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메이웨더냐 파퀴아오냐? 바쿤 CAP 1002 Vs. BMK 1003 대결!

by onekey 2024. 10. 17.

메이웨더냐 파퀴아오냐? 바쿤 CAP 1002 Vs. BMK 1003 대결!

 JOHNNY LEE ・ 2023. 9. 14. 8:50
 

무결점 복서와 터프 가이

어릴 적부터 복싱 경기를 많이 봐온 덕분에, 내 마음속에는 항상 복싱 역사를 빛낸 영웅들이 자리하고 있다. 한때 복싱 도장을 다닌 적도 있고, 샌드백을 두드린 경험도 있다. 그만큼 복싱은 내게 야구만큼 중요한 스포츠인 것이다.

이런 영웅들중에, 거의 무결점 복서로 불리는 천재들이 있다. 이런 장르의 시작은 슈거 레이 로빈슨이고, 무하마드 알리가 뒤를 따랐으며, 슈거 레이 레너드, 플로이드 메이웨더 주니어 등이 그 계보를 잇고 있다.

화려한 테크닉과 공수를 겸비한 그들의 복싱 스타일은 늘 혀를 내두르게 한다.

반면 다소 거칠지만, 단단한 맷집과 돌맹이같은 펀치력을 무기로 전진 또 전진하는 복서들이 있다. 인파이터의 귀재라 할 수 있는 조 프레이저부터 로베르토 듀란이 뒤를 잇고, 매니 파퀴아오에서 화려하게 만개했다.

서로 다른 스타일의 복서들이 격돌하면, 그 자체로 전설이 된다. 80년대에 레너드와 듀란이 명승부를 펼쳤고, 최근 2015년에 벌어진 메이웨더 주니어와 파퀴아오의 대결 또한 화제가 되었다.

이렇게 모든 면에서 대조적인 복서들이 펼치는 한판 승부를 포노 앰프라는 장르에서 한번 재현해봤다. 바로 바쿤에서 내놓은 CAP 1002와 BMK 1003의 대결이다.

이렇게 쓰면, 뭐 같은 회사에서 만든 두 제품이 아니냐 반문할 것이다. 그렇다. 하지만 제작 배경이 좀 다르다. 전자는 바쿤의 CAP 시리즈중 하나로 나온 것이고, 후자는 <무선과 실험 이하 MJ>에서 의뢰한 것이다. 즉, 바쿤 Vs MJ라는 구도로 이해해도 좋은 상황이라는 것이다.

MJ 무선과 실험

MJ라는 잡지는 원래 <라디오와 실험>으로 1924년 5월부터 발행되었다. 이 잡지가 이때 나온 이유는, 바로 그 전 해인 1923년에 일본에서 본격적으로 라디오 방송이 시작되었기 때문이다. 이후 무선으로 바뀌면서, 현대의 개념으로 말하면 반도체와 같은 첨단 기술을 다루는 잡지가 된 것이다.

하지만 최근에는 오디오쪽에 집중해서, “Audio Technology”라는 부제를 달고 있다. 하지만 MJ는 스테레오 사운드나 그밖의 다른 오디오 전문지와는 달리, 주로 DIY 애호가들을 위한 회로도나 기술 소개를 중점적으로 다루고 있다. 일렉트로닉스, 스피커 등을 모두 포괄하고 있으며, 그밖에 룸 어쿠스틱스, 오디오 역사, 리뷰, 쇼 리포트 등도 싣고 있다.

약 100년에 가까운 역사를 지닌 잡지면서, 그간 정말 다양한 회로도를 공개했기 때문에, 일본뿐만 아니라 전세계 많은 독자들이 구독하고 있다. 과거의 잡지를 구매해서 원하는 정보를 얻는 현상도 벌어지고 있는 것이다.

일본은 참 잡지의 천국이고 특히 특정 분야의 기술을 다루는 잡지가 많다. 이 부분은 좀 부럽기도 하다. 오디오와 관련된 전기와 기계 분야만 살펴봐도, <트랜지스터 기술> <일경 모노츠쿠리> <CQ 햄 라디오> <기계 기술> <기계 설계> <일경 일렉트로닉스> 등 다양하다.

따라서 MJ에 의해 선별된 설계자가 자신의 회로를 공개한다는 것은 대단한 영광이기도 하다. 최근에 나가이 상이 그 영광을 안고, 무려 5회에 걸쳐 새로운 포노 앰프의 회로를 공개했다. 이래서 나온 포노 앰프 키트가 바로 MJK 1003. 이것을 우리나라 애호가들의 눈높이에 맞춰 업그레이드한 것이 BMK 1003이다. 따라서 바쿤 Vs. MJ라는 대결이 가능해진 것이다. 참고로 두 제품의 소매 가격이 비슷하기 때문에, 이번 기획이 같은 체급의 두 대조적인 복서가 벌이는 한판 승부라고 봐도 좋다.

