Ⅴ. 회로 구성
가. 첫째 단(1st Stage)
초단의 특성은 가능한 한 게인(Gain) 을 얻고 높은 S/N비를 챙겨야 하는 속사정 때문에 프리 앰프를 설계하는 사람이라면 누구나 EQ (Equalizer) 단을 포함하여 고심하게 된다. 왜냐하면 게인을 높이려면 다이내믹 레인지(Dynamic Range)가 염려되고 아직 EQ 네트워크를 통과하지 않은 신호는 고역이 중역에 비해 18~20 dB이 높기 때문에 고역에서 S/N비 획득이 어렵게 된다. WV-2는 입력 트랜스 입구에서 2mV 입력을 기준하였는데 Input Trans BV33(Neumann V-264)이 1:50의 승압비를 가졌으므로 2차 측에는 2mVx50=100mV의 전압이 얻어진다. 이것을 peak to peak로 환산하면 100mV x √2 x 2=282mV(P-P)가 되어 이 이상의 허용 입력을 받아야 되기 때문에 Bias 설계가 어렵다는 점이다. 그렇다고 해서 허용 입력 전압을 높게 하기 위해 무조건 바이어스 전압을 높게 책정할 수도 없다. 왜냐하면 초단은 될 수 있는 한 진공관 자체의 잡음을 줄이기 위해 저전압, 저전류로 동작시키기 때문에 바이어스를 깊게 잡으면 진공관의 특성 곡선상 로드 라인(Load Line)의 직선성 부분을 자칫 벗어나기 쉽기 때문이다. 본기에서는 초단인 EF804S를 3결 증폭 방식으로 하여 플레이트 전압 60V, 플레이트 전류 4mA의 통상 기법을 사용하였는데 놀라운 것은 자기 바이어스 (Self Bias)를 사용함에 있어 일반적 방법이 아닌 캐소드(Cathod)에 2.4V 짜리 배터리를 넣어 해결하고 있다는 점이다. 이 배터리는 동작시 캐소드 전류가 흐르기 때문에 자동으로 재충전되어 오버홀이 필요 없는 충전용 니켈 카드뮴(NICAD) 전지로 판단된다. 회로도 Z1, Z2로 표시되고 Stabillyt라고 되어 있어 제너 다이오드(Zenner Diode)가 아닌가 싶어 테스터로 측정해 본 결과 전원을 Off 하고서도 1.4V가 나오는 것이다. 그래서 배터리라는 것이 확인되었다. 일반적으로 소신호 증폭에서 캐소드의 질이나 바이패스(By Pass)로 쓰는 대용량 케미콘의 양부 여부에 따라 음질에 지대한 영향을 주므로 이것을 제거할 수 있다는 것은 일거양득이 아닐 수 없다
나. 둘째 단(2nd Stage)
둘째 증폭단은 RIAA 재생 특성을 얻기 위한 EQ Control 단이다. 여기서는 EF804S를 5극관 증폭으로 동작시키는데 보기 드물게 P-G NFB(Plate에서 Grid로 NFB를 거는 방식)를 채용하고 있다. 이 증폭단에서는 P-G NFB로 특성 개선은 물론 NFB Loop 자체를 RIAA 재생 특성을 얻기 위한 EQ 소자로 구성하였다. 본기의 회로도를 보면 DIN, RIAA, MESSEN 중 하나를 선택할 수 있는 스위치가 마련되어 있다. P- GNFB라는 생소한 용어가 나왔으니 말이지만 WV-2는 세 번째 증폭단을 제외하고는 각단마다 P-G NFB를 사용해서 특성 개선을 도모하고 있는 점이 특이하다. 더욱이 P-G NFB는 單 NFB이기 때문에 깊은 NFB를 걸 수 있는 것도 장점이라면 장점이다. P-G NFB 방식에서 게인을 얻기 위해서는 3극관 증폭보다는 오히려 5극관 증폭이 유리하며 그래서 S/N을 중시하는 초단은 EF804S를 3극관 동작 상태에서 P-G NFB를, 두 번째 EQ 단에서는 5극관으로 P-G NFB를 걸어서 게인과 RIAA 특성을 얻어내는 이른바 앞뒤가 잘 어우러지는 절묘한 사용법이다. 이 회로의 또 하나의 장점이 있다면 마란츠 #7처럼 3단 K-KNFB (캐소드에서 캐소드로 NFB를 거는 방식) 방식과 달리 진공관을 교환할 때 진공관의 편차에 의해서 RIAA 특성이 변하는 것과 같은 폐단을 피할 수 있어 편리하다.
