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P시대의 최초 기록들(1958-1990년대)
전쟁의 여파로 1950년대 한국 대중음악은 음반 제작과 공연 활동이 극도로 위축되었다. 1958년 KBS는 공보처의 지원을 받아 방송 발전과 더불어 건전가요를 보급하기 위해 서울 정동 서울방송국에 LP 레코드 프레스기를 도입해 직접 LP를 제작하기 시작했다.
이는 한국 대중음악의 획기적인 전환기를 마련했다. LP 시대의 개막으로 인해 국내 대중음악인들은 비로소 자신의 메시지를 담은 앨범 제작이 가능해졌고 표현의 영역이 확장되기 시작했다. 1960년대에는 미 8군 출신 가수들의 일반 무대 진출이 본격화되면서 서구의 다양한 장르 음악이 일반 대중에게 소개되기 시작하며 새로운 최초의 기록들이 생산되기 시작했다.
▶ 최초의 국내 제작 LP 음반
KBS레코드 NO.1 1958년
한국 대중음악계는 그동안 국내 최초로 제작된 LP 음반이 무엇이고 어떤 노래가 수록되었는지조차 몰랐다. 그동안 1956년, 1957년과 1958년 세 가지 설이 난립하며 혼란을 안겨주었는데 한국에서 최초로 제작된 LP는 「KBS레코드 시리즈 NO.1」 음반이다.
1958년 KBS의 LP 제작실 개소식 대한뉴스 영상에는 당시 오재경 공보실장이 막 제작되어 나온 국내 최초의 LP를 들고 있다. 한국 최초의 LP 제작에는 오아시스레코드의 기술책임자 이성희가 참여했다.
▶ 최초의 어린이 가수 독집
하춘화 가요앨범 1962년
1962년 발표된 하춘화의 데뷔 음반 국내 최초의 어린이가수 독집이다. 독집에 대한 개념조차 정립되지 않은 당시 국내 대중가요계에서 앨범 개념의 어린이가수 독집 탄생은 그 자체만으로도 경이로운 일이었다. 1500회가 넘는 공연 기록으로 기네스북에도 등재된 하춘화의 데뷔 음반은 한국 대중음악사에 어린이가수 장르라는 이정표를 제시했다. 이 음반 이전에 유성기 시절에 어린이가수의 노래가 수록된 음반이 있긴 하나 어린이가수 독집은 하춘화가 최초이다.
▶ 최초의 록밴드 음반 논쟁
키보이스, 에드포 1964년
그동안 한국 최초의 록밴드 음반은 1964년 록의 대부 신중현이 결성했던 4인조 밴드 ‘에드포(에드.훠)’의 첫 앨범으로 공식화되어 있었다. 하지만 그보다 6개월 앞서 발매된 5인조 밴드 키보이스의 데뷔 앨범이 발견되면서 상황은 복잡해졌다.
사실 한국 최초의 록밴드는 미 8군 장교클럽 하우스밴드로 활동한 코끼리 브라더스 캄보밴드로 회자되지만 음반이 확인된 적은 없다. 앨범 발매 시기로는 키보이스의 데뷔 앨범을 최초의 록밴드 음반으로 공식 인증하는 것이 옳다. 하지만 모든 곡을 직접 창작한 신중현의 에드포 음반과는 달리 키보이스의 음반은 ‘멤버들의 창작곡 부재’가 최초의 월계관 수여에 걸림돌로 작용하는 분위기다.
▶ 최초의 포크 음반 논쟁
아리랑 브라더스 1964년, 트윈폴리오 1969년
1964년 아리랑 브라더스의 독집이 발견되기 전까지는 1969년 발매된 트윈폴리오 음반이 한국 최초의 포크 음반으로 인식되었다. 사실 트윈폴리오는 1969년 음반보다 앞선 1968년에 먼저 발매한 데뷔 음반이 있다. 아리랑 브라더스의 첫 독집은 오랜 세월 기록에서 지워졌다가 2003년 서울 은평구의 한 고물상에서 발견되어 화제를 모았다.
이 앨범에는 명곡 <동물 농장>의 최초 버전이 수록되어 있다. 전설적인 녹음기사 이청은 모든 직원이 퇴근한 밤에 서수남, 하청일 등 멤버들을 마장동 스튜디오로 불러들여 한 달 동안 통금시간 이후의 심야에 멤버들과 녹음 작업을 강행해 500장을 발매했다.