MJ와 나가이상

이미 우리나라에 소개된 바 있는 CAP 1002 포노 앰프는 꽤 많은 애호가층을 거느리고 있다. 비록 작은 몸체지만, 전류 증폭의 장점이 부각되는 분야라, 턴테이블을 운용하는 분들에게 크게 어필했던 것이다.

참고로 최근에 몇몇 하이엔드 회사의 포노 앰프를 리뷰한 적이 있는데, 전류 증폭 방식을 채택한 것들이 보여서 놀랐다. 물론 같은 전류 증폭 방식이라고 해도, 메이커마다 기술이 다르기 때문에 하나의 기술로 묶기는 뭐하지만, 아무튼 포노 앰프의 성격상, 아주 미세한 신호를 다루고, 스피커를 드라이브할 정도의 대출력을 요하지 않기 때문에, 전류 증폭 방식의 강점이 많다고 봐도 좋다.

그럼 왜 나가이 상은 이미 CAP 1002를 내놓고, 갑자기 MJ에다 새 회로를 공개한 것일까? 그리고 그렇게 해서 만든 제품은 기존 모델과 뭐가 다르다는 것일까? 눈치 빠른 독자는 메이웨더와 파퀴아오를 운운했을 때, 뭔가 감을 잡았을 것이다. 지금부터 그 이야기를 해보겠다.

 

코비드와 러우 전쟁

지금 러시아와 우크라이나 전쟁이 격렬하게 벌어지고 있고, 조금 전까지만 해도 코비드 사태로 전세계가 얼어붙은 상태였다. 이런 우환이 겹치면서 오디오쪽에도 영향이 심각하게 가해지는 상황이다.

일단 부품만 놓고 보면, 코비드 이전에 비해 약 2배에서 5배 많게는 10배 이상 오른 경우가 다반사다. 게다가 어떤 부품은 아예 구할 수조차 없다. 그러므로 나가이 상은 기존 회로를 수정하지 않을 수 없었고, TR을 최소화하는 전략을 택했다. 정말 눈물 겨운 작업 끝에 MJK 1003이 나온 것이다.

사실 SATRI-IC-UL을 사용하면, 무궤환 방식으로 왜곡율이 0.001%에 이른다. 하지만 카트리지를 보면 아무리 잘 만든 것도 0.7%에 머문다. 이 부분에서 뭔가 해결책이 필요한 상황.

또 SATRI-IC-UL에 들어가는 TR이 72개나 되는데, 이렇게 TR의 수가 많아지면 그 내부에 잡음이 증가할 수밖에 없다.

따라서 TR의 수를 줄이고, 카트리지의 높은 왜곡율을 커버할 수 있는 새로운 회로가 필요해진 것이다.

당초 프로토 타입을 만들었을 때의 SN비는 무려 168dB에 달했다. 정말 가공할 만한 수치다. 하지만 임피던스가 낮은 카트리지의 경우, 좌우 편차가 크게 부각되는 현상이 발생하고 말았다. 결국 이 부분도 어느 정도 조정이 필요한 상황.

최종적으로 바이어스 전류를 10배나 늘려서 클래스 A 설계로 마무리한 끝에 142dB라는 SN비를 확보하기에 이르렀다. 이런 스펙 역시 놀랄 만한 내용이다. 참고로 CAP 1002도 꽤 SN비가 높은 포노 앰프로 133dB 정도다. 이 스펙만 해도 대단한데, 이보다 무려 9dB가 더 올라간 것이다.

정크 레코드에서 얻은 깨달음

여담이지만, 2016년에 구마모토에서 대지진이 발생한 적이 있다. 이때 바쿤 본사도 큰 피해를 입어 한동안 시청실이 방치되다시피 했다고 한다. 그러다 2021년에 다른 건물로 이전하면서, 시청실 역시 새롭게 구축되기에 이른다.

이때 새삼 깨달은 것인데, 무려 40여 개의 카트리지가 발견되었다는 것이다. 하나 둘씩 모으다 보니 그렇게 된 것이다.

그래서 일일이 카트리지를 새로 세팅하고, 턴테이블을 다듬고 하면서 슬슬 레코드 컬렉션을 새롭게 시작하게 되었다.

이때 새삼 깨달은 것인데, 이른바 정크 레코드라는 것의 미덕을 발견한 것이다. 정크 레코드는 발매된지 꽤 오래된 것들로, 대부분 상태가 나빠서 파격 세일로 판매되는 음반들을 말한다.

