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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날로그의 갈증을 씻는 단비 - Waversa Systems W PHONO1

by onekey 2024. 3. 4.

아날로그의 갈증을 씻는 단비
Waversa Systems W PHONO1

코난2017-05-11 15:45
추천 40 댓글 0
 

 

“LP 그리고 포노앰프”



아날로그 시스템은 마치 하나의 건축물과 같다. 최근 나의 집 옆에서 새로운 집 증축이 한창이어서 아주 시끄러운 소음에 시달리고 있다. 그러나 조금씩 쌓아올리며 완성되어가는 집을 보면 무척 재미가 있기도 하다. 집은 일반 제품처럼 전단에서 말단까지 공장에서 뚝딱뚝딱 찍어낼 수 없는 노릇이다. 대지를 파고 시멘트를 부어 지반을 다지고 그 위에 기둥을 하나씩 올리며 내/외부를 장식한다. 재료가 나무라면 나무의 재질부터 가공 방식, 구조에까지 신경 쓸 일이 한두 가지가 아닐 터. 아날로그 시스템 또한 신경 쓸 게 한두 가지가 아니다. 디지털 소스기기라면 완성품에서 케이블을 바꾸거나 하는 것이 전부지만 아날로그 시스템은 매개변수가 수두룩하다. 카트리지의 형식, 수많은 모델, 턴테이블의 구동 방식 및 톤암의 종류 그리고 포노앰프의 설계 방식 및 프리앰프와의 매칭관계까지 머리가 아파온다.

 

여기에 더해 LP까지 더해지면 그 변수는 무한대로 가버린다. 돈이 많다고 해도 시간과 열정 없이는 답이 나오지 않는다. 마치 몇 년도산 어느 지역에서 만들어진 빈티지 와인을 찾아 헤매듯 어디에 있을지도 모르는 LP를 찾아 오프라인와 온라인을 끊임없이 배회한다. 도저히 끝이 보이지 않는 여행이다. 동일한 LP 가 수십 가지인데 그 중에 어떤 것이 가장 음질을 들려줄까 ? 아날로그 시스템은 그래서 더 그 퀄리티가 중요하며 예민하다. 그 중에 포노앰프는 내게도 항상 유랑하는 버릇을 만들어준다. LP에 따라 어떤 곡은 좋은 반면 또 다른 LP에서는 실망하기를 반복하기 때문이다. 나 같은 올라운드 음악 취향을 가진 사람에게 헤드앰프냐 승압 트랜스냐의 갈림길에서 단 하나의 포노앰프를 선택하기란 쉽지 않다.



“탁월한 설계와 다양한 기능 - W PHONO 1”



최근 웨이버사 시스템즈가 새로운 포노앰프를 출시했다는 소식을 접하고 대여를 받았다. 리뷰용이긴 하지만 사실 내게는 세상의 모든 포노앰프가 궁금할 수밖에 없다. 올해만 해도 나를 거쳐 간 포노앰프가 내장 포노단까지 합하면 벌써 서너 개다. 택배 상자를 열자 하얀 천으로 덮인 작은 포노앰프가 모습을 드러냈다. 앙증맞은 크기로 풀 사이즈보다 약간 더 작아 작은 랙에도 쏙 들어갈 만하다. 섀시는 예의 그 깎아지른 듯한 모서리에 단순하고 명쾌한 디자인이다. 좌측엔 전원 버튼, 우측으로는 MM/MC 전환용 토글 스위치 그리고 이어폰과 헤드폰 출력단, 맨 우측으로는 헤드폰앰프 볼륨이 설치되어 있다.

 

 



WPHONO1 의 핵심적인 기능은 모두 후면에 마련되어 있다. 우선 입력단의 경우 MM 과 MC 입력단이 별도로 마련되어 있다. 턴테이블 또는 톤암을 두 개씩 가지고 MM, MC 카트리지를 따로 사용해 운용한다면 무척 환영할만한 구성이다. 여기에 더해 셋업 관련 기능도 꼼꼼하게 마련해놓았다. MM의 경우 임피던스를 22, 33, 47, 100K옴 등 네 가지 그리고 커패시턴스를 20, 100, 220, 330pF 로 조정 가능하다. 물론 MC 의 경우 로딩 임피던스를 5, 15, 25, 100옴으로 설정해 사용할 수 있다. 더불어 게인 같은 경우도 MM과 MC 카트리지 대해 각각 두 가지 설정이 가능하다. 이는 내부에서 조정 가능한데 MM의 경우 40dB과 46dB, MC 의 경우엔 71dB와 76dB로 조정할 수 있다.