다. 셋째 단과 출력단(3rd Stage Out Stage)
E80CC를 2단 사용한 플래트 앰프 (Flat Amp) 부분이다. 셋째 단을 유심히 살펴보면 캐소드에 3KΩ으로 자기 바이어스하였는데 바이패스 콘덴서가 불과 1000p(0.001μF)임에 의아해 할 수도 있으나 이것의 시정수를 계산해 보면 53KHz 이하는 전류 NFB가 걸려 있다고 보면 되는데 전류 NFB에 의한 초고역에서의 불안정을 해소하는 것쯤으로 이해하면 되겠다. 다음은 출력단으로서 E80CC의 플레이트 전압과 전류를 플레이트 초 크로 공급하고 1 μF 콘덴서를 통해 라인 아웃 트랜스의 1차에 결합되어 있다. 이러한 기법은 독일제 프리 앰프나 라인 앰프에서는 흔히 보는 방식이다. 이것이 당시 그들의 노하우일지도 모르며 이 앰프의 매력이기도 하다. 따라서 만일 일반 제작 마니아나 메이커사에서 이 앰프를 복제하려면 이 플레이트 초크나 라인 아웃 트랜스를 구하기가 가장 어려운 부분일지도 모른다. 이들 트랜스의 모디파이가 어느 정도만 가능했더라도 약삭빠른 어느 누군가에게 복제를 허락하고 말았겠지만 Neumann의 트랜스 제조 기술은 그렇게 호락호락하지 않다. 그렇다면 왜 그토록 비싼 부품을 투입하여 복잡하게 제작하였는가? 직접 라인 아웃의 1차에 B+ 와 플레이트를 연결하는 보통의 방법으로 안된 단 말인가. 그 답의 하나는 라인 아웃이 펌알로이 코어(Permalloy Core)를 사용한 고감도 트랜스이기 때문이다. 여기서 펌알로이 트랜스 특성에 대해 잠깐 언급하면 일반적으로 1차 측에 직류 전류를 직접 공급하면 코어에 직류 자화가 형성되어 트랜스의 음질에 영향을 주게 된다. 이를 피하기 위해 플레이트 초크를 사용하여 그 영향을 피하는 기술이 WV-2에 적용되어 있다. 펌알로이 트랜스와 같은 니켈(Nikel) 합금 코어는 초기 투자율 특성이 우수하여 직선성이 매우 좋고 디스토션이 적어 아름다운 소리를 전달할 수 있는 장점이 있는 반면 적은 직류 전류에도 쉽게 포화(Satulation) 하고 마는 단점이 있다. 만일 직류만 차단할 수 있다면 최상의 오디오 신호용 트랜스로 작동할 수 있기 때문에 울며 겨자 먹기식으로 플레이트 직류 공급은 초크로 하고 커플링 콘덴서의 단점을 감수하고서라도 병렬 급전 방식을 채택하는 것이다.
한편 저항이나 콘덴서의 솔더링이 매우 독특한데 리드선 ㅡ자 상태에서 솔더링 하는 방법이 아닌 ∞자 모양으로 다소 길게 구부려 솔더링하였는데 이것은 외부 진동을 흡수하는 완충 작용뿐 아니라 솔더링 시 고열에 의한 부품의 손상을 막자는 의도로, 그 당시의 착상 치고는 기발한 아이디어가 아닐 수 없다. 수십 년 전 이미 그들은 외부 진동에 대해 철저히 대비하였음이 입증된 셈인데, 최근에 일부 메이커사에서 외부 진동 방지 기술을 새로운 특허나 되는 양 선전하는 경우를 보면 조소를 금할 수 없다. 현재 40대의 엔지니어라면 그가 국민학교 시절쯤 이미 독일의 프로 장비에 채용된 어찌 보면 조금은 케케묵은 기술이다. 아울러 이 앰프를 사용함에 있어 유의 사항은 출력 임피던스가 200Ω 밸런스 방식이므로 매칭되는 파워 앰프의 입력 부분이 트랜스 방식이 아닌 경우는 언밸런스 방식으로 신호를 받아야 하고 매칭 관계상 파워 앰프의 볼륨이나 입력 커넥터에 200Ω~600Ω 사이의 저항을 병렬로 연결하여야 올바른 신호의 주고받음이 된다. 그러나 이 앰프는 게인이 매우 크므로 그러한 번거로운 절차를 생략하여도 음질에 큰 영향을 주지는 않지만 올바로 이해는 하고 있어야 하겠다.