그런데 이런 정크 레코드 중에도 보물이 있는 법. 특히, 1960년대에 만들어진 음반들은 중량반이 많고, 소리도 묵직하고, 자연스러웠다.

이 음반을 어떻게 닦아내냐, 이 부분에도 고심한 듯, 이소프로필 알콜에 증류수를 몇 대 몇으로 섞으면 좋을까, 이런 세밀한 대목까지도 고민을 했다고 한다. 언제고 나가이 상을 다시 만나면 이 비결을 전수받으려고 한다. 당연히 여러분에게도 공개하도록 하겠다.

아무튼 이후 1970년대, 80년대에 오면 LP의 두께가 얇아지고, 소리 또한 달라졌다. 얄팍한 LP만큼이나 얄팍한 소리가 나왔던 것이다.

키트 방식의 제품

이런 와중에 흔히 정크 레코드라고 하는 1960년대 음반에 담긴 사실적이고, 생동감 넘치는 음을 재현해보자, 이런 생각이 들었다. 이게 계기가 되어 MJ에 회로도를 공개하고, MJK를 발매하기에 이른 것이다.

단, MJ의 성격상 일종의 키트로 만들었다. 애호가들이 어느 정도 참여하는 부분이 있는 것이다. DIY 애호가들을 대상으로 하는 잡지니 당연하지 않는가?

참고로 이번에 나오는 BMK는 바쿤매니아 키트의 준말로, MJK의 하얀색 외관을 좀 더 고급화해서 산화 알루미늄 피막을 도입한다고 한다. 기쓰에 강하고, 손떼를 타지 않기 때문에, 우리 입장에서는 환영할 만한 내용이라 하겠다.

키트 방식이라 어느 부분은 납땜이나 노련한 손길이 필요한 상황. 그런 내용이 부담스런 분들은 소정의 금액을 내면 바쿤매니아 본사에서 커버해준다고 한다.

CAP 시리즈에 대해

한편 이와 견줄 대상인 CAP 1002에 대해 알아보자. 당초 처음 발매된 제품은 1001로서, 헤드폰 앰프의 역할이 컸다. 실제로 이 제품의 내용이 워낙 좋아서 헤드파이쪽에서 큰 반향을 일으켰다고 한다. 헤드폰 애호가들 사이에서 바쿤은 헤드폰 앰프 회사 정도로만 알려지기도 했는데, 그만큼 1001의 임팩트가 강했던 것이다.

하지만 이 제품은 8W의 출력도 내서, 인티 앰프로 사용해도 좋았다. 차츰 CAP 시리즈의 미덕이 널리 알려지면서 다양한 제품들이 출시되기에 이르렀는데, 1002는 포노 앰프로 나온 것이다. 당연히 전류 증폭 방식으로, 바쿤의 아이덴티티가 충분히 반영된 내용을 보여준다.

요약해보면, CAP 1002는 해상도 면에서 특별한 장점을 갖고 있다. 약 3년전쯤 발매 당시, 이 제품보다 몇 배 비싼 포노 앰프와 대결해도 별로 뒤질 게 없는 퀄리티를 갖추고 있었다. 실제로 나도 몇 차례 들어본 적이 있는데, 전혀 흠잡을 데가 없는 소리를 들려줬다. 스피드, 해상도, 밸런스 등 모든 면에서 레너드나 메이웨더 주니어를 연상시킬 만큼, 무결점의 미덕을 갖췄던 것이다.

이후 최근에 나온 MJK 1003을 듣고, 이전과 전혀 다른 음색과 성격에 깜짝 놀라고 말았다. 요 몇 년간 나가이 상에게 벌어진 일련의 사건들이 접목되면서, 여태 내가 알던 바쿤의 음과는 전혀 다른, 오히려 나같인 록과 재즈를 좋아하는 취향에 부합되는 음이 나왔던 것이다. 그래서 뭔가 정리가 필요한 듯해서, CAP 1002와 BMK 1003의 맞대결을 추진하게 된 셈이다.

 

바쿤매니아 특설 링

이번 시청은 태릉입구역 근처에 있는 바쿤매니아 아지트에서 이뤄졌다. 시청 기기의 라인 업은 다음과 같다.

프리앰프 : 바쿤 PRE 5410

파워 앰프 : 바쿤 AMP 5521 (모노 + 모노)

스피커 : JBL L100 Classic 75

턴테이블 : 레가 P9

카트리지 : 고에츠 실버 스페셜

여러 음반을 듣고 각각 장르와 성격이 다른 트랙 3개를 골랐다. CAP 1002를 먼저 듣고, BMK 1003을 나중에 들으면서 각각의 포노 앰프가 가진 특징과 서로 대비되는 부분을 점검했다. 참고로 시청 트랙 리스트는 다음과 같다.

