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랜만에 다시 다운도란스를 찾아서 헤매고 있습니다. 어제 용량 충분한 다운도란스를 사려고 고생좀 했습니다. 예전에도 다운 도란스 몇 개 사서 케이스를 그대로 쓰고 내용물인 단권 트랜스는 버리고 차폐 트랜스를 집어넣는 작업을 했는데요.
몇 달 만에 다시 다운도란스 작업을 하게 되었습니다. 어제 저녁에 신림동에서 2K 용량의 단권 트랜스를 사기로 했습니다. 당근에서 약속을 하고 퇴근하자마자 전철을 타고 갔습니다. 다운트랜스를 사고 나서는 구로공구 상가로 가서 타이머를 사기로 했습니다.
그런데 말입니다. 팔겠다고 가지고 나온 다운트랜스가 단권은 맞는데 토로이달이 아니고 EI코어입니다. 이러면 내가 필요로 하는 용도에 안맞습니다. 거래가 불발되고 나서 문득 구로공구상가에 타이머 파는 사람이 토로이달 트랜스도 가지고 있다는 얘기를 한게 생각이 납니다. 그래서 사진을 보내달라고 하니 사진을 보내줍니다.
낮에 전화를 하다가 타이머 외에 트랜스도 있으니 사라고 했었습니다. 그래서 트랜스는 앞서 약속한 사람에게 산다고 하고 타이머만 사겠다고 했습니다. 그래서 일이 갑자기 잘 풀리나 싶었는데요. 갑자기 트랜스는 팔지 않겠다고 합니다. 그래서 일단 알았다고 하고 구로공구 상가로 가는 버스편을 검색합니다. 시간이 더 걸리기는 하지만 한번에 가는 버스가 있어서 그것을 기다렸다가 탔습니다. 버스에 타서는 다시 신림동 근처에서 다운 도란스를 판다고 햤던 글이 생각나서 찾았습니다. 톡으로 9시반에 만나서 사디로 했습니다. 대충 구로공구 상가 갔다가 가면 시간이 여유가 있을 것 같습니다.
여기까지는 아주 해피했는데요. 버스 정류장을 보면서 제대로 가고 있는지 보니까 이상합니다. 시흥 쪽으로 가고 있는거 아니겠습니다. 돌아가는 버스 노선을 제대로 안보고 탄것입니다. 바로 내려서 다시 버스노선을 검색합니다. 생전 처음 보는 곳에 내려서 어리둥절해서 그냥 택시를 타고 구로공구 상가를 갈까하다가 생각을 다잡았습니다. 돈 조금 아낄려고 당근 하는 상황에 택시가 왠말이냐는 생각을 하며 정신을 차리고 버스를 잡아타고 갈아타고 해서 구로 공구 상가 근처에 도착했습니다. 타이머를 시연을 해주고 이것저것 설명을 해줍니다.
스폿 용접기를 자작하시는 분이시더군요. 본인이 전기를 전공했다고 해서 이것저것 물어서 자문을 좀 받아 보려고 했는데요. 스폿 용접기만 잘아시더군요. 타이머만 사들고 나와서 다시 다운트랜스 약속 장소인 청룡동으로 가는 버스를 검색합니다. 여기서 버스를 타고 전철로 갈아타고 해서 봉천역에 도착해서 걸어서 약속장소인 청룡동 동사무소 앞에 갔습니다. 걸어가는데 경사가 장난이 아니더군요. 이만 삼천원을 주고 다운트랜스를 받았습니다. 더운데 걸어오는 걸 보더니 차비 하라고 천원을 빼주시더군요. 그래서 꿋꿋하게 버스를 타고 내려서 서울대 입구로 와서 전철을 타고 집에 왔습니다.
대충 계산해봐도 8번 정도 버스와 전철을 갈아타고 돌아다닌거 같습니다. 끝까지 택시 타지 않고 당근정신에 맞게 환승 할인 받으면서 대중교통으로만 돌아다녔습니다.
트랜스 알맹이를 꺼내고 보니 후회가 밀려옵니다. 예전에 다운 트랜스 작업 할때 이보다 약간 큰 토로이달 단권트랜스를 빼내서 구석에 놔두다가 어느날인가 무슨 바람에 불었는지 문밖에 버렸기 때문입니다. 그때는 이걸 쓸이 전혀 없을 거라고 생각했는데, 세상일이 예상대로 안되네요. ㅠㅠ
오자마자 다운 트랜스를 분해 합니다. 단권으로 알았는데 복권이더군요. 그러던지 말던지 전 다른 용도로 쓸거니깐 상관없습니다. 이차 전압을 6V 정도가 나오게 하는 용도로 겉에다 추가로 이차 권선을 감을 예정입니다.
도대체 몇바퀴를 감아야 6V를 나오게 할수 있을까 궁리를 해봅니다. 토로이달 트랜스 제작 카페에 물어도 보고 트램스 전문가에 물아봐도 정확한 답이 안나오다군요. 코어 형태나 크기에 따라서 조금씩 달라진다고 하더군요. 물론 1차측 코일의 헨리 값을 LCR미터로 재고 2차측 코일을 감으면서 헨리값을 재면 된다고 하는데, 실제로 해보니 헨리값 비율이 전압 값 비율과는 맞지 않더군요.
그래서 일단 시험적으로 가는 코일로 이차권선을 30바퀴를 감고 나서 이차에 전압이 얼마나 나오는지 확인 해보기로 했습니다. 무식하게 막고 물 퍼내는 막무가내 수준의 방식이긴 합니다만 가장 확실한 방법이기도 합니다.