 

 



내부를 보면 보편적인 백만원 전후 입문형 포노앰프 설계가 아니다. 전원부 및 헤드앰프 섹션 그리고 독보적인 EQ 회로와 풀 디스크리트, 풀 밸런스 아날로그 출력단 등 화려한 내부 설계가 인상적이다. 일단 전원부는 저렴한 SMPS 등이 아니라 풀 리니어 전원부를 구성했으며 내부에 토로이달 트랜스포머를 탑재해 중분한 전류를 확보하고 있다. 재미있건 헤드앰프 부분 이후 거치는 EQ 부분이다.

 

 



 

이 쪽 섹션은 웨이버사의 독보적인 커브 보정회로 등이 탑재되어 있다. 이는 패시브 방식이 아니라 액티브 방식인데 본래 입력된 아날로그 신호를 EQ로 보정한 뒤 그대로 증폭하는 것이 아니라 피드백을 주어 최대한 원본에 충실하게끔 보정해주는 방식이다. 더불어 커브 보정에 대한 부분 또한 단지 일반적인 RIAA 규격에서 한 발짝 더 나아가 100Hz에서 500Hz 구간에 한 번 더 보정을 가했다. 이는 웨이버사에서 여러 LP를 실험한 결과 얻은 측정치와 청감상 느낌을 더한 수치를 기준으로 했다. 만일 다른 커브 값을 원한다면 내부에서 재조정도 가능하다. 웨이버사 DAC에서도 단연 돋보였던 오리지널 음원의 집요한 추적, 보정에 대한 집착과 독보적인 테크놀로지는 이번 WPHONO1에서도 유효하다.

 

 

 
 

출력단은 풀 디스크리트, 풀 밸런스 회로로 음질적인 왜곡이나 손실을 최대한 봉쇄하기 위한 설계다. 기본적으로 언밸런스 입력만 받지만 여기에서 역상신호를 복제하는 방식으로 좌/우 채널 각각 +/-신호를 만들어 내부에서는 풀 밸런스 증폭을 하게끔 설계했다. 신호 흐름 구간에서는 CMR, 즉 커먼 모드 리젝션 회로를 거치도록 설계해 손실과 왜곡, 노이즈 유입을 최소화하고 있다. 풀 밸런스 설계의 장점을 살리면서도 포노앰프 회로에 유입되기 쉬운 노이즈 제거에도 신경 쓴 모습이 역력하다. 더불어 증폭단에 대용량 MOSFET을 사용해 풍부한 전류를 공급, 선형적인 신호 증폭과 다이내믹스 폭 최대화를 꾀하고 있는 모습이다.

 

 



더불어 WPHONO1은 포노앰프는 물론 헤드폰 앰프를 내장하고 있다. 이는 기존에 웨이버사가 개발했던 D2에 투입한 헤드폰 앰프를 내장시킨 것이다. 이 또한 풀 디스크리트 형식 설계로 저렴한 가격대의 OP앰프 방식과는 차원을 달리하는 설계다. 헤드폰 앰프 증폭단도 포노단 증폭부와 마찬가지로 커다란 출력이 가능한 MOSFET을 사용해 헤드폰 드라이빙 능력을 최대화하고 있는 모습이다. 특히 본 헤드폰단은 Abyss 1226이나 젠하이저 HD800 등 레퍼런스급 헤드폰 구동에 특화된 설계로 보인다.



“셋업”



WPHONO1은 풀 밸런스 출력단으로 설계되어 있어 RCA는 물론 XLR출력이 가능하다. 내가 사용하는 제프롤랜드 시너지 프리앰프의 경우 XLR입력만 지원하므로 풀 밸런스 출력의 장점을 십분 활용할 수 있었다. 이 외에 카트리지는 0.4mV 출력을 갖는 벤츠 마이크로 저출력 MC 카트리지 Glider 및 데논 DL-103R 음핑고 버전을 활용했다. 턴테이블은 트랜스로터 ZET-3MKII 그리고 레가 RP-8을 활용했다. 파워앰프는 플리니우스 SA-102를 A클래스 증폭으로 설정해 사용했으며 스피커는 다인 컨피던스 C4를 사용했다. 포노앰프에 사용한 파워케이블은 킴버 PK-14신형을 장착해보았다.

