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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MT 927DST 턴테이블 분석기(1)

by onekey 2024. 7. 26.

EMT 927DST 턴테이블 분석기(1)

 sosa  2023. 6. 14. 16:35

디지털 문명의 이기에 젖어 산 다지만, 세월의 흐름처럼 유유히 돌아가는 디스크 플레이어(턴테이블)에 무한한 애정을 쏟는 이웃들도 있다. 아날로그 사운드 중심에는 디스크 플레이어가 있고, 이를 선도한 브랜드로 독일의 EMT사를 꼽을 수 있다.

이번에 소개하는 927DST를 비롯해 앞으로 소개될 노이만 AM32 커팅 레이드와 리렉 AG40-2 트랜스크립션 플레이어는 그 규모나 희소성으로 미루어 일반 애호가들이 접근하기 쉽지 않은 프로페셔널 장비이다. 또 AM32a나 AG40-2는 세계적으로도 분석기가 보고된 바 없는 것으로 여겨져 독자들과 정보를 공유하고 싶었다. 그것이 이 글을 준비하게 된 동기이다.

프로페셔널 오디오에 있어 미국은 웨스턴 일렉트릭 41+42+43 앰프 세트와 12a+13a 올 혼 시스템이라는 불후의 명작을 남겼다. 이 제품만으로도 웨스턴 일렉트릭의 신화는 깨지지 않을 것이다. 축음기 전성기인 1927년에 만들어진 중고역 담당의 12a와 중저역의 13a 혼은 두꺼운 송판을 조각해 오늘날의 목재 쪽붙이 기(finger joint)와 비슷한 방식으로 마무리했다. 음향용 혼이라기보다는 목공예 예술품처럼 우아하고 정교한 높이 3.8m의 대작이다.

웨스턴 일렉트릭 앰프의 백미로 여겨지는 42 파워 앰프는 주니어 버전인 46C를 통해 더욱 유명해졌다. 정류 파트에 명 출력관 205D 두 개를 투자한 이 앰프는 필라멘트와 플레이 트 전원을 순차적으로 공급하는 로터리식 전원 스위치, 리어 커버를 열면 모든 전원이 꺼지도록 해 안전을 중시한 점, 진공관의 접속이 100% 보장되는 베이어넷 방식의 소켓, 미니 변전소를 연상시키는 충실한 전원부 등 호화롭기 그지없다

마치 약속이나 한 것처럼 웨스턴 일렉트릭의 명품들은 블랙 컬러가 많다. 앞서 소개한 두 톱 모델을 비롯해 15A(B) 및 6373 혼, 597a 트 위터, 4181 우퍼, 555(W. W Mesh) 드라이버, 46C(GAP) 파워 앰프, 49A(B, C)프리앰프 등 모노 시대의 내로라하는 명품들이 모두 그렇다. 이쯤 되면 '웨스턴 일렉트릭은 블랙으로 시작해 블랙으로 끝났다' 해도 과언이 아닐듯싶다. 이렇듯 어마어마한 명기들을 대수롭지 않게 만들며 음향산업 전반에서 아날로그 전성기를 구가했던 미국이 정교한 커팅 레이드나 내세울 만한 디스크 플레이어 하나 남기지 못한 점은 아쉬운 일이 아닐 수 없다. Westrex, Scully, Cinema Engineering, Panamar, Fairchild, Presto에서 개발한 커팅 래이드나 RCA, Gate, Western Electric 등에서 앞다투어 내놓은 디스크 플레이어 대부분이 기대에 미치지 못했다. 회심의 카드였던 기어 방식의 Westrex 커팅 레이드마저 실패작으로 귀착되자 급기야 44 세트의 노이만 VMS 시 리즈를 수입하기에 이르렀다. EMT 930이나 927도 유명 방송사와 스튜디오에 상당량 납품되었는데, 60Hz 모터가 등장하고 927-500B 전원 트랜스의 입력에 117V와 230V가 추가된 것도 거대 시장 미국을 겨냥한 것이다. 아날로그 전성기에 벌어졌던 이 드라마틱한 일은 프로용 오디오의 메카임을 자부하던 미국의 자긍심에 큰 상처를 입히며, 독일 정밀산업의 우수성을 확인시켜준 계기가 되었다.

927의 레이아웃

스튜디오 및 방송용 음향장비 분야에서 빛나는 업적을 쌓은 EMT(elektronikmess & tonstudio technik)사는 벨트 드라이브의 928을 비롯해 다이렉트형인 938, 948 950, 950E(950의 팩트 버전), 림방식의 930과 927에 이르기까지 다양한 종류의 프로용 디스크 플레이어를 개발했다. 유일하게 롱암이 탑재되는 927 시리즈는 1948년에 발표된 처녀작 R80과 A 타입의 모노형을 비롯해 스테레오형인 Ast, st, stF, Dst 여섯 모델을 두고 있다.

