앰프의 출력에 지나치게 집착하지 말자
초보자가 앰프를 선택할 때 인티앰프가 낫다는 이야기를 했다. 인티앰프로 결정을 했다면 혹시 반도체 앰프와 진공관 앰프 사이에서 고민을 할지도 모른다. 이 때 가장 많이 나오는 이야기가 출력이다. 대체로 트랜지스터 앰프는 출력이 높고 진공관 앰프는 출력이 낮다.
그런데 초보자들이 가장 많이 하는 실수는 앰프의 출력에 지나치게 집착한다는 점이다. 아마도 하이엔드 고출력 앰프들은 값이 비싸고 출력 이외에 다른 스펙도 모두 우수하기 때문에 이런 경향이 생겼는지 모르겠다. 하지만 분명한 것은 앰프의 출력은 스펙의 하나일 뿐, 출력의 크기로 앰프의 우열을 나누는 것은 전혀 의미가 없다는 점이다.
입문기들을 살펴보면 반도체 앰프는 대략 50~100W, 진공관 앰프는 25~50W인 제품들이 많은 것 같다. 만일 채널당 100W 이상의 대출력이 필요하다면 반도체 앰프를 선택할 수 밖에 없다. 진공관 앰프는 대출력이라고 하더라도 대체로 50~70W에 불과하니까. 진공관 애호가들은 보다 순수한 음을 위해서 출력관이 채널당 딱 하나인 싱글앰프를 선호하는 경우가 많은데, 이런 경우는 10W 미만인 경우가 대부분이다.
앰프의 적정 출력을 결정할 때 가장 먼저 고려해야 할 것은 스피커의 출력 음압(소리 크기)이다. 음압의 크기는 dB/m로 표기되는데, 이는 스피커에 1W를 공급하고 1m 떨어진 곳에서 음압(공기가 떨리는 압력)을 측정한 것이다. 그런데 dB라는 것은 상대값이고 고등학교 때 배웠던 로그 스케일이다. 갑자기 글 읽을 맛이 떨어질 독자들을 위해 초간단 정리를 하자면, 90dB와 100dB는 단지 10% 차이가 아니라는 점과, 3dB마다 두배가 된다는 점만 알아두었으면 한다. 즉 93dB/m 음압을 갖는 스피커와 96dB/m 음압의 스피커는 소리의 크기가 두 배가 된다는 것이다. 93dB와 99dB의 차이는 6dB이므로 3dBx2 즉 네 배가 된다.
스피커가 같은 1W에서 더 큰 소리를 내면 당연히 앰프의 출력을 낮춰도 된다. 앰프의 출력이 보잘 것 없었던 옛날에 만든 스피커들 중에는 음압이 100dB/m가 넘는 것도 있는데, 이런 것들은 출력이 3.5W에 불과한 2A3 싱글 앰프로도 쾅쾅 울릴 수 있었다. 요즘엔 스피커들이 작아지고 앰프들의 출력이 증가하면서 90dB/m 이상의 스피커가 무척이나 드물어졌다. 아무튼 90dB 이상이면 고능률, 87dB 이하를 저능률이라 생각하자. 실제로 스피커의 음압이 90dB/m 이상이면 쉽게 소리가 잘 나오니 10W 수준의 소출력 진공관 앰프라도 별 무리가 없다. 하지만 음압이 87dB 보다 낮다면 평소 듣는 볼륨 크기, 음악 장르, 리스닝 룸의 넓이와 스피커 배치 등을 신중하게 고려하여 선택해야 한다. 출력 측면만을 볼 때, 리스닝 공간의 크기에서 중요한 것은 스피커와 청취자의 거리다. 소리라는 것은 면적으로 펼쳐지므로 거리가 2배가 되면 1/4배로 줄어드는 특성이 있다(6dB이다). 따라서 거리가 두 배가 되면 앰프의 출력은 4배 만큼 커져야 한다.
정리를 해보자. 앰프의 출력은 스피커의 음압에 따라 결정한다. 87dB/m 이하의 저능률 스피커라면 당연히 앰프의 출력이 높은 편이 좋다. 하지만 평소 음악을 쾅쾅 듣지 않는 애호가라면, 볼륨을 조금 더 올리면 아무런 문제가 없는 경우가 많다. 볼륨 레벨이 dB로 표기되는 앰프에서 3dB만 높여주면 그만이다. 만일 큰 음량으로 음악을 듣는 애호가라면 스피커의 음압 대비 앰프의 출력이 너무 낮아서 원하는 음량을 내기 어려울 수도 있다. 당연히 출력 부족이므로 더 출력이 큰 앰프로 바꿔야 한다.
앰프의 출력은 스피커와 청취자 사이의 거리에 따라 결정한다. 87dB/m 스피커와 청취자 사이의 거리를 반으로 줄이면 그 스피커는 90dB/m 스피커보다 오히려 두 배의 큰 소리를 낸다. 게다가 리스닝 룸의 반사음 같은 것도 소리 크기에 영향을 주므로 스피커의 배치도 매우 중요하다. 정리해보면 다음 상황에서 소리의 크기는 다 같다.
스피커의 음압 90dB/W 청취자와 스피커 거리 2m 앰프 출력 10W 를 기준으로
스피커의 음압 99dB/W 청취자와 스피커 거리 1m 앰프 출력 0.3W
(음압에서 8배 소리가 커지고, 거리가 반이므로 4배 커진다. 즉 앰프는 1/32의 출력만 내주면 된다.)
스피커의 음압 96dB/W 청취자와 스피커 거리 2m 앰프 출력 2.5W
(음압에서 4배 소리가 커지고 거리가 같으므로 즉 앰프는 1/4의 출력만 내주면 된다.)
스피커의 음압 90dB/W 청취자와 스피커 거리 1m 앰프 출력 2.5W
(음압은 같고 거리가 반이므로 4배 커진다. 즉 앰프는 1/4만 내주면 된다.)
스피커의 음압 84dB/W 청취자와 스피커 거리 2m 앰프 출력 40W
(음압이 1/4로 줄어들었고 거리 같으므로 앰프는 4배의 출력을 내주어야 한다.)
스피커의 음압 84dB/W 청취자와 스피커 거리 4m 앰프 출력 160W
(음압이 1/4로 줄어들었고 거리가 두 배이므로 1/4로 줄어든다. 즉 앰프는 16배의 출력을 내야 한다.)
즉 리스닝 공간이 너무 넓어서 스피커와 청취자가 멀리 떨어질 수밖에 없고, 스피커가 저능률인 경우, 게다가 음악을 크게 틀어야 하는 경우에 대출력 앰프를 사용해야 하는 것이다.
수십년간 오디오에 몰두한 애호가들이 대출력 앰프를 선호하는 이유는 출력의 크기보다 그 앰프만의 음색에 있을 것이다. 같은 음량에서도 전원부가 충실한 대출력 앰프는 깊고 풍성한 저역을 내는 경향이 있다. 그리고 스피커의 특성은 단지 출력 음압만이 중요한 것이 아니고 임피던스 특성도 매우 중요하다. 임피던스 변동이 큰 스피커라면, 혹은 임피던스가 낮은 스피커라면 출력의 크기와 상관없이 튼튼한 전원부가 필수다. 저출력 앰프에서 전원부가 튼튼한 앰프는 찾기 어려우니 당연히 대출력 앰프를 선택하게 된다. 어쨌든 출력의 크기는 앰프의 수많은 특성 중 하나일 뿐이라는 점을 강조하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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