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디오 시스템의 구성은 소스 기기부터
아날로그스타일에서 오디오에 처음 관심을 갖게 된 분들을 위해 ‘입문자 노트’를 연재한다. 입문자 노트에서는 오디오 취미에서 꼭 알아야만 ‘의사소통’이 가능한 기초 용어들, 입문자가 오디오 숍에 방문하기 전에 꼭 알아야 할 사항들을 쉽고 자세하게 설명할 생각이다. 그 첫 회로 오디오 시스템이 어떻게 구성되는지를 정리해본다.
음악을 들으려면 무엇이 있어야 하는가?
오디오 시스템은 세 부분으로 구성된다. 첫 번째 부분은 ‘소스(Source)’라고 한다. 소스라는 단어 그대로 음원, 즉 – LP나 CD 등의 음반을 재생하는 장치를 일컫는다. 턴테이블이나 CDP가 이에 해당한다. 그리 오래지 않은 옛날에는 카세트 테입을 많이 썼는데, 카세트 데크도 당연히 소스 기기다. 라디오 방송을 수신하는 튜너(Tuner)도 소스 기기이고, 물론 위성 방송을 수신하는 셋탑 박스 같은 것들도 소스 기기다. 요즘처럼 PC를 음악 감상에 활용하는 경우라면 PC도 소스 기기라고 할 수 있을 것이다. 두 번째 부분은 앰프(Amplifier, 증폭기)이다. 소스 기기에서 나오는 음악 신호는 무척 작아서 스피커를 그대로 연결해서 들을 수 없다. 따라서 음악 신호의 전압과 전류를 크게 만들어주어야 한다. 이 역할을 하는 것이 앰프다. 세 번째 부분은 스피커다. 스피커는 앰프에서 받은 전기 신호를 소리로 변환해준다.
소스 기기는 어떤 것을 준비해야 하나?
턴테이블은 예전 아날로그 시대에 유행했던 LP를 재생하는 장치다. 입문자라면 ‘아직도 그런 구닥다리를 쓰는 사람들이 있을까?’ 하는 생각을 할 수 있겠지만, 오디오라는 취미의 세계에서 LP와 턴테이블이 주는 매력은 각별하다. 아직도 많은 애호가들이 LP를 고집하고 CD같은 디지털 음반과 병행하여 음악을 듣는다. 게다가 잘 구성된 아날로그 시스템은 CDP보다 더욱 섬세하고 윤기 있는 소리를 낸다. 하지만 아날로그 시스템을 구비하는 것은 간단하지 않은 일이다. 카트리지(바늘)를 선택하여 톤암에 장착하고 턴테이블의 수평을 맞추거나 그외 다양한 조정을 사용자가 몸소 해야 하는데, 그에 따라 소리가 판이하게 달라지는 것이다. 게다가 별별 액세서리들도 참 많아서 어떤 것을 사용하느냐에 따라 소리가 크게 바뀐다. 즉 사용자의 실력이 음에 그대로 드러나는 것이 아날로그 시스템인 것이다.
한편 요즘 나오는 앰프에는 턴테이블을 위한 증폭 회로가 없는 경우가 대부분이므로 별도의 포노앰프를 사서 턴테이블과 앰프 사이에 연결해야만 한다. 그래서 웬만한 수준의 아날로그 시스템을 장만하려면 경제적으로도 부담이 적지 않다. 따라서 입문자가 턴테이블을 쓰는 것은, 다른 소스 기기로 충분한 경험을 쌓은 다음으로 미뤄둘 것을 권하고 싶다(아날로그 시스템에 대한 자세한 내용은 본지 오디오 상식에서 다룰 예정이다).
CDP는 턴테이블에 비해 무척 쉽고 편리한 소스 기기다. 사용자가 별도로 조정해야 할 곳은 전혀 없으며 CD만 구입하여 CDP에 넣으면 그만이다. CDP에서 나오는 음은 숙련된 애호가건 입문자건 철저하게 공평하다. 주변 진동에 별다른 영향을 받지 않고, CD의 보관에도 특별히 신경을 쓰지 않아도 되므로 입문자는 우선적으로 CDP를 소스 기기로 사용할 것을 권장한다. 다만 입문자들은 다양한 CDP간의 음질 차이가 ‘디지털 기기이므로’ 앰프나 스피커보다 훨씬 미미할 것으로 지레 짐작하는 경우가 많은데, 결코 그렇지 않다. CDP는 소스 기기이므로 CDP에서 정보가 누락되면 뒤에 연결되는 앰프나 스피커에서는 이를 살려 낼 방법이 없는 것이다. 보통의 입문자들이 스피커와 앰프에만 집중적으로 투자하는 것은 옳지 않다. CDP와 같은 소스 기기는 전체 그림을 그리기 위한 밑그림으로 여기서 잘못되면 아무리 뒤에 연결되는 기기들이 좋아도 멋진 소리를 들을 수 없는 것이다.
