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 서론
본제에 앞서 5회 연재(25호에는 Kangfilm Eurodyn) 예정인 도이치 명기들의 분석 기사는 진공관 앰프 제작기 연재처럼 독자 서비스 차원에서 이루어지는 것으로서 두 연재 시리즈 모두 일체의 협찬 없이 필자의 소장품만으로 이루어지고 있으며 앰프 제작기(92년 11월 시작) 이전부터 지금까지 상당량의 앰프들을 제작하였는데 단 한대의 앰프도 대문 밖에 나가있지 않음을 공개적으로 밝혀 둔다. 제작기에 소개된 기종을 포함한 소장 기기 중에는 필요로 하지 않는 앰프도 물론 있다. 따라서 최소한의 제작비를 기준하여 원가로 판매할 수도 있다. 그러나 그것은 많은 오해를 불러일으킬 소지가 있고 기사의 공정성 및 신뢰성과도 직결되는 문제여서 벅차고 힘들더라도 아마추어 정신의 수범을 지켜나갈 생각이다. 프로(장사)는 이윤을 추구하고 아마추어는 품위와 자존심을 지켜야 하겠다. 다음 호의 명기 산책에서는 구형 TSD- 12, 1966년산 안경렌즈 TSD-15, 프란츠 TSD-15, 신형인 Barco TSD-15(이상 스테레오 타입) 및 구형 OFD- 25. 신형 OFD-25(이상 모노타이프) 등 EMT의 유명 카트리지의 이모저모와 비교 시청 소감을 소개토록 하겠다.
II. 커팅 시스템의 설명
독일의 Georg Neumann & Co는 프로 장비 생산 업체로서 너무나도 유명하다. 그중에서도 특히 레코드 음반 제작을 위해 개발한 Stereo Disk Cutting System은 그 규모와 견고성, 그리고 성 능면에서 재현을 불허하는 완성도를 자랑하고 있다. 커팅 시스템의 구성은 커팅 머신(Cutting-Machine)과 함께 커팅 앰프(Cutting Amp)로 구성되어 있는 데 VG-1이라는 랙 마운트 섀시(Rack Mounted Chassis)에 LV-60 파워 커 팅 앰프(Power Cutting Amp) 2대, GV-2라는 피드백 앰프(Feed Back Amp) 2대 그리고 WV-2라는 두 채널 플레이백 앰프(Two Channel Play Back Amp) 1대 등으로 구성되어 있다. 여기서 WV-2의 역할은 모니터 픽업 카트리지(Monitor Pick-Up Cartridge)인 DST의 출력전압을 기준하여 Lateral Cartridge의 20mV와 VG-2 Feed Back Amp에서 재생되는 60mV 급의 신호를 2mV로 일정하게 입력할 수 있는 입력 레벨 선택 기능과 DIN, RIAA, MESSEN(측정이라는 의미)이라는 De-emphasis 특성곡선 선택 기능, 그리고 각 채널의 레벨 컨트롤 기능이다. 외관 (WHD) 520 x100x220(WV-2a는 각각 2mm 정도 적다)이며 햄머톤 그레이 칠 마무리된 프런트 패널(Front Pannel)에 4개의 조절 노브(Knob)와 1개의 전원 스위치로 구성되어 있는데 호화스럽게 치장된 요즈음의 앰프에 비하면 Neumann의 명성에 의구심을 갖게 할 정도로 심플하다. 아무튼 지금까지 시청해 보고 나름대로 분석해 본 결과를 소개하기로 한다.
III. 설계상의 비밀
몇 년 전 커팅머신 플레이어까지 포함된 Neumann VG-1 세트가 국내에 유입되어 그중 WV-2 프리 앰프만 거래되던 일이 있었는데 물론 다섯 손가락을 헤아릴 정도의 극소수였고 가격 기준이 없어서 말 그대로 부르는 게 값이었다. 생산 연도에 따라 인풋 트랜스가 스테레오 타입에서 모노럴 타입으로 변하였으며 전원 트랜스는 EI 코어에서 토로이달 트랜스로 변화하였다. 전면 패널의 글자판도 독일어에서 영문으로 변화하였다. 또한 특성곡선 스위치가 릴레이에 연동되어 있던 것과 릴레이 자체가 없는 기종 등이 이 앰프의 변천을 말해 주고 있다. 본기에 사용된 진공관 EF804S는 당대 최고급의 전압 증폭관에 속하는 5극관이며 E80CC는 쌍 3극관이다. 먼저 EF804S의 S는 SQ 관(Special Quality)의 이니셜을 따온 것이다. 여기서 잠깐 SQ 관의 특성에 대하여 부연코자 한다. 먼저 보통의 진공관과 비교될 만큼 장수명인데 규정된 플레이트 전압과 전류 히터 전압을 기준하여 약 10,000시간을 보장한다고 되어 있지만 실제로는 그 이상이다. 또한 가혹한 조건하에서 시험 설계된 것이어서 충격이나 규정 오버치의 전류, 급작스러운 온도 변화 등에 대한 내구성도 뛰어나다. 이 SQ 관을 소위 「고 신뢰 간이라고 한다. WV-2에는 첫째 단(1st Stage)과 둘째 단(2nd Stage)에 각 채널 2개씩 총 4개의 EF804S가 사용되었다. 특성상으로는 범용의 EF86(6267)과 거의 비슷하나 내 부저항이 각각 2M Ω과 2.5M Ω으로 다소 다르고 베이스 핀 배열이 다소 달라서 직접 교환은 안되므로 핀 배열을 바꾸어 EF86으로 교환하여 시청해 본 결과 상당 한 차이를 느낄 수 있었다. EF804S 쪽 이 훨씬 더 맑고 청명한 음질이며 밸런스가 좋고 샤프한 느낌을 주었다. 가격 면에서 보더라도 EF804S가 EF86에 비해 5배 가량 고가이다. 이 진공관은 VG-1 시 스템의 Neumann LV-60(EL156PP 앰프)을 비롯해서 여러 앰프들에 사용되었는데 자이스이콘 앰프(EL-34 PP 앰프)는 아예 초단부터 드라이브단까 지 EF804S를 3단 증폭으로 사용하였으며 기타 수많은 라인 앰프 등에도 사용되었다. 독일제 프로용 기기 중 5극관이 사 용되는 곳에는 약방의 감춰 격이다.