▶ 최초의 노래동아리 앨범
포 클로버스 1964년
1963년에 미 8군 가수들로 구성된 포 클로버스는 국내 최초의 노래 동아리로 평가할 수 있다. 최희준, 유주용, 박형준, 위키리 네 명으로 구성된 포 클로버스는 처음엔 남성 사중창단 결성을 염두에 두었다. 하지만 멤버들의 보컬 개성이 너무 강해 보컬그룹으로는 적합지 않았다. 대신 작곡가 손석우, 김기웅과 함께 '건전한 홈 가요의 보급으로 대중가요를 발전시켜보자'는 취지로 노래 모임을 결성해 1964년부터 2장의 앨범을 발표했다. 특히 명문고, 명문대학 출신의 엘리트 가수라는 ‘학벌 프리미엄’으로 유명세를 치렀다. ‘네 잎 클로버’란 뜻의 ‘포 클로버스’로 노래 모임 이름을 정한 것은 희망을 나타내고자 함이었다. 국내 최초의 노래 동아리 포 클로버스는 60년대 한국 대중음악계에 팝과 재즈풍의 밝고 화사한 팝 스타일의 노래로 건강한 사회 분위기 조성에 일조했다.
▶ 최초의 스테레오 음반
박춘석 노래를 위한 경음악 1965년
한국 대중가요에 스테레오 시대를 개막한 최초의 음반이다. 1965년 오아시스레코드에서 전설적인 녹음기사 최성락이 당대의 인기 작곡가 박춘석이 작편곡한 노래들을 스테레오·포닉·시스템으로 녹음한 결과물이다. 최성락 기사는 음반 재킷 뒷면에 이 음반이 RCA-44BX, RCA-77DX, Telefunken U47, Telefunken KM56, Westem 633, altec 6393 등 고성능 마이크로 Amxpe351에 녹음을 해 광범위한 30-24000사이클 주파수 사이클을 보유한 초고성능 레코드로 제작했다고 밝히고 있다.
▶ 최초의 가수커플 결혼기념 음반
패티김 길옥윤 1966년
1966년 패티김과 길옥윤의 결혼식장에서 배포된 국내 최초의 스타가수 커플의 결혼기념 싱글 음반이다. 이 음반이 오랫동안 세상에 알려지지 않았던 것은 일반 판매가 아닌 결혼식장에 초대된 하객용으로 한정 제작된 비매품 음반이기 때문이다.
지구레코드에서 7인치 싱글로 제작한 이 음반에는 길옥윤이 사랑의 감정을 처음으로 고백했던 패티김의 노래 <4월이 가면>과 <사랑의 세라나데>가 실려 있다. 이 음반 이전에 가수 커플이 함께 노래한 음반은 있었지만 가수 커플의 결혼식 기념 음반의 존재는 기록이 전무하다.
▶ 최초의 남녀 시각장애인 음반
이용복, 조성희 1970년
1970년 신진레코드에서 발매한 국내 최초로 남녀 시각 장애인 가수인 이용복과 조성희의 동시 등장을 알린 역사적인 앨범이다. 앨범 재킷 전면에 표기된 ‘맹인 가수 이용복’이란 문구처럼 국내 최초로 18세의 시각장애인 학생 가수인 이용복의 등장은 하나의 사건이었다. 외국에는 호세 펠리치아노, 스티비 원더, 레이 찰스 등 걸출한 시각장애인가수들이 맹활약하고 있었지만 국내에서는 전례가 없는 일이었다. 지금은 ‘시각 장애인’으로 개선되었지만 당시에 통용된 ‘맹인’이라는 호칭처럼 시각 장애인들에 대한 대중적 인식은 부정적이었다.
▶ 최초의 여성 뮤지션 창작 앨범
방의경 1972년
현재까지 확인된 기록에 의하면 국내 최초의 여성 싱어송라이터는 1934년 리갈 레코드에서 창작곡 <가신 님에게>를 발표했던 김정숙이다. 이어 1971년 8월에 창작곡 <그리운 사람끼리>를 발표한 박인희와 비슷한 시기에 창작곡을 발표한 방의경. 이연실, 김광희, 김현숙 등이 있다. 앨범 개념으로 창작 음반을 발표한 것은 방의경이 최초이다.
이 앨범은 발매 즉시 방송과 판매에서 금지 조치가 내려졌다. 시중 음반가게에 진열된 그녀의 모든 음반은 들을 수 없게 칼로 그어져 폐기되었다. 수록곡들도 대부분 방송금지의 멍에를 썼다. 실제로 1990년대 말 포크 음반 애호가들 사이에서는 이 음반의 존재유무를 두고 논란이 벌어지기도 했었다.
