처음엔 인티앰프로 시작하자
인티앰프는 장점이 참 많다. 하나의 몸체이기 때문에 장소를 덜차지하고… 이런 당연한 이야기는 빼자. 가장 괜찮다고 생각되는 점은 메이커에서 이미 ‘매칭’을 시켜놓았다는 점이다. 오디오에서 ‘매칭’은 무척 중요하다. 오디오 애호가들은 결코 우리가 옛날에 인켈 전축 사듯이 어느 메이커의 제품을 세트로 사서 듣지 않는다. CDP는 전통적으로 어느 메이커의 것이 좋으니 그걸 쓰고, 프리앰프는 진공관의 따듯한 음색을 살려주는 어느 메이커 것, 그리고 파워 앰프는 반도체 구성으로 힘이 아주 좋은 또 다른 메이커 것… 이런 식으로 자신이 각각의 기기들을 골라 듣게 되는 것이다. 그렇게 기기들을 모아 하나의 시스템을 구성하는 것이 바로 ‘매칭’이고 오디오 취미에서 핵심이 되는 부분이다.
그런데 이 ‘매칭’이 참으로 어렵다. 예컨대 A라는 스피커가 좀 멍청한 소리를 내니까 명석한 소리를 내는 B 앰프와 매칭하면 소리가 섞여서 적당히 듣기 좋은 음이 될 것 같은데, 더 멍청하거나 딱딱하고 차가운 소리로 돌변하는 경우가 허다하다. 반대로 아주 부드러운 A와 B를 매칭하면서 한없이 멍한 소리가 나올 것을 예상했는데, 의외로 깔끔하고 산뜻한 음이 나오는 경우도 많다. 사실은 이렇게 자신만의 ‘매칭’을 찾아서 자신의 소리를 내느 것이 오디오에서 빠질 수 없는 재미이기는 하지만, 한두푼이 아닌 기기를 늘 바꿀 수도 없는 상황에서 매칭이 좋지 않은 기기들을 쓰다보면 짜증도 많이 나는 것이다.
그런데 인티앰프는 프리와 파워앰프가 이미 매칭되어 있는 것이다. 비록 애호가 자신이 선택한 것은 아니지만, 메이커에서 프리 파워가 잘 어울리도록 전기적인 매칭이나 음색적인 결합을 이미 시켜놓은 것이다. 덕분에 앞으로 골치를 썩일 프리 파워 간의 매칭은 신경쓰지 않아도 되니 입문자들은 아주 편리하다.
또한 같은 성능일 때 비용이 절감되는 것 역시 작지 않은 혜택이다. 오디오를 하면서 기기가 어느 정도 갖춰지고나면 그 후에는 케이블이나 받침대 같은 액세서리에 눈이 가게 된다. 케이블은 앰프나 CDP와 같이 기기들 끼리 연결하는 인터컨넥트 케이블과 앰프와 스피커 사이를 연결하는 스피커 케이블, 그리고 기기에 전력을 공급하는 전원선이 있다. 그런데 오디오에 대해 알면 알수록 케이블의 요사스런 효과에 현혹되기 마련이다(케이블에 의한 음색 변화는 생각보다 무척 크다). 그런데 케이블에는 터무니없다고 느낄만큼 비싼 것도 무척 많다. 인터선만 하더라도 소리가 확실히 괜찮은 것을 고르면 웬만한 인티앰프의 가격은 가볍게 넘어설 수 있다. 훨씬 굵고 긴 스피커 케이블은 이보다 훨씬 비싸다. 게다가 입문자라면 반신반의하겠지만 전원선을 교체하면 소리가 많이 바뀐다. 과학적인 근거를 설명할 수는 없지만, 필자 뿐아니라 수많은 애호가들이 이구동성으로 동의하는 ‘사실’이다. 게다가 CDP는 특히 더 그렇고 앰프 역시 어느 곳에 올려 두느냐에 따라 소리가 바뀐다. 그런데 인티앰프를 쓰면 일단 프리 파워가 한 몸체로 되어 있으니 전원 케이블은 하나면 족하고 구입해야 할 인터컨넥트 케이블도 하나 줄어든다. 받침대를 쓴다면 그것도 하나 줄어드는 셈이다.
보통의 입문자들은 기기에는 투자를 과감하게 하지만 케이블이나 액세서리에는 돈을 쓰는 것을 꺼려하는 경향이 있는데 그것은 분명히 틀린 태도라는 생각이다. 오디오 기기를 제대로 쓰려면 기기도 기기지만 좋은 케이블은 필수적으로 필요하다. 그래야 자신의 오디오 기기가 가진 능력을 충분히 뽑아낼 수 있고, 그래야만 일부 애호가들의 ‘밥먹듯 기기를 바꾸는’ 그래서 ‘매일 가족들의 눈치를 봐야 하는’ 행태를 답습하지 않을 수 있다. 그래서 필자는 입문자들에게 인티앰프를 장만한 후, 케이블은 처음에 예상했던 것보다 다소 비싼 고급품을 선택할 것을 권한다. 나중에 훨씬 좋은 분리형 앰프로 교체하더라도 케이블은 반영구적으로 오래 쓸 수 있으니 손해볼 일은 아니다. 처음부터 조금 무리해도 괜찮다.
이외에도 인티앰프의 장점은 많다. 기술적으로는 프리앰프의 출력과 파워 앰프의 입력에 달려 있는 캐패시터의 중첩을 방지할 수 있다는 점이 있다. 보통 프리앰프를 만드는 메이커의 입장에서는 사용자가 어떤 파워 앰프와 연결할지 모르므로, 혹시 프리앰프 출력에서 직류가 흘러나갈까봐 캐패시터를 달 수밖에 없다. 부연해서 설명하자면, 혹시 프리앰프가 고장나서 직류가 출력되면 대부분의 파워앰프들은 함께 고장을 일으킨다. 캐패시터는 교류만 출력하고 직류를 차단하는 부품이므로 프리앰프의 출력단에 캐패시터를 연결한다면 혹시 모를 사고를 미연에 방지할 수 있는 것이다.
그런데 파워 앰프를 만드는 입장에서도 사용자가 어떤 프리앰프를 연결할지 알 수 없으므로, 입력단에 직류를 차단하는 캐패시터를 달아 놓을 수밖에 없는 상황이다. 물론 직류가 들어와도 괜찮은 파워앰프를 만들면 되는데 이를 DC앰프라고 부른다. 하지만 그런 것을 쓰더라도 스피커가 고장날 위험이 아주 높다. 그래서 프리앰프와 파워 앰프를 연결하면 음악 신호가 프리앰프의 출력에 달려있는 캐패시터와 파워 앰프 입력에 달린 캐패시터를 통과하게 된다. 문제는 캐패시터를 통과하면 아무래도 음이 열화된다는 사실… 그런데 인티앰프는 설계자가 이미 매칭을 해서 한 몸체에 넣어 둔 것이니 하나만 쓰면 될 뿐 그런 염려가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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