국내에도 200대 가까이 보급된 것으로 추정되는 930은 927의 메커니즘을 기본으로 30cm 디스크를 재생하기 위해 1956년에 개발되었다. 1965년 까지는 진공관식 포노 EQ가 제공되었으며, 시리얼 넘버 3589년부터 스테레오 버전으로 바뀌었다. 이때부터는 139a, 139b, 139st, 153, 154, 154st, 155, 155st EQ가 혼용되었으며, 14725번부터 전원부의 일부 수정을 거쳤다. 17822번부터 오토폰 229 톤암에서 자사의 929로 바뀐 것이 변천의 전부다.

[사진 2~5]를 통해 짐작이 가능하겠지만 930은 규모나 완성도에서 927의 60% 정도인 주니어 버전이다. EMT Frantz의 후 신인 EMT-Barco에서 200대가 리바이벌되어 일본에 납품된 일도 있는데, 주요 스펙은 927에 간단히 병기도록 하겠다.

EMT 공장에서 930을 조립하는 모습

원반 검청용인 927DST는 레코딩회사나 녹음 스튜디오의 주문에 의해 OEM 방식으로 불과 50여 대 제작되었을 뿐이다.

DST(dynamischer stereo tonabnormer)라는 이니셜은 노이만 카트리지에도 부여되어 있는데, 927서도 그와 비슷한 다이나이서 스테레오인 것으로 짐작된다

1973년 첫선을 보인 927DST의 레이아웃은 베이직 모델(R80, A, Ast st stF)처럼 크게 플래터와 보디, 포노 이퀄라이저, 모터 등의 네 마트로 구성되어 있다. 알루미늄 합금 재질인 직경 420mm의 초대형 메인 플래터 (930은 297mm)에는 회전의 다이내믹 밸런스를 맞추기 위해 99∅의 홀 6개 (930과 일부 전기형 927은 4개)를 뚫어놓았고, 외주 하단에는 2mm 두께의 공명 제어용 고무를 붙였다.

20∅ x 162.5mm(930은

15∅ x 131.5mm)의 캡스턴은 [사진 8]처럼 끝부분을 오목하게 가공하고 그 홈 반경에 맞는 18.9∅, 28.1g(930-12.7 ∅, 8.4g)의 볼을 통해 지지한다. 캡스턴을 감싸고 있는 슬립 내부는 마모에 강한 인창동(phosphoroum) 재질로 정교하게 마무리했는데 [그림 1-b]가 펠트링이 닿는 부분이다. c와 e는 캡스턴과 마찰하는 부분이고 d는 약 2mm(930→ 3mm)가 떠있다. 즉 전체 162,5mm(930→131.5mm) 중 슬립과 캡스턴이 닿는 부분은 72.5mm(930 55mm)에 불과하다.

사진 2, 3, 4, 5

이런 설계는 완벽한 다이내믹 밸런스의 유지와 마찰을 줄이는 이중 효과를 거둘 수 있는데, 간단한 것 같지만 다른 플레이어에서는 보기 힘든 아이디어이다. 930이나 927 사용자 들은 플래터를 빼 캡스턴을 살펴보면 접촉면인 b, c, e 부분이 유난히 반짝이는 것을 확인할 수 있을 것이다.

그림 1

사진 6, 7, 8

알루미늄 다이캐스팅의 베이스 플레이트는 가로 675mm, 세로 520mm이며 평균 두께 10mm이다. 왼쪽에는 6V 15W의 버튼식 램프(illumination cartridge)가 장착되어 있는데, 볼록 렌즈를 통해 분사되는 빛의 각은 약 67degree이다. 이 램프는 카트리지를 시그널 스타트(lead-in groove)나 보내기 유구(lead-over groove)에 맞출 때 유용한데 옵티컬 로케이터와 연동되어 하나를 켜면 나머지는 자동으로 꺼지도록 설계되었다. 검은색의 레버 중 앞쪽의 메인 스위치는 전원 off, 전원 스탠바이, 회전의 3단 방식인데 R80은 전원 스탠바이가 생략되어 있다.

뒤쪽의 레버는 아이들러가 부착된 변환 메커니즘을 위아래로 움직여 회전을 선택하는데, 전원을 꺼야 작동된다. 솔레노이드(solenoid)의 브레이크는 기계적인 커플링에 의해 전기적인 센서로 작동된다. 3단계 변환 중 앞쪽 off, 가운데 브레이크 on, 뒤쪽은 유선 리모트 컨트롤이며 작동 시는 24V 1.92W의 녹색 램프가 점등된다. 927DST에서는 브레이크 장치를 사용할 수 없기 때문에 94×20m 크 기의 철판으로 막아놓았다.