 

 



“폭넓은 다이내믹스와 해상력”

 



 

 

Rickie Lee Jones - Chunk E's in Love

Rickie Lee Jones

 

리키 리 존스의 데뷔 앨범을 들어본다. 드럼과 더블 베이스 소리가 선명하게 구분되어 들린다. LP 마스터링의 귀재 스티브 호프만과 케빈 그레이가 어쿠스텍(Acoustech) 마스터링 스튜디오에서 작업한 탁월한 결과물이다. 오리지널 아날로그 마스터 테잎을 마스터로 사용했으며 RTI에서 HQ 180G 으로 제작한 이 LP에서 리키 리 존스의 보컬은 스피커 중앙에 마치 화살을 쏜 듯 정확히 맺힌다. 가장 주목할 만한 점은 앤디 뉴마크의 드럼이다. 바닥을 강타하는 저역 에너지가 무척 높고 속이 꽉 찬 밀도감이 음악을 더욱 또렷하게 박진감 넘치게 만든다.

 

 

 

 

Henryk Szeryng - Bach 6 Sonaten und Partiten fur Violine Solo

Bach 6 Sonaten

 

무엇보다 이 포노앰프의 장점은 마치 면도날 같은 해상력과 에지 있는 표현력에 빠른 스피드다. 마치 저가 카트리지를 사용하다가 초고역에서 초저역까지 선연한 데피니션을 간직한 중가 이상의 MC카트리지로 업그레이드한 느낌을 받을 것이다. 테스트 프레싱을 받아 발매 전 내가 직접 음질을 검수했던 헨릭 셰링의 바흐 무반주 바이올린 소나타 & 파르티타(5월 출시 예정)를 들어보면 이런 느낌이 더욱 크게 다가온다. 고역이 마치 미끄러지듯 빠르고 깨끗하게 쭉 뻗어 올라간다. 마치 손이 베일 듯한 해상력과 함께 개운한 배음 표현을 보여준다.

 

 

 

Bob Dylan - Highway 61 Revisited

Highway 61 Revisited

 

벤츠 마이크로 Glider 의 로딩 임피던스는 100옴에서 가장 좋은 음질을 음장의 깊이와 토널 밸런스를 얻을 수 있었다. 더불어 0.4mV 출력의 Glider는 MC 기본 세팅에서 충분한 게인을 얻을 수 있었다. WPHONO1 의 게인은 기본적으로 큰 편으로 무척 활기 있고 역동적인 느낌으로 음악을 즐길 수 있다. 예를 들어 MFSL에서 출시한 밥 딜런의 ‘Highway 61 Revisited’를 들어보면 앞으로 전진하려는 추진력이 강하고 음영 대비가 뚜렷하다. 모노 버전이며 45rpm 방식인 본작은 RTI에서 프레싱한 LP로 모노 버전임에도 답답하거나 평면적인 느낌이 없다. 보컬과 기타, 하모니카 등의 고역이 1965년 녹음이라고는 믿을 수 없을 정도로 생생하게 전달된다.

 

 

 

 

Beetles - Come Together

Abbey Road

 

WPHONO1의 가장 큰 매력 중 하나는 탄탄한 중역 아래 밀도 높고 단단한 저역이다. 대게 이 정도 가격대 헤드앰프 방식 포노앰프가 저역이 빈약하거나 또는 쓸데없이 딱딱하면서 앙상한 경우가 많다. 본 포노앰프의 다이내믹스 표현 반경은 무척 넓어 약동하는 동적 움직임이 뛰어난데 그 근간엔 질 좋은 저역이 자리하고 있다. 24bit 디지털 마스터를 활용해 애비로드 스튜디오에서 리마스터 커팅한 [Abbey Road] 리이슈 LP를 들어보았다. ‘Come together’에서 시종일관 바닥을 두드리는 드럼과 베이스 기타는 레코딩 전체를 무척 묵직하고 안정감 있게 지지해준다. 기타와 보컬을 들어볼 때 어떤 착색 같은 것은 거의 느껴지지 않고 중립적인 음색을 표현해주는 것도 주지할만한 특성이다.

