돌린 아이디어가 빛나는데, 그야말로 ‘오디오 혈관 체험전'이라 할 만하다.
제1 세트 : 엘락 Concentro 스피커 + eMM랩스 MTRX 모노 파워앰프 + 요르마 Statement 케이블
제2 세트 : MBL 101E MKII 스피커 + MBL 9008A 모노 파워앰프 + 요르마 Statement 케이블
제3 세트 : MBL 116F 스피커 + MBL N15 모노 파워앰프 + 요르마 Duality 케이블
제4 세트 : MBL 120 스피커 + MBL N51 인티앰프 + 요르마 Trinity 케이블
제1 세트 : 엘락 Concentro 스피커 + eMM랩스 MTRX 모노 파워앰프 + 요르마 Statement 케이블
예를 들어 요르마 스테이트먼트 파워케이블과 스피커케이블, 인터케이블이 총출동한 제1 세트로 ‘Quee Mary’를 들어보면 그 뛰어난 음의 디테일과 무대 스케일에 압도되고 만다. 무엇보다 묵직하게 짓눌러오는 저역의 압력이 가공스러울 정도. 그야말로 남부럽지 않은 하이엔드 사운드의 순간이다.
제2 세트 : MBL 101E MKII 스피커 + MBL 9008A 모노 파워앰프 + 요르마 Statement 케이블
요르마 스테이트먼트 케이블과 MBL의 대표 라디알슈트랄러 101E MKII가 만난 제2 세트는 뒤로 깊게 펼쳐진 무대의 안길이와 악기 사이의 거리감이 압권. 해상력과 투명도도 발군이다. 웰러멘의 ‘Hoist The Colours’에서는 스피커가 완벽히 사라진 가운데 바리톤의 저음이 무시무시할 정도로 들려온다.
제4 세트 : MBL 120 스피커 + MBL N51 인티앰프 + 요르마 Trinity 케이블
MBL 120과 요르마 트리니티 케이블이 만난 제4 세트에서는 소형 스피커와 엔트리급 케이블이라서 기대하지 않았던 단단하고 파워풀한 저음의 타격이 돋보인다. 전세계를 강타한 로제와 브루노 마스의 ‘APT’는 흥겨운 리듬감과 깨끗한 음의 감촉, ‘Clean & Dirty’는 뉘앙스 가득한 디테일이 돋보인다.
한국전선규격(SQ)에 숨겨진 힌트
무엇이 이러한 차이를 불러왔을까. 특히 ‘오디오의 혈관’으로서 케이블의 어떤 차이가 각 세트별 소리에 대한 인상을 이렇게 다르게 만들었을까. 그 첫번째 힌트는 한국전선규격(SQ)에서 찾을 수 있다. 미국의 AWG처럼 기기와 사용자의 안전을 위해 전선 굵기와 허용 전류를 규정한 것인데 오디오 케이블도 이 규격에서 결코 자유로울 수 없다. 기기와 사람에게 안 좋은 케이블이 오디오와 음질에 좋을 리가 없다. 특히나 단순한 정보가 아니라 미세하게 순간순간 변하는 사람의 감정을 전달하는 오디오이기에 더욱 그렇다.
42.4 SQ (1 AWG) : 직경 7.348mm, 저항 0.4066옴/km, 허용전류 165A
5.26 SQ (10 AWG) : 직경 2.588mm, 저항 3.277옴/km, 허용전류 40~48A
1.65 SQ (15 AWG) : 직경 1.45mm, 저항 10.45옴/km, 허용전류 19A
0.518 SQ (20 AWG) : 직경 0.812mm, 저항 33.31옴/km, 허용전류 4.5A
0.162 SQ (25 AWG) : 직경 0.455mm, 저항 106.2옴/km, 허용전류 0.477A
0.059 SQ (30 AWG) : 직경 0.255mm, 저항 338.6옴/km, 허용전류 0.147A
역시 전선이 굵을수록 저항이 낮고 허용전류는 높다. 오디오 케이블도 이 철칙에서 벗어나지 않는다. 통상 20~30A 대전류가 흐르는 파워케이블과 스피커케이블의 도체 굵기가 통상 mA 수준의 인터케이블보다 굵은 이유다. 파워케이블이나 스피커케이블의 도체가 얇으면 저항이 높아져 전력 손실이 발생할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제대로 만든 파워케이블이나 스피커케이블이 얇다면 그것은 투입된 절연체나 쉴드가 얇은 것이지 도체 자체가 얇은 것이 아니다.
케이블은 선택과 타협이다
이런 궁금증도 들 것이다. 그러면 아예 도체를 처음부터 굵게 해서 허용전류를 여유있게 높여 놓으면 되는 것 아닌가? 반은 맞고 반은 틀리다. 도체가 굵어지면 저항은 낮아지지만, 이렇게 되면 케이블의 커패시턴스가 높아져 음질에서 손해를 본다. 즉, 2개의 도체와 그 사이에 절연체가 투입된 케이블이 마치 2개의 도체 사이에 ‘병렬’ 연결된 커패시터처럼 작동, 고음은 커패시터로만 향하고 정작 바깥으로는 빠져나오지 못하기 때문이다. 저항을 낮출 것인가, 커패시턴스를 낮출 것인가, 케이블에서는 선택과 타협이 필요한 것이다.
Since Wireworld power conditioning cords function as filters, longer lengths improve performance.
와이어월드
이같은 선택과 타협은 케이블 종류에 따라서도 달라진다. 예를 들어 60Hz AC 전기만 흐르는 파워케이블은 커패시턴스가 높아지면 이득이 더 많다. 60Hz 이상은 걸러내는 훌륭한 로우패스필터(LPF)가 되기 때문이다. 미국의 와이어월드 같은 케이블 제작사들이 길이가 긴(커패시턴스가 높은) 파워케이블을 추천하는 이유다. 이에 비해 스피커케이블은 도체와 절연체가 두꺼워지면 고음이 모두 도망가버리고 만다. 미세 전류가 흐르는 인터케이블은 도체 저항보다는 외부 전자기장 간섭, 즉 전자파노이즈(EMI, RFI)를 차단하는 일이 급선무가 된다.
전기는 전자기장의 힘으로 가거나 주저앉는다?!
케이블 음질에 영향을 주는 것은 도체만이 아니다. 도체를 감싼 절연체부터 큰 변수다. 심지어 일부 제작사에서는 도체보다도 절연체의 품질이나 지오메트리가 음질에 결정적 영향을 미친다고 주장한다. 이들에 따르면 전기는 도체 내부로 흐르는 것이 아니라, 도체 주위에 형성된 전기장(electric field)과 자기장(magnetic field)을 통해 흐르고 이들 덕분에 빛의 속도로 전달된다. 때문에 이들은 케이블의 전자기장 손실(electromagnetic loss)을 최소화하는 절연 지오메트리에 올인하고 있다. 대표적인 곳이 와이어월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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