브레이크 레버 뒤쪽에는 2개의 예비용 카트리지를 장착할 수 있는 홀더(930은 early model에만 있음)가 부착되어 있는데, 경질의 베이클라이트 케이스 뒷면 센터에 넓은 스테인리스 스프링을 넣어 2mm의 텐션을 확보했다. 폭이 24.8mm이기 때문에 23.2~ 24.6mm 범위인 EMT나 오르토폰 A 타입 카트리지를 끼우면 꼭 맞는다.

그 뒤의 스핀들과 유사한 7∅ × 12.2 mm의 돌기는 38∅의 EP 디스크(도넛반) 어댑터를 꽂아두는 곳이다.

플래터의 바깥쪽 에지 부분에는 건슈머용에서는 사용하지 않는 기능이 부착되어 있다. 33 1/3, 45, 78이 새겨진 세 개의 둥근 문자판은 신호 검출의 기점을 알려주는 스타트 위치로 추정된다. 950E를 제외한 모든 EMT 플레이어에 부착되어 있는데, 927과 930을 제외한 각 기종의 부착 위치가 다른 것은 런업 타입과 연동 되기 때문이 아닌가 싶다. 부착 지점은 정면 센터를 기준해 78→35°, 45→ 60°, 33 1/3→70°이다. 간격은 78-45=23.8mm, 45-33=10.5mm(930 →각은 927과 동일하고 각각 17mm, 7.5mm)이다.

RMA297 톤암과 톤암 스토퍼 모습

베이스 플레이트 오른쪽에는 옵티컬 로케이터를 비롯해 톤암, 톤암 리프트 스테이지와 레스트, 헤드폰 단자, 2개의 이퀄라이저 조정 노비 등 이 장착되어 있다. 927 뒤쪽에 있는 홀은 앤티 스케이팅 디바이스용 추를 매단 실이 통과되며, RMA297이나 RF297을 사용할 때는 롤러형의 카운터 웨이트 받침대 장착을 위한 것이다. 이때는 오른쪽에 톤암의 스윙을 제한하는 스토퍼를 끼우도록 되어 있다. [사진 9]처럼 스토퍼는 스크루 중심부가 센터에서 4mm 정도 벗어나 있어 좌우로 돌려 톤암의 스톱워치를 최대 35㎜까지 임의로 조정할 수 있다.

매뉴얼 타입의 업 다운(930은 암 레스트와 일체형)은 레버의 조작과 톤암의 상하 움직임이 1:1의 다이렉트 형이며, 최대 0.2초에 카트리지를 내릴 수 있다. 이것은 카트리지 보호 측 면에서 볼 때 에어나 오일 댐퍼 형에 비해 취약한 메커니즘이지만 원하는 순간에 신호를 픽업해야 하는 방송용의 특성상 불가피한 선택이었다.

EMT927이 설치된 TV 방송국 스튜디오 모습

모터의 회전력은 50∅의 아이들러를 통해 플래터 안쪽에 전달된다. 따라서 세 단계를 거치면서 다음의 경우 오차를 발생시킨다. 동력의 전달부가 수직으로 접촉되지 않을 때, 각 회전 부의 마모나 변형으로 완벽한 360° 원이 확보되지 못한 때, 접촉부에 흠집이 생겼을 때, 미세한 미끄러짐으로 인한 회전력의 손실 등이다. 이들은 소음을 유발하거나 와우 플러터로 이어진다

회전의 에러 주파수 성분이 0.5~ 6c/s까지를 의미하는 와우(wow)는 음이 실제보다 굵게 재생되며 울렁거린다. 6~30c/s 또는 그 이상인 플러터(flutter)는 음이 가늘어지고 떨린다. [그림 2]가 세 파형을 검출한 예인데 일반적으로 인간이 가장 민감하게 감지할 수 있는 3.15KHz 전후의 정현파 신호(f)를 기록한 테스트 레코드를 재생시켜 출력 비 주파수 변동량 (△f)을 표시하는데, 산출 방법은 W= △f41/f x 100(%)이다.

그림 2

국제 전기 표준회의에서 정한 허용오차는 0.04% (weight. peak/청감보정 최고치) 이내지만, 음악을 감상할 때는 0.1%도 감지할 수 없다. 산출 공식이 아니더라도 육안으로 편차를 확인할 수 있는데 0.1%는 스트로보스코프(stroboscope) 상의 점이 10초 동안 앞이나 뒤쪽으로 한 칸 지나쳤음을 의미한다. 또 편차가 있는지 여부만을 간단히 확인하고 싶으면 테스트 레코드를 재생시켜 '삐~' 하는 3.15km의 정현파 신호가 울렁이지 않고 균일하게 이어지면 정상이다.