 
 
TrondheimSolistene - Tchaikovsky Souvenir de Florence
TrondheimSolistene

 

현악 앙상블 트론트하임 졸리스텐의 레코딩 중 차이코프스키 ‘플로렌스의 추억’을 들어보자. 노르웨이 2L에서 24bit/352.8kHz 마스터를 가지고 DMM 커팅후 프레싱한 고음질 LP 중 하나다. WPHONO1은 기존에 MCH와 달리 승압 트랜스를 사용하지 않고 디스크리트 방식 헤드앰프를 통해 만들어진 제품이다. 이 때문에 고혹적이며 촉촉하게 하늘거리는 특유의 촉감은 MCH만 못하다. 대신 정위감이 무척 탁월하고 맺고 끊는 순발력과 탄력감이 무척 뛰어나다. 이 곡에서도 음색적인 부분보다 이런 속도감과 해상력을 바탕으로 속이 후련할 만큼 쾌감 넘치는 소리를 들려준다. 무대 또한 넓고 입체적이며 호쾌하게 펼쳐지는 편이다.

 

 

 

 

Heifetz, Reiner - Tchaikovsky Violin Concerto

Chicago Symphony

 

대게 현대적인 설계 기법에 의해 만들어진 중저가형 포노앰프의 경우 70년대 이후 녹음은 무난하게 듣기 좋다. 그러나 그 이전 60년대 또는 50년대 모노 녹음까지 올라가면 당시의 정확한 다이내믹 스케일을 얻기 어렵다. WPHONO1의 경우 녹음의 시대나 각 레이블의 녹음 스타일을 왜곡시키지 않고 거의 그대로 정확하게 뽑아내준다. 예를 들어 프리츠 라이너가 지휘한 시카고 심포니와 하이페츠가 함께한 차이코프스키 바이올린 협주곡 재생 품질을 놀랍다. 스털링 사운드의 라이언 스미스가 마스터링한 아날로그 프로덕션 200g LP에서 이 정도 다이내믹스를 들려주는 것은 흔치 않다. 아마도 웨이버사가 세팅한 RIAA 커브 시스템 덕분인 것으로 판단되는데 이 가격대 포노앰프로서는 절대 들을 수 없는 다이내믹한 표현력이 일품이다.



“가뭄의 단비 같은 포노앰프”



WPHONO1은 해당 가격대에서는 좀처럼 경험할 수 없는 빼어난 성능을 가지고 있다. 젊은 패기와 재치로 뭉친 크리에이티브한 뮤지션의 음악을 더욱 더 활기 넘치게 표현해준다. 백발이 성성한 노년의 뮤지션의 음악 또한 시간을 되돌려 젊은 결의에 찬 듯 힘찬 연주로 감상자를 벅찬 감동에 젖게 만든다. 스티브 호프만, 밥 루드빅, 케빈 그레이, 라이언 스미스, 버니 그런드먼 등 전 세계에서 내로라하는 아날로그 마스터링 엔지니어들의 의도가 충실히 반영되어 재생된다.

 

 



나는 때로 승압트랜스가 내주는 곱고 촉촉한 음색이 그리워지기도 하지만 재즈와 팝 음악을 듣고 있자면 디스크리트 헤드앰프 쪽의 광대역과 폭넓은 다이내믹 스케일이 그립다. 반대로 스테레오 저출력 MC만 듣고 있다가 때로는 모노 MC가 그리울 때도 있다. 아날로그 마니아들의 흔한 변덕 증상이다. 하지만 WPHONO1은 모든 장르를 큰 편차 없이 균등한 퀄리티로 들려준다. 해당 가격대에서 올라운드 포노앰프로서 이 정도 퀄리티의 제품을 나는 본 적이 없다. 아날로그 시스템에 강력하며 스마트한 포노 엔진을 장착한 기분이다. 아날로그 LP에 입문하는 사람부터 오랜 된 중저가 포노앰프를 전전하며 좌절을 맛보았던 모든 아날로그 LP 애호가에게 WPHONO1은 단비가 되어줄 것이다.

 

Written by 오디오 칼럼니스트 코난

 

 

 

Specification
Input MM Input * 1
MC Input * 1
Output  XLR* 1
RCA* 1
Phone * 1 
Input Impedance MM : 22K-33K-47K-100K Ohms변환/  20pF~330pF 변환
MC : 5-15-25-100 Ohms변환
Gain MM : 40dB, 46dB
MC : 71dB, 76dB
RIAA Response +/- 0.1dB, 20-20K Hz 
Dimensions W340 x D230 x H45
Weight  3.7kg
Waversa Systems W PHONO1 Amplifier
제조사 웨이버사 시스템즈
제조사 연락처 031-717-1386
제조사 홈페이지 www.waversa.com