VI. 시청 결과와 끝맺음
다른 독일제 프로 장비 대부분이 그렇듯 이 앰프의 경우도 분석 기사 등이 전문지에 소개된 일이 없었기 때문에 베일에 쌓여 있었던 게 사실이고 갖가지 억측도 많았다. WV-2가 내장된 Neumann VG-1 커팅 시스템은 제작 수량이 백세트를 조금 넘는 정도(단, 별도로 제작하여 스튜디오에 납품한 수량은 제외)이기 때문에 실제로 세계 각 나라에 유입되어 정상 작동되고 있는 수량은 수십 대에 불 과하다고 보면 거의 틀림없을 것이다. 전해지는 문헌은 없지만 전면 패널에 영자로 표기된 제품이 있는 것을 보면 VG-1 시스템과는 별도로 제작하여 일부를 스튜디오에 납품하였던 것으로 유추할 수 있다. 구전으로만 전해 들은 일부 애호가들이 영문 패널은 복제품이니, 오리지널 제품이 아니라는 등의 잘못된 이야기를 전하는 경우도 있지만 일고의 가치도 없는 일이다. 만약 현대 기술로 WV-2 와 같은 명물의 음색을 모디파이 해낼 수 있다면 큼지막한 돈방석이 기다리고 있음은 자명한 일이다. 왜 모디파이가 어려운 것인지에 대한 명쾌한 해답은 앞서 펌알로이 트랜스의 설명 부분에서 부연하였다.
아울러 아무리 수제품(Hand Made)이라고 하지만 몇 대 안되는 동일 모델인데도 배선상태나 부품 배치 사용 부품의 종류가 각기 다른 점은 이해되지 않는 부분이다. 필자 소장품 3대(WV-2 2대, WV-2a1 대)만을 놓고 보더라도 사용 부품, 부품 배치 등이 각기 다르다. 이 기기의 우수성과 신뢰성에 비하면 음질에 큰 영향을 미치는 볼륨이 너무도 부실해 보이는데 노이만의 명성에 비하면 수준 이하이다. 노이만의 유일한 아킬레스건이 바로 이 문제의 볼륨이기도 한데 어테뉴에이터였다면 금상첨화였을 것이다.
회로 전반과 사용 부품에 대하여 보다 세밀한 내용에 접근할 수 없음이 유감이지만 그것은 일반에 판매되지 않았던 프로 페셔널 장비이기 때문에 기술상의 노하우나 부품에 대한 세부적인 공개가 필요치 않았을지도 모른다. 주마간산식이나마 WV-2의 이모저모를 살펴보았는데 가장 중요하고 궁금한 것은 음질에 관한 부분일 것이다. 일반 진공관 프리앰프들의 음색을 헐렁한 치마에 비유한다면 WV- 2의 음색은 젊은이들이 즐겨 입는 청바지의 타이트함 만큼이나 음색에 빈틈이 없고 냉정한 중립성을 지니고 있으며, 푹 삶은 우동가닥의 소탈함이 전자에 비유될 수 있다면 후자는 차갑고 질긴 냉면 가닥과도 같은 응집력이 있다고 하겠다. 취향에 따라서는 진공관 앰프에서 얻을 수 있는 냉정한 음색이라고 평할 수도 있다. 그러나 온화함은 커녕 지나칠 만큼 정제되고 냉정한 음색이다. 그러나 그것이 정통 독일 음색인 것을 어찌하겠는가.
WV-2와 WV-2a가 두드러지지게 다른 점은 WV-2는 인풋 트랜스인 BV33(V-264)이 양 채널에 하나씩 두 개가 장착되어 있는데 비해 WV-2a는 한 케이스에 LR이 동시에 내장된 트랜스 1개가 장착되어 있는 점이다. 음색을 비교해 보면 미세하나마 WV-2 쪽이 좀 더 중후하고 밸런스 감각이 우수하게 느껴지는데, 결과적으로 부품 구성이나 음질적 측면에서 WV-2가 WV-2a의 상급기인 것만큼은 틀림이 없다. 요즈음은 명기의 개념이 흐려서 불빛만 벌겋게 달아오르는 진공관 앰프라면 으레 명기라는 경칭을 붙여 주는 후덕한 인심 탓으로 WV-2(WV-2a)는 그냥 "훌륭한 앰프" 정도로 소개하는 것이 마음 편할 것 같다.
장대비가 스치고 지나간 고요한 여름밤, 필라멘트 불빛이 전혀 보이지 않는 괴이한 직렬 3극관 Siemens Ed 앰프와 Neumann WV-2에서 묻어나는 향취는 시각적 유혹과 함께 소프트적 측면에서 마력의 메아리로, 하드 측면에서는 경이적인 완성도를 자랑하면서 못다 채운 애호가의 공허한 마음을 다소나마 메워주고 있다.
글쓴이 : 배동근 전“스테레오 음악” 기자
[출처] Neumann WV-2 프리앰프(2)|작성자 sosa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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