927과 930은 2mA의 네온램프를 펄스 트랜스(S927-381)로 점멸시켜 글라스 매트 가장자리에 인쇄된 스트로보스코프를 통해 회전을 감시한다. 이 장치가 없는 플레이어는 도트 프린트된 둥근 판(speed calibration)을 올려놓고 300Hz의 쿼츠 라이트 빔으로 비추면 줄무늬 모양이 선명하게 나타난다. 자연광에서도 자세히 보면 줄무늬가 보이는데, 매우 흐리고 정확성도 떨어진다. 정지한 상태가 정상, 회전 방향으로 흐르면 빠르기, 그 반대면 느린 회전이다.

사진 10

스트로보스코프 및 옵티칼 로케이터

관성의 법칙에 의해 일단 런 업되면 와우 플러터는 회전이 느릴수록, 또 플래터가 무거울수록 적어지는데 927Dst는 0.05%(33 1/3rpm, weight.peak) 미만이며 930은 0.075 %이다. 또 미세한 회전 편차는 항상 일정 부하가 걸려 있는 펠트 링을 통해 컨트롤이 가능하다. 0.05%의 편차는 스트로보스코프 상의 점(막대)이 20초 동안 앞 또는 뒤로 한 칸 움직임을 뜻한다.

EMT사의 플레이어 기술이 총망라된 927Dst는 일반 927의 보디 새시를 그대로 사용했기 때문에 레이아웃은 비슷하지만 내용상으로는 크게 다섯 가지 차이점이 있다. 디스크가 회전 중심을 벗어나는 오프 센터 방지용 스핀들, 완벽한 평면의 글라스 매트와 이에 따른 퀵 스타트 스톱 기능의 생략, 옵티컬 로케이터 배율의 3배 확대, 모터의 S/N 향상 등이다.

그러면 지금부터 927Dst가 자랑하는 신기술들을 중심으로 베이직 모델과 어떤 차이가 있는지 살펴보기로 하자.

사진 14, 15

Variable Spindle(가변 스핀들)

디스크의 센터 홀은 7.24~7.33∅로 제작하도록 권장되지만 실제는 7.0~7.35Ø로 미세한 차이가 있다. 스핀들 직경은 프로용 7.10(+0, - 0.05Ø), 컨슈머용 7.05~7.15∅로 제작된다. 이처럼 규격이 단일화되지 않아 최대 0.350의 오차는 필연적으로 발생한다. 디스크를 플레이어에 올려놓고 흔들어보면 약간 움직이거나, 스핀들에 잘 들어가지 않는 것을 아날로그 애호가라면 누구나 경험했을 것이다.

위의 오차는 약 8.5cm 넓이로 녹음되어 있는 30cm 디스크를 기준할 때 전체적으로 0.4%에 불과하지만 그루브가 끝나는 지점에 이르면 무시할 수 없는 수치이다. 927DST는 어떤 디스크를 올려도 자동적으로 오프 센터를 막도록 고안되어 0.5Hz 전후의 회전 편심을 완벽하게 없애준다.

열처리를 거쳐 연마한 이 스핀들은 12.7mm 구간을 위 6.5Ø, 아래 7.5Ø로 가공했는데, 정밀 측정기로 실측해 보니 2.5도 각을 이룬 사다리꼴 모양이었다. 스핀들 아래쪽에는 운동 범위 10mm인 6.8×30mm의 스프링을 넣었다. 따라서 홀이 가장 큰 7.35Ø의 디스크도 반드시 스핀들 중간 ([그림3]-3 어느 지점)에 걸린 상태로 스프링의 저항을 받으며 내려앉는다. 평균 사이즈인 7.20Ø의 디스크는 스핀들 위로부터 13㎜ 지점에 걸리는데, 927DST의 심벌인 이 기발한 메커니즘만으로도 스페셜 버전으로서의 매력은 충분하다[사진 14~16, 그림 3].

사실 이 아이디어의 원형은 초기의 927이나 리렉 AG40-2에서 찾을 수 있다. 즉 스핀들을 5∅로 얇게 하고 나머지 여백을 메우는 방식인데, 스테빌라이저와는 기능이 다른 어댑터 (center weight)를 디스크에 올려놓고 흔들어 홈을 맞춰야 한다[사진 17, 그림 4】.

사진 17, 그림 4

이 같은 번거로움이 싫은 경우 … (계속)

글쓴이 : 배동근 전“스테레오 음악”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