이외에 카세트 테입은 요즘 거의 사용되지 않으므로 논외로 하고, 튜너 역시 괜찮은 소스 기기이다. 입문자라면 아무래도 음반의 양이 그렇게 많지 않을 것이므로 쓸만한 튜너를 연결해놓으면 다양한 음악을 하루 종일 접할 수 있다. 단, 음질은 CDP보다 분명히 떨어진다. 튜너라는 것은 어차피 방송국에서 CD를 재생하고 이를 공중파로 송출한 것을 수신하는 것이니, 집에서 직접 CD를 재생하는 음질 수준에는 미칠 수가 없는 것이다. 만일 집에서 사용하는 오디오 시스템에서 튜너의 소리가 제일 좋다고 하는 애호가가 있다면 그는 아직 제대로 된 오디오의 음을 모르는 사람일 것이다. 아니면 옛날 이야기일 것이다. 옛날에 LP와 카세트 테입이 주력 소스 기기로 사용될 때는, 카세트 데크보다는 튜너의 음이 훨씬 나은 경우가 많으니 (턴테이블을 잘 쓰지 않는다면) 일리가 있는 이야기였다. 한편 오래된 아날로그 방식의 튜너는 음질의 좋고 나쁨을 떠나서 특히 사람 목소리의 대역인 중역대가 따듯하고 부드러우며 자연스러워서, 아직도 많은 애호가들이 즐겨 찾는 아이템이다.
한편 요즘은 컴퓨터로 음악을 듣는 경우가 많다. 컴퓨터에 MP3 같은 음원들을 가득 담아 놓고 앰프와 연결하여 음악을 듣는 것이다. 컴퓨터의 음원에는 MP3 외에 WAV, FLAC, APE, ALAC 등 다양한 것들이 있는데 좋은 음질을 위해서는 MP3보다는 WAV나 FLAC 또는 ALAC처럼 무손실 포맷을 쓰는 것이 좋다. 최근에는 CD의 음원 포맷인 44kHz/16비트보다 음질이 훨씬 좋은 96kHz/24비트 또는 192kHz/24비트 음원들 심지어 384kHz/32비트 음원들도 구할 수 있게 되었는데, 저장 용량을 많이 사용하는 단점은 있지만 음질적인 이득이 매우 크다.
컴퓨터를 소스 기기로 사용할 때, 가장 간단하게는 컴퓨터의 이어폰 출력에서 Y-케이블로 앰프에 연결하면 되는데 아무래도 음질에서는 좋지 않은 경우가 많다. 제대로 하려면 광이나 동축 또는 USB와 같은 디지털 출력을 별도의 DAC에 연결한 후 그 출력을 앰프에 연결하는 것이 좋다.
DAC는 ‘Digital to Analog Converter’의 약어로 디지털 신호를 아날로그 신호로 바꾸어 주는 것이다. 컴퓨터에 저장된 음원 파일들은 디지털이므로 아날로그 입력만을 받는 대부분의 앰프에서는 그대로 재생할 수가 없다. 따라서 컴퓨터에서 나오는 디지털 출력을 앰프에 연결하려면 별도의 DAC가 필요한 것이다. 컴퓨터의 이어폰 출력에서 나오는 신호는 아날로그 신호인데 컴퓨터 내부에 있는 DAC, 즉 사운드 카드에서 아날로그 신호로 변환한 것이다. 그런데 컴퓨터 내부에 있는 DAC는 고급 부품을 사용하지 않을 뿐더러 컴퓨터 내부의 열악한 환경 – 고주파 간섭, 진동이나 열 등으로 인해 하이파이 기기와는 비교가 되지 않는다. 이 때 별도의 몸체를 갖는 전문 DAC를 사용하면 음질을 향상시킬 수 있는 것은 물론, 컴퓨터 외에 다른 디지털 기기들 즉 셋탑 박스나 게임기 같은 것도 연결할 수 있으므로 가급적이면 DAC를 따로 쓰는 것을 권장한다.
한편 디지털 출력에도 광이나 동축, USB 등 여러가지가 있는데, 애호가들의 의견은 대체로 동축형 출력이 가장 낫다는 쪽으로 기우는 것 같다. 윈도우 체제에서 USB의 음질은 동축이나 광에 비해 상당히 떨어졌었는데, 최근에 X-MOS 칩이 개발되며 USB를 통해서도 고해상도의 전송이 가능하게 되었다.
디지털 기기는 기술 발전에 따라 매우 변화가 빠르므로, 한 세대 이전의 값비싼 최고급 제품보다 저렴한 최신 제품을 구입하는 것이 유리한 경우가 많다. 따라서 DAC를 선택할 때는 지원 가능한 최대 해상도와 주파수가 얼마인지 또는 DSD가 지원되는지, DSD가 지원될 경우 어느 주파수까지 지원되는지를 반드시 확인하는 것이 좋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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