E80CC 또한 독일제 프로용 기기에 많이 사용된 쌍 3극관인데 물리 특성은 미국의 12AU7과 유사하나 외형 길이 가 각각 72mm와 49mm로 약간의 차이가 있으며 필자가 소장하고 있는 Siemens, Valvo, Telefunken, Philips 등의 E80CC 모두 베이스핀이 금 도금되어 있는데 비교 시청 결과 음색은 대동소이하였다. 아무튼 E80CC는 상품성이나 성능을 떠나 시각적 아름다움까지 겸비하고 있어 9 Pin Noval 관으로서는 가히 수준급에 도달해 있다고 생각한다. 실제로 앞서의 EF804S와 E80CC는 본지 24호의 진공관 앰프 제작기를 통해 소개된 Siemens Ed 싱글 앰프에 사용되어 그 우수성을 확인한 바 있으며 현재 각기 다른 회로로 거의 제작 완료한 Siemens Ed 싱글 앰프 2호기와 3호기에 사용되었으며 미국계의 WE 300A 싱글 앰프에도 위 진공관이 사용될 예정이다.
IV. 경이적인 배선 기술
새시(Chassis) 구조는 전면 패널을 열면 내부 구조가 반쯤 보인다. 아래위 차폐단은 조임 나사 없이 책상 서랍처럼 슬 라이드식(Slide Type)으로 되어 있는데 이를 빼내면 내부 모습이 완전히 드러난다. 부품 배치는 L.R 채널이 상하로 구분되어 횡으로 정연히 배치되어 있다. 양 채널의 중간에 차폐용으로 인정되는 철판 (알루미늄인 경우도 있음) 위에 평행 러그가 길게 배열되어 있는데 여기에 저항과 콘덴서 등이 일렬횡대로 가지런히 솔더링되어 있어 보기에도 아름다운 설계이다. 사용된 저항은 메이커 불명이나 독일 로덴슈타인이나 로젠탈 제품으로 추정되며 커플링 콘덴서는 비마가 사용되었다. 여기서 좀 더 자세히 보면 LR 칸막이는 분리도를 위해 설치된 것으로 생각했었는데 그것은 오판이었다. 놀랍게도 이 앰프의 어스 측은 각 진공관의 소켓 중앙에 달린 센터 핀에 각단 집중 어스하여 이것을 다시 중간 칸막이 끝 쪽에 어스하고 있다. 결국 중간 판은 섀시에 절연되어 있으며 이 판을 어스선으로 사용(여기서는 모선판이라는 표현이 옳을 듯) 하였는데 이 어스 모선판을 다시 별도의 커넥터로 새시에 연결하도록 되어 있다. 지금까지 여러 유명 프리 앰프들을 구경하여 왔지만 이러한 배선 처리는 상식을 넘어선 것이기에 당황하지 않을 수 없었다. 오히려 이러한 기법은 고주파 증폭의 무선기기를 취급하는 심정으로 제작하였다고나 할까? 경이의 배선 기술은 이제 시작에 불과하다. 진공관 히터는 모두 AC 점화인데, 히터 배선이 고압선과 함께 태연히 하나로 묶여 나란히 배열되어 있어 히터의 AC 힘이 B+ 선에 유도될까 봐 보는 사람의 마음이 오히려 불안할 정도이다. 배선 기술이라고 칭찬하기에는 너무도 인색한 배선 예술인 것이다… (2)에서 계속.
글쓴이 : 배동근, “전스테레오음악” 기자
[출처] Neumann WV-2 Pre-Amplifier(1)|작성자 sosa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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