-사라사테 <치고이네르바이젠> 안네 조피 무터(바이올린)

-머라이어 캐리 <My All>

-척 맨지오니 <Feel so Good>

본격적인 시청

일단 사라사테부터. CAP 1002로 들어보면 정보량의 홍수라고 할까, 음반에 담긴 내용이 일체 가감없이 쏟아지는 느낌이다. 그러나 무작정 음을 내는 것은 아니고, 적절한 윤기와 밸런스를 갖추고 있다. 아주 미세한 전기 신호를 다루는 것이 바로 포노 앰프. 이 대목에서 전류 증폭 방식의 장점이 특별히 부각되고 있다. 무엇보다 잔향이 풍부하고, 음이 진득하면서, 강력한 힘으로 보잉하는 무터의 여제다운 모습이 제대로 포착된다. 디테일 묘사가 특별하여, 과연 이렇게 높은 완성도를 보이는 제품에 어떻게 BMK 1003이 대적할까 걱정이 될 정도다.

그런데 이제 BMK로 들어보니, 또 다른 느낌을 준다. 일단 다이내믹스가 달라졌다. 보다 극적인 효과가 연출된다. 약음과 강음의 대비가 뚜렷하고, 기세가 등등하며, 무척 사실적이다. 또 그 음에 있어서도 적당한 까칠함이 내재되어 있어, 실제 연주장에서 듣는 느낌으로 다가온다. 바이올린 음색은 보다 강조되어, 팽팽한 현의 텐션과 고역으로 치솟을 때의 아슬아슬한 느낌이 잘 드러나고 있다.

이어서 머라이어 캐리를 들어보자. CAP 1002는 깨끗하고 청아하다. 사실 이 트랙은 디지털 녹음, 그것도 각종 첨단 효과음이 잔뜩 동원된 내용이다. CD로 들었을 때 너무 쨍해서 부담이 느껴질 정도. 그러나 LP로 들으니 어느 정도 순화되어, 특별히 신경을 자극하는 부분은 없다. 이게 바로 LP의 장점이기도 하다. 또 보컬과 악단의 위치 선정이라던가, 입체 음향과 같은 효과도 잘 살아나며, 무엇보다도 압도적인 정보량에 깜짝 놀랐다.

이제 BMK 1003으로 가보자. 일단 머라이어의 보컬이 갖는 약간 허스키한 느낌이 확연히 살아난다. 약간 거친 듯하면서 또 매력적이다. 드럼의 어택이나 두툼한 일렉트릭 베이스의 존재감이 강조되고, 화려한 신디사이저의 배음도 매력적으로 다가온다. 전체적으로 드라마틱한 전개가 이뤄져, 가수가 뭘 표현하고 싶은 것인지 보다 확연하게 파악할 수 있다.

마지막으로 척 맨지오니. CAP 1002로 들으면, 일단 포근하고 매혹적인 플루겔혼의 존재가 마음을 사로잡는다. 처음에는 조촐한 구성으로 시작하다 점차 거대해져서 나중에는 오케스트라를 방불케 하는 스케일로 압도한다. 그 진행이 일목요연하게 포착된다. 각 악기들이 쫄깃쫄깃 엮여있고, 일체 빈틈이 없다. 밸런스가 뛰어나서, 특정 부분에 왜곡이나 디스토션이 보이지 않는다. LP 재생에 있어서 모범적인 퍼포먼스를 보여주고 있다.

이어서 BMK 1003으로 가보자. 일단 드럼의 박력이라던가 더블 베이스의 중후함이 돋보이고, 전체 악단이 흥에 겨워 덩실덩실 춤을 추는 듯하다. 플루겔혼은 아름다운 톤도 자랑하지만, 기세 좋게 뻗는 부분도 제대로 포착된다. 역시 극적인 전개가 돋보여서, 절로 발 장단이 나오게 만든다. 피가 통하는 강렬한 음이다.

PROS & CONS

두 제품의 성격이 달라서 이 부분을 강조하면 자연스럽게 나머지 부분이 이해될 것같다.

CAP 1002 : 정보량이 뛰어나다. 밸런스가 정확하다. 흠 잡을 데 없는 모범적인 재생음을 낸다. 바쿤 특유의 음색이 돋보인다. 클래식과 여성 보컬의 재생에선 이쪽이 더 나은 듯하다.

BMK 1003 : 약간 투박하지만, 다이내믹스가 뛰어나고, 피가 통하는 음이다. 약간 과장이 느껴지는 대목도 있지만, 그게 오히려 매력적으로 다가온다. 록, 재즈, 팝 등에서 발군의 실력을 보여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