▶ 최초의 사이키델릭 포크 앨범
양희은 1972년
1972년 유니버샬레코드에서 발매한 한국 최초의 사이키델릭 포크 앨범이다. 사이키델릭이라는 음악 장르에 걸맞게 몽환적인 분위기의 재킷 디자인부터 범상치 않다. 발매 당시로는 국내에 생소했던 사이키델릭 포크 음악을 소개한 이 앨범은 전혀 대중적 조명을 받질 못했다. 최초로 시도된 사이키델릭 포크의 진수가 담긴 1면 수록곡들은 신중현의 몽환적인 사운드와 양희은의 맑은 목소리가 만드는 화학작용을 가감없이 들려준다. 실험적이고 선구적인 음반으로서 가치가 높다.
▶ 최초의 가수 연주 음반
이용복 1973년
1973년 6월 오아시스레코드에서 발매한 이용복의 연주 앨범은 국내 대중가수가 발표한 최초의 연주 음반이다. 1970년 국내 최초의 시각장애인 가수로 데뷔해 화제를 된 그는 1971년 양희은의 첫 독집에 당시로서는 생소한 12줄 스틸기타로 리듬파트 세션을 맡았다. 이후 이용복은 송창식과 더불어 실력 있는 기타리스트로 인정받기 시작했다. 뛰어난 기타 연주로 소문이 난 이용복은 오아시스레코드와 전속계약을 맺고 12곡의 연주곡을 녹음했다. 비록 지금의 연주 앨범 개념과는 질감이 다른 대중가요 풍의 연주이지만 대중가수가 연주 독집을 발매한 것은 국내에서 처음인지라 당시 언론들은 이 음반을 관심 있게 소개했다.
▶ 최초의 가요제 음반
제1회 한국가요제 1974년
1974년 개최된 제1회 한국가요제는 국내 최초로 개최된 대형 가요제이다. 이 가요제는 한국일보 창간 20주년을 기념하는 행사로 마련되었다. 기성과 신인 가수 모두에게 참가 문호를 개방한 결과, 총 345편의 응모작 중 40곡이 예심을 통과했다.
1974년 9월 13일부터 15일까지 사흘 동안 서울 대한극장에서 열린 본선무대는 인산인해를 이뤘다. 주최 측은 좌석이 없어 입장하지 못한 사람들을 위해 야외에 스피커를 설치하기도 했다.
▶ 최초의 헤비메탈 음반
시나위 1집 1986년
1986년 헤비메탈 밴드 시나위의 데뷔 앨범이자, 한국 최초의 헤비메탈 음반이다. 밴드 결성 초기에 신대철은 "시나위가 연주하는 음악이 뭐냐?"라는 질문을 많이 받았다. 기존의 록보다는 센 음악이라 신대철은 ‘헤비메탈’이라고 대답했고, 데뷔 앨범의 타이틀은 「Heavy Metal Sinawe」로 정해졌다. 이 앨범은 언더그라운드와 라이브 무대에만 머물던 한국 헤비메탈을 음반으로 제작한 최초 사례다. 이 앨범을 계기로 당시 활동하던 여러 밴드는 해외 유명 뮤지션 음악을 카피하던 수준에서 벗어나 창작의 시대를 열어나갔다.
※ ‘현재까지 발견된’ 최초의 기록들
네이버 지식백과 「한국대중가요 앨범」은 국내 대중음악 역사가 시작된 1920년대부터 1990년대까지 국내에서 공식적으로 발매된 유성기 음반과 LP 음반들에 대한 데이터베이스 작업이다. 이 방대한 대중가요 음반자료에는 무수한 ‘최초의 기록’들이 숨겨져 있다. 이 글에 소개된 음반보다 발매 일자가 앞선 음반이 발견된다면 최초의 기록은 변할 수밖에 없다. 따라서 이 글에서 소개한 ‘최초’는 ‘현재까지 발견된’이란 단서가 붙여야 정확할 것이다. 분명한 것은 여기에 소개한 최초의 음반들 외에도 지면 관계상 소개하지 못한 최초의 기록들을 담고 있는 대중가요 음반들은 무수하다.
제공처 정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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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공처 한국대중가요연구소
[네이버 지식백과] 한국 대중가요앨범 최초의 기록들 2 - LP 시대 (가요앨범사, 이경호, 최규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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