약 16볼트가 나옵니다. 이제 간단한 비례식을 통해서 12바퀴 정도 감으면 6V가 이차 전압으로 나온다는 것을 알아낼 수 있었습니다.
도대체 왜 돌고 돌아 다시 다운 도란스에 6V 전압은 왜 만들려고 하는지 궁금하실 겁니다.
도대체 왜 이러는 걸까요?
드디어 두꺼운 코일을 테프론 테이프로 감싼 후에 그 감싼 것을 토로이달 트랜스에 2차 코일로 12바퀴 감았습니다.
테프론 테이프로 예쁘게 작업이 끝나서 마감된 트랜스 입니다.
칼날 안에 들어갈 히터 열선입니다. 넓이가 넓어서 살짝 오려서 사이즈를 맞추었습니다.
드디어 결선을 하고 시험 가동을 했습니다. 사실 테스터로 다 확인해서 조립을 해버릴까 하다가 그래도 혹시나 하는 생각에 테스트를 해보기로 했습니다.
이 장치의 아이디어는 스폿 용접기 또는 비닐접착기에서 가져온 것입니다. 트랜스를 통해서 2차 전압을 6V 정도 나오게 하고 저항이 낮은 열선을 2차 권선에 연결하면 늘어난 전류로 인해서 열선에 열이 나게 됩니다. 이것은 진공관에서 히터를 달구는 것과도 비슷합니다.
다행히 전원 불 잘들어오고 휴즈도 안나고 잘 작동이 됩니다. 그런데 말입니다. 타이머를 최대로 해서 3초 정도 가열해도 칼날이 미지근해질 정도 밖에 안됩니다. 히터 열선의 발열량이 충분치 않다는 얘기입니다. 아~ 세상에 쉬운게 없습니다. 다시 머리를 굴려서 방법을 찾아야 합니다.
3초 가동으로는 발열량이 충분치 않아서 연속 가열을 해보기로 했습니다. 그런데 문제는 온도제어를 해야합니다. 무한정 가동하면 열폭주가 일어나니까요. 온도 제어를 한다고 할 때 관련 몇도에서 가열을 멈출지도 생각을 해봐야 합니다.
평소 하던대로 바이메탈 스위치를 다양한 스펙으로 주문을 했습니다. 그런데 이게 손으로 만져서 뜨겁다 정도로는 안되고 온도를 확인해야 하는데요. 보통 레코드가 70도 부터 유연해지기 시작하는데요. 그러면 최소한 칼날 부분이 그 이상도 정도는 되어야 하는데요. 칼날에는 바이메탈 스위치를 붙일 수가 없고 그 윗부분에 부착하게 되면 칼날 부위와 온도차가 존재하게 됩니다.
고민끝에 이번에는 좀 과학적으로 작업을 진행하고 싶어서 장비의 힘을 빌리기로 했습니다.
휴대폰 아래에 끼워넣는 방식으로 사용이 아주 편리합니다.
부위별로 포커스를 이동해서 온도를 확인할 수 있어서 아주 좋습니다. 이제 진짜로 레코드 판을 녹이면서 파고 드는지 확인할 차례입니다.
크게 힘주지 않았는데도 잘 파고 드네요. 아주 이쁘게 칼날이 파고들더군요. 이정도면 충분한거 같습니다. 이제 휴즈 달고 온도에 맞는 바이메탈 스위치 달고 조립하면 됩니다. 이제 끝이 보이네요.
추석을 한참 앞둔 토요일 시골에 내려가서 어머니를 찾아뵙고 저녁 먹고 일요일 아침에 아버지 산소에 들렀습니다. 오랜만에 산소에 들러서 좋아하시던 약주 한잔과 포도 한송이 올리고 서울로 돌아왔습니다.
도란스 시리즈의 완성을 위해서 최종 조립을 하느라 시간을 보냈습니다. 칼날이 암수가 있는데요. 이것이 정확하게 자리를 잡아야 칼날끼리 닿지 않고 효과적으로 레코드 판을 펀칭하게 됩니다. 칼날이 조금이라도 닿게 되면 칼날이 깨지거나 부러져 버릴수 있습니다.
칼날 조정에 시간이 좀 걸리더군요. 한참 실랑이 끝에 숫 칼날이 암 칼날 안으로 접촉하지 않으면서 정확하게 삽입(?)되도록 세팅을 마쳤습니다. 따라서 숫 칼날이 암칼날 안으로 들어가도 아슬아슬하지만 전혀 닿질 않으니 마찰이 전혀 없습니다. 전열선과 바이메탈 선을 연결하고 드디어 시험 가동을 합니다.
일단 전원을 켜면 칼날이 달궈지기 시작합니다. 몇분 정도면 칼날이 달궈집니다. 칼날이 달궈진걸 확인하고 시험가동을 해봅니다.
칼날이 공기압으로 내려가서 레코드에 압착됩니다. 가열된 칼날이 레코드를 살짝 파고들기 시작합니다. 그러다가 펑 하는 소리를 내면서 레이블을 분리합니다.
빙고! 드디어 파괴자(Destroyer) 완성입니다.
쉽게 생각하고 시작했다가 몇번의 시행착오를 거쳐서 드디어 완성했습니다.
위 사진은 분리된 레이블과 레이블 바깥쪽의 소릿골 부분입니다.
오늘은 일단 단잠을 푹 자게 될거 같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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